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하필이면.”
남자의 시선이 제니에게 박혔다.
“저 여자였어?”
제니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남자가 대답하려는 순간 수혁이 그의 앞을 막았다.
“꺼져.”
“왜? 얘는 아무것도 모르나 본데.”
“한마디만 더 하면 이번에는 목을 부러뜨리는 걸로 안 끝내.”
남자는 피식 웃었다.
“여전하네, 강수혁.”
“마지막 경고야.”
잠시 수혁을 바라보던 남자는 결국 깨진 창문 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제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조심해.”
“뭘?”
“네가 왜 저놈 옆에 있는지 알게 되면.”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먼저 도망치고 싶어질 테니까.”
“닥쳐.”
수혁이 움직이려는 순간 남자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제니가 급히 달려가려 했다.
수혁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가지 마.”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쫓아가면 네가 혼자 남아.”
“그래도—”
“저놈이 혼자 왔다는 보장 없어.”
제니가 멈췄다.
깨진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수혁의 손등이 다시 붉게 타기 시작했다.
제니는 급히 커튼을 잡아당겼다.
거실이 어두워졌다.
수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왜 커튼 쳤어?”
“타고 있잖아.”
“나 무섭다며.”
“무서운 거랑 눈앞에서 타는 걸 보는 건 다른 문제지.”
수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나 죽인 사람 맞아?”
“또 찔러줄까?”
“그건 사양할게.”
“아까는 안 죽는다며.”
“그래도 아프거든.”
제니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손가락을 다시 확인했다.
휴지 사이로 피가 조금 배어나왔다.
수혁의 시선이 즉시 그곳으로 떨어졌다.
“뒤로 가.”
“또?”
“제니야.”
이번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제니는 순순히 거리를 벌렸다.
“대체 왜 내 피에만 이러는데?”
“모른다고 했잖아.”
“수백 년 살았다며.”
“그래서 더 이상한 거야.”
수혁이 벽에 등을 기댔다.
“수백 년 동안 이런 적 없었어.”
“한 번도?”
“한 번도.”
제니는 밴드를 찾아 손가락에 붙였다.
그제야 수혁의 붉은 눈이 조금씩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제니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어젯밤 생긴 붉은 선.
“이것도 몰라?”
수혁의 시선이 손목으로 향했다.
표정이 달라졌다.
“어제 당신이 잡은 뒤에 생겼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수혁이 가까이 다가왔다.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표식 같아.”
“무슨 표식?”
“확실하지 않아.”
“또 몰라?”
“마지막으로 본 지 오래됐으니까.”
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나?”
수혁은 붉은 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백이십 년.”
제니가 멈췄다.
“뭐?”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
제니의 표정이 굳었다.
문자였다.
[그 남자에게 피를 주지 마.]
곧이어 하나가 더 도착했다.
[강수혁은 네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가 아니야.]
“뭐야.”
수혁이 물었다.
제니는 대답 대신 화면을 보여줬다.
수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세 번째 메시지.
[다음에는 심장이 아니라 목을 노려.]
제니가 천천히 수혁을 바라봤다.
“목을 노리면 죽어?”
“…….”
“강수혁.”
수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답처럼 느껴졌다.
그때 또다시 알림이 울렸다.
이번에는 사진이었다.
낡은 흑백사진.
사진 속에는 한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바로 알아봤다.
강수혁.
지금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여자.
제니의 손끝이 떨렸다.
“……뭐야.”
옷도 달랐다.
머리 모양도 달랐다.
그런데 얼굴은 같았다.
자신과.
너무도 똑같았다.
수혁에게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의 손이 처음으로 떨렸다.
“이 사진…….”
제니가 화면과 수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누구야?”
대답이 없었다.
“이 여자 누구냐고.”
수혁이 겨우 입을 열었다.
“윤재희.”
제니의 눈이 흔들렸다.
“윤?”
자신과 같은 성이었다.
“언제 사람이야?”
수혁의 시선이 사진 속 여자에게 고정됐다.
“백이십 년 전.”
“당신이 아는 사람이야?”
긴 침묵.
그리고 수혁이 낮게 대답했다.
“그래.”
그 순간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윤제니가 먼저 죽을 거야.]
제니의 숨이 멎었다.
“이번에도……?”
수혁의 붉은 눈이 화면을 향했다.
이번에는 갈망이 아니었다.
분노였다.
제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백이십 년 전에.”
사진 속 자신과 똑같은 여자를 바라봤다.
“윤재희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수혁의 대답은 짧았다.
“죽었어.”
“어떻게?”
수혁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제니를 바라봤다.
“내가 지키지 못해서.”
[처음부터 내가 원한 건 그 남자였으니까.]제니는 마지막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나도 아니고.”수혁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재희의 피도 아니고.”“처음부터 당신이었다는 거네.”수혁의 표정이 굳었다.도겸이 주소를 확인했다.“어디야?”“예전에 성당이 있던 자리.”수혁이 짧게 대답했다.“지금은 폐건물이야.”“거기서 재희를 처음 만났다고?”제니가 묻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비가 오던 밤이었어.”“왜 거기 있었는데?”“피 냄새가 났으니까.”제니의 눈썹이 올라갔다.“첫 만남부터?”“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내가 뭘 생각했는데?”“표정이 말하고 있잖아.”도겸이 한숨을 쉬었다.“둘이 그 얘기는 나중에 하면 안 되냐?”제니가 도겸을 흘겨봤다.“누가 뭐랬어?”그때 경태가 낮게 말했다.“이상해.”모두가 그를 바라봤다.“뭐가?”“백시우가 정말 수혁을 원했다면 왜 백이십 년이나 기다렸지?”유라가 대답했다.“못 찾았을 수도 있잖아.”“강수혁은 숨어 살긴 했어도 사라진 적은 없어.”경태가 수혁을 바라봤다.“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어.”제니가 생각에 잠겼다.“그럼 기다린 건 당신이 아니라…….”시선이 자신의 손목으로 내려갔다.“표식?”경태의 눈빛이 변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수혁이 말했다.“제니가 나타나고 표식이 깨어져야 나한테 뭔가 할 수 있다는 건가.”“정확히는.”유라가 수혁의 가슴을 바라봤다.“네 심장이 다시 뛰어야 했던 걸 수도 있어.”방 안이 조용해졌다.제니가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처음부터 내가 원한 건 그 남자였으니까.“그러면 백시우가 원하는 건 그냥 강수혁이 아니야.”제니가 말했다.“심장이 뛰는 강수혁이야.”수혁의 시선이 제니에게 향했다.경태가 작게 웃었다.“이제야 맞아 들어가네.”“뭐가?”“왜 재희의 피를 직접 차지하지 않았는지.”경태가 벽에 기대며 말했다.“백시우가 정말 뱀파이어였다면 재희를 만났을 때 피를 빼앗으면 됐어. 그런데 안 했어.”“대신
[정말 그렇게 생각해?]제니는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죽은 사람이 아니란 뜻이야?”경태는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여유롭던 얼굴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였는데?”“말해.”수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경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름은 백시우.”유라의 표정이 변했다.“잠깐. 백시우?”제니가 유라를 바라봤다.“알아?”“재희 주변에 있던 인간이야.”“인간?”“사진을 찍는 사람이었어. 그때 재희 모습을 가장 많이 남긴 것도 그 사람이었고.”도겸이 미간을 찌푸렸다.“나도 기억나.”수혁만 아무 말이 없었다.제니가 그를 바라봤다.“당신도 알지?”“얼굴만 몇 번 봤어.”“그 사람이 죽었다고?”경태가 대답했다.“재희가 죽은 다음 날.”“어떻게?”“시체로 발견됐어.”제니가 굳었다.“확실해?”“내가 직접 봤으니까.”“그런데 저 메시지는 뭐야?”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제니는 사진을 다시 확대했다.재희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경태.사진 속 재희는 공포에 질린 얼굴이 아니었다.오히려 이상할 만큼 침착했다.“잠깐.”제니가 화면을 더 확대했다.“이상해.”“뭐가?”수혁이 옆으로 다가왔다.“재희 손.”재희의 오른손이 경태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막으려는 모습이 아니었다.오히려—“칼을 자기 쪽으로 당기고 있어.”수혁의 얼굴이 굳었다.경태가 눈을 감았다.“그래.”“설명해.”제니가 말했다.“이번에는 하나도 빼지 말고.”경태가 잠시 침묵했다.“재희가 부탁했어.”“뭘?”“자기를 죽여달라고.”수혁이 경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그래서 죽였어?”“아니.”“사진은?”“저건 재희가 원하는 장면을 만든 거야.”“왜?”경태가 수혁을 똑바로 바라봤다.“누군가 보고 있었으니까.”방 안이 조용해졌다.제니가 물었다.“누가?”“몰랐어.”“뭐?”“재희도 정확히는 몰랐어. 하지만 자기 움직임을 계속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했어.”제니의 손에 들
[둘 중 하나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제니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게 무슨 뜻이야?”수혁이 휴대전화를 빼앗듯 가져갔다.메시지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안 해.”“아직 아무것도 확인 안 했어.”“확인할 필요 없어.”“또 혼자 결정하지 말랬지.”“네가 인간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당신일 수도 있잖아.”수혁이 입을 다물었다.제니가 경태를 돌아봤다.“설명해.”경태는 예상했다는 듯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결국 연락했네.”“누군지 알아?”“짐작은 해.”“누군데?”“확실해지면 말하지.”제니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지금까지 비밀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또?”“이건 비밀이 아니라 확인이야.”수혁이 경태의 멱살을 잡았다.“장난칠 생각이면 지금 끝내.”“놓고 물어.”“세 번째 피를 나누면 제니가 어떻게 돼?”경태가 수혁의 손을 내려다봤다.“그건 나도 몰라.”“뭐?”“백이십 년 전에 실행되지 않았으니까.”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걸 방법이라고 말한 거야?”“윤재희가 만든 방법이라고 했지, 내가 성공을 확인했다고는 안 했어.”제니가 둘 사이로 들어왔다.“수혁. 놔.”수혁이 경태를 놓았다.경태는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했다.“확실한 건 세 번째 피가 두 사람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뿐이야.”“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건?”“표현의 문제일 수도 있어.”유라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수혁은 이미 인간도, 평범한 뱀파이어도 아니야.”경태가 말했다.“심장이 뛰는 뱀파이어니까.”제니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그럼 나도 비슷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거야?”“가능성은 있지.”“뱀파이어로?”“그건 아니야.”경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완전한 뱀파이어가 되려면 죽음이 먼저 필요해. 세 번째 선택은 죽지 않고 균형을 맞추는 거야.”도겸이 팔짱을 꼈다.“결국 제니가 인간과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은 있다는 거네.”“그래.”수혁이 다시 말했다.“안 해.”제니가
“이제야.”경태의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나한테 물어볼 차례가 왔네.”수혁은 여전히 경태의 목을 잡고 있었다.“말해.”“이렇게 목 졸라놓고?”“말하는 데 문제없어 보이는데.”경태가 피식 웃었다.“여전하네, 강수혁.”“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제니가 그의 팔을 잡았다.“놔줘.”“제니야.”“저 사람이 방법을 안다잖아.”“믿어?”“안 믿어.”제니가 경태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래도 들어는 봐야지.”수혁은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다 경태를 거칠게 놓아줬다.경태가 목을 문질렀다.“윤재희보다 성격이 세네.”“비교하지 마.”수혁과 제니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도겸이 작게 중얼거렸다.“이럴 때만 잘 맞지.”“들었어.”제니가 쏘아붙였다.경태가 웃음을 거두었다.“세 번째 선택은 간단해.”“뭔데?”“둘 다 지금 모습 그대로 사는 것.”제니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야?”“강수혁은 뱀파이어로.”경태가 수혁을 가리켰다.“윤제니는 인간으로.”“지금도 그렇잖아.”“아니.”유라가 먼저 말했다.“지금 수혁은 원래 상태가 아니야.”경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심장이 뛰잖아.”제니가 수혁의 가슴을 바라봤다.그 안에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자신과 같은 박자로.“재희의 첫 번째 피가 강수혁의 죽은 심장을 깨웠고, 두 번째 피가 두 사람의 생명을 연결했어.”경태가 말했다.“세 번째 단계에서는 그 연결을 안정시켜야 해.”“안정시키지 않으면?”이번에는 수혁이 물었다.경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둘 중 하나가 먼저 무너져.”제니의 얼굴이 굳었다.“어떻게?”“인간의 몸은 뱀파이어의 생명력을 계속 견딜 수 없고, 뱀파이어의 몸 역시 인간의 생명에 계속 맞춰질 수 없어.”도겸이 물었다.“그래서 인간이 되거나 뱀파이어가 되는 선택지가 생기는 거군.”“원래는.”경태가 제니를 바라봤다.“그런데 재희가 그걸 거부했어.”“왜?”“어느 쪽이든 한 사람이
제니야.제니의 숨이 멎었다.분명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린 목소리였다.하지만 수혁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이번에는 나처럼 선택하지 마.“재희……?”제니가 중얼거리자 수혁이 곧바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뭐가 들려?”“윤재희 목소리.”그 말을 끝내는 순간 주변의 소리가 멀어졌다.수혁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도겸과 유라의 숨소리도.모든 것이 물속으로 가라앉듯 희미해졌다.눈앞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제니는 낯선 방 안에 서 있었다.아니.자신이 아니었다.윤재희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그리고 그 칼끝은 자신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재희의 목소리가 떨렸다.맞은편에는 붉은 눈의 여자가 서 있었다.한유라였다.지금과 달리 눈도, 피부도 완벽한 뱀파이어의 것이었다.“아니.”유라가 재희의 손목을 붙잡았다.“죽는다고 해결되지 않아.”“제가 살아 있으면 계속 수혁 씨를 찾아갈 거예요.”“그들이 원하는 건 네 피야.”“그러니까요.”재희가 힘없이 웃었다.“제가 없어지면 끝나잖아요.”“재희야.”“수혁 씨를 인간으로 만들면 제가 죽고.”재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제가 뱀파이어가 되면 평생 제 피를 노리는 것들에게 쫓기겠죠.”유라는 부정하지 못했다.“수혁 씨를 죽이면 저는 살 수 있고요.”“그래.”“그런데 못 하겠어요.”재희의 손에서 칼이 떨렸다.“그 사람은 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자기 목도 내줄 사람이니까.”제니의 가슴이 저릿했다.이미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칼을 들고 울던 재희.그리고 피하지 않았던 수혁.나 죽여.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그래서 다른 방법을 만들 거예요.”재희가 말했다.유라가 굳었다.“무슨 방법?”“이번 생에서 답이 없다면.”재희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다음으로 넘길 거예요.”“설마 표식을?”“기억을 남겨주세요.”“안 돼.”유라가 즉시 거절했다.“다음의 네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전부 기억하게 할
“재희를 죽인 일곱 번째.”한유라의 붉은 눈이 흔들렸다.“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놈이야.”수혁은 맞은편 건물 옥상을 바라봤다.검은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자신들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이름.”수혁이 물었다.유라가 입술을 깨물었다.“진경태.”그 이름이 떨어지는 순간 도겸의 표정이 변했다.“잠깐.”제니가 그를 돌아봤다.“당신도 알아?”“죽은 줄 알았어.”“누군데?”도겸의 시선이 옥상으로 향했다.“우리보다 오래된 뱀파이어.”수혁이 차갑게 물었다.“얼마나.”“정확한 나이는 몰라. 내가 처음 봤을 때도 이미 오래 살아 있었으니까.”그 순간.옥상에 서 있던 경태가 사라졌다.“없어졌어.”제니가 중얼거렸다.수혁이 곧바로 그녀를 자신의 뒤로 당겼다.“아니.”그의 시선이 현관으로 향했다.“왔어.”똑.똑.똑.노크 소리가 들렸다.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문 열어.”낮은 남자의 목소리.“백이십 년 만에 찾아왔는데 너무하잖아.”수혁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뒤에 있어.”“같이 갈게.”“제니야.”“나 때문에 온 거잖아.”수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윤제니.”제니의 표정이 굳었다.“이름까지 아네.”“저놈은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기다렸을 거야.”유라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절대로 피 보여주지 마.”제니가 그녀를 돌아봤다.“왜?”“경태는 재희의 피를 직접 마셨던 놈이니까.”수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뭐?”“그날 봤어.”유라의 목소리가 떨렸다.“재희가 죽어갈 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게 진경태였어.”쾅!수혁이 현관문을 걷어찼다.문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복도 끝에 남자가 서 있었다.검은 코트.창백한 얼굴.그리고 웃고 있는 붉은 눈.진경태.“성질 여전하네.”경태가 말했다.수혁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쾅!벽이 흔들렸다.수혁의 손이 경태의 목을 잡았다.“네가 재희 죽였어?”“죽였다기보다는.”경태는 목이 잡힌 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