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World Harmony Fest 6일차.
오전 8시.
대통령 집무궁 상황실.
공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한서준은 밤새 정리한 자료를 테이블 위에 펼쳐 두고 있었다.
출입 기록.
CCTV 이동 경로.
행사 운영 로그.
그리고 삭제된 기록 일부를 복구한 결과.
강시온과 한채린도 상황실로 들어왔다.
“결과 나왔습니까?”
시온이 물었다.
한서준은 곧바로 태블릿을 건넸다.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시온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외부 침입자는 아닙니다.”
정적.
오민석도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확실합니까?”
“네.”
한서
오전 10시 03분.국회 긴급 청문회장.한채린이 자리에 앉자 플래시가 터졌다.찰칵.찰칵.찰칵.마이크 앞 명패 위에 적힌 이름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대통령 비서실장 한채린.청문회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한채린 비서실장.”“네.”“World Harmony Fest 폐막식 폭발 사고 당시, 대통령께서 직접 현장에 진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첫 질문은 예상대로 강시온이었다.그의 이름이 나오자 한채린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알고 있었습니다.”“그런데도 제지하지 못했습니까?”“제지했지만, 끝내 멈추게 하지는 못했습니다.”“그렇다면 통제 실패 아닙니까?”날카로운 질문이었다.대통령의 현장 진입을 끝내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하지만 강시온은 그곳에서 시민들을 대피시키며 혼란을 수습했다.피 묻은 흰 셔츠와 붕대 감은 팔이 떠올랐다.그는 늘 자신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한채린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날 현장은 이미 혼란 상태였습니다.”“대통령께서는 지휘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무너진 사람들의 공포를 붙잡았습니다.”회의장이 술렁였다.의원이 곧바로 말했다.“감성적인 표현은 필요 없습니다.”“사실만 답하십시오.”한채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l
국가정보원 실장.어제 이름이 올라왔던 사람.그리고 오늘.청문회 직전에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한채린은 자료를 챙겨 들었다.“가겠습니다.”시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같이 가겠습니다.”한채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이번 만남은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한 실장님.”“각하께서는 청문회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잠시 침묵.시온은 끝내 더 말하지 못했다.한채린은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저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시온은 그녀를 바라봤다.그 말이.오히려 더 걱정됐다.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흔들릴 때 더 깊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한채린이 문을 열고 나갔다.복도 끝으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시온은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더 걱정되는 겁니다.”그때.오민석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얼굴이 굳어졌다.“각하.”시온이 돌아봤다.“무슨 일입니까?”오민석은 태블릿을 내밀었다.새로운 속보가 떠 있었다.『단독: 청문회 핵심 자료 사전 유출 의혹』『한채린 비서실장, 경호 실패 보고 누락했나』시온의 표정이 처음
오전 8시 30분.국가정보원 지하 분석실.대형 모니터에는 World Harmony Fest 폭발 당시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그 앞에 국가정보원 실장 박은호가 말없이 서 있었다.모니터 앞에 선 요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실장님.”“폭발 장치 분석 결과입니다.”박은호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말해.”“현장 장치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설치 경로가 문제입니다.”화면이 바뀌었다.행사장 지하 운영 통로.설비함.출입 기록.삭제된 로그 일부.요원이 낮은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외부 침입 흔적은 없습니다.”“정식 권한을 가진 내부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입니다.”박은호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정식 권한.”“네.”“하지만 사용된 권한은 이미 삭제됐습니다.”“누군가 기록을 지웠습니다.”박은호는 말없이 화면을 넘겼다.최민규.삭제된 로그.사라진 USB.분석실 안이 조용해졌다.박은호는 뒤늦게 강시온의 영상을 다시 보았다.피 묻은 셔츠.붕대를 감은 팔.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손을 잡으라고 말하던 대통령.잠시 후.그는 아주 낮게 말했다.“이 대통령은.”“참 이상한 사
한채린은 천천히 서류를 내려다봤다.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상대가.""생각보다 훨씬 먼저 움직였습니다."회의실 안은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한채린은 천천히 공문을 다시 내려다봤다.청문회 증인.첫 번째 이름.『대통령 비서실장 한채린』오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비서실장을 먼저 부르겠다는 겁니까."한서준의 표정도 굳어졌다."대통령보다 먼저.""비서실장을 압박하겠다는 뜻입니다."한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분히 다음 장을 넘겼다.청문회 안건.행사 준비 과정.경호 계획.대통령 현장 투입 결정.비상 대응 체계.질문은 비서실장을 향하고 있었지만.답은 모두 대통령을 겨누고 있었다.회의실 안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번 청문회는.사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강시온을 흔들기 위한 첫 번째 정치 무대가 될 수도 있었다.잠시 후.강시온이 조용히 말했다."안 나가셔도 됩니다."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각하.""제가 요청하겠습니다.""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세울 이유는 없습니다."한채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제가 나가겠습니다.""하지만.""각하를 대신해서."시온은 말을 잇지 못했다.한채린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이번 공격은.""각하를 향한 공격입니다."
World Harmony Fest 10일차 마지막 날.오후 4시.대통령 집무궁.상황실.회의실 안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모니터에는 폭발 사고 이후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부상자 현황.현장 복구 상황.국내외 언론 반응.그리고.끊임없이 올라오는 속보.한서준이 새로 도착한 문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국회에서 공문이 왔습니다."강시온이 문서를 받아 들었다.첫 줄을 읽은 순간.회의실 안의 공기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국회 긴급 청문회 출석 요구』오민석이 작게 숨을 삼켰다."...생각보다 빠르네요."임태건은 아무 말 없이 시온의 표정만 바라봤다.한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출석 일정은.""내일 오전입니다."강시온은 문서를 덮었다."...예상했던 일입니다."한채린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아직 현장 수습도 끝나지 않았습니다.""연기 요청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한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자료가 부족합니다.""내부 협조자도 찾지 못했습니다.""성급하게 나가면.""공격만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잠시 후.강시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요."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가겠습니다."오민석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각하.""지금요?""네.""국민은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피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닙니
처음이었다.한채린이 이렇게 선명하게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그녀는 늘 차분했다.언제나 판단이 먼저였고.감정은 가장 뒤로 미뤘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그녀는 강시온이 공격받는 것을.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시온은 조용히 말했다.“한 실장님.”“네.”“저보다 화나신 것 같습니다.”한채린은 대답하지 못했다.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시온은 작게 웃었다.“그래도 든든합니다.”그 한마디에.한채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밖에서는 다시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비상 브리핑 요청.책임자 문책 요구.대통령 공식 입장 발표 요구.축제의 폭발은 끝났지만.이제 또 다른 폭발이 시작되고 있었다.정치라는 이름의 폭발이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피가 마르기도 전인 강시온이 서 있었다.오후 1시.대통령 집무궁 브리핑실.수십 대의 카메라가 단상을 향하고 있었다.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기자들의 질문도 쉬지 않았다."대통령 경호 실패 아닙니까?""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은 누가 집니까?""내부 협조자가 있었다는 의혹도 사실입니까?"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강시온이 천천히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왼팔에는 아직도 붕대가 감겨 있었다.한채린은 단상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