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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작가: ikkuyot
last update 게시일: 2026-08-28 14:24:08

“그런 식의 농담, 좋아하지 않아.”

​

장모님은 아마 내가 어떻게든 빈틈을 노려보려고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한

​

여기서 당황해버리면, 단 한 번밖에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지도 몰랐다.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

후퇴하는 대신, 나는 한 발 더 다가갔다.

​

“장모님.”

“으? 으응?”

​

되레 그녀가 놀라며 주춤했다.

​

“농담 아니에요. 장모님은 충분히 예쁘세요. 아시잖아요. 또래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는 거.”

​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올라갔다.

​

맞았다.

​

그녀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중이었다.

​

“장모를 놀리고 그래. 나빠, 우리 사위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

“전에 봤던 게 자꾸 기억에 남아서요.”

​

장모님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

욕실에서 나오다 마주쳤던 그날.

​

문이 열리고, 수증기가 새어 나오고, 미처 가리지 못한 살결이 눈앞에 나타났던 짧은 순간.

​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

“다 늙은 여…”

“아니요.”

​

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

“그렇지 않아요. 정말 예쁘세요.”

​

나는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등 위로 손바닥을 겹쳤다.

​

그녀의 손이 흠칫 떨렸다.

​

“보여주세요. 제대로 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낮게 깔렸다.

​

한참 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

벽난로 속 장작이 타닥, 하고 갈라지는 소리만 들렸다.

​

내 손 아래 깔린 그녀의 손등이 조금씩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

“지혜…”

​

그녀가 아주 작게 말했다.

​

“지혜 계속 사랑해준다고 약속해.”

“약속할게요, 장모님.”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는 것도.”

“지옥까지요.”

​

나는 그녀의 손에서 천천히 손을 떼고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

손이 너무 떨려서 잔 안의 와인이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았다.

​

나는 장모님을 한 번 훑어본 뒤, 와인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

장모님 역시 무언가 결심이 필요한 사람처럼 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힘을 주어 한 번 꾹 쥐었다 펴더니, 자신의 잔을 단숨에 비웠다.

​

“약속이야.”

​

그녀는 빈 잔을 내려놓았다.

​

“꼭 지켜야 해. 이 일은 여기서 끝이야.”

​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몸을 굽혀 스웨터 밑단을 잡는 그녀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

“정말… 못 살아…”

​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스웨터를 위로 끌어올렸다.

​

나는 그녀의 몸을 전부 눈에 담으려 의자 끝으로 몸을 물렸다.

​

하지만 스웨터 안에는 또 다른 옷이 있었다.

​

그 아래에도, 또 하나.

​

생각보다 몇 겹이나 더 껴입고 있었다.

​

스웨터 안의 티셔츠가 벗겨지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흰색 실크 이너가 드러났을 때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

하지만 참았다.

​

겨우 진정시켜놓은 그녀가, 내가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장모님은 나머지 옷들도 하나씩 벗어 뒤쪽 안락의자에 내려놓았다.

​

그리고 마침내 청바지와 울 양말, 브래지어만 걸친 채 내 앞에 섰다.

​

나는 입을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

평범한 브래지어였다.

​

하지만 그 안에 눌려 있는 유백색 가슴골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

“와…”

​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장모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

속옷 안쪽이 불편할 만큼 단단하게 조여왔다. 나는 무심한 척 자세를 고쳐 앉았다.

​

“너무 커서… 보기 싫지?”

​

그녀는 양손으로 가슴 아래를 받쳐 들었다.

​

그 움직임만으로도 가슴골이 깊게 흔들렸다.

​

“기대하게 해서 미안해. 별로지?”

“브래지어도 벗어주세요.”

​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

그러다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 등 뒤로 손을 뻗었다.

​

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

— 딸깍.

​

작은 소리와 함께 브래지어가 풀렸다.

​

그녀는 그것을 무심한 척 벗어냈지만, 손끝은 분명 떨리고 있었다.

​

“자, 여기.”

​

그녀가 낮게 말했다.

​

“놀리지 마…”

​

그녀는 양손을 옆에 내리고 내 앞에 섰다.

​

벽난로가 타고 있었지만 오두막 안은 여전히 추웠다. 그 추위가 그녀의 몸 위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

“최고의…”

​

나는 숨을 삼켰다.

​

“최고예요.”

​

시선이 그녀의 맨살 위를 천천히 훑었다.

​

가늘고 섬세한 어깨와 팔. 그 아래로 이어지는 풍만한 곡선. 중년의 시간은 분명 그녀의 몸에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추함이 아니라 깊이였다.

​

창백한 피부 아래로 푸른 혈관이 희미하게 비쳐, 내 앞에 선 그녀를 더욱 연약하고 위험한 존재처럼 보이게 했다.

​

“놀리지 마.”

​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화난 것 같지는 않았다.

​

여전히 어리둥절했고, 조금은 부끄러워 보였으며, 이상하게 어른스러웠다.

​

마치 자신이 허락한 일의 무게를 이제야 실감하는 사람처럼.

​

“죄송해요, 장모님.”

​

내 시선이 다시 그녀의 가슴으로 떨어졌다.

​

“오늘 저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셨어요. 지금껏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 최고예요.”

​

나는 웃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입가가 자꾸 풀렸다.

​

“영원히 가리지 않으셔도 좋겠어요.”

“그럼 됐지?”

​

몇 분이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

분명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

그런데도 내게는 그 순간이 기이하게 늘어나 있었다. 장작불과 숨소리와 그녀의 맨살이 한 장면 안에 멈춰버린 것 같았다.

​

나는 그녀에게 다시 옷을 입히고 싶지 않았다.

​

“여기 있는 동안은…”

​

내 목소리가 또 한 번 낮아졌다.

​

“브래지어는…”

“입지 말라고?”

​

그녀가 먼저 말을 끝냈다.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장모님은 바닥에 놓인 옷가지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나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

“사위가…”

​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

“엄마 젖이 그렇게 그리웠나 보네.”

​

말은 장난처럼 나왔지만, 그 말끝은 묘하게 젖어 있었다.

​

“마음대로 해.”

​

그녀는 옷을 다시 입었다.

​

브래지어 없이.

​

스웨터가 다시 몸 위로 내려오자, 그 아래의 윤곽이 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드러났다.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

“최고의… 장모님이에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기쁘네.”

​

그녀는 빈 와인병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스웨터 아래에서 흔들리는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금 전의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

잠시 뒤 그녀가 새 와인을 들고 돌아와 우리 잔을 채웠다.

​

“자기가 그렇게 행복해하니까…”

​

그녀가 내 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

“나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

그 말에 심장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뛰었다.

​

우리는 다시 잔을 들었다.

​

“이번에는 맞고 칠까?”

​

나는 남은 밤 내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

​

**

​

​

“그러니까, 벌거벗고 자는 게 더 따뜻하다는 거야?”

​

장모님은 거실 반대편에 서 있었다.

​

스웨터 위로 드러난 윤곽이 자꾸만 시선을 붙잡았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

​

“그럼요. 저는 그랬어요.”

​

거짓말이었다.

​

바보 같은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와서 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

“내 선물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니 기쁘긴 한데…”

​

장모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

“너무 노골적이다.”

​

그녀는 취해 있었지만, 판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바깥에서는 눈보라가 오두막 벽을 긁고 있었고, 실내는 벽난로 앞만 겨우 따뜻했다.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금세 냉기로 가라앉았다.

​

장모님은 제 팔을 문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

“어휴… 춥긴 춥네.”

“자기 전에 제가 불 더 피워드릴게요.”

​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그녀는 정전으로 불이 꺼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았다.

​

“자네 장인이 봤다면 나더러 미쳤다고 했을 거야.”

​

말끝이 묘하게 흔들렸다.

​

나는 숨을 죽였다.

​

“하지만 아무도 여기 없잖아요.”

​

그녀가 천천히 나를 보았다.

​

“우리는 여기 있고요. 단둘이.”

​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

“아무도 모르겠지?”

​

그녀의 입가에 아주 짧게 미소가 스쳤다가 사라졌다.

​

“그럼요. 걱정 마세요.”

“착하네.”

​

그녀는 한숨을 쉬며 눈을 굴렸지만, 미간의 주름은 그대로였다.

​

“오늘 정말 고생했어. 나 혼자였으면 얼어 죽었을 거야.”

​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스웨터 밑단을 잡았다.

​

“우리 사위, 정말 고생했으니까…”

​

나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스웨터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옷이 있었고, 그 아래에도 몇 겹의 천이 더 있었다. 그녀는 등을 돌린 채 하나씩 벗어 안락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

마침내 청바지와 울 양말, 속옷만 남았을 때, 나는 숨을 삼켰다.

​

벽난로 불빛이 그녀의 등과 허리선을 부드럽게 훑었다.

​

곧이어 지퍼 소리가 났다.

​

그녀는 청바지를 천천히 내려 발목에서 빼냈다. 속옷만 남은 몸이 불빛 속에 드러났다.

​

“와…”

“그만해. 부끄럽잖아.”

​

그녀가 어깨너머로 나를 돌아보았다. 뺨이 붉었다.

​

“나도 젊을 때는 몸매가 좋았는데…”

“지금도 좋아요.”

​

내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

바람이 울고, 장작이 탁탁 튀었다.

​

그녀는 뒤로 손을 뻗었다. 브라의 고리를 푸는 손가락에서 결혼반지가 짧게 반짝였다.

​

“여기 너무 춥네.”

​

그녀가 중얼거렸다.

​

“알몸으로 자는 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

“저도…”

​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

내 몸은 이미 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

“저기… 만져봐도 돼요?”

“절대 안 돼.”

​

그녀는 곧바로 돌아서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

얼굴에는 부끄러움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

“그건 안 돼. 알겠어?”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눈앞의 장모님은 너무 가까웠고,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썰매 방울 같은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것만 같았다.

​

그녀는 팔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

​

대신 나를 똑바로 보았다.

​

“자네, 지금 내 말 듣고 있기는 한 거야?”

“네… 어머님.”

​

나는 겨우 시선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정말이지…”

​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

“남자들이란. 자기 장모한테 뭐 하는 짓이야.”

​

그러면서도 그녀는 두 팔을 살짝 벌렸다.

​

마치 마지막으로 봐두라는 듯이.

​

“실컷 봐. 하지만 다시는 그런 식으로 만져도 되냐고 묻지 마. 알겠지?”

“네. 죄송해요.”

​

온몸의 감각이 이상하게 멀어졌다.

​

그런데도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

“나머지도 벗어요.”

​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

“잘 자게.”

​

그녀는 곧바로 팔로 가슴을 가렸다.

​

“아침에 봐.”

​

그리고 거실 반대편에 펼쳐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벽난로 불빛만 조용히 흔들렸다.

​

​

​

**

​

​

​

그날 밤, 나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

장모님은 거실 반대편 이불 속에 있었고, 나는 벽난로 가까이에 누워 있었다. 고작 몇 걸음 떨어져 있을 뿐인데, 그 몇 걸음이 눈에 파묻힌 바깥세상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

불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

장작이 무너질 때마다 붉은 불씨가 낮게 숨을 쉬었다. 바람은 여전히 창문을 긁었고, 오두막 안의 냉기는 밤이 깊어질수록 바닥부터 차올랐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

장모님이 이불 밖으로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끌어당겨 입고 있었다. 손끝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지, 소매 하나를 찾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

“어머님?”

​

그녀가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

“아… 미안. 깼어?”

​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너무 추워서.”

​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려 했지만, 턱이 작게 떨렸다. 스웨터를 다시 입었는데도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내 이불 한쪽을 걷어 올렸다.

​

“이리 들어오세요.”

​

장모님은 굳어버린 듯 나를 보았다.

​

벽난로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어렴풋하게 비췄다. 놀람과 망설임, 그리고 오래 추위에 시달린 사람의 지친 표정이 한꺼번에 떠올라 있었다.

​

“자네…”

“아무 짓도 안 할게요.”

​

나는 낮게 말했다.

​

“그냥 춥잖아요.”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

한참 동안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내가 걷어 올린 이불 끝에 머물렀다가, 다시 내 얼굴로 올라왔다.

​

“정말… 아무 짓도 안 할 거지?”

“네.”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약속할게요.”

​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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