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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작가: 강맹아
“하긴, 내가 그 얼굴이었으면 벌써 톱스타랑 사귀고도 남았지!”

간호사들은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팔려서, 옆을 지나가던 여자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멍한 얼굴로 병실 앞에 다가선 주민희의 눈에, 병상을 지키고 있는 오빠와 엄마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민희가 온 줄도 모르는 눈치였다.

여성은 우울하게 벽에 기댄 채 핸드폰 갤러리를 열었다.

앨범 안은 온통 지훈이 의대에서 강의하던 사진뿐이었다.

기를 쓰고 의대에 입학한 것도 오로지 자신의 우상인 지훈에게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벽에 붙은 의료진의 사진과 약력이 눈에 들어왔다. 민희는 단번에 이담의 사진을 찾아냈다.

단정한 증명사진인데도 이목구비와 신체 조건이 워낙 우월해서, 청초하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뭔가 떠오른 듯 이담의 사진을 찰칵 핸드폰으로 찍은 민희는, 짧은 글을 하나 작성해 곧바로 인터넷에 올렸다.

다음 날 아침, 주동수의 수술이 첫 번째로 잡혔다.

병실에서 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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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4화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부서 주임에게 소연의 이력서를 건네며 상황을 설명했다.이력서를 훑어보던 주임이 이담을 힐끗 보며 웃었다. “심 과장님 스펙에 친구 한 명 추천하는 걸 굳이 제 선에서 허락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까?”이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절차는 밟아야죠. 안 그러면 규정에 어긋나잖아요.”이력서를 꼼꼼히 살핀 주임이 입을 열었다. “이 친구 조건이 꽤 괜찮네요.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배웠다니 아주 좋습니다. 프로그래밍할 줄 아는 간호사는 생각보다 귀하거든요.” “요즘 사람 구하기 힘든데 혼자서 두 사람 몫은 하겠네요. 앞으로 컴퓨터 문제도 직접 해결할 수 있겠네요.”이담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주임이 서류에 서명했다.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하세요.”“감사합니다, 유 주임님.”“아유, 천만에요. 저도 앞으로 심 과장님 신세 질 일이 많을 텐데요!”밖으로 나서던 이담은 그 말을 듣고 잊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죠.”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이담은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 몰랐다. 지훈의 사무실 앞을 지나칠 때 마침 지훈이 문을 열고 나왔다.시선이 마주치자 이담은 가볍게 인사만 건네고 그를 지나쳤다.“잠깐만요.” 지훈이 이담을 불러 세웠다.걸음을 멈춘 이담이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세요?”“낮에는 제가 말이 좀 심했습니다. 사과하죠.”이담은 멍해졌다.‘고작 그런 일로 사과를 한다고?’“괜찮아요. 제가 먼저 곤란한 부탁을 드렸으니까요.”“곤란한 게 아니라, 제가...”“지훈아! 어라, 심 과장님도 계셨네요?” 커피를 사 들고 오던 정우가 하필 그 타이밍에 끼어들더니, 이담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마침 한 잔 더 샀는데 드세요.”이담이 멈칫하다가 커피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왜? 내가 맛있는 거 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지훈이 헛웃음을 치더니 등 뒤로 문을 닫아버렸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3화

    “불편할 게 뭐 있어요. 나 혼자 사는데 남는 방도 있거든요. 나중에 집을 구하면 그때 나가도 돼요.”이담이 소연을 도와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코끝이 찡해진 소연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저 진짜 선생님 믿고 열심히 해볼게요!”이담이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요, 얼른 타기나 해요.”이담은 소연을 서원 오피스텔로 데려왔다.짐을 들고 현관에 들어선 소연이 널찍한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진짜 혼자 사시는 거 맞아요?”“그럼요.”소연이 멋쩍은 듯 뺨을 긁적였다.“그게, 예전에 채팅방에 하 대표님과의 혼인신고서 사진을 올리신 뒤로 병원 사람들은 두 분 관계를 다 알게 됐거든요.” “하 대표님도 강성시에 오셨다고 해서 전 당연히 같이 사시는 줄 알았어요.”이담이 그토록 오래 뒤집어썼던 상간녀 꼬리표도 혼인신고서 사진 한 장으로 모두 입을 닫았다.초연이 정직 처분을 받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비난에 뼈도 못 추렸을 테니, 참 운 좋게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하지만 그 일 때문에 경성시의 어떤 병원도 감히 초연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진혁의 비호가 사라지자 과거 마취제를 바꿔치기했던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이다. 명백한 위법 행위 전력이 있으니, 자기 손으로 자신의 무덤을 판 꼴이었다.이담이 입술을 오므렸다.“같이 안 살아요.”“그래도 두 사람은 부부잖아요?”이담이 바로잡았다.“곧 이혼할 부부죠.”소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진혁이 병원에서 초연을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담이가 아내라는 사실조차 숨겨서 수모를 겪게 했으니, 이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점심 무렵, 이담은 잘 깎아둔 과일을 들고 지훈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한동안 기척이 없어 돌아서려던 순간, 덜컥 문이 열렸다.낮잠을 잔 듯 새하얀 샤워 가운 차림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수염이 거뭇하게 돋아 있어도 훈훈한 외모는 여전했다.이담을 확인한 지훈이 흠칫하면서 그대로 문을 닫으려고 하자, 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2화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그래요...”“입 다물어!”송미연을 흘겨보던 송인성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그때 그 납치 사건, 부잣집 애들만 골라 납치했잖아. 우리 딸이 그 애들 중 하나로 오해를 받았다가 사례금까지 받았는데, 이게 무슨 좋은 일인 줄 알아?”그 말에 송미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가 아동 연쇄 납치 사건이 일어난 곳이 바로 송촌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이었다. 당시 납치범들은 부잣집 아이들만 노렸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기 자식이 납치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당시 송유담은 아직 어렸다. 송인성이 아이를 데리고 밭에 나갔다가, 우연히 도망쳐 나온 두 아이와 마주쳤던 것이다.유일하게 의식을 잃지 않았던 여자아이가 살려달라며 자기 이름을 말했는데, 자기 딸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와 겹쳤다. 그게 ‘담’이었는지 ‘초’였는지, 송인성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다.두 아이를 구조한 뒤 경찰은 산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인신매매범 일당 중 세 명만 체포되었고, 모두 총살당했다.뉴스에서는 납치된 여섯 명의 아이 중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송미연은 아직도 소름이 끼쳤다.만약 돈을 받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가, 행여나 그때 그 납치범들의 잔당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끔찍한 일이었다.“그럼 어떡해요...”한참을 고민하던 송인성이 무겁게 입을 뗐다. “당장 유담이 불러들여!”한편.진혁은 정원에서 소준우 회장과 바둑을 두는 중이었다. 안나가 다가와 그의 귓가에 몸을 숙이고 뭔가를 속삭였다.쥐고 있던 바둑돌을 내려놓은 소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신 것 같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다음에는 제대로 한 판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리죠.”“허허, 참 정중하기도 하시지.”안나가 경호원들에게 소준우를 배웅하게 했다.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바둑판의 형세를 응시하던 진혁이 물었다. “어떻게 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1화

    ‘요즘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어.’다가가던 이담은 문득 진혁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찾을 필요 없어, 도망쳤으면 그만이야.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만 한다면...”이담의 걸음이 멈칫했다.‘누굴 말하는 거지? 문초연?’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진혁이 홱 돌아섰다. 미세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그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이담아...”“문초연 경찰에 안 넘겼구나. 결국 도망치게 둔 거네, 맞지?”“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진혁이 다가오며 손을 뻗으려 했지만, 이담은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문초연한테 손을 못 대겠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내 앞에서 이렇게 연기할 필요 없어.”“그런 게 아니야!”진혁이 이담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문초연이 네 손을 다치게 했잖아. 그래서 나도 사람을 시켜서 똑같이 손을 망가뜨렸어.” “그리고 그동안 문초연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게 되었어. 그래서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혁이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예전 일은 내가 다 미안해. 나와 문초연 사이의 일들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맹세할 수 있어. 나 절대 바람피운 적 없어. 문초연 털끝 하나 건드린 적 없다고.”“그런 건 관심 없어!”이담이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진혁은 더 세게 쥘 뿐 도무지 놓아주지 않았다.이담을 품에 꽉 끌어안은 진혁이 호소했다.“뭐 하는 거야...”“이담아, 한 번만 믿어줘. 딱 한 번만!”이담은 그의 품에 안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남자를 믿으라고?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같은 시각,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지훈이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지훈은 한참 동안 멈춰 서 있다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등 뒤의 기척을 느낀 이담이 진혁의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말했다.“나 들어갈게.”진혁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0화

    “알았어요. 주소 보내줄 테니까 그쪽으로 찾아와요.”문득 뭔가 떠오른 소연이 다급하게 덧붙였다.[아 참! 문 과장님에 관한 증거를 모아달라고 부탁하셨잖아요?] [제가 영상을 하나 구했는데, 글쎄 문 과장님이 자기 아들을 밀어 떨어뜨리고 심 선생님 부모님한테 누명을 씌우는 장면이 찍혀 있어요.]이담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그걸 어떻게 구했어요?”사건 직후, 카페 직원들은 위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옥상엔 CCTV조차 없었다. 준희가 어쩌다 떨어졌는지는 오로지 초연만 알고 있었다. 물증이 없으니 초연을 건드릴 수 없다는 건 이담도 잘 알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다 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날 테고, 진혁 역시 어떻게든 초연을 감싸고돌 게 뻔했다. 그래서 여태껏 뼈를 깎는 심정으로 버텨온 것이다.강성대학병원으로 오기 전, 이담은 소연을 따로 만났었다. 소연에게 당장 일자리가 절실하다는 걸 알았기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고, 떠나기 전에 초연의 범죄 증거를 몰래 모아달라고 은밀히 부탁했었다.병원에 근무할 당시 이담은 소연의 이력서를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기 전, 소연의 원래 전공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었다. 유하연의 수술 당시 초연이 몰래 약을 바꿔치기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소연의 도움이 컸다. 약제실은 수술용 마취제 관리가 아주 엄격해서 컴퓨터에 입출고 기록이 남아있었다. 초연이 약품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건, 소연이 입출고 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연은 꿈에도 몰랐다. 소연이 끝내 양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초연의 약품 수령 기록을 전부 원래대로 복구해 놓았다는 사실을.소연을 강성대학병원으로 끌어준 것은 순수한 호의였으나, 그녀의 능력이 절실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소연이 말을 이었다.[그 영상은 근처의 주민이 찍은 건데, 인터넷에 올렸다가 조회수가 안 나와서 금방 묻혔거든요.] [저도 우연히 스크롤을 내리다가 발견했어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89화

    한편.간호사가 평소처럼 초연에게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배식구를 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초연을 향해 그녀가 소리쳤다.“식사하세요.”하지만 침대 위의 사람은 미동도 없이 아무 대답이 없었다.간호사가 두어 번 더 불렀지만 여전히 기척이 없자, 미세하게 표정이 굳어진 간호사가 다급하게 열쇠로 바깥쪽 문을 열었다.‘환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야!’침대 곁으로 다가가 초연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침대 위의 초연이 갑자기 주사기를 간호사의 목에 꽂아 넣고 약물을 주입했다.간호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당신...”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간호사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침대에서 내려온 초연은 비틀거리며 다가가 문을 걸어 잠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 쓴 주사기를 구석으로 차버린 뒤, 재빨리 간호사의 옷으로 갈아입었다.모든 준비를 마친 초연은 남은 힘을 쥐어짜서, 간호사를 침대 위로 끌어올려 자신처럼 보이게 위장했다.힘을 줄 때마다 제멋대로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내려다보는 초연의 두 눈에 독기 어린 원한이 가득 차올랐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길 빠져나가야 해!’...점심 무렵, 이담은 두 차례의 수술에 들어갔지만 모두 어시스트 역할이었다. 수술은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이번 수술의 집도의는 같은 병원의 도혁수 교수였다. 그가 직접 메스를 잡은 건 오랜만의 일이었고, 이담 역시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뇌에 기생충이 감염된 8살짜리 어린아이 환자라 상황이 꽤 까다롭지 않았다면, 은퇴한 도혁수도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고 교수님 제자라고 들었네. 젊은 나이에 집도의까지 맡을 정도면 꽤 실력이 뛰어난가 보군.”도혁수는 오래전 수술실을 떠나 조기 은퇴를 했음에도 병원 내부 일들을 꽤나 잘 알고 있었다.시선을 내리깔며 웃은 이담이 대답했다.“어릴 적부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소꿉장난할 때도 늘 의사 역할을 맡곤 했는데, 제가 진짜 의대에 진학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게 다 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7화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화

    “다 큰 어른이 뭐 하러 어린애와 사사건건 따져?”이담은 잠시 넋을 잃었다. 진혁이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인 편애에 마음은 미어질 듯 아팠다.이담은 눈이 시큰거렸지만 눈물을 애써 참았다.“전 밀친 적 없어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럼 고작 몇 살짜리 애가 스스로 넘어지고 너를 모함한다는 거야?”이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설명했을까...이담은 눈을 내리깔고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오늘은 내가 재수 없었네요. 됐죠?”말을 마친 이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화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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