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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뱀파이어의 첫 번째 교통사고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3 17:02:26

“강수혁, 당신은 저쪽 차 타!”

윤제니가 빨간색 범퍼카를 가리켰다.

강수혁은 옆에 놓인 검은색 범퍼카를 바라봤다.

“왜?”

“우리 서로 다른 차 타야지.”

“같이 타는 줄 알았는데.”

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대결이야.”

“대결?”

“응. 누가 더 많이 부딪치나!”

수혁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일부러 사고를 내야 하는 거네.”

제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맞아!”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해볼게.”

제니는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힘 조절하는 거 잊지 마.”

“알아.”

“차 부수면 안 돼.”

수혁은 웃었다.

“그 정도로 세게 하진 않을게.”

*

두 사람은 각자 범퍼카에 올라탔다.

제니는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대를 잡았다.

수혁은 자신의 차 안을 유심히 살펴봤다.

“…….”

제니가 옆에서 외쳤다.

“뭐 해?”

“브레이크가 없네.”

“범퍼카니까!”

“가속 페달 하나뿐이야?”

“응!”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독특하네.”

제니는 웃음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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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20.뱀파이어에게 식물을 맡기면 생기는 일

    “강수혁, 오늘은 딱 세 가지만 기억해.”윤제니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수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말해.”“첫째, 물은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야.”“응.”“둘째, 식물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달라.”“알았어.”“셋째.”제니는 수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시들었다고 당신 피 주면 안 돼.”수혁은 잠시 침묵했다.“……그럴 생각 없었는데.”“혹시 모르잖아.”“제니야. 나 뱀파이어지, 마법사는 아니야.”제니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알았어. 그럼 출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실내 식물 교환회였다.유리 온실을 개조한 행사장에는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잎이 둥근 식물부터 기다란 덩굴이 늘어진 식물까지 종류도 다양했다.제니는 입구에서 안내지를 받아 들었다.“여기 봐. 초보자용 식물도 따로 추천해 준대.”수혁은 행사장을 둘러봤다.“생각보다 사람이 많네.”“요즘 식물 키우는 사람 많잖아.”제니는 그의 손을 잡았다.“오늘 목표는 하나야.”“뭔데?”“우리 둘 다 안 죽이고 키울 수 있는 식물 고르기.”수혁은 웃었다.“기준이 확실하네.”“당연하지. 당신 선인장 전적이 있잖아.”“그 이야기는 언제까지 할 거야?”“새 식물이 무사히 자랄 때까지.”*두 사람은 초보자용 식물이 놓인 테이블로 향했다.안내를 맡은 직원이 웃으며 설명했다.“처음 키우시는 거라면 스킨답서스나 산세비에리아가 비교적 관리하기 편해요.”제니는 작은 스킨답서스 화분을 들어 올렸다.연두색과 짙은 녹색이 섞인 잎이 귀엽게 늘어져 있었다.“이거 예쁘다.”수혁도 가까이 다가왔다.“잎이 하트처럼 생겼네.”“그치?”제니는 화분을 돌려봤다.“당신 집에 놓으면 예쁘겠다.”수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런데 우리 집은 낮에 커튼을 다 치잖아.”제니의 손이 멈췄다.“아.”수혁은 웃었다.“식물한테는 별로 좋은 환경이 아니겠지?”제니는 잠시 고민하다 직원에게 물었다.“혹시 햇빛이 많이 안 들어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9.과연 뱀파이어의 물건은 얼마에 팔릴까

    “강수혁.”“응?”“이거 진짜 팔아도 되는 거야?”윤제니는 식탁 위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를 바라봤다.상자 안에는 오래된 회중시계 하나가 들어 있었다.짙은 금빛 테두리와 손으로 새긴 듯한 꽃무늬. 뚜껑을 열자 작은 초침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오래전에 사놓고 사용하지 않던 거야.”“얼마나 오래전?”“한 80년?”제니의 손이 멈췄다.“……80년?”“응.”“강수혁!”“왜?”“그런 걸 벼룩시장에 가져가면 어떡해!”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안 쓰는 물건을 파는 곳이라며.”“그렇긴 한데!”제니는 회중시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건 골동품이잖아. 가치도 확인해야 하고.”수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다른 걸 가져갈까?”“당연하지!”그는 상자를 닫았다.“알았어.”제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수혁이 서재로 들어가더니 이번에는 낡은 만년필을 가져왔다.“이건?”제니는 만년필을 살펴봤다.“이건 언제 산 건데?”“60년쯤 전.”“강수혁!”수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이것도 안 돼?”“당신 집에는 평범한 중고 물건 없어?”“평범한 물건?”“응! 몇 년 전에 사서 안 쓰는 거!”수혁은 한참 고민했다.그러더니 조용히 말했다.“있어.”제니의 얼굴이 밝아졌다.“뭔데?”“가습기.”“좋아!”“그리고 무선 키보드.”“완벽해!”제니는 두 손을 마주쳤다.“그런 걸 가져가야지!”*다음 날 밤.두 사람은 소예빈이 알려준 실내 벼룩시장에 도착했다.넓은 공간에는 작은 판매대들이 줄지어 있었다.옷과 책, 생활용품, 장난감,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예빈은 입구에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제니야!”“예빈아!”예빈은 수혁이 들고 있는 상자를 바라봤다.“뭐 가져왔어요?”수혁이 대답했다.“가습기랑 키보드요.”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 작동만 잘되면 금방 팔릴 수도 있어요.”제니는 수혁을 힐끗 바라봤다.“원래는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8. 뱀파이어의 첫 번째 심야 세탁소

    “강수혁, 당신 세탁기 돌릴 줄 알아?”윤제니의 질문에 수혁이 고개를 들었다.“알지.”“진짜?”“응.”“그럼 건조기는?”“그것도.”제니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아, 재미없어.”수혁이 웃었다.“내가 세탁기도 못 돌릴 줄 알았어?”“아니, 그런 건 아닌데.”제니는 소파에 걸쳐둔 패딩을 들어 올렸다.“오늘은 당신이 한 번도 안 가봤을 만한 곳에 데려가려고 했거든.”“어딘데?”“24시간 셀프 빨래방.”수혁은 잠시 생각했다.“……거긴 안 가봤어.”제니의 얼굴이 환해졌다.“진짜?”“응. 집에서 세탁하면 되니까.”“좋아! 그럼 오늘 가자.”“지금?”“응. 이불도 빨고!”수혁은 벽시계를 바라봤다.밤 11시 40분.그는 다시 제니를 돌아봤다.“한밤중에 이불 빨래하러 가는 게 데이트야?”제니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한테는 그렇지!”*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두 사람은 커다란 이불을 담은 세탁 가방을 들고 셀프 빨래방에 들어섰다.형광등 아래로 대형 세탁기들이 줄지어 있었다.벽 한쪽에는 건조기와 운동화 세탁기가 설치돼 있었고, 작은 테이블에는 잡지와 만화책이 놓여 있었다.수혁은 내부를 둘러봤다.“생각보다 넓네.”제니는 가방을 내려놓았다.“그치? 여긴 이불도 한꺼번에 빨 수 있어.”“집 세탁기보다 크네.”“당연하지.”제니는 동전 교환기 앞으로 걸어갔다.수혁이 뒤따랐다.“뭐 하는 거야?”“동전 바꾸려고.”“카드로 하면 안 돼?”제니는 기계 옆 안내문을 읽었다.“어? 카드도 되네.”수혁이 미소 지었다.“그럼 카드로 하자.”“잠깐.”제니가 그를 막았다.“오늘은 당신이 직접 해봐.”“세탁?”“응. 처음부터 끝까지.”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수혁은 세탁기 앞에서 설명문을 읽었다.“이불 전용 코스…… 세제 자동 투입…….”제니는 옆에서 팔짱을 꼈다.“어때?”“간단하네.”“그럼 넣어봐.”수혁은 이불을 들어 세탁기 안에 넣었다.그런데 이불이 한쪽으로 뭉쳤다.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7.뱀파이어가 만든 러그의 정체

    “강수혁.”“응?”“당신 왜 자꾸 휴대폰 숨겨?”윤제니가 조수석에서 고개를 기울였다.수혁은 운전석 옆 수납공간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안 숨겼는데.”“방금 내가 보니까 화면 껐잖아.”“그냥 검색하던 거야.”“뭘?”수혁은 잠시 망설였다.“러그.”제니의 눈이 가늘어졌다.“설마 박쥐?”“…….”“강수혁!”수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아직 결정 안 했어.”“어제 펭귄도 박쥐도 안 된다고 했잖아!”“펭귄만 금지라고 했어.”제니는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그녀가 중얼거렸다.“……그랬나?”“응.”“아, 진짜. 말꼬리 잡기는.”수혁은 웃으며 방향지시등을 켰다.“걱정하지 마. 다른 것도 생각해 뒀어.”“뭔데?”“비밀.”제니는 창밖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요즘 비밀이 너무 많아.”*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야간에도 운영하는 터프팅 공방이었다.벽에는 형형색색의 실이 걸려 있었고, 커다란 작업틀마다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제니는 입구에 전시된 러그를 구경했다.“와, 이거 진짜 예쁘다.”수혁도 옆에 섰다.“생각보다 종류가 많네.”“그치? 꽃도 있고, 구름도 있고.”제니는 둥근 러그 하나를 가리켰다.“저건 계란프라이네.”수혁은 잠시 바라봤다.“바닥에 계란을 놓는 거야?”“디자인이잖아!”“알아.”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제니는 팔짱을 꼈다.“오늘도 놀리기 시작했네?”“조금.”*강사는 두 사람에게 도안을 고르게 했다.“처음 하시는 분들은 색이 너무 많거나 선이 복잡한 그림보다 단순한 모양을 추천드려요.”제니는 미리 생각해 둔 그림을 꺼냈다.연한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 초승달이 들어간 디자인이었다.수혁이 물었다.“달이야?”“응. 당신 집 소파 앞에 놓으려고.”“예쁘네.”“당신은?”수혁은 태블릿 화면을 돌렸다.제니는 화면을 바라봤다.검은색 바탕.작은 붉은색 하트.그리고 하트 양옆에 붙은 뾰족한 날개.제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강수혁.”“응?”“이거 박쥐잖아.”“하트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6.뱀파이어의 수상한 저녁 메뉴

    “강수혁.”“응?”“당신이 고른 음식, 정말 사람이 먹는 거 맞지?”윤제니는 식탁 위에 놓인 검은색 상자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수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피 들어간 거 아니고?”“아니야.”“박쥐도 아니지?”“제니야.”“응?”“박쥐는 나도 안 먹어.”제니는 입술을 삐죽였다.“혹시 모르잖아.”수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걱정하지 마.”제니는 상자를 가리켰다.“그럼 열어봐.”수혁이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작은 유리병 네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향수?”“아니.”“약?”“그것도 아니야.”수혁은 첫 번째 병을 꺼냈다.병 안에는 짙은 갈색의 끈적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이건 발사믹 식초야.”제니는 눈을 깜빡였다.“식초?”“응. 오래 숙성한 거.”“그걸 먹자고?”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의 주제는 맛을 맞히는 거야.”제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당신 혹시 나 놀리려고 준비했어?”“아니. 정말 궁금해서.”수혁은 상자에서 작은 카드를 꺼냈다.블라인드 미식 체험 세트.제니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아! 음식 맞히기?”“응. 설명서에 적혀 있었잖아. 서로 처음 먹어보는 음식 고르기.”“그렇지.”“그래서 평소에 잘 안 먹는 재료들을 골라봤어.”제니는 상자를 다시 살펴봤다.“그럼 나머지는?”수혁은 미소 지었다.“먹어보면 알아.”“아, 진짜!”*두 사람은 주방에서 작은 접시들을 준비했다.수혁은 재료를 한입 크기로 나눠 담았다.제니는 의자에 앉아 눈가리개를 착용했다.“잠깐.”수혁이 물었다.“왜?”“당신은 냄새로 다 맞히는 거 아니야?”수혁은 잠시 멈췄다.“그럴 수도 있지.”“반칙이잖아!”“그럼 어떻게 할까?”제니는 잠시 고민했다.“당신은 냄새 맡지 말고 바로 먹기.”수혁이 웃었다.“숨을 참으라고?”“응. 먹기 직전까지만.”“알았어.”제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시작하자.”*첫 번째 음식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5.뱀파이어의 하루 사용 설명서

    “강수혁, 이거 봐.”윤제니가 소파 위로 두꺼운 노트를 내려놓았다.수혁은 스케치북에서 고개를 들었다.“뭔데?”“당신 사용 설명서.”“……뭐?”제니는 노트 첫 장을 펼쳤다.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강수혁 사용 설명서 — 윤제니 전용수혁은 한동안 제목을 바라봤다.“내가 가전제품이야?”“아니. 뱀파이어.”“그게 더 이상한데.”제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첫 번째 항목을 읽었다.“하나.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 것.”“그건 중요하지.”“둘. 은제품은 가급적 피할 것.”“맞아.”“셋. 배고프다고 사람을 물지 말 것.”수혁이 고개를 들었다.“내가 언제 그랬어?”“예방 차원이지.”“억울한데.”제니는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아직 안 끝났어.”그녀는 마지막 항목을 가리켰다.넷. 지나치게 잘생겼으므로 외출 시 주의할 것.수혁은 그 문장을 읽더니 결국 웃었다.“이건 누가 썼어?”“내가.”“객관적인 설명서가 아닌 것 같은데.”“사용자 후기야.”“사용자가 너야?”“응. 장기 이용 고객.”수혁은 웃으며 노트를 덮었다.“그럼 나도 써야겠네.”“뭘?”“윤제니 사용 설명서.”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좋아! 서로 만들어보자!”*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제니는 파란색 펜을, 수혁은 검은색 펜을 들었다.“규칙부터 정하자.”제니의 말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규칙?”“서로에게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 그리고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기.”“좋아.”“거짓말 금지.”“응.”“놀리기 금지.”수혁이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네가 지킬 수 있어?”제니는 잠시 침묵했다.“……최대한.”수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첫 질문은 제니가 했다.“당신은 잠잘 때 꿈꿔?”“가끔.”“뱀파이어도 꿈을 꿔?”“응. 다만 깊게 잠드는 날이 많지 않아서.”제니는 열심히 받아 적었다.“그럼 악몽도?”“꾸지.”“무슨 악몽?”수혁은 잠시 생각했다.“최근에는 피아노 건반이 전부 젤리로 바뀌는 꿈.”제니의 펜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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