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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Penulis: 십일
봉수진은 서둘러 문을 열었지만, 정은뿐만 아니라 곁에 잘생기고 기품 있는 젊은 남자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어르신은 순간 멈칫하다가 곧바로 눈을 마주쳤다.

봉수진은 재석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미소를 띠며 정은을 바라보았다.

“정은아, 이분은 누구니? 소개 안 해줄 거야?”

정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재석이 먼저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조재석이라고, 정은이 친구입니다.”

두 노인과 시선을 마주하며 재석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춘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조 씨라고? 혹시... 조기봉 조 회장의 아들인가?”

“네.”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께서 귀국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원래 제 아버지도 찾아뵙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먼저 와버렸네요.”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조씨 가문은 아들이 셋이라던데, 자네는 몇 째지?”

“셋째입니다. 위로 형이 두 명 있습니다.”

“혹시 연구직에 종사한다는 그 아들인가?”

“네.”

재석은 눈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봉수진은 감탄했다.

“어머, 그럼 우리 정은이랑 같은 분야네?”

이춘재는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어떻게 만났겠어?”

봉수진은 재석이 유명한 물리학자라는 걸 듣고 더욱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어르신들의 편애가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석아, 늦은 시간까지 우리 정은이를 바래다줘서 정말 고맙군. 그냥 가지 말고 밥 먹고 가렴.”

재석은 그냥 이렇게 찾아왔으니 인사라도 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 따라 들어온 것뿐이었다.

가볍게 인사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저녁 식사까지 권유받았다.

“괜찮을까요? 가족끼리 식사하시는데 제가 방해가 되는 건 아니겠죠?”

“아유, 방해는 무슨!”

봉수진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게다가 어두운 밤길을 혼자 다니게 하는게 너무 걱정이었는데, 자네가 데려다줘서 정말 마음이 놓이네. 그리고 말이야, 우리 정은이가 친구를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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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1화

    “오... 당신이 바로 앤드루 선생님의 아들이군요.”조이스는 곧장 말했다.“돈은 이미 준비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그게...”정비가 말을 흐렸다.조이스는 정비가 주저하는 이유를 돈 문제로 오해하며 급히 말했다.“오기 전에 이곳 규칙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합니다.”“아닙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요...”그때, 아까 정비에게 혼났던 경호원 중 한 명이 커피를 들고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드시죠.”“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조이스는 지금 온통 아버지 걱정뿐이라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심코 거절했다.그러자 그 경호원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얘졌다.정비가 담담히 말했다.“조이스 씨께서 사과받지 않겠다는데, 너희들이 알아서 내려가서 벌받도록 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명의 다른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서 그 둘의 입을 막고 그대로 끌고 나갔다.조이스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이게 무슨 뜻이죠?”정비가 설명했다.“이곳은 손님을 소홀히 대하면 벌받습니다. 그게 여기 규칙이에요.”“벌이요? 어떤 벌을요?”“한 달 치 월급 압수.”조이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벌금을 내는 것쯤은 큰일이 아니니까.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정비가 덧붙였다.“그리고 매 열 대.”조이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등줄기로 싸한 기운이 흘러내렸다.정비는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아까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계속하시죠.”“아버지를 뵙고 싶습니다.”“가능하죠. 문제 없습니다.”정비는 흔쾌히 대답했다.조이스는 긴장하며 앞으로 닥칠 온갖 난관을 예상했는데, 너무 쉽게 허락하는 모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따라오시죠.”정비가 직접 앞장섰다.조이스는 그 안의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뒤를 따랐고, 옆에 서 있던 경호원들만이 서로 눈을 맞추며 숨을 들이켰다.‘대체 무슨 상황이야?’‘정비 형님이 직접 나서신다고?’‘저 사람, 뭐 그렇게 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0화

    수민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아닌데요, 저 말고 조이스가...”수민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지언에게 설명했다.“조이스가 거기까지 가겠다고 해서요...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자꾸 불안해요.”지언이 잠시 눈을 내리깔며 생각에 잠겼다.[어느 카지노인지 말 안 했어?]“이름이... 청... 뭐라던데요?”[청운 카지노?]“맞아요! 그 이름이었어요!”...루메라.밤이 내려앉은 카지노 거리는 온통 불빛의 바다였다.색색의 조명은 진주처럼, 마노처럼, 별빛처럼, 혹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정비 형님.”정비가 지나가자,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경호원들과 웨이터, 딜러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넸다.“오늘 상황 어때?”“1층부터 12층까지 전부 만석입니다. 돌아가는 테이블만 972개예요.”정비의 입매가 느긋하게 올라갔다.최근 몇 년 사이 ‘청운 카지노’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도박왕 스티븐의 ‘황금 카지노’조차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루메라를 장악하는 세력이 곧 크게 뒤바뀔 거란 소문이 허투루 들려온 말이 아니었다.정비는 늘 그렇듯 전면 홀을 둘러본 뒤, 사무실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던 중, 한 경호원이 다가와 정비의 귓가에 낮게 무어라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순간, 정비의 눈빛이 번쩍였다.‘우리 보스가 그토록 찾던 인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어!’“어디 있어?”“아폴로 홀에 잠시 묶어놨습니다.”“가보자.”...조이스가 소파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경호원 두 명이 문신처럼 양옆에 서 있다가 동시에 다가서며 길을 막았다.“비켜 주세요. 나가야겠어요.”“죄송합니다. 윗선에서 지시가 오기 전까지는, 이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화장실만 다녀올게요. 불안하시면 따라와도 돼요.”조이스의 표정은 진심이었고, 말투도 최대한 부드러웠다.하지만 경호원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조이스는 속으로 욕이 튀어나오는 걸 꾹 눌렀지만, 겉으론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럼... 얼마 정도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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