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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죽은 이름의 행방

Author: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5 11:23:17

설연은 무강의 집사가 가져갔다는 줄을 다시 읽었다. 구겨질 만큼 종이를 쥔 뒤에야 힘을 풀었다.

“무강이 시켰대?”

심부름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못 들었어요. 집사가 장부를 받아 가는 것만 봤어요.”

확인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설연은 더 짐작하지 않고 돌아섰다. 백현도 함께 대군부로 향했다. 올 때는 그가 살아 있기를 바랐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살아 있어야 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 진짜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별채 문을 열자 아란이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조금 전에 잠들었어.”

무강은 침상에 누워 있었다. 목의 붕대는 새것이었다. 설연은 가까이 가서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안도한 것이 들킬까 봐 종이를 침상 곁에 내려놓았다.

“물어볼 게 있어.”

아란이 종이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숨이 가빠지면 멈춰. 그건 약속해.”

설연이 대답하기 전에 무강이 눈을 떴다. 제 앞에 선 여자를 보자 굳었던 눈가가 풀렸다.

“돌아왔군.”

설연은 그 말이 반가워서 더 화가 났다.

“아이들은 살았어. 넷 모두.”

“다행이다.”

“이제 내가 물을게. 칠 년 전 장부는 왜 가져왔어?”

무강이 종이를 읽었다. 한 번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었다.

“내가 가져오라고 했다.”

“없애려고?”

그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설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찾는 기록을 왜 당신이 먼저 봐?”

무강이 탁자 위의 꾸러미를 가리켰다. 아란이 가져와 설연 앞에 놓았다. 없애 버린 종이가 아니라, 펼쳐 읽을 수 있는 장부였다.

“최명석이 월희를 관노청에서 골랐다. 칠 년 전에도 그곳에서 사람을 빼돌렸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언제 시켰는데?”

“내가 약 끓이러 간 사이에.”

아란이 대신 답했다. 무강은 변명하지 않았다. 설연은 꾸러미의 끈을 풀었다. 날짜마다 들어온 사람과 나간 사람의 수가 적혀 있었다. 가족이 잡혀간 다음 날에도 글이 남아 있었다.

무강이 손을 뻗자 설연이 종이를 당겼다.

“또 숨기려고?”

그의 손이 멎었다.

“등불을 옮기려 했다. 글씨가 흐려서.”

설연은 그의 손과 등불을 번갈아 보았다. 이번에는 정말 촛대를 잡으려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무강이 손을 거두었다.

“네가 먼저 읽어. 내가 찾은 것만 믿지 않아도 된다.”

백현이 촛대를 끌어당겼다.

“등불은 건강한 사람이 옮깁시다. 환자 두 분, 서로 노려보는 건 그다음에.”

“난 환자 아니야.”

설연이 말하자 아란이 그녀의 손바닥을 보았다.

“문에 눌린 손부터 보여 주고 말해.”

언제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무강도 그녀의 손을 보았다. 설연은 급히 소매 속으로 감췄다. 걱정하는 눈길을 받으면 종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백현이 장부의 한 줄을 짚었다.

들어온 사람 열일곱. 다른 곳으로 보낸 사람 열일곱. 죽은 사람 없음.

설연은 같은 줄을 세 번 읽었다.

“우리 집 사람들이 살아 있었다고?”

“여기 들어온 열일곱 명이 그날 살아 있었다는 뜻이야.”

무강이 낮게 답했다.

“집 안에 남았던 모두가 살아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설연은 종이 끝을 놓았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이 몰랐던 사람이 열일곱이나 있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찾아볼 수 있었다.

숫자뿐인 장부 사이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설연은 주워 들었다가 멈췄다.

강옥.

고작 두 글자인데 목이 막혔다.

“아는 사람이야?”

백현이 물었다. 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남기면 대신 먹어 주던 사람, 어머니 몰래 군밤을 쥐여 주던 사람. 마지막 밤 동생을 찾으러 불길 쪽으로 돌아갔던 사람이었다.

“우리 유모.”

목소리가 떨리자 설연은 이를 악물었다. 무강이 물잔을 가까이 놓았다. 마시라고 재촉하지 않고 그녀의 손이 닿는 곳에만 두었다.

“끝까지 읽어 봐.”

설연은 쪽지를 폈다. 집사가 옛 이송 기록과 지금의 궁인 명부를 맞춰 본 내용이었다. 이름뿐 아니라 사람을 구별하는 번호도 같았다.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낮았다.

무강을 의심하려고 돌아왔는데, 그가 내민 종이에서 그리운 이름을 찾았다. 고맙다고 하기에도, 믿는다고 하기에도 아직 두려웠다.

그녀가 종이를 든 채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무강은 놀라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쪽지 맨 아래에 유모가 마지막으로 일한 날짜가 있었다.

어제.

그리고 일하던 곳은 황제의 침전이었다.

STARGIL

[주요 등장인물] - 설연: 가족의 원수 무강을 죽이러 갔다가 자신을 노린 함정을 발견하는 암살자. - 무강: 설씨 가문의 처형 명령에 서명한 대군. 설연을 구하고 함께 사건을 조사한다. - 백현·아란: 잠입과 정보 수집을 돕는 친구, 무강을 치료하는 의원. - 월희·도윤: 설연의 대역으로 이용된 누나와 사망 처리되어 끌려갈 뻔한 동생. - 황제·귀비: 조사 기한을 내건 황제와 출입패 사건에 얽힌 귀비. - 최명석·장석: 대역 협박과 추가 출입패의 이동 경로에 연결되는 궁중 인물들. - 강옥: 옛 유모. 이 구간에서는 기록으로 현재 행방을 찾는다. [스토리 요약] 칠 년 전 가족을 잃은 설연은 백현이 알아낸 경비 교대 시간을 이용해 무강의 침실에 잠입한다. 그런데 다른 살수들이 설연을 공격하고, 아직 살아 있는 무강을 죽였다는 처형 문서까지 나타난다. 무강을 살려야 자신도 살 수 있게 된 설연은 그와 동맹을 맺는다. 황제에게 이레의 조사 기한을 받은 뒤 도윤을 구하고, 가짜 출입패를 만든 공방을 추적한다. 무강이 먼저 확보한 장부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유모의 이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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