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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네가 먼저 나를 죽이려 했다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28 14:25:36

“내가 지키지 못해서.”

강수혁의 대답에 윤제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여전히 흑백사진이 떠 있었다.

백이십 년 전의 강수혁.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여자.

윤재희.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당신 때문에 죽었다는 거야?”

수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돼.”

“애매하게 말하지 마.”

제니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이 사람은 나랑 얼굴이 똑같아. 성도 같아. 그런데 누군가는 ‘이번에도’ 내가 먼저 죽는다고 했어.”

“알아.”

“당신은 알고 있는 게 있잖아.”

수혁이 시선을 피했다.

제니는 답답했다.

“윤재희가 누구였는데?”

잠시 침묵하던 수혁이 입을 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여자였어.”

“어떻게?”

“나를 보고도 안 도망갔어.”

수혁의 시선이 사진으로 향했다.

“내가 뭔지도 알고 있었고.”

“뱀파이어라는 걸?”

“응.”

“어떻게 알았는데?”

“그건 끝까지 말 안 했어.”

수혁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대신 처음 만난 날 나한테 부탁했어.”

“무슨 부탁?”

“자기를 죽여달라고.”

제니의 눈이 커졌다.

“왜?”

“곧 죽을 거라고 했어.”

“병 때문에?”

“아니.”

수혁이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자기를 찾고 있다고 했어.”

“누가?”

“그것도 말하지 않았어.”

“당신은 죽여줬어?”

“아니.”

수혁이 즉시 대답했다.

“그래서 재희가 살아 있었던 거야?”

“한동안은.”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다.

제니가 물었다.

“그럼 결국 어떻게 죽었는데?”

수혁의 입이 다물렸다.

또 침묵.

“또 말 안 할 거야?”

“네가 지금 알아서 좋을 게 없어.”

“그걸 왜 당신이 결정해?”

제니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내 얼굴을 한 여자가 죽었어. 누군가는 내가 또 죽는다고 하고 있고. 그런데 당신은 계속 나한테 모르는 게 낫다고 하잖아.”

“제니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수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순간이었다.

제니의 손목이 뜨거워졌다.

“아…….”

붉은 표식이 선명하게 빛났다.

“제니?”

수혁이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순간.

제니의 시야가 뒤집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골목.

누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윤재희였다.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 앞에 강수혁이 쓰러져 있었다.

지금보다 오래된 옷차림.

가슴과 입가가 피로 젖어 있었다.

“재희야.”

수혁이 그녀를 불렀다.

재희의 손이 떨렸다.

칼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슴이 아니었다.

목.

정확히 수혁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미안해.”

재희가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해야 끝난대.”

수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감았다.

“그럼 해.”

“…….”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수혁이 낮게 말했다.

“나 죽여.”

재희가 칼을 들어 올렸다.


“제니!”

제니가 눈을 떴다.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수혁이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뭐 봤어?”

제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급히 그의 손을 떼어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수혁의 표정이 굳었다.

“왜 그래.”

“거짓말했네.”

“뭐?”

“재희가 당신한테 죽여달라고 했다고?”

“맞아.”

“그런데.”

제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 방금 봤어.”

수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뭘.”

“재희가 칼을 들고 있었어.”

“…….”

“당신 목에 대고.”

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니는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알고 있었네.”

“제니야.”

“윤재희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나중 일이야.”

“왜?”

제니가 물었다.

“처음에는 자기를 죽여달라고 했던 사람이 왜 나중에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수혁의 턱이 굳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

대답은 없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제니는 화면을 확인했다.

발신자 표시 제한.

[이제 조금씩 보이지?]

곧바로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강수혁의 말을 믿지 마.]

수혁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

[백이십 년 전에도 먼저 칼을 든 건 너였으니까.]

제니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혁.”

“…….”

“백이십 년 전에.”

제니의 시선이 그의 목에 머물렀다.

“대체 당신이 윤재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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