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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Author: 강맹아
화장실에서 나온 이담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 선생님은 원래 여자한테도 얄짤없으신가 봐요?”

이담을 마주 본 지훈이 대답했다.

“저 여자가 정말 원하는 건 하진혁의 관심이겠죠.”

“...”

어이가 없긴 했지만, 초연이 안데르 교수의 제자가 되었다는 건 꽤 의외였다.

“안데르 교수님이 한동안 제자를 받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문초연 씨는 운이 참 좋네요.”

“논문 하나 덕분이죠.”

“논문이요?”

이담이 멈칫했다.

‘설마 10년 전에 내가 썼던 신경 줄기세포 이식 논문은 아니겠지?’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

병원을 나선 초연에게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다가왔다.

“사모님께서 찾으십니다.”

초연이 멈칫했다.

‘사모님?’

앞에 정차된 리무진 한 대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설마...’

초연은 경호원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앉아 있었다. 관리를 워낙 잘해서 이만옥보다 몇 살은 젊어 보일 정도로 화려한 미모를 자랑했다.

“혹시 고씨 가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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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04화

    이담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피식 웃었다.“그래요. 다 오해였다니 그럼 이제 일반병실로 옮기실 건가요?”말문이 턱 막힌 송미연은 굳은 얼굴로 진혁의 눈치만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안 옮길게요. ICU에 그대로 있겠습니다.”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이담이 돌아서서 걸어가자 진혁이 그 뒤를 따라가려고 했다. 그때 송미연이 급히 앞을 막아섰다.“하 대표님, 시간이 괜찮으시면 잠깐 들르실래요? 차라도 한잔하시죠.”진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안나가 앞으로 나섰다.“사모님.”안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16억 원을 받으셨을 때 그 은혜는 이미 다 갚은 겁니다.”“이제 송씨 집안의 일에 대표님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실 때는 대표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말아 주세요.”소매를 가볍게 정리한 진혁이 말없이 자리를 뜨자, 안나도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호의를 기대했다가 차갑게 거절당하자 송미연의 표정은 씁쓸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체면보다 남편의 상태가 더 급했다.돈은 전부 남편이 관리하고 있다.혹시라도 남편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이담을 따라잡은 진혁이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내가 설명할게.”이담은 손을 빼내며 돌아섰다.“뭘 설명하려고?”“저 가족하고 특별한 사이는 아니야. 예전에 받은 은혜를 갚았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저 사람들 일에 더 이상 관여할 생각은 없어.”은혜를 갚았을 뿐이라.이담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남한테 진 빚은 정말 끝까지 잊지 않는구나. 정작...”그녀는 말끝을 삼켰다.‘내 은혜만 빼고.’진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정작 뭐?”“아무것도 아니야.”이담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환자는 경막상 뇌출혈이야.”“뇌혈관 질환 가운데 사망률과 후유 장애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라서, 수술이 끝났어도 계속 경과를 봐야 해.”“그런데 보호자는 ICU 비용이 아깝다면서 계속 일반병실로 옮기려고 하는데, 하 대표가 직접 이야기하면 설득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03화

    자신을 바라보는 정우를 보면서 이담도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어느 하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거죠?”송미연이 턱을 치켜들었다.“당연히 경성시의 하 대표님이죠!”이담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요? 전 하 대표님에게 생명의 은인이 있다는 얘긴 처음 듣는데요.”코웃음을 친 송미연이 허풍을 떨었다.“모르는 게 당연하죠. 우리 딸이 어릴 때 하 대표의 목숨을 구해줬거든요.”“그때 두 집안이 사돈을 맺을 뻔했어요.”“우리가 승낙만 했으면 지금쯤 우리 딸이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됐을 텐데요?”아무리 들어도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주변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봤다.정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팔짱을 낀 채 이담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속삭였다.“심 과장님.”“남편분이 사기라도 당하신 게 아닐까요?”이담은 대꾸하지 않고 송미연만 바라봤다.“하 대표님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지금은 저희 병원에 계신 만큼 병원 규정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협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대신 책임은 직접 지셔야 합니다.”이담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책임 확인서에 서명해 주세요.”“환자분을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응급상황에 제때 처치하지 못해 사망하더라도, 그 책임은 병원이 아닌 보호자에게 있다는 내용입니다.”“서명만 하시면 바로 일반 병실로 옮겨드리겠습니다.”간호사는 순간 놀란 얼굴로 이담을 바라봤다.‘정면으로 맞받아치네...’송미연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왜 내가 그런 걸 써야 하는데?”“사람을 살리는 건 병원 책임이지 내 책임이에요?”이담의 목소리는 끝까지 차분했다.“환자를 살리려면 보호자 협조도 필요합니다. 협조는 거부하면서 왜 병원에만 책임을 지라고 하십니까?”“환자분 목숨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신가요?”잠시 말을 멈춘 이담이 담담하게 덧붙였다.“그렇다면 지금 장례식장부터 알아봐 드릴까요?”“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당장 민원 넣을 거예요!”“그러세요.”이담은 눈 하나 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02화

    정우가 나가자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수술 환자를 살펴보고 돌아오던 이담은 지훈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병실로 향했다가, 마침 슬금슬금 나오던 정우와 마주쳤다.“최 선생님?”깜짝 놀란 정우가 급히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쉿.”“무슨 일이에요?”“지훈이 부모님이 오셨어요.”정우가 겁에 질린 얼굴로 병실을 힐끗 보면서 가리켰다.“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병실 안을 살짝 들여다본 이담의 시선에 낯선 남녀의 모습이 들어왔다.여자는 오십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늘씬하고 우아했다.김미영과 비교하면 여정아가 좀 더 풍만한 체형이지만,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동양적인 미인이었다.역시 재벌가 사모님들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여정아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미인이었고, 김미영은 맑고 단아한 분위기였다.이만옥은 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잠시 더 바라보려는 이담을 정우가 얼른 한쪽으로 끌어당겼다.“보지 않는 게 좋습니다.”“두 분이 싸우기 시작하면 괜히 불똥이 튈 수도 있어요.”이담이 웃음을 머금었다.“그 정도예요?”“모르시는구나.”정우가 작게 혀를 찼다.“두 분도 젊었을 때는 사연이 참 많았거든요.”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린 듯 이담을 바라봤다.“아, 맞다. 심 과장님이 하 대표님 사모님이시잖아요.”“지훈이 아버지는 하씨 집안 이야기가 나오는 걸 가장 싫어하십니다.”이담이 잠시 멈칫하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보려던 순간, 간호사 한 명이 다급하게 달려왔다.“심 과장님! ICU 환자 보호자가 계속 난리를 치세요.”“무조건 일반 병실로 옮겨 달라고 하시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 들으십니다.”“수술한 지 얼마 안 된 환자예요.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해서 일반 병실로 옮기면 응급 상황에 바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저도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전혀 안 믿으세요...”간호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담이 나섰다.“제가 가볼게요.”정우도 곧바로 따라나섰다.“저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01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진 이담의 귓가에 지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평소 하던 대로만 해요.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돼요.”입술을 지그시 깨문 이담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로봇 수술 장비를 조작했다. 먼저 두개골을 연 뒤, 뇌 조직을 조심스럽게 박리하며 혈종을 제거해 나갔다.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지훈은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했지만 끝까지 버텨냈다.“고 선생님, 잠깐 쉬시고 다른 분으로 교체할까요?”조심스러운 간호사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담에게 기구를 건넨 지훈이 짧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이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술에만 집중했다.그 시각, 수술실 밖.복도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송미연을 명월과 간호사가 곁에서 연신 달래고 있었다.“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뇌출혈이 온 거예요? 이제야 겨우 사람답게 살아보나 했는데... 당신까지 쓰러지면 난 어떻게 살라고요.”눈물범벅이 된 그녀에게 명월이 휴지를 건네며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무사하실 거예요.”“머리를 여는 수술이라잖아요...”“저희 의료진을 믿으셔도 됩니다.”그 말에 송미연은 훌쩍이면서 더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4시간이 흘렀다.이담이 마지막 봉합을 마친 뒤 환자의 생체 징후를 확인하니 안정적이었다. 그제야 수술실 안에 있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건 극심한 결벽증에 피를 전혀 보지 못하는 지훈이 4시간이나 수술실에서 끝까지 버텨냈다는 사실이었다.이담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려던 순간, 지훈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깜짝 놀란 이담이 급히 그를 잡고 안으면서 소리쳤다.“고 교수님!”“고 선생님!”...얼마 지나지 않아 여정아와 지훈의 아버지 고정민이 급히 병실로 들어섰다. 줄곧 병상 곁을 지키던 정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님, 어머님...”“지훈이가 왜 쓰러진 거니?”걱정 가득한 여정아의 얼굴을 보면서, 정우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00화

    “주제 파악하고 똑똑하게 굴어. 16억보다도 그 사람 신분만 잘 이용하면, 상류사회에 진입해서 돈 많은 남자 물고 팔자 고칠 수 있어.”초연이 유담의 어깨를 툭 치며 덧붙였다.“내가 2억이 필요하니까 모레까지 입금해.”초연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유담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내 돈은 안 노린다더니 2억이나 내놓으라고 해?’분통이 터졌지만 당장은 참는 수밖에 없었다.‘일단 아빠한테서 어떻게 2억을 뜯어낼지부터 생각하자.’이틀 뒤.공원의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부서진 햇살이 바닥 위로 흩어졌다. 하빈이 탄 휠체어를 뒤에서 밀면서, 이담은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진혁이 붙여준 경호원과 간병인 두 명이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랐다.이담은 인공호수 가장자리에 휠체어를 세우고 하빈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너 너무 오래 누워 있었어. 당분간 햇볕도 쬐면서 기분 전환도 좀 하자. 여기 경치가 좋으니까 네 맘에도 들 거야.”하빈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워낙 오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터라 아직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두 다리로 설 수도 없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이담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이담이 웃으며 말했다.“좋으면 됐어.”그때 핸드폰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지훈이었다.간병인이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하빈 씨는 저희한테 맡기시고 다녀오세요.”고개를 끄덕이며 하빈을 맡긴 이담은 전화를 받으면서 자리를 떴다.병원에 도착한 이담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내과 진료실로 향했다. 내과의 모든 진료실이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재진 환자만 십여 명에 초진 환자까지 몰리면서 복도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진료실 문을 열자, 지훈 혼자서 진료를 보고 있었고 대기 줄은 끝도 보이지 않았다.자리에 앉은 이담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죄송해요, 많이 늦었죠.”환자에게 처방전을 건넨 지훈은, 환자가 나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요 며칠 꽤 바빠 보이네요.”이담이 멈칫하다 대답했다.“동생이 깨어났거든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9화

    하빈에게 초연이 친누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누나가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그건 하빈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진혁이 입술을 꾹 다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네가 심씨 가문 친딸이 아닐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이담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이담이 진혁을 마주 보았다.“응, 오래전부터. 날 길러주신 양부모님이라 해도 나 때문에 이런 일에 얽히게 된 거잖아. 나만 아니었다면 두 분은 살 수 있었어.”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진혁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자신은 죄인이었다.그 자리에 선 채 이담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던 진혁은, 잠시 후 그녀가 조금 진정하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사과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린 이담은 남몰래 주먹을 쥔 채 진혁의 씁쓸한 시선을 피했다.“사과는 하빈이한테 해.”진혁은 이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무심한 표정 뒤에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한참 뒤, 헛웃음을 흘리면서 진혁이 대답했다.“알았어.”...병원에서 도망친 초연은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의 허름한 여관에 숨어 지냈다.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유담뿐이었다.유담이 택시를 타고 여관에 도착하자 초연이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꽁꽁 가린 상태였다.초연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예전에 아이 아버지를 만나던 시절 생긴 습관이었다. 다만 진혁 앞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피우지 않았을 뿐이다.“돈은 이미 받았지?”다가온 유담이 손으로 담배 연기를 흩뜨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돈은 아빠 통장으로 다 들어갔어요. 차 산다고 속여서 겨우 6,000만 원 받은 게 다예요. 돈에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해요.”초연이 담배를 비벼 끄며 유담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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