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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Author: 강맹아
이담은 진혁과 유리 벽 사이에 갇힌 채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타월로 이담의 몸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고, 밖으로 드러난 맨살 위로 차가운 공기가 닿을 때마다 몸이 떨렸다.

“당연한 거 아니야? 문초연 하나로는 모자라?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난 역겨워!”

진혁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담은 예전엔 결코 진혁을 이토록 혐오하지 않았다.

이담은 숨을 헐떡였고, 흠뻑 젖은 몸은 진혁의 뜨거운 품 안에서도 여전히 추위에 떨고 있었다.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담은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결국 그 여자가 신경 쓰인다는 건가?”

축축하게 젖은 이담의 머리를 매만지던 진혁이 귓가에 대고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이담의 숨이 턱 막혔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뜻이지.”

진혁은 이담을 짓누르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했다.

허리에 닿은 거친 손바닥의 감촉에 이담의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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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6화

    진혁이 조용히 웃었다.기분이 좋은 게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였다.진혁은 자연스럽게 이담을 다시 품으로 끌어안았다.턱을 머리 위에 살짝 얹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이담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그 향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다.“당신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말 잘 듣는 것쯤이야. 개가 되라고 해도 할 수 있어.”“...”잠시 후 진혁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그럼... 얼마나 늘려줄 건데?”이담은 진혁의 품 안에서 편한 자세를 잡았다.손가락으로 무심코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일단... 일주일에 하루 더.”진혁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하지만 웃음기는 감출 수가 없었다.“겨우 하루? 너무 적은 거 아니야?”이담이 고개를 들어 진혁을 노려봤다.“흥정할 생각 하지 마.”진혁은 곧바로 물러섰다.“하루면 하루지.”지금은 하루라도 얻은 게 어디인가?앞으로 더 잘해서 나머지 시간도 하나씩 가져오면 될 일이었다....같은 시각, 경성병원.마동순은 병실 문을 등진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문이 천천히 열렸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 차림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온 뒤, 문을 살짝 당기면서 반쯤 닫았다.병실 안의 빛도 한층 어두워졌다.남자는 발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고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시선이 잠든 마동순의 얼굴에 머물렀다.창밖에서 희미하게 스며든 달빛 아래, 마스크 위로 드러난 두 눈에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하동민이었다.하동민은 주머니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약병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어머니,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 전부 어머니가 절 이렇게 만든 겁니다.”침대 곁으로 다가간 하동민은 들고 온 약과 테이블 위의 약을 바꿔치기했다.마동순이 깨어나지 않은 걸 확인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조용히 몸을 돌렸다.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싸늘한 기운만 남긴 채 병실을 빠져나갔다.딸깍-문이 닫히는 작은 소리마저 고요한 복도 속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5화

    이담은 차 앞에 다다르자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진혁이 바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이담이 조수석에 올라타자, 차 안에 밴 서늘한 향과 희미한 술 냄새가 동시에 느껴졌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술 마셨어?”“한 잔만.”진혁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 있었다.이담은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암이 나았다고 또 담배 피우는 거야?”진혁이 웃음을 터뜨렸다.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그대로 반으로 꺾었다.“안 피웠어.”“그럼 이 밤중에 잠도 안 자고 날 왜 불렀는데?”진혁의 시선이 이담의 촉촉한 머리끝에 머물렀다.“보고 싶어서. 머리도 안 말리고 나왔어?”“당신 메시지 보고...”이담은 말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렸다.“이 시간까지 안 자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진혁의 눈에 어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몸을 기울여 이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혼자 자려니 잠이 안 오더라.”진혁의 체취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이담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술 취했네.”“내 주량 알잖아.”진혁은 이담의 눈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한 잔 가지고 취할 정도는 아니야.”이담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혀끝으로 살짝 적셨다.그 짧은 동작 하나에 진혁의 시선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가슴속이 간질거릴 만큼 참기 힘든 충동이 밀려왔다.이담의 뺨에도 서서히 열이 올랐다.진혁이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순간, 이담이 나지막이 말했다.“CCTV에 찍혀.”진혁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이담의 얼굴에 스쳐 가는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대답했다.“밖에서는 안 보이는 코팅이야.”이담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진혁의 입술이 닿았다.이담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처음에는 주먹을 쥔 채 진혁의 가슴을 밀어내듯 버티고 있던 손도 어느 순간 천천히 풀렸다.이내 진혁의 가슴팍 옷자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느낀 진혁의 입맞춤은 조금씩 깊어졌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4화

    권주혁은 예전부터 주씨 집안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사업에서 이해관계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법이었다.결국 두 집안을 단단하게 묶어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혼인이었다.식탁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이담의 아버지와 오빠를 제외하면, 정략결혼이라는 운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여름뿐이었다.여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담을 바라봤다.식탁 아래 놓인 손을 어느새 꽉 움켜쥐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무슨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여름 역시 잘 알고 있었다.이담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진 선생님이 저희 연구실에 더 큰 규모의 협력 프로젝트를 연결해 주셨어요.”“저로서는 감사한 일이고, 그 일 때문에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권주혁의 눈에 순간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일단 밥들 먹어라.”다른 사람들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권은석만 빼고.쿵-권은석이 술잔을 조금 세게 내려놓자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권은상이 물었다.“은석아, 왜 그래?”권은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손이 미끄러졌어.”...식사를 마친 뒤 본가 정원을 나서는 권은석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뒤따라 나온 이담이 곧바로 권은석의 곁으로 다가가서 나란히 걸었다.“저한테 화나셨어요?”권은석이 말문이 막힌 듯 이담을 바라보면서 걸음을 멈췄다.“내가 언제 너한테 화를 냈다고 그래?”이담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할아버지한테 화가 나신 거예요?”권은석은 대답하지 않은 채 시선을 슬쩍 돌렸다.이담은 눈을 내리깔면서 웃었다.“할아버지는 권씨 집안 자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시는 거잖아요.”“전 이해해요. 할아버지한테는 집안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발전하는 게 언제나 가장 중요할 테니까요.”이담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목소리에는 눈치채기 힘든 탐색의 기색이 섞여 있었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3화

    이담과 눈이 마주치자, 권주남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담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권주혁이 권회명과 함께 거실로 나왔다.곧장 긴 식탁 쪽으로 향하면서 권주혁이 물었다.“다들 왔느냐?”권은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다 왔어요.”잠시 머뭇거리더니 덧붙였다.“서안이만 빼고요.”권서안의 이름이 나오자 권주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하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표정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았다.“다들 앉아라.”이어 고용인에게 말했다.“음식 내오라고 해.”식탁 양쪽으로 가족들이 항렬에 맞춰서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공교롭게도 이담의 맞은편에는 권주남이 앉았다.권주혁이 물었다.“이번에 돌아와서는 얼마나 있을 생각이냐?”당연히 권주남에게 하는 말이었다.권주남이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아버지, 당분간은 다시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권주혁은 손가락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용인에게 술을 따르라는 눈짓을 보냈다.“그래. 요즘 집안에 일이 많으니 남아 있으면 네가 도울 일도 있겠지.”권주남이 남는다는 말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단연 여름이었다.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담은 식탁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권주남의 시선은 간간이 이담에게 머물렀다.무심한 듯하면서도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탐색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이담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눈을 내리깔면서 지나치게 날카로운 시선을 살짝 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용인들이 정갈하게 차려진 요리를 하나씩 식탁 위에 올렸다.권주혁이 먼저 공용 젓가락으로 생선 한 점을 집었다.그제야 나머지 사람들도 식사를 시작했다.“회명아, 요즘 집안일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권회명이 대답했다.“아버지,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권주혁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해외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가고 있니?”“초기 준비는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부터 정식으로 시작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2화

    유하연은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세련된 사각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 자체부터 배나무로 만든 고급 공예품이었다.유하연이 상자를 이담의 앞으로 내밀었다.“원래는 내 딸의 혼수로 남겨두려고 했던 건데, 아쉽게도 나한텐 딸이 없잖아요. 그러니 이담 씨가 받아요.”이담은 화들짝 고개를 들며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사모님, 이건 못 받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너무 귀한 물건이에요.”유하연이 웃으며 되물었다.“열어보지도 않았는데 귀한 건 어떻게 알아요?” “이런 상자에 담아둘 정도면 안에 든 것도 분명 귀한 물건이겠죠. 이렇게 비싼 선물은 정말 못 받아요.”“받아요.”유하연의 목소리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드러나 있었다.“내가 어머님이랑 절친이었다는 거 알잖아요.”“예전에 우리 둘이 약속도 했어요. 서로 아이들이 부부나 자매, 남매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에게 선물 하나쯤은 꼭 남겨주자고.”유하연이 워낙 강하게 떠미는 바람에 이담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자가 자신의 손 위에 올라와 있었다.“나한테 다시 돌려줄 생각 하지 말아요.”유하연이 이담의 손을 눌렀다.“내가 이담 씨한테 준 거니까 이제 이담 씨 거예요.”결국 이담은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받아들였다.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유하연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이담은 유하연을 병원 정문까지 배웅했다.인사를 나눈 뒤 유하연이 차에 올라서 떠나자, 이담은 멀어지는 차를 한동안 바라봤다.그러고는 손에 든 세련되고 묵직한 나무 상자를 내려다봤다.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서 함부로 흔들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저녁 무렵.차를 몰고 남산원으로 돌아온 이담은 막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혁에게 온 카톡을 확인했다.[어젯밤 장미 받았어?]이담의 손가락이 빠르게 화면 위를 움직였다.[받았어. 창고에 잘 모셔놨어.][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가져다줄 걸 그랬네.][문도 안 열어줄 거야!]메시지를 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1화

    권주남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은호를 마주 보았다.“너희가 있잖아.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은호는 강준에게 먼저 나가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사무실에 두 사람만 남자, 은호는 책상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큰고모 일은 그렇다 쳐도, 어머니한테 그런 일이 생겼는데 별로 신경 쓰이지 않으시나 봅니다.”“엄마는 자업자득이야.”권주남은 한숨을 내쉬며 책장 앞으로 걸어갔다.금융 서적 한 권을 꺼내 들고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내 말을 안 들었어. 본인이 셋째 형과 몰래 만나는 걸 선택했으니 언젠가는 들킬 일이었지.”마치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얼굴에는 감정의 흔들림조차 전혀 없었다.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느릿하게 두드리면서, 권주남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바라봤다.은호 역시 알고 있었다.권주남이 자신과 옛이야기나 나누자고 찾아온 건 아니었다.“저한테 무슨 용건이 있으십니까?”권주남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몸을 돌린 얼굴에는 난감하다는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은호야, 오늘은 정말 너랑 속 얘기 좀 하려고 온 거야. 알다시피 우리 둘은 나이 차이도 별로 않나잖아.”“난 널 조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동생처럼 생각하지.”은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제 숙부님을 형제처럼 대할 수는 없죠.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이만 가주시죠.”그러면서 문 쪽으로 손을 내밀어 나가라는 뜻을 보였다.권주남의 난감한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씁쓸한 미소로 바뀌었다.“넌 여전히 나한테 여지를 안 주네.”권주남은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왔다.두 손으로 책상 끝을 짚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은호야, 집안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도 나도 잘 알잖아. 그런데 나도 정말 선택지가 없어.”“그리고 내 적은 너도, 네 아버지도 아니야.”“그러니까 나도 너랑 적이 되고 싶진 않아.”그 말을 끝으로 권주남은 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8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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