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화

Author: 무안안
요즘 들어 로펌 사람들이 새로 개업했다는 법무법인 대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얼핏 듣기는 했지만 심미연은 워낙 바빴던 탓에 그런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서 무시했었는데 해외에서 온 대표라는 게 박유진을 가리키는 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그리고 항공사가 주요사업인 박씨 집안에서 왜 갑자기 로펌을 시작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이미 들었나 보네. 맞아, 대명이 내가 새로 개업한 로펌이야.”

“그러고 보니 오빠도 경인대 법학과 나왔었네. 만약 오빠가 그때 변호사 했었으면 내 라이벌 됐을 수도 있겠다.”

“내가 변호사가 됐었어도 우리가 라이벌이 되진 않았을 거야.”

‘난 그냥 네 옆에서 너를 도와줬을 거야.’

박유진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고 있을 때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미연아, 어딨는 거야?”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감동한 심미연은 열심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린아! 나 여기 있어!”

그때 또 다른 차량 하나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차에 탄 강지한은 결혼반지를 떡하니 끼고 외간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제 아내를 보다가 언짢은 듯 핸들을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애초에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발걸음을 한 것 같았다.

박유진은 심미연을 안아 들어 차에 태우며 말했다.

“친구한테 내 차 운전해서 가라고 해.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말을 마치고 일어서는 박유진에 주먹을 쥐고 있던 신하린이 행동을 멈춘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박유진 씨가 왜 여깄어요?”

나쁜 놈인 줄 알고 날리려던 주먹이 무색하게 박유진은 태연하게 차 키를 던져주며 말했다.

“먼저 가세요.”

“박유진 씨는 안 가요?”

“나 신경 쓰지 말고 미연이 얼른 집에 데려다줘요, 저러다 감기 들겠어요.”

말을 마친 박유진은 아까 차를 세운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서에게로 다가갔다.

하마터면 심미연을 구하지 못할뻔했는데 만약 심미연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평생의 후회로 남을 뻔한 날이었다.

박유진이 뒤로 돌자 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타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6화

    기사 제목을 본 심미연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강씨 집안 가보로 내려오는 팔찌는 할아버님이 심미연의 생일선물로 준다고 약속한 것인데 그것을 온지유에게 줘버렸다는 기사 제목에 심미연은 심호흡을 하며 기사를 클릭했다.기사는 30분 전에 올라온 것인데 아마도 온지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강지한의 짓인 것 같았다.기사 속의 강지한은 온지유에게 직접 팔찌를 채워주고 있었는데 온지유는 신난 소녀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핸드폰을 손에 꽉 쥔 심미연은 아래에 쓰인 내용은 더 이상 읽고 싶지도 않았다.강준형이 자신에게 선물한 팔찌를 온지유에게 건네준 강지한에 심미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핸드폰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사진은 팔찌를 끼고 있는 팔이었고 그 아래의 문자는 팔찌가 잘 어울리냐는 내용이었다.온지유가 보낸 문자임을 알아챈 심미연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에 그녀의 도발에 아무런 화도 나지 않았다.심미연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고속도로에 그녀를 버리고 가던 것, 그리고 살려달라고 건 전화도 단번에 끊어버린 것, 하루 사이에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을 떠올리던 심미연은 자연스레 지난 3년의 결혼생활을 떠올렸다.생각해보니 밥 먹고 샤워하고 잠자리를 가지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밸런타인데이, 1주년, 2주년, 생일 등 그 외의 많은 기념일 들을 강지한은 한 번도 챙겨준 적이 없었다.그때는 강지한이 바빠서 그런 걸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자신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불이 다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심미연은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추워지고 머리까지 아파오자 누구의 번호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버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이 시간에 지한 씨는 왜 찾는 거야?”마치 자신이 본처라도 된 양 새침하게 묻는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으니 구역질이 올라온 심미연이 차갑게 물었다.“남편이 밤늦게 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7화

    그에 깜짝 놀란 신하린이 다급하게 구급차를 불렀고 심미연은 빠르게 수술실로 실려 들어갔다.그녀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심미연은 수술을 하는 내내 앉지도 못하고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한편 이노하이브 계열사 중 하나인 인하병원 VIP 병실에서는 강지한이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온지유를 나무라고 있었다.“임산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심미연이랑 싸우는 게 말이 돼? 이젠 안 무서운 거야?”강지한의 말에 온지유는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심미연이 아까 전화오니까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지한 씨 찾는 줄 알고 받은 거야. 그런데 전화 받자마자 내가 강씨 집안 팔찌랑 남편을 뺏었다고 날 욕하잖아. 그래서 뭐라고 몇 마디 했는데 이거 다 인터넷에 올려서 나 다시는 춤 못 추게 하겠대.”“미안해 지한 씨,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지한 씨 전화 함부로 안 받을게.”“지금 잘 테니까 화내지 마.”말을 마친 온지유가 이불을 덮어쓰며 눕자 이불 끝을 살짝 들추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보던 강지한은 마음이 아픈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힘들게 얻은 네 아이잖아. 잘못되면 네가 제일 힘들 거야, 그러니까 몸 좀 챙겨. 심미연 쪽은 내가 잘 얘기해볼게. 다시는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게 잘 해결할게.”“그리고 오늘 기사 같은 일도 다신 없었으면 좋겠어.마지막 말에 유독 힘을 주는 강지한에 온지유는 자연스레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담담한 눈빛이었지만 그 눈빛에 제 마음속 깊은 곳마저 들여다보는 것 같아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한 씨, 사실 그 기사로 전에 났던 내 기사 덮으려던 건데 혹시 지한 씨 신경 쓰이면 지금이라도 정정기사 낼게. 다 그냥 짜고 친 거고 팔찌도 가짜라고. 다들 재미로만 봐달라고 얘기할까?”“얼른 자, 그건 성무진 시켜서 처리하면 돼.”사실 온지유는 지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강지한 앞이라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잡으며 불쌍한 척 연기를 이어나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8화

    “얼른 잠이나 자, 심미연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텐데 뭐하러 너까지 신경 써.”이불을 잘 덮어준 강지한이 소파로 걸어가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나도 소파에서 눈 좀 붙일게.”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강지한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온지유는 할 수 없이 잠을 청하기로 했다.“그럼 지한 씨도 얼른 자.”온지유가 눈을 감자 한쪽에 서 있던 강지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병실을 나갔고 그의 인기척이 사라지마 마자 눈을 뜬 온지유는 반드시 심미연에게서 강지한을 뺏어오겠다고 다짐했다.한편 문밖에 선 강지한은 성무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한참 만에 눈을 뜬 심미연은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에 자신이 또다시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미연아, 일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자신을 주려고 사 온 건지 손에 죽을 들고 있는 신하린을 보며 물었다.“나 왜 여기 있는 거야?”심미연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온지유가 한 말 몇 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마에 난 상처가 비 때문에 염증이 생겼대, 그리고 감기까지 걸려서 아까 쓰러졌었어.”말을 하며 침대 쪽으로 걸어온 신하린은 밥상을 올려놓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그래서 바로 구급차 부르고 병원 왔지,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너 잘못됐으면 나 진짜 칼 들고 강지한 찾아갈 뻔했어.”얼굴이 빨개진 채 열 분을 토하는 신하린은 정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심미연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미안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놈 이름을 언급해버렸네.”하지만 심미연이 아무 말이 없자 신하린은 그녀가 놀란 줄 알고 바로 심미연의 눈을 보며 사과했다.그래도 신하린의 화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강지한이 차도 없는 고속도로에 심미연을 버려두고 간 일이 자꾸만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전에 온지유한테 따지다가 하마터면 심미연을 경찰서에 보낼뻔해서 참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강지한을 반 죽여놨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9화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신하린 집에 오긴 한 것 같아 심미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아보았다.“양경자 씨 보호자분, 빨리 병원으로 와주세요. 지금 수술 들어가야 되는데 보호자분 동의가 필요합니다.”단호하면서도 냉정한 간호사의 말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심미연은 서둘러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양경자는 심미연의 외할머니였는데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잠깐 살았을 때 심미연을 아주 잘 챙겨주신 분이었다.요즘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각종 수액과 약들을 복용하면서 병원에 계셨는데 며칠 전만 해도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도 기대할 정도였던 상태가 갑자기 수술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그런데 신하린이 그런 심미연을 붙잡으며 말했다.“의사가 너 며칠 동안 입원하면서 상태 지켜봐야 된다고 했어. 너 지금 아무 데도 못 가.”그 말에 심미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하린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수술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대.”그런 심미연의 모습에 할 말이 없어진 신하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이라도 해. 좀만 기다려, 나랑 같이 가자.”열은 내렸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심미연도 신하린과 동행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알겠어, 기다릴게.”신하린은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심미연과 함께 이노하이브 산하의 인하병원으로 향했다.할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심미연은 안절부절못하고 그 앞을 서성였는데 1분 1초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타들어 가고 있었다.어제 똑같은 상황을 겪어봤기에 지금 심미연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는 신하린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할머니 괜찮으실 거야.”몇 년 동안 아프신 할머니를 봐오면서 할머니가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날까 봐 두려워했던 심미연이 신하린을 붙잡으며 말했다.“하린아, 나 너무 무서워...”“괜찮아, 할머니 꼭 깨어나실 거니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0화

    그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린 심미연이 주저앉으려 하자 신하린은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어떻게 할 거야 미연아?”별다른 수가 없게 된 심미연은 웃으며 의사를 향해 말했다.“선생님, 약은 제가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지금은 할머니 좀 봐야 할 것 같아서 이만 가볼게요.”의사는 신하린을 끌고 가는 심미연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아무리 써도 그냥 목숨만 부지하는 것뿐인데 뭐하러 그런 무모한 짓을 계속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의사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심미연이 지키려는 건 할머니 한 분이 아니라 한 가정이라는 것이다.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의 유일한 집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홀로 남은 심미연은 더 불쌍해질 것이다.한편 병실로 돌아온 심미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관들을 연결한 채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이 안쓰러워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미연아, 할머니랑 얘기 나눠, 나 밖에 있을게.”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심미연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할머니, 꼭 살아계셔야 해요, 나 혼자 두고 가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눈가가 점점 빨개지고 있을 때 간호사가 다른 수액을 들고 나타났고 평소 할머니를 돌봐주시는 간병인 아줌마도 물을 받아서 들어왔다.“미연 씨.”“아주머니, 고생이 많으세요.”심미연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들고는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제가 바빠서 할머니 뵈러도 자주 못 오니까 할머니 잘 좀 봐달라고 드리는 거예요.”이렇게 통 크고 말도 잘 통하는 고용주는 처음이라 간병인 아줌마도 감동했는지 돈 봉투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미연 씨, 이건 그냥 넣어둬요. 나한테 주는 월급도 이미 충분히 많아요.”하지만 심미연은 굳이 그 돈을 다시 김지영에게 쥐여주며 말했다.“돈은 받아두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가봐야 하니까 할머니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주세요.”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1화

    온지유와 강지한에 대한 얘기만 듣지 않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공교롭게도 온지유와 마주치게 되었다.“너도 나보러 온 거야?”그에 당황한 심미연이 가만히 서 있는데 온지유는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사람마냥 심미연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물었다.“의뢰인이 병원에 있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온 거야.”무의식적으로 할머니의 병세를 숨기고 싶었던 건지 심미연은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며 손을 빼내었다.“나 보러 온 게 아니라도 괜찮아, 마침 할 말도 많았는데 앉아서 얘기라도 하자.”온지유는 심미연의 굳은 표정을 못 본 척 계속해서 팔짱을 껴오며 웃어 보였다.그에 어이가 없어진 심미연은 입꼬리를 올려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강지한이 너랑 자고 팔찌도 너한테 줬다 해도 나랑 강지한이 이혼하지 않은 이상 너는 염치없는 내연녀일 뿐이야, 그런 너랑 내가 과연 무슨 할 말이 있을까?”이 나이 먹도록 내연녀가 본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건 처음 보는 심미연이었다.뭐 둘이 진짜 사랑하는 걸 부러워하기라도 해야 하는지 심미연은 이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한편 소란스러운 그 둘을 보며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둘 온지유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낭만적인 프러포즈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연녀랑 쓰레기였어? 어떻게 사람이 저래?”“남편을 뺏은 것도 모자라서 팔찌까지, 진짜 하나둘 뺏다 보니까 맛이라도 들린 거야 뭐야.”“전에 기사 난 거 있잖아. 대상도 스폰 써서 받은 거고 스폰서 아이까지 임신했다던데 그게 다 사실이었나 봐.”“진짜 양심이라는 게 없나?”그 말들을 다 들은 온지유는 낯빛이 창백해져 갔다.강지한의 아이를 가졌다고 심미연 앞에서는 당당한 척해도 다른 사람들 눈에 나쁜 년은 온지유였기에 그녀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개를 들지 못하는 온지유를 보면서도 통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심미연은 그녀를 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네가 강지한 아이 임신한 거 알아. 둘이 같이 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2화

    강지한을 보자마자 또 좋은 수가 떠오른 온지유는 바로 그의 품 안으로 달려가 울먹이며 말했다.“지한 씨, 미안해. 내가 지한 씨한테 팔찌 달라고만 안 했어도 미연이가 화내는 일은 없었을 텐데.”“의사가 심신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 울지 마.”강지한은 언짢은 듯 말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다정함이 기본으로 묻어나 있었다.그래서 그 말만 들어도 강지한이 온지유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지한 씨, 팔찌는 이만 돌려줘. 나는 이런 거 낄 자격이 없어.”온지유는 강지한의 손을 잡으며 억울하고 서러운 표정으로 팔찌를 그 위에 올려두었다.온지유도 손주며느리인데 자신에게는 선물은커녕 용돈도 주지 않던 강준형이 심미연에게는 이노하이브 주식과 함께 강씨 집안 가보인 팔찌까지 주니 온지유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걸 심미연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받아냈으니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그렇게 갖고 싶었던 팔찌라 해도 강지한 앞에서는 안 그런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내가 너한테 선물한 건 네 거야, 누가 선물을 다시 돌려줘.”그 수법이 통한 건지 강지한이 온지유 손에 팔찌를 다시 넣어주며 나지막하게 말하자 온지유는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심미연을 바라보았다.강지한이 이렇게 말한 이상 심미연은 절대 팔찌를 얻지 못할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그때 심미연은 핸드폰을 들고 그 둘을 빠르게 찍어대며 말했다.“다음에 둘이 잘 때 나 꼭 불러줘, 좋은 카메라 들고 가서 고화질로 찍어줄게. 그럼 이혼소송할 때 재판장님이 나 불쌍해서 재산 분할 좀 더 해줄 수도 있잖아.”심미연은 정말로 기쁜 사람마냥 환하게 웃으며 미어지는 마음을 아무도 볼 수 없게 꽁꽁 숨겼다.자신이 보는 앞에서 팔찌를 온지유에게 전해주며 저런 말을 내뱉는 걸 보니 강지한도 자신을 아내로 보진 않는 것 같아 더 이상 그와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나랑 지한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오해하지마!”이때 항상 강지한과 엮이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3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의 말을 듣고 있던 온지유는 강지한이 그럴 리 없다고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는데 그때 심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괜찮은데 나중에 온지유 씨 배 불러오면 그때 가서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까 봐 그래, 그런 모습은 당신도 보고 싶지 않잖아.”심미연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처럼 아량이 넓은 본처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강지한이 그녀의 팔목을 잡더니 그대로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문이 닫히자마자 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으며 입을 맞추려 하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다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는데 강지한의 입술이 그대로 손에 닿아오자 손은 금세 뜨거워졌다.강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더니 심미연의 손을 치우고 입술을 맞춰왔다.부드럽게 키스를 이어가는 강지한과 그 사이사이로 풍겨오는 옅은 담배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져 버린 심미연은 그대로 강지한에게 입술을 내어줬는데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릴 때가 돼서야 소란스러움에 현실을 자각하고 힘을 주어 강지한의 가슴팍을 때렸다.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본 강지한은 심미연의 얼굴을 잡아 제 품 안으로 넣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내가 안아서 나갈 거니까 네 얼굴은 안 보일 거야.”그 말에 심미연이 정말로 가만히 있자 강지한은 그녀를 안아 들고 빠르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다.밖에 서 있던 성무진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내 품 안에 있는 여자가 심미연임을 알아챘다.강지한이 안은 여자는 심미연과 온지유 둘뿐이었는데 온지유를 안을 때는 늘 그녀에게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절대 고개를 자신의 가슴에 묻지 못하게 했는데 지금 안겨있는 여자의 자세를 보니 그건 틀림없이 심미연이었다.성무진이 강지한이 올라간 게 심미연을 찾기 위해서였나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장본인은 이미 그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문 열어.”성무진이 차 문을 열자마자 심미연을 뒷좌석에 앉히고 문을 잠근 강지한은 바로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강지한의 얼

Latest chapter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4화

    심미연은 흩날리던 생각을 차분히 거두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다.“우리 태하 진짜 똑똑하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거야?”아직 겨우 세 살이지만 심태하의 마음은 놀랄 만큼 세심하고 예민했다. 또렷한 눈망울은 마치 세상의 감정 흐름을 꿰뚫어 보는 듯했고 그렇게 꼼꼼히 살피는 모습에 심미연은 종종 놀라곤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유진이 심태하를 정성스럽게 길러온 시간이 아이를 이토록 똑똑하고 배려 깊게 자라게 만든 것이다.“아까 아빠랑 통화할 때 엄마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어요. 뭔가 걱정하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한테 말 걸었을 때도 평소처럼 웃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혹시 슬픈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심태하의 말은 또렷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단어 하나하나에 엄마를 향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겨 있었다.심태하가 보기에 박유진이 집에 있을 땐 심미연은 늘 기분이 좋아 보였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엄마가 안 웃었어?”심미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녀석, 정말 못 말려.’겨우 세 살에 이 정도인데 나중에 더 크면 얼마나 영리해질지.“네, 안 웃었어요.”심태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심태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앳됐지만 말투는 왠지 어른스러웠다. 꼭 사람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기라도 한 듯했다.심미연의 마음은 그 말 한마디에 확 풀렸다. 그녀는 아들의 코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자, 얼른 아침 먹자.”그녀의 말투엔 아낌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이 아이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아빠가 보고 싶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면 되죠!”심태하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윙크했다.‘나도 아빠가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 보고 싶을 리가 없지. 맞아, 분명 그럴 거야!’심미연은 그 말에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박유진이 보고 싶지만 그에게 전화하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3화

    하지만 그 깊은 애정과 놓기 싫은 마음은 오히려 박유진을 현실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게 만들었다.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심미연만 괴로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걸. 그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의 망설임으로 인해 흐려지는 건, 그녀의 세상이 자신 때문에 흔들리는 건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그녀를 놓아버리면 영원히 잃게 될 텐데... 그 아픔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박유진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아빠, 왜 말이 없으세요? 허락한 거죠?”심태하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하게 들떴다. 마치 머릿속에 따뜻한 한 가족의 그림이 그려지기라도 한 듯.‘아빠가 돌아오면 엄마랑 나랑 셋이 모여 저녁 먹고 같이 웃고 얘기하고...’심태하의 마음속에서 그려낸 가장 순수한 행복의 모습이었다.그러나 그 순수한 소망 앞에서 박유진의 마음은 송곳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는 알고 있다. 이번 결정을 가볍게 내려서는 안 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하려면 정말 신중해야 했다.하지만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그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는 지금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심미연과 아이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다.하지만 그런 길이 과연 있을까? 이 선택은 너무나도 어려웠다.“아빠, 나 이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심태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평소 같았으면 박유진은 재밌는 얘기도 해주고 자기 말에 웃어주었을 텐데, 오늘따라 너무 이상했다.‘혹시... 내가 말실수했나?’그때 박유진의 다급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태하의 귀에 들려왔다.“태하야, 곧 비행기가 이륙해서 아빠가 휴대폰을 꺼야 돼. 오늘 밤에 다시 이야기하자. 꼭이야.”박유진은 심미연을 당장이라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고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네! 알겠어요, 아빠! 그럼 오늘 밤에 꼭 통화해요. 약속했으니까 안 하면 안 돼요!”심태하의 목소리에 눈치채기 힘든 외로움이 살짝 섞여 있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2화

    심미연은 멍해졌고 아까 자신이 박유진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날아온 건 단 한 줄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메시지. 기대했던 목소리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아들 심태하가 전화를 걸자 박유진은 놀랍게도 전화를 받았다.“아빠, 지금 어디예요? 이틀 뒤면 제 생일이에요! 아빠가 놀이공원 같이 가자고 했던 거 잊으시면 안 돼요!”심태하의 말투엔 아이 특유의 해맑은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서 튀어나오는 듯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박유진의 목소리는 한겨울 얼음도 녹일 만큼 다정했다.“아빠 지금 진성으로 가는 비행기 타러 가는 중이야. 곧 이륙이라 휴대폰 꺼야 해. 진성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할게. 약속!”그 말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 실려 있었다.사실 박유진은 심태하가 생일 이야기를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어젯밤에 워낙 정신이 없어 그런 중요한 약속마저 깡그리 잊고 있었던 것이다.“아빠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어요!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심태하는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이 많은 듯 아빠에게 털어놓고 싶은 게 가득한 눈치였다.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햇살이 쏟아져 내려 유난히 눈부셨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고 그 강렬한 빛이 속눈썹 아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한 사람, 심미연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시간이 하나같이 그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그리움이 너무 커서 박유진은 당장이라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달려가고 싶을 만큼 벅찼다.“아빠... 지금 너무 힘들죠? 그럼 회사 팔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요. 제가 돈 많이 벌어서 아빠랑 엄마 다 먹여 살릴게요!”심태하의 순수한 눈빛에 진심 어린 다짐이 담겨 있었다. 그에겐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을 지킬 거라는 꿈이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통한 볼살에 아직 아기 티가 남았지만 심태하의 마음속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1화

    심미연 역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지연이 잘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지연 씨,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해 봐요. 결과가 똑같은지 꼭 잘 봐요.”혹시라도 착오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럼 제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 뭐든 나오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보스, 그럼 끊을게요!”이지연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를 뚝 끊었다.심미연은 휴대폰을 쥔 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까 이지연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이건명과 문소영이 예전에 그런 사이였다고?’그런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아무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기에 묻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결혼 전에 누굴 만나든 그건 사생활인데 그걸 굳이 숨긴 이유가 뭘까?심미연이 이 모든 게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고 있을 즈음,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엄마! 나 배고파요! 우리 빨리 아침 먹으러 가요!”심미연은 생각을 접고 고개를 들어 활짝 웃는 아들을 바라봤다.“그래, 가자.”심태하가 달려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며칠 뒤면 제 생일이잖아요. 생일 파티에 상미도 초대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젯밤의 친자 확인 결과가 떠올랐다. 강상미는 그녀의 딸, 즉 심태하와 쌍둥이였다. 그래서 둘의 생일도 당연히 같았다.심태하의 생일 파티에 강상미가 온다면 그건 곧 둘이 같이 생일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엄마, 안 돼요?”심미연이 대답하지 않자 심태하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 웃으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그럼, 당연히 초대해야지. 너희 둘이 같이 생일 파티하면 되겠네.”“정말요? 엄마 최고! 사랑해요!”심미연은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태하야, 너 엄마가 어제 말한 거 잊은 거 아니지? 상미가 바로 태영이야. 너랑 똑같이 엄마 배에서 나왔고 너희 둘은 쌍둥이야. 그래서 생일도 똑같아.”강상미에 관한 일은 이미 방원호에게 조사를 맡긴 상태였다. 꼭 알아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0화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기색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요?”이지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도망쳤어요.”“언제요?”심미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스쳤다.“어젯밤에요.”이지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고 자책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방심했어요.”심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해하지 마요. 이건 지연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이지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당장 찾아올까요?”심미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폰을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어젯밤 강지한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혹시 온지유의 실종과 강지한이 관련 있는 걸까? 만약 강지한이 온지유를 구한 거라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거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참, 보스. 어젯밤에 스승님 못 보셨어요?”이지연이 물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은 봤었다. 그녀는 진운혁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고 따라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스승님께서 이진영 씨랑 같이 식사하고 계셨어요!”이지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심미연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이전에 마주쳤던 진운혁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그 순간 한 가지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을 훑고 지나갔다.‘그때 내가 본 스승님은... 정말 스승님이 맞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스승님을 사칭하고 있었다면 그 목적은 대체 뭘까?’그때 이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심미연의 생각을 끊어냈다.“보스!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어요!”“무슨 정보예요?”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이지연의 들뜬 목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9화

    백선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진은숙의 팔을 살짝 끌어당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가요.”진은숙은 손바닥 위에 놓인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망설이면서 입을 열었다.“이건... 어쩌죠?”백선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난처한 상황을 심미연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심미연 앞에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마음은 충분히 받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가 없어요.”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봉투 위로 흘렸다.“오빠가 직접 드린 건데 마음 편히 받으세요. 저한테 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 자, 얼른 가서 일 보세요. 저 벌써 배가 고파졌는걸요.”그러나 말하다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스르르 마음 한쪽에 올라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유진은 예전에 밤하늘을 보며 수없이 약속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와 아이를 평생 지키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약속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오빠, 나랑 약속한 거 잊은 거야?’“정말 감사합니다, 사모님! 사모님과 사장님 두 분 다 참 요즘 보기 드물게 좋은 분들이세요. 두 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빌게요!”진은숙은 기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백선영의 팔을 붙잡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오늘 정말 행운이 따랐다 싶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다니.심미연도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가 컵에 따뜻한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어쩐지 목이 바싹 마른 게, 감정이 몰려서 그런 걸까.막 물을 다 마셨을 무렵 문밖에서 귀엽고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어디 있어요?”그 소리는 마치 봄날에 막 피어난 꽃처럼 듣는 사람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심미연은 표정이 풀렸고 얼른 얼굴을 내밀며 따뜻하게 웃었다.“우리 태하, 엄마 여기 있어!”심태하는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 품에 안겼다.“엄마, 아빠가 나 버렸어요!”심미연은 깜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8화

    백선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모깃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장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집에 안 계시는 동안 꼭 사모님과 도련님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진은숙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바로 캐리어 들고 곧장 나가셨거든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박유진의 말뜻을 곱씹어 보았지만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다.“그런데요, 사모님...”진은숙이 심미연을 흘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눈빛에는 망설임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왜 그러세요?”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래왔듯 도우미 아주머니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고 태도가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너그러웠다.진은숙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마음을 굳힌 듯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계단 모퉁이에서 사장님을 마주쳤었어요. 사장님도 물 마시러 나오신 것 같았어요.”곁에 서 있던 백선영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저도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문 열고 나왔더니 사장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계셨습니다.”심미연은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에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진은숙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불빛이 비쳐서 얼핏 봤는데 사장님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더라고요. 꼭 방금 울기라도 한 사람처럼요. 아마 제가 눈치챌까 봐 인사만 툭 하고는 곧장 자리를 피하셨어요. 전 그냥 물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보니까 사장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계셨어요. 제가 방에 들어간 뒤에도 안 들어오시더라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오늘 아침에 사장님께서 나가신 뒤에 서재를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휴지통에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어요. 어젯밤 내내 잠도 못 주무시고 담배만 피우셨던 것 같아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7화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그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죄는 번호가 뜨는 순간, 박유진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잡힌 듯 조여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일렁이며 축축한 솜처럼 뭉쳐져 목덜미를 틀어막았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말은 더더욱 나올 리 없었다.그 번호는 마치 꿈결 속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고통과 갈등을 다시 불러냈다.박유진은 손을 떨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공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묘한 압박이 가득했다. 박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고 손끝으로 천천히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려 문장을 써 내려갔다.[진성에 가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돌아가면 다시 이야기하자. 그래도 되지?]그 메시지엔 그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언젠가 다시 마주하길 바라는 희미한 기대도 모두 그 짧은 문장 안에 섞여 있었다.메시지 전송을 마친 박유진은 망설임 없이 전원을 꺼버렸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툭 던졌다. 마치 그렇게 하면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함께 던져버릴 수 있을 것처럼.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텅 빈 공간엔 그의 심장 뛰는 소리만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규칙적이고도 묵직한 박동이 마치 그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듯했다.박유진은 눈을 감았다. 피로한 몸은 본능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갔고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찾고자 했다.비록 밤새 한숨도 못 잤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유난히 또렷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지탱해 주듯 그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하지만 피하고 싶을수록 심미연의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그녀의 미소는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따스했으며 때로는 눈빛 하나로도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또 부끄러워하던 그 순간순간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6화

    박유진은 자신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심미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될 것이란 사실.만약 그녀가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는 가진 것을 다 내어주어서라도 그녀를 돕고 그 아이를 보살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친딸인 양 지극정성으로.박유진은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그녀의 아이와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함께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심미연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마치 물에 빠진 이가 살고 싶어서 지푸라기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박유진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 수많은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박유진에게 진 빚은 너무나도 많고 무거웠다. 그 빚을 다 갚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젠 좀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갈래.”박유진의 목소리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 그는 본능적으로 심미연을 더욱 꼭 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 뼛속 깊이까지 끌어안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어쩌면 이 다정함이 그들 사이 마지막 남은 따뜻함이 될지도 모른다...박유진의 마음속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머릿속 이성은 매서운 바람처럼 그를 휘감으며 이제는 놓아줄 때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하지만 감정은 뿌리 깊은 덩굴처럼 박유진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바랐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더 심미연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이 찰나의 시간이 남은 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만 있다면...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박유진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박유진의 마음속 한기를 모두 녹이는 듯했다.심미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말했다.“이생에 오빠를 만나 알아가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복이었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우리 손 놓지 말고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