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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Author: 강맹아
“진혁 씨, 오늘 간호 침대를 다른 병실로 옮겨갔는데, 나랑 같은 침대 쓸래?”

초연은 진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용기를 내어 그의 코트를 벗겼다.

초연은 진혁을 오랫동안 탐했다.

두 사람이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초연은 벌써 진혁을 원했다. 심지어 진혁과 침대에서 뒹구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 진혁은 초연을 건드리기조차 아까워했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초연은 그 사람을 찾아가지도 임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바보였지.’

‘어떻게 진혁 씨처럼 좋은 남자를 두고 그런 사람을 찾아갈 수 있었지?’

세 번째 단추가 풀렸을 때, 진혁이 초연의 손을 잡았다.

초연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진혁 씨...”

하지만 진혁은 말없이 초연의 손을 떼어냈다.

그 순간 초연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우리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

진혁은 천천히 단추를 잠그며 일어섰다.

“준희도 잠들었으니 이만 가 볼게.”

초연이 반응할 새도 없이 진혁은 병실을 나섰다.

초연은 일순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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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90화

    이담은 눈앞의 얼굴을 바라봤다.완벽하게 다듬어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미 성형했다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눈매만큼은 김미영을 제법 닮아 있었다.처음 만났을 때 묘하게 익숙하다고 느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정신을 가다듬은 이담이 입을 열었다.“어머니하고 쌍둥이라면서 왜 저를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노리신 거죠?”송지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이담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송유담의 친자 확인 결과도 당신이 바꿔치기한 거였죠.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권씨 가문이 저를 찾는 걸 막고 싶었던 건가요?”송지현은 찻잔을 천천히 흔들며 조용히 말했다.“권씨 집안이 결국 널 찾아낼 줄은 나도 몰랐지. 벌써 이십 년이 넘었는데도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네 엄마가 널 알아볼 줄이야.” “제정신이 아닌데도, 그런 건 또 정확하게 알아보더군.”“그래도 어머니는 당신의 언니잖아요.”“입 다물어!”송지현이 찻잔을 탁 내려놓자 과일차가 탁자 위로 튀었다.그녀는 이담을 노려봤다. 눈빛에는 분노와 서러움, 그리고 깊은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넌 아무것도 몰라. 언니라고? 같은 얼굴을 하고 태어났지만 집안 어른들은 우리를 단 한 번이라도 똑같이 대해 준 적 없었어.”“김미영은 나보다 겨우 몇 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김씨 집안의 장녀가 됐어. 부모님의 사랑도, 집안의 지원도 모두 걔 차지였지.”“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었어. 걔는 말도 잘하고 어른들 비위도 잘 맞췄고, 난 남의 눈치 보며 사는 게 싫었어.” “내 힘으로 인정받고 싶었지. 그런데 결국 어디서나 걔보다 못한 취급만 받았어.”송지현은 비웃듯 웃었다.“그리고 원래 네 아버지와 혼담이 오갔던 사람도 사실은 나였어.”이담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놀랐어?”송지현이 차갑게 웃었다.“그래. 처음 권씨 집안에서 혼담이 오간 상대는 나였고, 네 아버지를 먼저 만난 사람도 나였어.”송지현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내가 왜 늘 장갑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89화

    “하빈아...”이담은 하빈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다가가서 달래려는 순간, 하빈이 애원하듯 입을 열었다.“누나, 저 사람 좀 보내면 안 돼? 나 저 사람 보기 싫어.”하빈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까 걱정이 된 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혁에게 다가갔다.“먼저 나가 있어.”진혁은 움직이지 않은 채 하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네가 날 원망하는 거 알아. 문초연 일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지만 약속할게. 내가 절대 문초연을 그냥 두지 않을 거야.”“안 믿어.”하빈은 고개를 돌렸다. 그에게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상처들이 있었다.이담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진혁의 팔을 붙잡고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복도로 나오자 이담이 차갑게 말했다.“하빈이는 널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러니까 더 이상 하빈이를 찾아오지 마. 지금은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으면 안 돼.”진혁은 쉰 목소리로 웃음기 없이 말했다.“너희 남매는 하는 말까지 똑같네.”이담은 예전에도 그에게 똑같이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이담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선을 돌린 채 담담히 말했다.“먼저 돌아가.”“돌아가는 건 상관없어.”진혁이 한 걸음 다가섰다.“대신 엘리베이터에서 했던 질문부터 대답해.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이담은 잠시 굳어 섰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음부터 고지훈한테 줄 선물이라고 말하면 됐잖아.”“처음부터 말했으면 네가 순순히 보내줬을 것 같아?”이미 들킨 이상 더 숨길 생각도 없었다.“내가 누구한테 선물을 하든 일일이 보고해야 해?”진혁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다.“그래도 거짓말은 하면 안 됐잖아.”이담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너는 거짓말해도 되고, 나는 하면 안 돼?”이담은 진혁을 똑바로 바라봤다.“문초연이 귀국했던 첫날 밤 기억나? 회사에서 야근한다고 했는데, 네 사촌동생은 네가 문초연이랑 같이 있는 사진을 나한테 보내면서 자랑했어.”“왜, 그것도 내가 하나하나 다 들춰내야 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88화

    하빈은 이담을 바라보다 끝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나 다 알고 있어요. 엄마 아빠도 이미 돌아가셨고, 누나도 내 친누나가 아니잖아요. 내 누나라면 날 버리지 않았을 거예요...”이담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하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자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하빈아!”이담이 다급하게 외쳤다.“난 널 버린 적 없어!”“내가 누구든 상관없어. 나한텐 넌 언제까지나 내 친동생이야.”“우린 20년을 함께 자랐잖아. 그 시간까지 전부 부정할 거야?”초점을 잃은 하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하지만 문초연이...”이담은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문초연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 말을 정말 믿을 생각이야?”“네가 몇 달 동안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 엄마 아빠 사고까지, 전부 문초연과 관련돼 있어.”“난 그 모든 걸 잊지 않았어.”“그래서 절대 그 여자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은 없어.”하빈은 그대로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담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이제 내 가족은 너 하나뿐이야. 심씨 집안에도 이제 너밖에 안 남았고.”“너까지 나를 혼자 남겨둘 거야?”하빈은 끝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바로 그 순간,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반대편에서 조용히 접근한 소방대원이 순식간에 하빈의 몸을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두 사람이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자, 소방대원은 하빈을 단단히 제압했다.이번에는 하빈도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구조가 끝난 뒤 지현과 의료진은 하빈을 병실로 옮겼다.보호자인 이담이 경찰과 소방대원들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했고, 구조에 감사 인사도 전했다.잠시 후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모두 돌아갔다.이담도 병실로 향하려다가 복도에 아직 지훈이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고 선생님?”이담이 다가가며 물었다.“아직 안 갔어요?”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기다렸어요.”이담은 잠시 멈칫했다.이내 뭔가 떠오른 듯 가방에서 작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87화

    진혁은 밤새 한숨도 제대로 못 잔 듯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짙게 그늘져 있었다.이담은 묵묵히 식사를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진혁의 안색을 살피던 하동규가 입을 열었다.“몸이 안 좋은 거냐?”진혁이 잠긴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아닙니다.”하동규가 이담을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이담이 먼저 말했다.“아버님, 오늘 병원에 좀 다녀오겠습니다.”하동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오너라.”이담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진혁이 이담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이담은 거절하려 했지만, 하동규가 천천히 안심 스테이크를 썰면서 입을 열었다.“걱정이 되면 준우를 보내.”“다른 사람한테는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이담이 진혁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괜찮아.”진혁은 태연하게 답했다.“나도 병원에 갈 일이 있어. 마침 같은 방향이야.”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예전엔 이렇게까지 집요한 사람이 아니었는데.’아침 식사를 마친 뒤 이담이 호텔을 나서자, 진혁이 느긋한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경호원이 차를 가져와 두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차에 올라탄 순간, 이담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소연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심 선생님! 하빈 씨가... 하빈 씨가 옥상으로 올라갔어요!]순간 이담의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었다.그 표정을 본 진혁이 물었다.“무슨 일이야?”이담은 천천히 핸드폰을 내리며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병원으로 가. 큰일 났어...”...한편 하빈은 옥상 난간을 붙잡은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고층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은 개미처럼 작고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누군가 투신하려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구경꾼들이 하나둘 건물 아래로 몰려들었다.의료진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곧 소방대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구급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이었다.경찰은 몰려든 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86화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던 이담은 진혁이 가까이 다가오자 물었다.“왜 나왔어?”“걱정돼서.”뜻밖의 대답에 이담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근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진혁은 대답 대신 이담의 핸드폰을 힐끗 바라봤다.그제야 이담도 눈치를 챘다.위치 공유를 해둔 게 생각났다.“뭐 샀어?”진혁이 자연스럽게 쇼핑백을 집어 들었다.이담은 얼른 빼앗았다.“이건 너 주려고 산 거 아니야.”진혁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쇼핑백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바라보던 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누구 주려고 산 건데?”이담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오빠.”“권은호한테 굳이 선물까지 준다고?”이담은 시선을 피한 채 말했다.“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왜, 안 돼?”진혁은 피식 웃었다.잠시 후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생각해 보니까 난 네 선물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것 같네.”이담이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정말 없다고 생각해?”진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기억을 더듬자, 이담이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선물을 한 번도 안 줬다면, 네가 왜 앞으론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말을 했겠어?”결혼 1주년이었던 어느 겨울날. 이담이 밤새 직접 뜬 목도리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한마디뿐이었다.“앞으론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마.”그날 이후, 이담은 다시는 진혁에게 선물을 하지 않았다.기억을 떠올리자, 진혁의 가슴이 먹먹하게 조여들었다.“그 목도리가 네가 직접 뜬 건 줄은 몰랐어.”이담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내가 뜬 거 맞아.”“솜씨가 별로라 안 예뻤으니까 네가 싫어한 것도 이해해.”마치 남의 이야기라도 하듯 담담했다.“나라도 별로였을 거야.”진혁이 급히 말했다.“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이담은 고개를 저었다.“다 지난 일이야.”그러면서 진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웃었다.“이제 호텔로 돌아가자. 밖에 너무 오래 있으면 나도 설명하기가 곤란하거든.”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85화

    “너만 속상한 줄 알아?”이담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지난 6년 동안 내가 쌓인 게 얼마나 많은데.”“내가 늘 기다린 건 당연하고, 고작 오늘 조금 기다렸다고 서운하다는 거야?”경호원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두 분은 말만 안 하면 괜찮은데, 입만 열면 분위기가 엄청 살벌해지네.’안나가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새삼 존경스러울 정도였다.진혁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경호원에게 말했다.“저녁 다시 데워 와.”경호원은 얼른 식탁 위의 음식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순식간에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잠시 서로를 마주 보던 진혁이 손가락으로 이마를 천천히 문질렀다.“아까는 딱히 배가 안 고팠어.”“굶어 죽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야.”매정하게 쏘아붙이는 이담을 바라보던 진혁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웃겨?”진혁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직이 말했다.“그래도 아직 화도 내는 걸 보니까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있나 보네.”순간 이담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곧바로 피식 웃으면서 받아쳤다.“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하씨 가문에서 또 나한테 뒤집어씌울 테니까.”“난 귀찮은 게 싫을 뿐이야.”말을 마친 이담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진혁은 입술을 다문 채 희미한 미소만 지었다....다음 날 아침.아침을 먹던 이담은 정우에게서 답장을 받았다.[지훈이 좋아하는 건 은근히 많아요!]이담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뭐 좋아하는데요?][동물을 좋아해요. 특히 냉혈동물을 엄청 좋아해요. 음식은 무조건 매운 거, 커피는 인스턴트 말고 핸드드립 커피만 마셔요.]이담은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다 다시 입력했다.[선물은 뭘 하면 좋을까요?]정우의 답장은 금세 도착했다.[진작 그렇게 물어보시지! 라이터요!]이담이 눈을 깜빡였다.‘라이터?’‘고 선생님은 담배도 안 피우는데?’[장난 치는 거 아니시죠?][제 말만 믿어요. 라이터 선물하면 엄청 좋아할걸요!]...한편 회의실.정우는 막 메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화

    “다 큰 어른이 뭐 하러 어린애와 사사건건 따져?”이담은 잠시 넋을 잃었다. 진혁이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인 편애에 마음은 미어질 듯 아팠다.이담은 눈이 시큰거렸지만 눈물을 애써 참았다.“전 밀친 적 없어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럼 고작 몇 살짜리 애가 스스로 넘어지고 너를 모함한다는 거야?”이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설명했을까...이담은 눈을 내리깔고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오늘은 내가 재수 없었네요. 됐죠?”말을 마친 이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화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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