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축인 명희가 그제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해인을 빤히 쳐다보았다.“자, 이제 목도 축였으니 본론을 좀 얘기해 볼까?”“무슨 본론, 나 돈 없어. 아직 인턴이라서 첫 달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아.”해인의 필사적인 대답에 명희가 마키아토를 소리 나게 들이키더니, 푸하, 하고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에 주변 직원들의 시선이 다시금 카페 구석으로 쏠렸다.“야, 내가 네 그 쥐꼬리만 한 인턴 월급이나 뺏으러 여기까지 온 줄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명희가 컵 벽면에 묻은 카라멜 시럽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몸을 앞으로 바짝 당겼다. 지독하게 달고 끈적한 향이 해인의 코끝을 찔렀다.“너, 도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됐다면서?”명희가 테이블 위로 몸을 바짝 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확신에 찬 비릿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해인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무릎 위에 올려둔 두 손에 왈칵 식은땀이 배어났다.“계집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엄마한테 말을 먼저 했었어야지. 서운하게 남의 입을 통해서 듣게 하니?”“남의 입? 대체 그게 누군데……. 하 참… 누구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해인은 시선을 피하며 황급히 핸드폰을 매만졌다.감추려고 했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갈 곳 잃은 눈동자가 이미 권도윤과의 관계를 낱낱이 인정하고 있었다.그 얄팍한 방어를 비웃듯 명희가 가볍게 혀를 찼다.“한 여사.”명희의 입에서 튀어나온 세 글자에 해인의 어깨가 움찔 튀어 올랐다.“지금 네가 사는 그 집의 안주인이 직접 말하던데, 그럼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니?”‘알고 있었다고? 언제부터지? 집에서는 티 안 나게 조심했는데...’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에 해인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사색이 된 해인의 얼굴을 감상하듯, 명희가 여유롭게 빨대를 휘저으며 덧붙였다.“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니? 남녀 관계는 다 그렇다. 비밀 연애하면 본인들만 모르지, 남들은 다 안다고.”“아저씨…… 그러니까 회장님도 아신
회전문 안으로 들어선 명희는 기세등등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번쩍이는 대리석 바닥과 높은 층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명희가 한 여사에게 받은 명함을 쥐고 게이트 쪽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잠시만요, 아주머니. 방문증 없이는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어디 오셨습니까?”로비를 지키던 덩치 큰 보안 요원이 명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명희의 얇은 눈썹이 불쾌하게 꿈틀거렸다.“아주머니? 참 나, 내가 어딜 봐서 아주머니라는 거야? 사람 참 볼 줄 모르네.”명희가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명함을 보안 요원의 눈앞에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툭 말을 던졌다.“여기, 마케팅팀 윤해인. 내가 걔 엄마 되는 사람인데, 딸내미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왔거든? 그러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좀 들여보내 주지?”“규정상 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시고 방문 부서에 확인 전화를 먼저……”“아, 진짜. 융통성 없게 무슨 전화야? 내 딸이라니까. 빨리 열어주기나…… 어머.”짜증을 내며 로비 안쪽을 훑어보던 명희의 시선이 한곳에 멈춰 섰다.그 시각, 로비 한구석에 위치한 개방형 사내 카페에서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막 자리에서 일어서던 참인 해인의 뒷모습이었다.명희의 입술 끝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녀는 보안 요원을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여유롭게 웃었다.“거봐, 전화할 필요 없다니까. 저기 있네, 내 딸. 엄마 온다고 마중까지 나와 있는 거 봐.”당황한 보안 요원을 뒤로한 채, 명희가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카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어머, 우리 딸!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등 뒤에서 들려오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끔찍하고 익숙한 목소리.빈 컵을 든 해인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웃고 있는 김명희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엄마가 여길 어떻게.”“어떻게긴. 다 아는 수가 있지.”사색
“대기업?”한 여사는 테이블 위로 명함 한 장을 툭 던지듯 올려놓았다.“백화점 매장이나 지키던 애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뻔하죠. 지 딴에는 어떻게든 도윤이랑 급을 맞춰보겠다고 나름대로 노력 하는 거 아니겠어요?”한 여사가 가엾다는 듯 혀를 쯧, 찼다.“그런데 어쩌나. 회장님이 이미 도윤이 짝으로 점찍어둔 혼처가 있는데. 핏줄에 결벽증 있는 그 양반이, 당신 딸을 권씨 집안 며느리로 들일 것 같아요?”“…….”“결혼 따로, 연애 따로. 재벌가 사내들 노는 방식, 명희 씨도 겪어봐서 잘 알잖아요? 도윤이라고 다를까. 평생 그늘진 별채에 첩으로 앉혀놓고 필요할 때나 들여다볼 텐데.”한 여사의 목소리가 명희의 귓가에 감겨들었다.“자기가 안 나서면, 윤해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버려질 거고, 권도윤한테서 국물 한 방울 못 얻어먹을 텐데. 그래도 명색이 엄마면 딸이 원하는 바를 같이 이루어주려고 노력이란 걸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명희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명함으로 처박혔다. 시커먼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함께, 명희의 거친 손이 명함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해인 씨, 방금 보낸 기획안 폰트 사이즈만 조금 더 키워서 다시 넘겨줘요.”“네, 팀장님! 바로 수정하겠습니다.”모니터 화면을 뚫어질 듯 노려보며 쉴 새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던 해인의 시야로, 불쑥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불시착했다.“쉬엄쉬엄해. 그러다 우리 디자이너 쓰러지면 이번 런칭 망해.”고개를 팩 치켜들자, 캡모자를 푹 눌러쓴 강서우가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댄 채 씩 웃고 있었다.“모델님? 위층에서 화보 콘셉트 회의 중 아니었어요?”“방금 끝났지. 아, 영감이 꽉 막혀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네.”서우가 과장되게 뒷목을 주무르더니, 불쑥 해인의 의자 팔걸이를 쥐고 뒤로 슬쩍 잡아당겼다.“한 팀장님! 저 윤해인 사원님 딱 10분만 사내 카페로 납치하겠습니다! 메인 모델 영감 충전 좀 할게요!”사무실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외치는 뻔뻔한 목소
에이펙 본사의 최상층, 무거운 정적이 감도는 회장실.권 회장은 비서실장이 내민 보고서를 훑으며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서, 매일같이 별채를 들락거린다?”“본부장님께서 윤해인 씨의 주변을 자주 맴도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딱히 데이트라고 부를 만한 정황은 없어서 굳이 보고드리지 않았는데…….”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뒷말을 이었다.“어제 퇴근길에, 자택 앞에서 두 분이 차를 타고 다시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택가 초입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차가 잠시 멈췄을 때, 윤해인 씨가 먼저 키스를 시도하는 듯한 행동이 있었습니다만.”“……있었습니다만?”“본부장님께서 고개를 돌려 피하셨습니다.”그 말에 서늘했던 권 회장의 입가에 짙은 비웃음이 번졌다.“그럼 그렇지. 누구 아들인데.”권 회장은 서류를 책상 위로 툭 던지며 만족스러운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윤해인에게 목을 매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제 아들은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가벼운 불장난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섰다.“하지만 먼저 입술을 들이밀다니, 그 발칙한 행동은 몹시 거슬리는군. 윤해인 쪽은 어떤가? 그 주변에 다른 남자는 없고?”“이그니스 마케팅팀에 한태준이라는 팀장이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오히려 본부장님보다 그쪽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점심시간도 그렇고, 사적으로 편의점도 꽤 자주 동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하하.”권 회장의 입에서 기가 찬다는 듯 건조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역시 천한 핏줄은 못 속인다니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딱 제 어미를 쏙 빼닮았어.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사내새끼들한테 꼬리나 치고 다니는 꼴이.”한때 제 안방을 차지했던 김명희의 천박함을 떠올린 권 회장의 눈빛이 경멸로 물들었다. 그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괸 채 차갑게 중얼거렸다.“차라리 도윤이가 그 기집애의 실체를 빨리 아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실체 말씀이십니까?”“어미를 닮았으면 사내 품에서 구르는 것쯤이야
이그니스의 사제 목걸이 줄에 매달린 사원증이 더는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딱 한 달이 걸렸다.그 4주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해인은 더 이상 첫 출근 날처럼 로비에서 길을 잃거나 긴장으로 어깨를 굳히지 않았다. 팀원들의 농담에 자연스럽게 웃음을 섞어 대답할 줄 알게 되었고, 점심시간이면 태준이나 동료들과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어린 시절 도윤과 헤어진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온전한 일상이었다.아니, 어쩌면 홀로 어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누려보는 평온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세상은 비로소 눈부시게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었다...퇴근길, 권 회장 저택의 높은 담벼락 아래를 걷던 해인의 곁으로 익숙한 검은 세단 한 대가 속도를 늦추며 다가왔다.발걸음을 멈춘 해인이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매끄럽게 창문이 내려가며 핸들을 쥔 도윤의 얼굴이 드러났다.“어? 오빠.”피곤함이 묻어 있던 해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오빠도 지금 들어오는 길이야?”“응. 너도 이제 퇴근이야?”도윤이 핸들에 팔을 기댄 채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해인을 응시했다.“피곤하지 않으면, 바로 들어가지 말고 드라이브나 잠깐 할까 해서.”“드라이브? 좋아!”슬쩍 주변을 둘러보긴 했지만, 해인은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별채 안의 눈들을 피해 도망치듯 올라탄 차 안은 적막했지만,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와 도윤의 은은한 향취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차가 부드럽게 방향을 틀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도로로 접어들 즈음, 기분이 좋아진 해인이 먼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차 민영 씨는 여전해? 그 가드도 말이야.”해인의 물음에 도윤이 핸들을 꺾으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응, 진짜 천년의 사랑인가 봐. 여전히 유난이야. 요즘 누구 때문에 더블 데이트 못한 거 빼면 아무 문제 없지.”“누구 때문에?”“누구겠어. 일하느라 주말에도 얼굴 보기 힘든 우리 신입 사원님
어둡고 고요한 차 안.도윤은 시동이 꺼진 캄캄한 운전석에 앉아, 건너편 고깃집의 통유리창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숨죽인 채 밖에서 대기한 지 벌써 두 시간째였다.‘대체 여기까지 왜 쫓아온 거야.’핸들에 이마를 기댄 채, 자조적인 헛웃음을 흘렸다.[먼저 가, 오빠]라는 차가운 말을 들었을 때, 얌전히 차를 돌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회식 장소로 향하는 일행의 뒤를 천천히 쫓아 기어코 이 어두운 골목에 닻을 내리고 말았다.‘술도 약한 녀석인데 회식 자리에서 취하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밖에서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게 보호자로서의 오빠든…… 애인이든 간에.’그 비겁하고도 절박한 합리화로 버티며 창밖을 보던 도윤의 눈매가 일순간 사납게 일그러졌다.통유리창 너머의 왁자지껄한 테이블.그 틈에 어느새 낯익은 인영이 껴들어 해인의 곁에 찰싹 붙어 있는 꼴이 보였기 때문이다.강서우였다.‘쟤가 어떻게 저기 있는 거지?’어이없는 의문도 잠시, 이내 서우가 이그니스의 브랜드 모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런데 아무리 모델이라지만, 무슨 회식까지 끼어. 자기가 무슨 상관이라고.’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얄팍한 핑계만으로도 그녀의 세계에 너무나 쉽게 녹아드는 서우의 저 뻔뻔함이 미치도록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나도 아까 같이 참석해도 되냐고 물어라도 볼 걸 그랬나…….’하지만 이내 쓰린 속을 달래며 다시금 이성적인 계산을 굴려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래, 차라리 강서우가 끼어 있는 게 나아. 녀석이 저렇게 버티고 있으면, 적어도 그 팀장 새끼가 해인이한테 수작 부릴 틈은 없을 테니까.’방패막이로는 제격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못했다.‘……그러다 강서우 저 미친놈이 개수작이라도 부리면?’동생이라는 가면을 쓰고 호시탐탐 해인의 주위를 맴돌던 영악한 눈빛이 떠오르자 다시 피가 식었다.‘아니야. 해인이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었고, 그동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오빠는 그냥 오빠지.”겨우 내뱉은 목소리에서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이 느껴졌다.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혀끝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조금 전 자신을 외면하고 돌아서던 도윤의 넓은 어깨와, 차갑게 식어있던 눈동자가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그건 서운함일까, 아니면 서우가 말한 그 지독한 감정의 편린일까.해인은 제 안의 금기된 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한 번도 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본 적 없는 도윤이, 서우의 질문 하나에 낯선 열기를 띠며 심장 속으로 침투해 왔다.
칠흑 같은 한강의 물결 위로 서울의 네온사인이 깨진 보석처럼 흩뿌려졌다.기부라는 숭고한 명분은 차갑게 식은 샴페인 기포 속에 녹아 사라지고, 한강의 밤바다 위에는 오직 서로의 계급을 확인하려는 은밀한 탐욕만이 번들거렸다.“표정 좀 풀어. 사람들이 우리 싸운 줄 알겠어.”채영이 도윤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속삭였다.도윤은 대답 대신 정중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너머, 아직 굳게 닫힌 연회장 입구를 응시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으나, 초점은 불안하게 흔들렸다.“곧 올 거야. 당신이 아주 깜짝 놀랄 모습으로.”채영의
정적은 독이었다.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도윤은 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낯선 감각들에 마비될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팔 안에 가득 들어찬 말랑하고 가녀린 곡선, 콧끝을 집요하게 간질이는 보드라운 머리카락, 그리고 얇은 잠옷 너머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하지만 곧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자마자 , 도윤의 등골로 서늘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제 품에서 고른 숨을 내뱉고 있는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심장이 늑골을 뚫고 나올 듯 요동쳤다. 다행히 해인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미
“엄마, 나 이 약혼 안 해. 못 하겠어.”찻잔을 매만지던 엄마의 손길이 멈췄다. 하지만 기대했던 걱정이나 당혹감 따위는 없었다. 엄마는 그저 안경 너머로 채영을 차갑게 훑었을 뿐이었다.“권도윤이 에이펙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기라도 했니?”“그게 아니라…….”담담한 물음에 채영의 입술이 굳었다가 다시 움직였다.“그 인간, 나 사랑 안 해. 아니, 사랑 안 하는 건 상관없는데, 딴 여자가 있다고!”채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그래서?”“그래서라니?”엄마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