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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두 번째 설연

Author: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4 12:03:59

설연은 제 얼굴을 한 여자에게 칼을 겨눴다.

여자는 피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가까이 보니 턱 아래에서 얇은 가면의 끝이 들떠 있었다. 얼굴에 씌워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물건이었다.

“누구야?”

“월희입니다. 제가 여기 남겠습니다.”

설연은 무강을 돌아보았다. 그가 숨을 고르고 답했다.

“네가 붙잡힐 때 대신 나설 사람이다. 너를 빼내려고 준비했다.”

“대신 잡혀가면 내 죄도 이 사람이 받겠네.”

무강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호송하는 도중에 구할 생각이었다.”

설연은 칼을 내렸다. 여자가 적이라서 숨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자기 대신 죄인이 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계획이 실패하면?”

설연은 무강의 굳은 얼굴을 보았다.

“나 하나 살리려고 아무나 죽어도 된다고 생각해?”

문이 크게 흔들렸다. 백현이 빗장을 눌렀다.

“따질 말 많은 건 아는데, 문이 우리보다 성격이 급해.”

바깥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명석입니다. 문을 여십시오, 대군마마.”

월희가 움찔했다. 설연은 그 반응을 보았다.

“저 사람이 너를 데려왔어?”

“네. 궁의 내관들을 거느리는 분이에요.”

무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맡긴 일이었다고 인정했다. 설연은 문과 침상 뒤의 통로를 번갈아 보았다.

“우리가 숨을 길도 저 사람이 알겠네.”

“알고 있다.”

여기서 버티면 숨어도 잡힌다. 설연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월희는 그 손을 보고 뒷걸음질했다.

“전 남아야 해요. 대군께서 아버지 빚도 갚아 주셨고, 어머니 묏자리도 구해 주셨어요.”

“그래서 네 목숨으로 갚아?”

월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달아나면 동생을 잡아간다고 했어요.”

무강의 얼굴이 변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월희가 문을 보았다. 최명석이 다시 문을 두드렸다. 설연은 더 묻지 않고 여자의 턱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

“벗길게.”

가짜 얼굴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그 아래에는 두려워 입술을 깨물고 있는 어린 여자가 있었다. 설연은 가면을 화로에 던졌다.

“이제 네 얼굴로 살아.”

월희가 불길을 보았다. 무강도 보았다. 설연은 누구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동생 이름과 있는 곳만 알려 줘.”

“도윤이요. 남쪽 관노청에서 일해요.”

관노청은 관청에 딸린 노비들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백현이 이름을 한 번 되풀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볼 곳이 정해졌다.

빗장 틈으로 칼끝이 들어왔다.

무강이 일어나려 했다. 아란이 그의 팔을 누르자 그가 말했다.

“내가 남으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숨 쉬는 시간부터 벌어 드린 참인데요.”

아란의 말에도 무강은 문을 보았다. 설연이 그의 앞을 막았다. 그는 그녀를 비켜 세우지 못했다.

“설연.”

처음 듣는 제 이름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자 오래전부터 불러 온 것처럼 들렸다. 설연은 그 목소리가 반갑게 느껴질까 봐 더 세게 그의 팔을 잡았다.

“나를 살리고 싶으면 같이 나가.”

“내 몸 때문에 늦어지면—”

“그건 내가 판단해.”

무강이 말을 멈췄다. 설연은 그의 팔을 제 어깨에 걸쳤다. 상처가 눌리자 그가 숨을 삼켰다. 그녀는 화난 얼굴로 팔의 위치를 바꿔 주었다.

“네 목숨은 내 거야. 내 허락 없이 누구한테도 내주지 마.”

무강의 눈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이번에는 남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백현이 그를 받쳤다.

“좋아. 주인이 데려가겠다는데 환자는 따라갑시다.”

아란이 화로에 약가루를 던졌다.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침이 나게 하는 가루라며 입을 가리라고 했다. 월희가 먼저 침상 뒤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설연과 백현은 무강을 부축해 따라갔다. 아란이 마지막으로 벽 안쪽 고리를 당겼다. 문이 닫히기 직전, 침실 쪽 빗장이 부서졌다.

최명석의 명령이 들렸다.

“시신부터 확보해라!”

설연이 무강을 보았다. 무사한지 확인하러 왔다던 사람이 죽은 몸부터 찾고 있었다. 그를 남겨 두었다면 정말 시신으로 끌려나왔을지도 몰랐다.

계단 끝에는 바깥 수로로 나가는 철문이 있었다. 문에 붙은 황실 봉인을 보고 백현이 멈췄다.

“막혔어.”

철문 너머에서 작은 방울 소리가 났다. 설연의 손이 굳었다. 어머니가 동생의 발목에 달아 주던 은방울도 저렇게 울렸다.

이어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그 아이부터 살리려는구나, 무강.”

무강이 설연 앞을 가로막았다. 문틈 아래로 용이 수놓인 신발이 보였다. 황제였다.

“칠 년 전처럼 무릎부터 꿇을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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