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제 진실을 들을 때도 됐잖아, 강수혁.”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수혁의 얼굴이 굳었다.제니는 그를 바라봤다.“저 여자 알아?”“모른다고 했잖아.”“그런데 저쪽은 당신을 아는데?”수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딩동.초인종이 다시 울렸다.도겸이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직접 확인하면 되겠네.”“열지 마.”수혁이 막아섰다.“왜?”“재희가 죽었던 곳에 남아 있던 냄새야.”“그러니까 더 만나야지.”“함정일 수도 있어.”그 순간 문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서도겸.”도겸의 표정까지 굳었다.“너도 거기 있지?”제니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둘 다 아네.”“나는 저 목소리 처음 들어.”“나도.”“그런데 저 사람은 다 알고 있잖아.”제니가 현관으로 향했다.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내 뒤에 있어.”“또?”“이번에는 말 들어.”수혁이 문 앞에 섰다.철컥.문이 열렸다.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창백한 얼굴.긴 검은 머리.겉보기에는 평범한 인간이었다.하지만 여자가 수혁을 보는 순간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심장이 뛰네.”수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누구야.”“기억 못 하겠지.”“이름.”여자가 대답했다.“한유라.”도겸이 그녀를 살폈다.“인간인데.”“지금은.”짧은 대답이었다.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유라의 시선이 제니에게 향했다.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정말 닮았네.”“윤재희?”“얼굴은.”유라가 제니를 천천히 살폈다.“하지만 눈은 다르네.”수혁이 제니의 앞을 막았다.“용건만 말해.”“여전하네.”“뭐가.”“그렇게 앞을 막고 서는 거.”유라가 씁쓸하게 웃었다.“백이십 년 전에도 그랬어.”제니가 물었다.“당신, 윤재희를 알았어?”“알았지.”“얼마나?”유라는 잠시 침묵했다.“죽는 순간까지.”수혁이 순식간에 그녀의 목을 붙잡았다.“다시 말해.”“수혁!”제니가 그의 팔을 잡았다.유라는 목이 잡힌 상태에서도 웃었다.“이래서
[그 선택 때문에 죽은 거야.]제니는 한동안 메시지를 바라봤다.“인간을 선택해서 죽었다고?”수혁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그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믿지 마.”“왜?”“누가 보내는지도 모르잖아.”“그런데 지금까지 틀린 말만 한 건 아니잖아.”수혁은 대답하지 못했다.사진도.윤재희가 죽었던 장소도.편지도.보낸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실제 존재하는 것들이었다.제니가 도겸을 바라봤다.“재희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아?”“몰라.”“정말?”“그때는 선택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도겸이 편지를 내려다봤다.“내가 재희한테 만들어준 건 표식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럼 그 붉은 눈 여자는?”“누군지 몰라.”“백이십 년 전에 재희 주변에 있던 뱀파이어인데?”“모든 뱀파이어가 서로 아는 건 아니야.”도겸의 표정이 굳었다.“오히려 재희가 나 몰래 다른 뱀파이어를 만났다는 게 더 이상해.”수혁이 낮게 말했다.“나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제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둘 다 모른다는 거네.”“그래.”제니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직접 물어보자.”“누구한테?”제니는 휴대전화를 들었다.익명의 번호로 답장을 입력했다.[인간을 선택하면 왜 죽는데?]수혁이 손목을 잡았다.“보내지 마.”“왜?”“저쪽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거니까.”“이미 저쪽은 우리가 어디서 뭘 하는지도 알아.”제니가 그의 손을 떼어냈다.“계속 끌려다니느니 질문이라도 할래.”전송.몇 초가 지나도 답은 없었다.제니가 화면을 내려놓으려는 순간.진동이 울렸다.[인간이 되는 대가가 필요하니까.]곧바로 다음 메시지.[죽은 자를 인간으로 되돌리려면 살아 있는 자의 생명이 필요해.]제니의 표정이 굳었다.수혁은 메시지를 읽자마자 말했다.“안 해.”“아직 뭔지도 모르잖아.”“알 만큼 알았어.”“수혁.”“내가 인간이 되는 대신 네가 죽는다는 소리잖아.”그의 목소리가 단호했다.“그런 선택이면 필요 없어.”도
생명 연결을 시작합니다.붉은 문장이 떠오른 순간.제니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쿵!“윽…….”가슴을 움켜쥐자 수혁도 동시에 몸을 굽혔다.“수혁?”“괜찮아.”말과 달리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쿵.다시 한 번.이번에는 두 사람의 심장이 정확히 같은 순간에 뛰었다.제니가 숨을 죽였다.“같아.”“뭐가?”“심장 뛰는 시간.”수혁도 알아차린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쿵.제니의 심장.쿵.수혁의 심장.완전히 같은 박자였다.도겸이 편지를 낚아채듯 가져갔다.“이건 재희가 처음 말했던 조건에 없었어.”“당신도 몰랐다고?”“두 번째 피 자체를 몰랐어.”도겸은 붉게 떠오른 문장을 살폈다.“재희가 나한테 부탁한 건 표식을 남기는 것까지였어. 그 뒤에 뭘 더 했는지는…….”“당신 몰래 했다는 거야?”제니가 물었다.“그래.”수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재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도겸도 반박하지 못했다.누군가 있었다.백이십 년 전.재희에게 표식 이상의 무언가를 알려준 존재가.그 순간 제니가 휘청거렸다.“제니!”수혁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그런데 이상했다.아픈 곳은 제니가 아니었다.옆구리가 찢어지는 듯 뜨거웠다.“아…… 아파.”“어디가?”“옆구리.”수혁의 표정이 굳었다.그가 자신의 옷을 걷었다.조금 전 싸움에서 생긴 상처가 있었다.제니의 눈이 커졌다.“설마.”도겸이 수혁의 상처를 확인했다.“제니 몸에는 상처 없어?”없었다.그런데 통증은 똑같았다.수혁이 상처를 눌렀다.“윽!”이번에는 제니가 신음을 터뜨렸다.수혁이 즉시 손을 뗐다.“미친…….”“하지 마!”“확인한 거야.”“확인한다고 왜 세게 눌러!”“미안.”도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통증까지 연결됐어.”제니가 수혁을 노려봤다.“앞으로 다치지 마.”“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나는 인간이야. 원래 다치면 아파.”“나는?”“당신은 뱀파이어잖아.”“이제 나도 아픈 것 같은데.”수혁이 자신의 심장
[윤재희의 편지를 읽는 순간, 두 번째 단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제니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또 알고 있어.”수혁의 표정이 싸늘해졌다.“편지까지.”도겸도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이건 이상한데.”“뭐가?”“재희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수혁이 즉시 물었다.“누가 아는데.”“나.”“그리고.”도겸이 잠시 침묵했다.“재희.”“죽은 사람 빼고.”“그게 전부야.”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당신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그래서 나도 기분이 더러운 거야.”도겸이 휴대전화를 바라봤다.“누군가 내가 가진 기억까지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수혁이 손을 내밀었다.“주소.”“뭐?”“편지 있는 곳.”“문자 못 봤어?”“봤어.”“읽으면 되돌릴 수 없다잖아.”수혁이 차갑게 웃었다.“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거야?”도겸이 입을 다물었다.제니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가자.”“제니.”수혁이 그녀를 돌아봤다.“괜찮겠어?”“여기까지 와서 안 읽는 게 더 이상해.”“두 번째 단계가 뭔지도 몰라.”“그래서 읽어야지.”제니가 수혁의 가슴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었다.“재희는 당신 심장이 다시 뛰는 날 편지를 주라고 했어.”“그래.”“그럼 지금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제니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내 심장까지 이상해진 이유도 적혀 있을 수 있어.”수혁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대신 도겸을 바라봤다.“안내해.”도겸이 데려간 곳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수혁이 건물을 보자 걸음을 멈췄다.“여기 아직 있었어?”“아는 곳이야?”제니가 물었다.수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재희가 살았던 집이야.”제니의 시선이 집으로 향했다.백이십 년 전의 집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는 없었다.여러 번 수리한 흔적이 보였다.그런데 이상했다.처음 보는 곳인데.낯설지가 않았다.“나 여기
[다음에는 윤제니의 심장이 멈춘다.]제니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건 또 무슨 소리야.”수혁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메시지를 읽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누가 보내는 거든 찾아내야겠어.”“아까 도겸이 보낸 건 아니라며.”“그래서 더 문제야.”수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우리가 여기서 뭘 했는지 실시간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제니가 멈칫했다.심장이 뛰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분 전이었다.그 사실을 아는 건 이 방에 있던 사람들뿐이었다.제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도겸에게 향했다.도겸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왜. 또 나야?”“당신 아니라고 어떻게 믿어?”“내가 보냈으면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지.”“그건 당신 생각이고.”“둘 다 그만해.”수혁이 끼어들었다.그리고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사진.벽의 문양.깨진 창문.그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천장 구석.수혁이 순식간에 손을 뻗었다.우두둑.벽 일부가 뜯겨 나갔다.그 안에서 작은 검은 물체가 떨어졌다.제니의 눈이 커졌다.“카메라?”도겸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송신 장치까지 붙어 있어.”제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럼 계속 보고 있었던 거야?”“아마도.”수혁이 카메라를 빼앗아 손안에서 부숴버렸다.“미친 새끼.”“그렇게 부수면 추적 못 하는데.”도겸이 말했다.“내가 알아서 찾아.”“성질은 백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서도겸.”“알았어.”제니는 다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두 번째 단계.자신의 심장이 멈춘다.“수혁.”“왜.”“당신 심장이 뛰기 시작한 거랑 내 심장이 멈춘다는 게 연결된 걸까?”수혁의 표정이 굳었다.“아니야.”“왜 그렇게 확신해?”“확신하는 게 아니라.”수혁이 제니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렇게 안 되게 할 거야.”“방법도 모르잖아.”“찾으면 돼.”“그전에 멈추면?”“윤제니.”목소리가 낮아졌다.제니는 입을 다물었다.수혁의 얼굴이 생각보다 심각했다.“그
“모든 뱀파이어를 바꿀 수 있는 피였으니까.”제니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 피가?”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웃었다.“그래.”수혁이 그의 목을 더 세게 눌렀다.“입 닥쳐.”“왜? 이제는 알아야지.”남자의 붉은 눈이 제니를 향했다.“백이십 년 전에 윤재희의 피를 노린 게 누군지.”“우리 모두라고 했지.”제니가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남자가 웃었다.“인간이 되고 싶은 놈도 있었고.”그의 시선이 수혁의 뛰는 가슴으로 향했다.“죽은 몸을 되살리고 싶은 놈도 있었지.”“그만하라고 했다.”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우두둑.“윽…….”“수혁.”제니가 불렀다.수혁이 멈췄다.죽이지 마.이번에는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그런데—수혁이 천천히 제니를 돌아봤다.“……방금 너였어?”제니도 놀랐다.“들렸어?”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표식이 연결된 뒤로 서로의 목소리가 머릿속까지 들리고 있었다.도겸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것까지 연결됐다고?”제니는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윤재희는 어떻게 죽었어?”남자의 웃음이 사라졌다.“그건 나도 몰라.”“거짓말.”“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어.”제니가 멈칫했다.“그럼 어떻게 알아?”“남아 있는 기록이 있으니까.”수혁의 표정이 변했다.“무슨 기록?”“모르는 척하지 마.”남자가 수혁을 올려다봤다.“윤재희가 죽던 날, 그 피를 마신 뱀파이어들이 있었다는 기록.”제니의 얼굴이 굳었다.“한 명이 아니었어?”“아니.”남자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재희의 몸에서 피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했어.”순간.수혁의 손이 멈췄다.제니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분노보다 먼저 스친 감정.충격이었다.“당신도 몰랐어?”“재희를 발견했을 때는…….”수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이미 늦었어.”도겸이 낮게 말했다.“그건 사실이야.”제니가 그를 돌아봤다.“당신도 있었어?”“수혁과 같이 재희를 찾고 있었어.”“그럼 누가 죽였는지는?”“찾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