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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황제의 유예

Penulis: STARGIL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4 12:04:19

“무릎이라면 제가 꿇겠습니다.”

설연이 무강 옆으로 나섰다. 철문 너머의 황제가 웃음을 멈췄다. 무강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러지 마.”

손끝이 차가웠다. 독 때문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막는 손이었다. 설연은 그 손을 떼어 제 어깨에 다시 걸쳤다.

“앉을 자리부터 얻어야 하잖아.”

봉인이 뜯기고 철문이 열렸다. 등불을 든 시위들 사이에 황제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서 작은 은방울이 흔들렸다. 죽은 동생의 물건과 꼭 닮았다.

설연이 손을 뻗으려 하자 황제가 방울을 감췄다.

“갖고 싶으냐?”

그녀는 대답을 삼켰다. 같은 물건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눈앞에서 죽어 가는 사람부터 살려야 했다.

아란이 황제 앞에 고개를 숙였다.

“환자를 앉히겠습니다.”

허락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손은 무강의 맥을 짚었다. 황제가 비켜서자 아란은 물가의 돌턱을 가리켰다. 설연과 백현이 무강을 내려놓았다.

황제의 눈이 설연의 피 묻은 손에 멎었다.

“네가 내 아우를 찔렀느냐?”

무강이 입을 열려고 했다. 설연이 먼저 처형 문서를 꺼냈다.

“이것부터 봐 주십시오.”

“변명인가?”

“누군가는 제가 대군을 죽이기도 전에 저를 처형할 준비를 했습니다.”

황제가 종이를 펼쳤다. 설연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자기 동생이 죽었다는 글을 읽고도 놀라지 않았다.

“역적의 딸이 황족을 죽였다. 믿기 쉬운 이야기로구나.”

“아직 살아 있습니다.”

설연이 무강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바닥 아래에서 느린 숨이 오갔다. 그 숨이 끊기면 저 거짓말을 막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무강이 황제를 보았다.

“제 이름으로 조사하겠습니다.”

“네 집에서 일어난 일을 네가 조사하겠다? 네게 유리한 말만 남길 수도 있겠지.”

황제가 설연에게 종이를 돌려주었다.

“네가 찾아라. 이 문서를 만든 자를.”

설연은 받기 전에 물었다.

“제가 도망가면요?”

“무강에게 죄를 묻겠다. 너를 감춘 것도 저 아이니까.”

“대군이 저를 죽이면요?”

“자기 비밀을 덮으려 했다고 보겠다.”

설연은 무강을 보았다. 황제의 뜻은 분명했다. 자신은 무강을 버리고 달아날 수 없고, 무강은 자신을 해칠 수 없다. 서로를 살려 두고 범인을 찾으라는 명령이었다.

황제는 그제야 만족한 듯 웃었다.

“믿기 싫으면 감시해도 좋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말거라.”

백현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평소라면 혼례 중매냐고 물었을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농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황제가 내관에게서 검은 패를 받아 내밀었다.

“이걸 보이면 형조와 관노청의 장부를 볼 수 있다.”

패의 뒷면에 허용된 일이 적혀 있었다. 형조는 죄를 조사하는 관청, 관노청은 관청 노비들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사람을 잡거나 군사를 부를 권한은 없었다.

설연은 끝까지 읽었다. 황제가 허락한 것보다 한 걸음만 더 나가도 죄를 물을 수 있게 돼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주십니까?”

“이레.”

고작 일곱 날이었다. 설연이 패를 잡으려 하자 무강이 몸을 일으켰다.

“저를 벌하실 거라면—”

“내가 대답할 거야.”

설연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무강은 그녀의 눈을 보고 멈췄다. 자신을 대신해 값을 치르겠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 밤 자신을 살릴 방법도 직접 고를 것이다.

아란이 설연에게 눈짓했다. 손가락으로 짚던 맥이 더 약해졌다는 신호였다. 설연은 패를 쥐었다.

“찾겠습니다. 그동안 치료와 조사에 필요한 사람은 드나들게 해 주십시오.”

황제가 허락했다. 대신 무강의 군사들은 저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믿을 수 있는 큰 힘부터 묶어 놓는 것이었다.

무강이 설연을 올려다보았다.

“너 혼자 감당할 일은 아니다.”

“그럼 살아서 도와.”

그 말에 그의 손가락이 조금 움직였다. 설연은 일으켜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팔을 내주었다. 황제의 앞에서 두 사람의 손이 잠깐 겹쳤다.

무강은 그녀가 힘을 덜 쓰도록 버텼다. 그 작은 배려가 설연을 더 화나게 했다. 미워하기 쉽게 굴어 주면 좋으련만, 이 남자는 자꾸 손을 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일행이 계단으로 향할 때 황제가 불렀다.

“설연. 조건 하나를 빠뜨렸구나.”

그녀가 멈췄다. 황제는 웃으며 무강을 가리켰다.

“이레 안에 범인을 못 찾으면, 네가 시작한 일을 끝내거라.”

설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 손으로 무강의 목을 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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