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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작가: ikkuyot
last update 게시일: 2026-08-28 14:22:13

​

"저기… 자네?"

​

장모님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며 내 어깨를 흔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

나는 눈을 비비며 겨우 깨어났다.

​

"보일러가 완전히 꺼졌나 봐… 너무 추워."

​

그녀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길게 흘러나와, 차가운 공기 속에 천천히 녹아들었다.

​

"알겠어요."

​

나는 거실 바닥에 둘둘 말린 이불을 그대로 두른 채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알몸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

아침에 단단하게 솟아 있는 내 물건이, 바지를 가지러 거실을 가로지르는 동안 무겁게 좌우로 흔들렸다. 완전히 발가벗은 채로.

​

"어머… 세상에."

​

장모님은 순간적으로 숨을 삼키며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홱 돌렸지만, 그 전에 그녀의 눈이 내 아래쪽에 잠시 머물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자네 항상… 그렇게 발가벗고 자나?"

​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고 갈라져 있었다.

​

"몸과 이불 사이 거리가 멀수록 열이 빨리 빠지거든요."

​

나는 일부러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

"효과가… 있어?"

​

그녀는 추위에 팔로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스웨터 아래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

"네, 효과 있죠."

​

나는 거짓말을 했다. 전날 밤, 그녀 앞에서 완전히 맥없이 끝나버린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

현관문을 열자, 눈이 1미터는 훌쩍 넘게 쌓여 있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잠겨 있었다.

​

나는 펜션 옆 창고의 장작 더미까지 터널을 파듯 길을 내며 통나무를 안으로 날랐다. 땀이 비 오듯 흘렀고,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왔다.

​

전기, 전화, 와이파이. 모든 게 먹통이었다.

​

통나무 대부분을 안으로 들여놓고 나서야, 나는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렸고, 거친 숨이 가빠왔다.

​

"정말… 끔찍한 연말 연휴네."

​

장모님이 벽난로 앞에 앉아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

그녀는 스웨터가 몸에 착 달라붙어, 가슴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금방 내가 그녀의 가슴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듯했다.

​

시선을 피하기 전에,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어리둥절함과, 그 밑에 깔린 미묘한 당혹감. 그리고… 아주 희미한, 알 수 없는 열기.

​

"그래도… 함께 있잖아요."

​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

"그렇게 생각해야지."

​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갔다. 와인 한 병을 꺼내 들고, 병을 살짝 들어 보였다.

​

"딱 적당히 식었네."

"와… 아직 좀 이르지 않아요?"

​

나는 그녀가 코르크를 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목선이 길고, 스웨터 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몸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

그녀는 와인 두 잔을 따라 벽난로 앞으로 가져왔다. 잔을 건네는 순간, 손끝이 스쳤다. 둘 다 순간적으로 몸을 살짝 굳혔다.

​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여기 이렇게 갇혀 있고, 가족들은 오지도 못하고… 연락도 안 돼서 얼마나 걱정할지."

​

그녀는 잔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목울대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

"취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어머님, 그래도 펜션 주인하고 집사람 쪽은 연락이 될 테니까… 우리가 여기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건 알 거예요."

​

나는 그녀가 왜 어젯밤 내가 고백한 그 말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

그건 아마 그녀가 가장 애써 외면하려는, 우리 사이에 드리워진 가장 무거운 그림자일 터였다.

​

"치즈랑 크래커라도 꺼내요. 최악 속에 최고의 휴가를 한번 만들어 봐요."

​

내 말에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조금은 떨리는 미소가 스쳤다.

​

벽난로 불꽃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

​

**

​

​

​

우리는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

맑은 유리 소리가 벽난로 불꽃 사이로 번졌다.

​

둘 다 완전히 취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하루 종일, 아주 얇은 취기 속에 잠겨 있었다. 와인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몸 안쪽 어딘가가 따끔하게 달아올랐다.

​

다행히 펜션에는 보드게임이 몇 개 있었다. 화투, 젠가, 그리고 규칙을 대충 알려주기만 해도 금세 익숙해지는 그런 것들.

​

우리는 벽난로 앞 바닥에 앉아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불꽃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고, 가끔 손가락이 스치면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

늦은 오후, 마지막으로 스무고개 한 판이 끝났다.

​

그녀는 늘 내 생각을 쉽게 맞혔다. 열두 번째 질문이 되기도 전에, 내가 떠올린 것을 정확히 짚어냈다.

​

반대로 나는 그녀의 머릿속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

그녀가 웃을 때마다. 눈을 피할 때마다. 잔을 입술에 가져갈 때마다.

​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벽난로 속 불씨처럼 살아났다.

​

빛이 사그라들 무렵, 우리는 말없이 불꽃만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였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공기는 조금씩 무거워졌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 무게가 폐 안쪽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지혜랑 자네… 두 사람 다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어.”

​

장모님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

평소처럼 장난스럽지도, 일부러 밝지도 않았다.

​

“내가… 우리 사위랑 친해지고 싶어서, 체면없이 굴었지?”

“장모님, 저는…”

​

내가 말을 꺼내려 하자, 그녀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

“끝까지 들어.”

​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

그리고 불꽃에서 천천히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불빛에 젖은 눈동자가 젖은 유리처럼 반짝였다.

​

“나도… 우리 사위 좋아해.”

​

그 말 한마디에 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

​

“사위가 아니라, 남자로서도.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

온몸의 피가 갑자기 방향을 잃고 몰려다니는 것 같았다.

​

나는 그녀가 어젯밤 내 거친 고백을 거절했다고 생각했다. 모른 척하고, 묻어두고, 없었던 일로 덮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아니었다.

​

그녀는 내내 그 말을 혼자 들여다보고 있었다.

​

하지만 알 수 없었다.

​

이게 진심인지. 아니면 육욕에 눈먼 짐승 같은 남자를 달래기 위한, 어른의 위로인지.

​

“사실…”

​

장모님은 나를 똑바로 보지 않은 채 말했다.

​

“예전부터 자네가 나를 보는 거 알고 있었어.”

​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있었다.

​

그녀의 얼굴에는 망설임과 수치심,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뒤엉켜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았다.

​

“그래도… 안 되는 거 알지?”

​

그 말은 선을 긋는 말이었다.

​

분명히 그래야 했다.

​

그런데 말끝에 아주 옅은 떨림이 묻어 있었다.

​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실을, 누가 먼저 끊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

착각이라면 끝장이었다.

​

내 인생이 박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지혜의 인생까지 같이 망가뜨리는 일이었다.

​

그런데도 아침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

내가 벌거벗은 채 거실을 가로질러 가던 순간.

​

그녀가 고개를 돌리기 직전, 아주 짧게 내 쪽에 머물렀던 시선.

​

숨기지 못한 열기.

​

아니라고 생각할수록, 그 눈빛은 더 선명해졌다.

​

무슨 용기가 솟았는지는 모르겠다.

​

아마 용기 같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

참아야 한다는 이성과, 그 반대편에서 미친 듯이 꿈틀대는 욕망이 정면으로 부딪쳤고, 그 충돌의 파편 하나가 혀끝까지 튀어 오른 것뿐이었다.

​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른 채 입을 열었다.

​

“그럼…”

​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

장모님이 나를 보았다.

​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너무 조용히 꺼냈다.

​

“가슴 한 번만 보여주십시오.”

“에?”

​

그녀의 눈이 커졌다.

​

평소라면 따귀가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발길질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

나조차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 숨을 멈췄다. 눈을 질끈 감고, 곧장 밀려올 분노를 기다렸다.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따귀도, 욕설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도 없었다.

​

벽난로 불꽃만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핥으며 타올랐다.

​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그녀는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그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

​

​

**

​

​

​

“참나… 이런 늙은 여자 가슴 봐서 뭐 하려고?”

​

장모님은 옛날 사람 중에서도 결혼이 꽤 이른 편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세상에 발을 디디자마자, 회사에서 만난 노총각 선배와 곧장 결혼해버렸다.

​

결혼, 그리고 거의 곧바로 이어진 출산. 다시 출산.

​

그렇게 두 딸을 길러낸 사람치고는, 그녀는 주변의 그저 그런 중년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세월의 군더더기가 아주 묻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너진 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군더더기마저 어떤 방식으로는 그녀를 더 진하게 만들고 있었다.

​

집사람과 처제에게 고스란히 물려준 것처럼, 그녀의 가슴도 컸다.

​

접촉하는 일이 잦아지면 사고도 일어나는 법이다. 실제로 나는 장모님의 알몸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

그녀 역시 이제는 눈치보다 편안함을 먼저 찾을 나이였으니까, 욕실 앞에서 우연히 헐벗은 채로 마주치는 것같은 사고.

​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가까워진 사람들이, 가끔 서로의 경계를 헐겁게 놓쳐버리는 순간들이 있을 뿐이었다.

​

하지만 그 몇 번의 찰나는 내 안에 이상한 방식으로 남아 있었다.

​

그녀의 몸은 분명 중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도 고혹적이었다. 젊음의 날것 같은 탄력은 아니었다. 대신 오래 익은 과실처럼, 함부로 손대면 안 될 것 같은 무게와 향이 있었다.

​

스쳐 지나가는 순간으로만 훔쳐봤던 그것.

​

그것을 내 눈앞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

그런데도 이상하게 장모님은 화를 내지 않았다. 가슴을 가린 팔짱에 힘을 더 주고, 시선만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

적어도 따귀는 날아오지 않았다.

​

그 사실 하나가 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부풀어 올랐다.

​

어쩌면.

​

정말 어쩌면.

​

밀어붙여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믿고 싶었다.

​

“예뻤어요.”

“에?”

​

장모님의 몸이 흠칫 떨렸다.

​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천천히 올라왔다.

​

처음에는 당황인 줄 알았다. 부끄러움인 줄 알았다. 장난치지 말라는 식의, 조금은 꾸짖는 눈빛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아니었다.

​

눈빛이 달랐다.

​

등골을 따라 차가운 것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방 안에는, 눈 속에 고립된 두 남녀의 야릇한 공기가 떠돌고 있었다.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옷깃을 풀어버릴 것 같은 위험한 공기.

​

나는 그렇게 믿었다.

​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눈빛은 전혀 달랐다.

​

그것은 유혹을 견디는 여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며, 몸 한 번 얻어보려는 짐승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

어쩌면 경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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