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가구 매장에 들어선 하랑은 푹신한 소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커다란 소파들 사이에 놓인, 등받이가 낮고 선이 단정한 제품이었다. 하랑은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거실 사진을 꺼내 번갈아 봤다. “오빠, 이 정도면 식탁 자리도 안 답답하겠다.” 기태가 옆에 적힌 치수를 확인했다. “집에서 다시 재봐야겠어.” “응. 오늘은 구경만!” 씩씩하게 대답한 하랑이 소파에 앉았다. 등을 기대고 발바닥을 바닥에 붙여보더니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오빠도 앉아봐.” 기태는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하랑은 그의 무릎과 등받이를 번갈아 살폈다. “불편한 데 없어?” “응.” “내가 앉으면 괜찮아도 오빠는 다리가 길잖아.” 하랑이 조금 더 안쪽으로 앉아봤다. 기태는 팔걸이에 팔을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이것보다 등받이가 조금 높으면 좋겠네.” 하랑은 곧장 메모했다. 기태가 화면을 슬쩍 봤다. 소파 사진 아래에 그의 의견이 또박또박 적혔다. “다 적어?” “응. 나중에 예쁜 것만 기억하면 안 되잖아.” 다가온 직원이 다른 제품을 안내했다. 두 사람은 조금 더 높은 등받이가 있는 소파로 옮겨 앉았다. 하랑은 기태가 먼저 등을 기대는 걸 기다렸다. “이건?” “편해.” 하랑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후보!” 직원이 색상표를 건네자 이번에는 하랑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작은 천 조각들을 넘기던 손이 밝은 크림색에서 멈췄다. “이거 예쁘다.” 기태는 옆의 회색을 살폈다. 하랑이 두 색을 나란히 놓았다. “오빠는 회색?” “응.” “난 밝은 게 좋은데.” 기태가 크림색 쪽으로 손을 옮기자 하랑이 얼른 붙잡았다. “잠깐. 그냥 내 거 골라주지 마.” 기태의 손이 멈췄다. 하랑은 천 조각을 거실 사진 가까이 가져갔다. 잠깐 생각하더니 전시된 작은 쿠션을 가리켰다. “회색 소파에 저런 밝은 쿠션 놓으면 어때?” “괜찮네.” “우리 둘 다 좋아하는 거 있잖아. 같이 놓으면 되지!”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랑은 두 색을 함께 사
계약서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기태. 이하랑. 하랑은 펜을 쥔 채 그 이름들을 번갈아 봤다. 함께 확인하던 회사 보고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살 집의 계약서였다. 몇 군데를 더 둘러본 끝에 두 번째로 봤던 집을 골랐다. 거실은 조금 작았지만 작업실과 서재가 따로 있었고, 서로의 공간을 줄이지 않아도 됐다. 식탁을 놓을 자리까지 다시 확인하고, 가구가 들어갈 너비도 꼼꼼하게 적어뒀다. “두 분, 확인하신 내용대로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중개사의 말에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펜 끝은 종이에 닿지 못하고 잠깐 떠 있었다. 기태가 옆을 봤다. “왜.” “오빠, 나 손 떨려.” “긴장돼?” 하랑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신나서.”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랑은 다시 자기 이름을 내려다봤다. “여기에 내 이름도 있어.” “네 집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하랑은 숨을 한번 고르고 또박또박 이름을 썼다. 늘 빠르게 그리던 선과 달리, 마지막 글자까지 천천히 눌러 적었다. 기태도 옆에 서명했다. 하랑의 시선이 그 손을 따라갔다. 왼손 약지의 백금 반지가 계약서 모서리에 가볍게 닿았다. “오빠.” “응.” “우리 이름 잘 어울린다.” 기태가 펜을 내려놓고 두 이름을 봤다. “그러네.” 하랑은 이체 내역을 확인하고, 함께 정리한 예산표에 완료 표시를 했다. “됐어.” 기태가 화면을 함께 봤다. “확인했어?” “응. 내가 보태기로 한 것도.” 하랑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의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아깝기보다 자꾸 웃음이 났다. “나 진짜 집 계약했네.” “우리.” “아, 맞다. 우리!” 하랑이 고쳐 말하자 중개사가 웃으며 계약서 봉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랑은 두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기태가 챙겨주려 하자 얼른 가슴에 붙였다. “내가 들래.” “그래.” “안 구겨지게 잘 들고 있을게.” 밖으로 나오자 하랑이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보다 거실이 작았다.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나뉘어 있었다. 중개사의 안내가 끝나자 기태가 안쪽 문을 열었다. “여기 좀 볼게.” 하랑도 따라갔다. 기태가 창문을 열어 바깥 소리를 듣고 다시 닫았다. 벽의 길이를 살피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책장은 여기 두면 되겠다.” “책상은?” “저쪽.” 하랑은 그가 가리킨 곳에 서봤다. 책상과 의자가 놓이고도 뒤로 움직일 공간이 남았다. 하랑이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오빠, 나도 들어와도 돼?” “벌써 들어왔잖아.” “아니, 같이 살 때!” 기태가 웃었다. “와.” “책 읽을 때도?” “응.” “질문해도?” “지금도 하잖아.” 하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작은 의자 하나 더 놓자.” “네 자리?” “응. 바닥에 앉으면 엉덩이 아프니까.” 기태가 문 옆 빈 곳을 봤다. “거기면 되겠네.” 하랑은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했다. 기태가 이번에는 맞은편 방을 열었다. “여긴 네가 봐.” 창 아래로 햇빛이 들었다. 하랑이 두 손을 벌려 작업대의 너비를 가늠했다. “이쪽에 앉으면 문 열리는 게 보이겠다.” “응.” “오빠 들어오면 바로 알겠네.” 하랑은 벽을 따라 몇 걸음 옮겼다. “재료장은 여기. 잠금장치 있는 걸로.” “메롱이 때문에?” “응. 반지 케이스 또 깔고 앉으면 어떡해.”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많이 울었지.”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 하랑은 얼른 왼손을 들어 보였다. “이제 안 잃어버려. 여기 있으니까.” 기태가 그 손을 잡아 내렸다. 엄지가 백금 반지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알아.”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침실을 둘러봤다. 하랑은 침대가 놓일 벽 앞에 섰다가 반대편을 봤다. 그러고는 기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오빠.” “응.” “침대는 큰 거 사자.” “얼마나.” “메롱이도 올라오잖아.” 기태는 잠시 하랑을 내려다봤다. “그래도 너 내 쪽으로 붙어 잘 텐데.” 하
토요일 오전. 첫 번째 집의 현관문이 열리자 하랑이 기태의 손을 꼭 쥐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거실이었다. 큰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바닥까지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오빠, 저기!” “응.” “메롱이 누우면 딱이겠다.” 중개사가 웃으며 거실로 안내했다. 하랑은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들어가 창가부터 살폈다. “여기 캣타워 놓고, 저쪽에 소파 놓으면 되겠지?” “창문부터 확인하고.” 기태가 창문 잠금장치를 살피는 동안 하랑은 소파가 놓일 자리에 섰다. “이 정도면 둘이 누워도 되겠다.” 기태가 돌아봤다. “소파에서?” “응. 영화 보다가 잠들면.” “침대 가서 자.” “오빠가 옮겨줘.”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벌써 계획이 다 있네.” “응!” 하랑은 웃으며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주방은 사진보다 아담했다. 하랑이 조리대 앞에 서서 팔을 뻗어보자 기태가 옆에서 동선을 살폈다. “어때?” “괜찮아.” “그럼 여기서 요리할 때 내가 옆에 있어도 돼?” “뜨거운 거 옮길 때는 비켜주고.”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 식탁에서 말할게.” “그건 안 시켜도 하잖아.” “오빠!” 하랑이 그의 팔을 가볍게 쳤다. 기태는 웃으며 다음 방으로 향했다. 침실 옆 방에도 빛이 잘 들었다. 하랑은 문턱에서 잠시 멈췄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얼굴이 금세 진지해졌다. “여기에 작업대 놓으면 되겠다.” “응.” “재료장은 문 쪽에 두고. 작은 부품은 메롱이가 못 열게 잠그고.” 기태가 빈 벽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조명은 따로 달아야겠네.” “맞아. 저녁에도 작업하니까.” 하랑은 휴대전화에 메모를 남겼다. 화면을 보는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기태는 그 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마음에 들어?” “응. 엄청.” 하랑이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빠 서재도 보자!” 마지막 방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자 조금 좁게 느껴졌다. 작은 창 너머로는 옆 건물 벽이 가까이
월요일 오전. 업무 시작까지 삼십 분 남았을 때, 전무실 문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섰다. 하랑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기태를 돌아봤다. “오빠, 아빠 놀라겠지?” “집 알아보는 게?” “응! 어제부터 내가 얼마나 신났는지 모르잖아.” 기태는 하랑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어젯밤 둘이 고른 매물 사진이 잔뜩 저장돼 있었다. “일단 들어가.”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무혁이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 딸과 기태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안경을 벗었다. “두 사람이 아침부터 웬일이야?” “아빠!” 하랑이 책상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나 오빠랑 집 알아보려구~!” 무혁의 손이 멈췄다. “……집?” “응! 우리 신혼집!” 무혁은 딸을 한 번, 그 뒤에 선 기태를 한 번 바라봤다. 기태가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출근 전에 잠깐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래요. 앉아요.” 하랑은 기다렸다는 듯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기태가 옆자리에 앉자 태블릿부터 펼쳤다. “아빠, 여기 봐! 거실에 햇빛 엄청 잘 들어온대.” “벌써 보러 갔어?” “아니! 이번 주말에 가보려고.” “그럼 아직 사진만 본 거네.” “응. 그래도 예쁘지?” 무혁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넓은 창이 있는 거실, 방 세 개, 단정한 주방. “방이 세 개네.” “하나는 침실, 하나는 내 작업실, 하나는 오빠 서재!” “메롱이는?” “거실에서 우리랑 살아!” 하랑은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여기 메롱이 자리도 만들 거야. 안전장치 달고!” 무혁은 딸이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하랑은 이미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야기는 달랐다. 혼자 지낼 집이 아니라, 누군가와 평생 함께 살아갈 집을 정하고 있었다. “하랑아.” “응?” “집은 사진만 보고 결정하면 안 돼.” “알아! 그래서 직접 보러 갈 거야.” 무혁이 기태에게 물었다. “출퇴근 거리는 생각했습니까?” “네. 두
일요일 오전. 하랑은 침대에 엎드려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기태가 책을 읽고 있었고, 메롱이는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있었다. “오빠.” “응.” “우리 집부터 알아볼까?” 기태가 책에서 시선을 들었다. “집?” “응! 우리 결혼하면 같이 살아야 하잖아.” “그렇지.” 하랑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나 어제 생각했거든!” “뭘.” “결혼식장도 중요하고 드레스도 중요한데, 우리가 살 집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기태는 책을 덮었다. “맞아.”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치?” “응. 어디서 살고 싶어?” 하랑은 기다렸다는 듯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여기 봐!” 화면에는 여러 아파트 매물이 떠 있었다.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언제 찾았어?” “아까!” “몇 시부터?” “일곱 시!” 기태는 시계를 봤다. 오전 열 시였다. “세 시간째?” “응!” 기태가 웃었다. “잠도 안 자고?” “잤지! 오빠 옆에서!” “그러다 일어나서 집 찾은 거야?” “응!” 하랑은 화면을 넘겼다. “여기는 거실이 넓고, 여기는 주방이 예뻐. 근데 여기는 방이 세 개야!” “방 세 개?” “응!” 기태가 물었다. “방은 어떻게 쓸 건데?” 하랑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우리 침실 하나.” “응.” “내 작업실 하나!” “응.” “그리고 하나는…….” 하랑은 잠시 생각했다. “메롱이 방!” 기태가 웃음을 터뜨렸다. “메롱이?” “응! 메롱이도 자기 방 있으면 좋잖아!” 마침 고양이가 기지개를 켰다. 기태는 메롱이를 내려다봤다. “얘는 네 옆에서 자잖아.” 하랑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러네!” “방 하나 남겠다.” “그럼 오빠 서재!”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하랑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다 다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근데 오빠.” “왜.” “우리 회사랑 너무 멀면 안 되겠지?” “응. 둘 다 출퇴근해야 하니까.” “그럼 회사에서 너무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