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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Author: 엣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3 10:12:06

아. 잘못 걸렸다.’

공작은 24시간 경호원 여자 두 분을 서린에게 붙여주었다. 죽지 말라고.

‘와, 신난다. 정말 정말 너무나 죽고 싶은데 못 죽게 생겼네?’

공작의 변화는 성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제일 먼저 바뀐 것은 첫째, 공작성에 들어오게 된 세레나의 정신 상태가 멀쩡해지고 있다는 것.

공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레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그놈의 가스라이팅, 플러팅, 그 모든 건 서린이 감내하게 됐지만.

서린에겐 통하지 않지.

훠이, 물러가라 잡귀야.

둘째, 서린이 하는 욕을 다 알아듣게 됐다는 것. 현대 문물을 쏙쏙 다 흡수하더니 많이 컸군.

셋째, 공작이 전만큼 또라이같이 굴지 않는다는 것.

마지막으론 반대로 서린이 또라이 짓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옷을 최대한 여러 겹 입었다.

세레나에게 호수로 놀러 가자고 했다.

역시나 문 앞에서 공작에게 잡혔다. 서린의 경호원이 이른 모양이다.

같이 가자는 공작의 청을 세레나가 거절하지 못해서 결국 동행하게 됐다.

공작이 눈만 웃으며 서린에게 물었다.

“옷은 왜 그렇게 많이 입었지?”

“추울까 봐요.”

서린이 딴청을 피우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뭘 할지 궁금하군.”

공작은 여전히 눈만 웃으며 서린을 쳐다봤다.

세레나가 중간에서 의아해했다.

“델리아? 뭘 할 거야?”

“하핫. 아뇨, 공작님이 농담한 거예요.”

‘농담은 무슨. 너네 안 볼 때 호수에 뛰어들 거다.’

이 정도 무게면 그냥 뒤지고도 남지. 공작 수영 잘하나? 낄낄. 나는 잘하거든. 깔깔깔깔.

호숫길을 도는 동안 주머니에 돌멩이도 열심히 채웠다.

이제 둘을 어디 멀리 보내버려야 하는데.

“아앗. 세레나 님, 제가 눈치가 없었어요! 공작님이랑 둘이 먼저 가세요!”

“응? 델리아, 아니야. 같이 가자.”

아니, 눈치 없는 것아. 가라고.

“아니에요. 저 마차에 두고 온 거 생각이 나서 다녀올게요!”

부리나케 뒤돌아 반대편으로 뛰었다.

그런데 그 뒤를 공작이 따라왔다.

“말하면 내가 가져다주겠네.”

이 미친 집착광.

에라이, 이판사판이다.

서린은 그대로 호수로 달려들었다.

풍덩!

물에 뛰어든 서린은 물개같이 안쪽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공작도 재빨리 호수로 뛰어들었다.

공작이 따라오는 것을 본 서린은 더욱 필사적으로 수심이 깊은 곳을 향해 헤엄쳤다.

‘죽어서 돌아갈 거야!’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그때 서린을 따라잡은 에르딘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쑤욱.’

서린의 몸이 빠르게 수면 위로 끌려 올라갔다. 두 사람이 헉헉대며 뭍으로 나오자 세레나가 놀라 뛰어왔다.

“경호는 공작님이 하셨어야 했네요.”

켁켁대며 서린이 말했다.

공작은 말없이 젖어서 볼록 튀어나온 서린의 주머니를 뒤졌다. 돌멩이가 한 무더기 나왔다.

“하. 작정을 했군.”

공작이 돌을 하나하나 꺼내며 기가 찬 웃음을 내뱉었다.

서린의 이가 딱딱거리며 떨려왔다. 북부의 찬 기운과 젖은 옷이 그녀의 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렸다.

에르딘은 혀를 한 번 차고는 등과 무릎 뒤에 손을 받쳐 그녀를 안아 올렸다.

서린이 얼굴을 붉히며 에르딘을 본 순간, 그의 목덜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신 차려. 너 저 남자 목 찌르고 여기 온 거야.’

서린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에르딘은 그런 서린을 보고 묘하게 목을 더 빳빳이 세웠다.

공작저로 돌아간 서린은 삼 일 내내 앓았다. 이러다 죽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아팠다.

서린은 생각해야 했다.

통제당하지 않고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한국인은 역시 단식 투쟁이지.

수없이 많이 봐왔고 제일 간단하지 않을까?

TV만 틀면 다들 단식 투쟁하고 계시던데. 할 만할 것 같다.

그때부터 서린은 곡기를 끊었다.

하루, 이틀까지는 괜찮았다. 삼 일째 되는 날, 눈앞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생각에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는 에르딘이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빵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제 배가 고픈가 보군. 이거 먹지 그래?”

저 오만함이 꼴 보기 싫은 서린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 기운 없이 주방을 나섰다.

‘사람이 며칠을 굶어야 죽을 수 있지. 이렇게 힘든데, 일주일은 어떻게 버티는 거야.’

비틀비틀 걸어 방으로 돌아갔다. 기운이 없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똑똑.

오랜만에 벨라다.

“델리아, 수프를 좀 가져왔어. 어디가 안 좋은 거야……? 걱정되니까 빨리 나아.”

단식 투쟁 후 얼굴이 안돼 보였는지 벨라가 수프를 챙겨왔다.

따뜻한 음식 냄새를 맡으니까 더 배가 고팠다.

먹고 싶다.

침이 고여 꼴깍 삼켜졌다.

수프를 보는 것조차 괴로워 서린은 방 밖으로 휘적휘적 나왔다.

안 되겠다.

그냥 다시 투신이다.

단식 투쟁은 서린에게 너무 고문이었다.

다시 공작저의 최상층으로 향하는 서린을 뒤에서 누군가 잡아챘다.

“어딜 가려고 그래. 앞으로 그곳은 출입 금지야.”

“……놔.”

기운이 없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에르딘은 서린을 포대기처럼 둘러업고 자신의 침실로 데려가 침대에 집어 던졌다.

“앞으로 여기서 있도록 해. 쓰러져도 내 침대에서 쓰러지도록.”

기가 찼다.

그렇게 말하면 ‘네, 알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던 거야?

서린은 침대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창문을 열고 에르딘을 돌아봤다.

그리고 한 번 더 쌍뻐큐를 날렸다.

그대로 몸을 던지려는데,

숨어 있던 경호원 언니의 손이 더 빨랐다.

“쓸데없는 기운 낭비하지 말도록 해. 나는 너를 다시 보낼 생각이 없으니.”

발버둥 치는 서린을 호위 둘이 제압하도록 내버려둔 채 공작은 침실을 나갔다.

이 거대한 성 전체가 서린을 가두는 감옥 같다.

‘배고파서 빨리 죽고 싶다고! 배고파서 죽겠다고!’

아, 죽으려고 안 먹는 거지만 진짜 아사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금이라도 그냥 밥 먹겠다고 할까?

자존심이 있지. 아직 삼 일밖에 안 됐는데. 비웃을 공작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서린은 공작의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배고파서 잠도 안 오다니.

멍하니 있으니 재현 선배가 떠올랐다.

‘재현 선배는 무사한 걸까.’

그냥 날붙이로 대충 찌르면 죽지 않을까?

무서워서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배고픈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둘러보니 공작의 방에는 생각보다 날붙이가 없었다.

‘아. 죽고 싶다.’

서린은 이제 머릿속에 배고프다는 생각 외엔 떠오르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똑똑.

“델리아. 나야, 벨라. 공작님이 응접실로 너를 데리고 오라셔…….”

벨라?

나흘째인가.

반쯤 멍해진 시선으로 벨라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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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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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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