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다음에는 윤제니의 심장이 멈춘다.]제니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건 또 무슨 소리야.”수혁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메시지를 읽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누가 보내는 거든 찾아내야겠어.”“아까 도겸이 보낸 건 아니라며.”“그래서 더 문제야.”수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우리가 여기서 뭘 했는지 실시간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제니가 멈칫했다.심장이 뛰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분 전이었다.그 사실을 아는 건 이 방에 있던 사람들뿐이었다.제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도겸에게 향했다.도겸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왜. 또 나야?”“당신 아니라고 어떻게 믿어?”“내가 보냈으면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지.”“그건 당신 생각이고.”“둘 다 그만해.”수혁이 끼어들었다.그리고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사진.벽의 문양.깨진 창문.그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천장 구석.수혁이 순식간에 손을 뻗었다.우두둑.벽 일부가 뜯겨 나갔다.그 안에서 작은 검은 물체가 떨어졌다.제니의 눈이 커졌다.“카메라?”도겸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송신 장치까지 붙어 있어.”제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럼 계속 보고 있었던 거야?”“아마도.”수혁이 카메라를 빼앗아 손안에서 부숴버렸다.“미친 새끼.”“그렇게 부수면 추적 못 하는데.”도겸이 말했다.“내가 알아서 찾아.”“성질은 백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서도겸.”“알았어.”제니는 다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두 번째 단계.자신의 심장이 멈춘다.“수혁.”“왜.”“당신 심장이 뛰기 시작한 거랑 내 심장이 멈춘다는 게 연결된 걸까?”수혁의 표정이 굳었다.“아니야.”“왜 그렇게 확신해?”“확신하는 게 아니라.”수혁이 제니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렇게 안 되게 할 거야.”“방법도 모르잖아.”“찾으면 돼.”“그전에 멈추면?”“윤제니.”목소리가 낮아졌다.제니는 입을 다물었다.수혁의 얼굴이 생각보다 심각했다.“그
“모든 뱀파이어를 바꿀 수 있는 피였으니까.”제니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 피가?”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웃었다.“그래.”수혁이 그의 목을 더 세게 눌렀다.“입 닥쳐.”“왜? 이제는 알아야지.”남자의 붉은 눈이 제니를 향했다.“백이십 년 전에 윤재희의 피를 노린 게 누군지.”“우리 모두라고 했지.”제니가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남자가 웃었다.“인간이 되고 싶은 놈도 있었고.”그의 시선이 수혁의 뛰는 가슴으로 향했다.“죽은 몸을 되살리고 싶은 놈도 있었지.”“그만하라고 했다.”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우두둑.“윽…….”“수혁.”제니가 불렀다.수혁이 멈췄다.죽이지 마.이번에는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그런데—수혁이 천천히 제니를 돌아봤다.“……방금 너였어?”제니도 놀랐다.“들렸어?”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표식이 연결된 뒤로 서로의 목소리가 머릿속까지 들리고 있었다.도겸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것까지 연결됐다고?”제니는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윤재희는 어떻게 죽었어?”남자의 웃음이 사라졌다.“그건 나도 몰라.”“거짓말.”“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어.”제니가 멈칫했다.“그럼 어떻게 알아?”“남아 있는 기록이 있으니까.”수혁의 표정이 변했다.“무슨 기록?”“모르는 척하지 마.”남자가 수혁을 올려다봤다.“윤재희가 죽던 날, 그 피를 마신 뱀파이어들이 있었다는 기록.”제니의 얼굴이 굳었다.“한 명이 아니었어?”“아니.”남자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재희의 몸에서 피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했어.”순간.수혁의 손이 멈췄다.제니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분노보다 먼저 스친 감정.충격이었다.“당신도 몰랐어?”“재희를 발견했을 때는…….”수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이미 늦었어.”도겸이 낮게 말했다.“그건 사실이야.”제니가 그를 돌아봤다.“당신도 있었어?”“수혁과 같이 재희를 찾고 있었어.”“그럼 누가 죽였는지는?”“찾지 못
“살아 있는 뱀파이어야.”낯선 남자의 말이 떨어진 순간.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제니는 수혁의 등을 바 라봤다.심장이 뛰고 있다.체온도 생겼다.그런데 붉은 눈도, 송곳니도 그대로였다.“그게 뭔데?”제니가 물었다.서도겸이 낮게 대답했다.“나도 처음 봐.”“처음?”“뱀파이어는 죽은 몸이야. 심장은 뛰지 않아.”도겸의 시선이 수혁에게 향했다.“그런데 저놈은 지금 살아 있어.”앞에 서 있던 뱀파이어가 웃었다.“그래서 소문이 사실이었던 거군.”수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무슨 소문.”“백이십 년 전부터 있었어.”남자가 제니를 바라봤다.“특별한 피를 가진 인간이 있다고.”수혁이 즉시 시야를 가렸다.“보지 마.”“그 피를 마시면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난다고 했지.”“닥쳐.”“다들 전설이라고 생각했는데.”남자의 송곳니가 드러났다.“진짜였네.”그가 움직였다.순간 수혁도 사라졌다.쾅!두 사람이 벽에 처박혔다.제니가 숨을 삼켰다.수혁이 남자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하지만—“……뭐야.”수혁의 표정이 굳었다.남자가 웃었다.“느려졌네?”수혁의 팔을 잡아 그대로 던졌다.쾅!“수혁!”제니가 달려가려 하자 도겸이 막았다.“가지 마.”“놔!”“지금 네가 움직이면 셋 다 너한테 붙어.”나머지 두 뱀파이어의 시선은 이미 제니에게 고정돼 있었다.수혁이 천천히 일어났다.입가에 피가 맺혔다.제니의 얼굴이 굳었다.수혁이 피를 흘리는 모습.처음이었다.“인간에 가까워진 만큼 약해진 건가?”남자가 비웃었다.수혁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한 번 이겼다고 신났네.”“강수혁.”“왜.”수혁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한 번 더 해봐.”남자가 달려들었다.수혁이 피하려 했다.그런데 이전만큼 빠르지 않았다.남자의 손이 수혁의 목을 움켜쥐었다.“수혁!”그 순간.제니의 손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붉은 표식이 빛났다.동시에 수혁의 가슴도 붉게 빛났다.쿵!수혁의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제니의 심장도 같은
쿵.쿵.제니의 손바닥 아래에서 분명한 박동이 느껴졌다.“진짜 뛰어.”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얼굴이 낯설 정도로 굳어 있었다.“이게 어떻게…….”서도겸이 빠르게 다가왔다.수혁의 손목을 잡으려는 순간.탁.수혁이 그의 손을 쳐냈다.“건드리지 마.”도겸의 눈이 가늘어졌다.“힘은 남아 있네.”“뭐?”“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바로 인간이 된 건 아닌 것 같다고.”제니가 조금 전 본 기억을 떠올렸다.네 피는 강수혁을 인간으로 만드는 피야.“아니야.”두 남자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본 기억에서는 분명히 그랬어.”“뭐라고?”“재희한테 어떤 여자가 말했어.”제니가 수혁을 바라봤다.“내 피가 당신을 인간으로 만든다고.”침묵이 흘렀다.수혁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여전히 창백한 피부.송곳니도 그대로였다.붉은 눈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별로 인간 같지는 않은데.”“시간이 필요한 거 아닐까?”제니가 말하자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왜?”“뱀파이어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피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어.”“그럼 방금 이건 뭔데?”“그러니까 문제지.”도겸이 제니를 바라봤다.“네 피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니까.”그 순간 수혁의 몸이 휘청거렸다.“수혁!”제니가 급히 붙잡았다.수혁의 체온이 이상했다.차갑지 않았다.“당신 몸…….”제니가 그의 목에 손을 댔다.미약하지만 분명한 온기가 느껴졌다.수혁의 표정도 변했다.“따뜻해?”“조금.”수혁이 자신의 목을 짚었다.그러다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왜 그래?”“시끄러워.”“뭐가?”“네 심장 소리.”제니가 굳었다.“내 거?”“너무 크게 들려.”수혁의 눈이 다시 붉어졌다.제니의 목.손목.그리고 손가락의 상처로 시선이 차례로 움직였다.“피 냄새도.”수혁이 이를 악물었다.“아까보다 더 심해.”제니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수혁도 동시에 뒤로 물러났
“내가 네 피를 마시는 순간.”수혁의 송곳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이번에는 정말 멈추지 못할 수도 있어.”제니는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봤다.[피를 나누면 기억이 열린다.]“그럼 안 하면?”“뭐?”“기억을 못 보는 거잖아.”“그게 낫지.”수혁은 단호했다.“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나는 아닌데.”“윤제니.”“백이십 년 전에 내가 왜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누가 재희를 죽였는지, 왜 내 피 때문에 뱀파이어들이 찾아오는지.”제니가 손목의 표식을 들어 보였다.“이것도 아직 제대로 모르잖아.”“그래도 네 피를 마시는 건 안 돼.”“조금만 마시면?”“양의 문제가 아니야.”수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 피 앞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나도 몰라.”서도겸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수혁의 시선이 날카롭게 돌아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한 방울이면 될 수도 있어.”“닥쳐.”제니가 도겸을 바라봤다.“한 방울?”“메시지가 사실이라면 중요한 건 흡혈이 아니라 피를 나누는 행위야.”“확실해?”“확실한 건 없어.”도겸이 벽의 문양을 바라봤다.“하지만 표식이 반응하는 걸 보면 가능성은 있지.”제니는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의 밴드를 바라봤다.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해보자.”“안 돼.”“수혁.”“다른 방법 찾아.”“언제?”제니가 수혁을 똑바로 바라봤다.“또 누가 내 집에 들어오고, 또 뱀파이어가 찾아올 때까지?”수혁은 대답하지 못했다.“난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고 싶지 않아.”제니가 밴드를 천천히 떼었다.희미하게 아물었던 상처가 벌어지며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순간.수혁의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제니.”“한 방울만.”“치워.”그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당장.”제니는 물러서지 않았다.“나 믿어.”수혁이 헛웃음을 흘렸다.“지금 제일 믿으면 안 되는 게 나야.”“그래도.”제니가 손을 내밀었다.“당신은 지금까지 참았잖
“백이십 년 전에 윤재희가 만든 조건이 바뀌었다는 뜻이야.”서도겸의 말에 윤제니는 강수혁의 가슴을 바라봤다.자신의 손목과 똑같은 붉은 표식.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다.“조건이 바뀌었다고?”“그래.”“어떻게?”도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수혁이 셔츠를 여몄다.“네가 만든 거잖아. 설명해.”“내가 만든 건 원래 하나였어.”도겸이 제니의 손목을 가리켰다.“윤재희에게 남긴 표식.”“그런데 왜 나한테도 생겼는데?”수혁이 물었다.“그걸 모르겠다고.”도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백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어.”제니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잠깐.”그녀는 수혁을 바라봤다.“내가 처음 당신을 찔렀을 때.”“왜?”“심장을 찔렀잖아.”“그랬지.”“그때 정말 죽었던 거야?”수혁이 잠시 생각했다.“평소보다 오래 의식이 끊겼어.”“얼마나?”“정확히는 몰라.”도겸의 표정이 변했다.“심장을 찔렀다고?”“그래.”“그리고 살아났어?”수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지금 보이잖아.”“그게 문제가 아니야.”도겸이 수혁에게 다가왔다.“그때부터 표식이 나타난 거라면.”그는 말을 멈췄다.제니가 재촉했다.“뭔데?”“원래 약속이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죽여야 끝난다며.”“원래는.”도겸이 제니를 바라봤다.“그런데 네가 심장을 찔렀고, 강수혁은 다시 살아났어.”“그래서?”“죽음으로 끝내려던 약속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거지.”수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무슨 방향.”도겸은 대답 대신 벽의 문양을 바라봤다.붉은 선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마치 두 사람의 표식에 반응하는 것처럼.“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도겸이 말했다.“윤제니. 손을 대봐.”제니가 벽으로 다가갔다.수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위험해.”“가만히 있어도 위험하잖아.”“제니야.”“이번에는 내가 결정할게.”수혁은 결국 손을 놓았다.제니가 손바닥을 문양 위에 올렸다.순간.붉은빛이 방 전체로 번졌다.어두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