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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그날 밤의 다른 선택

다시 돌아온 그날 밤의 다른 선택

By:  해바라기향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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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직원 연수 과정에 참여 중인 인턴 한유진은 태풍이 몰아치던 밤, 부서 단톡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태풍으로 아파트가 침수되고 있는데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며, 내 남동생인 은혁이에게 근처 호텔까지 태워다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전생의 나는 결국 그 부탁을 들어주며 은혁이를 한유진에게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한유진은 찢어진 브래지어를 움켜쥔 채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내 남동생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발했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은혁이는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학교에서 정학 처분까지 받았다. 우리 가족도 무너졌다. 가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어머니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반면 한유진은 쏟아지는 동정 여론을 등에 업고, 우리 가족에게서 13억 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며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에도 성공했다. 심지어는 내게 돌아올 승진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나 비웃듯 말했다. “서은영 씨,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전부 당신 덕분이에요. 그날 당신이 은혁 씨를 보내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겠죠.”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부서 단톡방에는 전생과 똑같은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집이 침수되고 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디로도 갈 수가 없어요.’ ‘은영 씨, 혹시 동생분이 근처 호텔까지만 태워다줄 수 있을까요?’ 나는 차 키를 집어 들고 나가려는 은혁의 손을 즉시 붙잡으며, 부서 단체 채팅방에 답장을 보냈다. “은혁이는 가지 않을 거예요. 주소를 보내세요. 제가 직접 긴급구조대와 시 재난대응팀에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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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부서 단톡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 초 후, 한유진이 음성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메시지 너머로 거센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전 정말 긴급 구조대까지 개입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오늘 밤에는 정말 생명이 위험한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제가 괜히 도움을 요청해서 그분들에게 가야 할 지원을 빼앗게 된다면 너무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아파트가 아직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건 아니거든요. 그냥 은영 씨 집이 여기서 차로 10분밖에 안 걸리고, 은혁 씨가 지프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혹시 근처 호텔까지만 데려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러자 거의 기다렸다는 듯 동료들이 하나둘 의견을 보태기 시작했다.

[오늘 밤 긴급구조대는 아마 정신없이 바쁠 거야. 우리가 굳이 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낫지.]

[사륜구동 지프차라면 침수된 도로도 우버보다 훨씬 잘 지나갈 수 있을 거야.]

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시에서는 이미 외출 금지 긴급명령을 내렸어요. 제 남동생은 아직 19살에 긴급구조대원도 아니고, 그 아이의 지프차 역시 구조 차량도 아니에요. 만약 은혁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실 건가요?]

한유진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맞아요. 제가 괜한 부탁을 했네요.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나는 이제야 대화가 정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메시지가 올라왔다.

[내일 아침 출근 시간까지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부서 단톡방이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이 미처 답장하기도 전에, 상사인 강도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서은영 씨, 한유진 씨는 당신 팀원이잖아요. 저는 우리 회사의 관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기 팀원이 아무도 도움 없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게 챙길 거라고 믿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은혁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누나, 그냥 내가 갈까?”

은혁은 겨우 19살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설마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고는 아직 생각하 못할 만큼 어린 나이였다.

나는 은혁이 집으려던 차 키를 조용히 다시 테이블 위로 밀어놓았다.

“앉아.”

“그래도 유진 씨 집이 침수되고 있다고 했잖아. 오늘 밤에는 거기서 지낼 수도 없다고 하고. 정말 아파트가 침수되고 있다면...”

내가 은혁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은혁이 네가 아니라, 그 사람을 도와줄 사람들이 따로 있어.”

나는 다시 부서 단톡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혁이는 오늘 밤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서 갈 수 없습니다.]

[한유진 씨, 만약 정말 위험한 상황이고, 내일 아침까지 아무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신고해서 누군가가 한유진 씨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누군가 답장을 보냈다.

[서은영 씨... 너무 냉정한 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을 잇달아 보냈다. 알림은 쉴 새 없이 계속 울렸다.

그러던 중 강도윤이 나를 직접 태그했다.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성을 잘 보여주는 법입니다.]

잠시 후, 한유진이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검게 탁해진 침수된 물이 나무 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침대 옆에는 분홍색 슬리퍼 한 켤레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고, 물은 이미 매트리스가 놓인 침대 프레임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하나 올라왔다.

[팀장님, 서은영 씨를 탓하지는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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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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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18: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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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부서 단톡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 초 후, 한유진이 음성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메시지 너머로 거센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전 정말 긴급 구조대까지 개입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오늘 밤에는 정말 생명이 위험한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제가 괜히 도움을 요청해서 그분들에게 가야 할 지원을 빼앗게 된다면 너무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제가 사는 아파트가 아직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건 아니거든요. 그냥 은영 씨 집이 여기서 차로 10분밖에 안 걸리고, 은혁 씨가 지프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혹시 근처 호텔까지만 데려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그러자 거의 기다렸다는 듯 동료들이 하나둘 의견을 보태기 시작했다.[오늘 밤 긴급구조대는 아마 정신없이 바쁠 거야. 우리가 굳이 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낫지.][사륜구동 지프차라면 침수된 도로도 우버보다 훨씬 잘 지나갈 수 있을 거야.]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시에서는 이미 외출 금지 긴급명령을 내렸어요. 제 남동생은 아직 19살에 긴급구조대원도 아니고, 그 아이의 지프차 역시 구조 차량도 아니에요. 만약 은혁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실 건가요?]한유진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맞아요. 제가 괜한 부탁을 했네요.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나는 이제야 대화가 정말 끝난 줄 알았다.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메시지가 올라왔다.[내일 아침 출근 시간까지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부서 단톡방이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이 미처 답장하기도 전에, 상사인 강도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서은영 씨, 한유진 씨는 당신 팀원이잖아요. 저는 우리 회사의 관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기 팀원이 아무도 도움 없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게 챙길 거라고 믿습니다.]소파에 앉아 있던 은혁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누나, 그냥 내가 갈까?”은혁은 겨우 19살이었다.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설마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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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마 어린 남동생이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겠죠. 밖의 날씨가 워낙 심각하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볼게요. 어쩌면 비가 잦아들지도 모르니까요.]한유진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멘트에 부서 단톡방이 순식간에 폭발했다.[오늘 밤 태풍이 좋아질 기미는 전혀 없잖아.][서은영 씨는 집이 고지대에 있으니까 괜찮겠지만, 모두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서은혁 씨가 누구를 구조하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가장 가까운 호텔까지 태워다 주는 것뿐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끊임없이 울리는 알림 소리를 듣던 아버지가 서재에서 나왔다.아버지가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거센 빗줄기가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오늘 밤 은혁이는 절대 밖에 내보내지 마라.”그 말은 전생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의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한유진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 도시로 이사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혼자 살고 있으며, 이제 막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려던 참이었다.나는 그저 한유진을 도와주는 것이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몇 주 뒤, 시위대가 우리 집 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내 남동생을 강간범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누군가는 우리 집 현관문에 붉은 페인트를 뿌렸고, 기자들은 며칠 동안이나 우리 집 앞을 지키며 진을 쳤다.거래처들이 하루아침에 우리 가족 사업과의 거래를 끊어버리자,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몰려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계란과 쓰레기까지 맞은 뒤 결국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쓰러지셨다.나는 아직도 두 분이 길바닥에 쓰러진 채 나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그날이었다.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무작정 베푸는 동정심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그때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새로운 알림이었다.강도윤이 나를 태그했다.[서은영 씨, 지역 부사장 인사 결정은 다음 주에 최종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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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이번만큼은 다시는 내 남동생도, 우리 가족도 파멸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내가 사무실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복도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누가 좀 빨리 올라가 봐요! 한유진 씨가 옥상 주차장 난간 끝에 서서 뛰어내리겠다고 하고 있어요!”전생에서 나는 똑같은 말을 들었었다.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이 귓가를 가득 메웠다.순간, 발밑의 공간이 기울어지는 듯했고 나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사람들을 따라 옥상 주차장으로 올라갔다.여전히 빗줄기는 건물을 세차게 후려치고 있었다. 주변의 고층 빌딩 사이로 거센 바람이 울부짖었다. 전생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면이 다시 내 눈앞에 펼쳐졌다. 한유진은 옥상 주차장 가장자리 근처에 서서 구겨진 데다 빗물에 흠뻑 젖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떨리는 손에는 마치 증거물이라도 되는 듯 찢어진 천 조각을 꼭 쥐고 있었다.한유진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시선을 정확히 내게 고정했다. 그러자 눈가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서은영 씨... 서은혁 씨가 저를 성폭행했어요! 여기 그 사람의 정액이 묻어 있다고요!”한유진은 손가락을 떨며 찢어진 천 조각을 들어 올렸다.“서은영 씨, 저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계속 떠올라서 무서워요. 당신 남동생 때문에 제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고요”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점점 더 많은 직원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강도윤이 굳은 얼굴을 한 채 내 쪽으로 돌아섰다.“서은영 씨, 동생한테 전화해 보세요. 지금 당장요.”나는 강도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제 남동생은 어젯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어요. 한유진 씨를 성폭행했을 리 없습니다.”나는 휴대폰을 꺼내 서은혁의 이름을 눌렀다.몇 번 신호음이 울린 뒤, 영상통화 화면에 은혁이의 얼굴이 나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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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분명 뭔가 착오가 있을 겁니다.”군중 속에 있던 한 남자가 차갑게 비웃었다.“저 사람 말 좀 들어봐. 강간범 뒤에 항상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런 짓을 할 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꼭 있지.”“어쩌면 바로 그런 부모들 때문에 저런 사람들이 계속 빠져나가는 걸지도 모른다고.”아버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우리 집 현관 앞 CCTV가 설치되어 있어요. 어젯밤 은혁이가 집을 나갔다면 그 장면이 분명 영상에 찍혀 있을 겁니다.”그러자 한유진이 거의 즉시 받아쳤다.“직접 설치한 CCTV 영상이 무슨 증거가 된다는 거죠? 그 영상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믿어요?”“시스템 자체가 당신들 소유인데. 당신들처럼 돈과 자원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기록을 바꾸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자기들이 직접 관리하는 CCTV가 무슨 증거가 된다고 그러는 거야? 자기들 무죄를 입증하려고 영상을 조작했는지 누가 알아?”“이제 보니까 왜 저렇게 뻔뻔한지 알겠네. 가짜 알리바이까지 미리 준비해 놓은 거네. 처음부터 다 계획했던 거라고. 정말 잔인한 사람들이구먼.”어머니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당신들도 아무런 증거도 없잖아요. 이 여자 말만 듣고 내 아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잖아요. 이건 명예훼손이에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한유진은 갑자기 몸을 난간 쪽으로 바짝 밀어붙였다.한유진의 눈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사모님, 지금 제가 당신 아들한테 누명 씌우기 위해 제 명예를 스스로 망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당신들 가족은 돈이 많죠.”“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당신들 같은 사람들과 싸울 수 있겠어요? 오늘 저는 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제 목숨까지 걸겠어요.”강도윤이 즉시 앞으로 나서며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한유진 씨, 제발 무모한 짓은 하지 마세요.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이야기해요. 다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요.”한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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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은혁이의 라이브 방송 다시보기를 재생했다.“잘 보세요. 이 사람이 누군지.”화면에는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힌 은혁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한유진을 바라보며 한 마디씩 천천히 말했다.“제 남동생은 어젯밤 내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방송 내내 얼굴이 계속 화면에 나왔고요. 시청자들이 계속 방송을 보도록 30분마다 경품 이벤트까지 진행했어요. 시청자도 10만 명이 넘었고요.”나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휴대폰을 앞으로 내밀었다.“제 동생의 증인은 우리 가족만이 아니에요. 어젯밤 라이브 방송을 지켜본 10만 명의 시청자들이 모두 증인입니다.”한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잠시 후, 한유진이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라이브 방송 다시보기 하나 보여주면 모두가 그게 진짜라고 믿을 거라고 생각해요?”“서은영 씨 가족은 돈이 많잖아요.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가짜 라이브 방송을 연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겠어요?”방금까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동료들도 곧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그 말도 맞아. 미리 녹화해 둔 영상인지 누가 알아?”“라이브 방송 영상도 편집할 수 있는 거 아니야?”“돈 많은 집안이라면 가짜 증거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거야.”서은혁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아직도 못 믿겠다고요? 저는 어젯밤 내내 라이브 방송을 했다고요. 수천 명의 동접자가 저를 보고 있었다니까요.”한유진이 즉시 서은혁을 향해 몸을 돌렸다.“당신들 가족이라면 시청자들에게 돈을 주고, 채팅창을 도배할 사람들을 고용하고, 당신들 이야기를 뒷받침해 줄 사람을 찾는 것도 가능하겠죠. 저 같은 인턴이 당신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 무슨 수가 있겠어요?”강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은영 씨, 요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르세요? 라이브 방송 다시보기 하나 보여준다고 정말 모두가 당신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합니까?”나는 강도윤을 힐끗 바라봤다.“왜 그렇게까지 이 증거를 인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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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은혁이 차갑게 웃었다.“착각했다고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재가 되어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한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찢어진 천 조각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어젯밤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밖은 너무 어두웠고, 비도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지프를 몰고 있어서 정말 당신인 줄 알았다고요.”한유진의 목소리는 말을 이어갈수록 점점 작아졌다. 강도윤이 앞으로 나서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했다.“단순한 오해였다면 이제 다 해결된 거 아닙니까? 다들 이제 업무로 돌아가세요. 더 이상 이 일로 회사 분위기를 어지럽히지 맙시다.”“잠깐.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아버지의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울려 퍼지자, 강도윤이 아버지를 돌아봤다.“서 사장님, 한유진 씨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일을 더 끌고 가봐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아버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은혁의 두 손이 주먹으로 꽉 쥐어졌다.“이게 끝이라고요? 그냥 실수한 거라고요? 저 여자는 제 인생을 거의 망쳐놓을 뻔했어요!”“우리에게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미 저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었을 거 아닙니까?”한유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이미 인정했잖아요. 더 이상 이 일을 문제 삼지도 않을 거예요. 돈도 받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나는 한유진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아니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강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서은영 씨, 일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마세요. 기껏해야 내려가서 한유진 씨에게 사과 한마디 받으면 될 일 아닙니까?”나는 강도윤의 말을 무시한 채 주차장 진입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 순간, 다가오는 차량의 엔진 소리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경찰 순찰차 한 대가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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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건 당신 마음대로 시작했다가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그때 강도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경찰관님, 한유진 씨는 지금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옥상 주차장 난간 끝에 서 있었어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우선 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받게 하고, 진술은 그 후에 받는 게 어떻겠습니까?”나는 고개를 돌려 강도윤을 바라봤다.“강도윤 씨는 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거죠?”강도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서은영 씨,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저는 제 직원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유진 씨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요?”나는 경찰관을 바라보며 말했다.“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유진 씨가 살던 아파트 건물 밖에 설치된 CCTV 영상입니다.”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에 찍힌 시간은 어젯밤 11시 26분이었다.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정말로 검은색 지프 한 대가 아파트 입구 앞에 멈춰 섰다.한유진이 우산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걸음걸이는 안정적이었다.어딘가에 고립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당황한 기색도 전혀 없었다.차 문이 열리며,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우산을 들어 한유진이 비에 맞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카메라에 그 남자의 옆모습이 잡히는 순간, 사람들 속 누군가가 숨을 들이켰다.“잠깐만... 저 사람 강도윤 씨 아니야?”강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영상이 흐릿하잖아요.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마세요.”내가 영상의 재생 바를 앞으로 옮기자, 영상은 계속 재생됐다.남자가 한유진을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한유진은 차에 타기 직전 몸을 숙여 그 남자에게 키스했다.서은혁이 즉시 소리쳤다.“한유진 씨, 저 사람이 당신이 어젯밤 데리러 왔다고 했던 그 사람인가요? 나는 당신을 거의 알지도 못해요. 회사 팀 행사에서 한 번 마주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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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도윤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미쳤군.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인턴 주제에 지금 감히 나를 모함하는 겁니까?”한유진이 차갑게 웃었다.“아, 이제야 제가 고작 인턴이라는 게 생각나세요? 저를 품에 안고 계실 때는 그런 생각 안 하셨던 것 같은데요.”경찰관이 앞으로 나섰다.“그만하세요. 두 분 모두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강도윤은 계속해서 협조를 거부하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니까요. 우린 그저 평범한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일 뿐이라니까요.”그러자 한유진이 갑자기 강도윤에게 달려들어 강도윤의 얼굴을 할퀴며 말했다.“개소리하지 마! 이 모든 게 당신이 계획한 거잖아.”한유진의 손톱이 강도윤의 뺨을 긁고 지나가며 여러 개의 피 묻은 상처를 남겼다.그때 주차장 입구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 법무팀과 이사회 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비서는 서류철 하나를 손에 들고, 표정이 심각하게 굳은 채로 곧장 강도윤 앞으로 다가갔다.“강도윤 부장님. 회장님의 지시로 지금 즉시 직무 정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회사 역시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예정입니다.”강도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무슨 근거로?”비서가 강도윤에게 서류를 건넸다.“회사 측은 부장님께서 권한을 남용하고,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 선발 과정을 조작했으며,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한유진 씨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증거는 부장님의 회사 컴퓨터에서 발견됐습니다.”강도윤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한유진과 강도윤이 경찰에 연행되고 난 뒤, 옥상 주차장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조금 전까지 가장 큰 소리로 떠들어대던 남자 직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급하게 휴대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내가 힐끗 그쪽을 바라보자, 그 직원은 단체방에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지우고 있었다.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감히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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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오늘 경찰을 부른 행동은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어요.”내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요?”“한유진 씨가 옥상 주차장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고, 수십 명의 직원이 제 동생을 성폭행범이라고 몰아붙일 때는 그게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습니까?”“그런데 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을 불렀더니, 갑자기 제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되는 건가요? 아,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유진 씨를 이 회사에 추천한 분이 바로 이사님이었던 것 같은데요.”회장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 이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서은영 팀장의 대응은 매우 적절했습니다. 한유진 씨의 후보 자격은 즉시 박탈합니다. 강도윤 씨는 직무 정지 조치하며, 경찰 수사와 회사 내부 조사 모두에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오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서은영 씨 가족에게 개인적인 합의를 강요한 직원들 역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원 직무 정지 조치하겠습니다.”막 회의실에 들어온 직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중 한 명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그때 회의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법무팀 직원들이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서은영 팀장님, 한유진 씨의 회사 컴퓨터에서 복구한 메시지입니다. 한유진 씨와 강도윤 씨는 처음부터 모든 일을 미리 상의하고 계획했습니다. 목적은 이 사건을 대대적인 공개 스캔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나는 법무팀 직원이 건넨 서류를 받아 들었다.그 안에는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을 출력한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서씨 집안에는 아들이 하나야. 네가 할 일은 옥상에 올라가는 것뿐이야. 그러면 그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줄 거야.][그럼 그 자리는요?][서은영만 밀려나면 그 자리는 네 거지.]회장이 비서에게 관련된 모든 대화 기록을 추출하라고 지시하자, 법무팀은 그 즉시 사건 관련 파일을 만들었다.모든 메시지와 시간 기록, 스크린샷, 그리고 현장 영상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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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직원 다섯 명이 서은혁 씨의 사진을 외부 단톡방에 공유했고, 또 다른 두 명은 옥상 주차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틱톡에 올렸습니다.”나는 파일을 열어봤다.영상 속에서 은혁의 얼굴은 따로 잘려 있었고, 그 옆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충격적인 빨간색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재벌가 후계자, 여성 인턴사원 성폭행.][서씨 집안의 금지옥엽, 여성을 건물에서 뛰어내리게 몰아붙이다.]나는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세게 말아 쥐었다. 전생에서 내 동생은 이보다 훨씬 더 잔혹한 온라인 악성 여론과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그래도 이번에는 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전에 막아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 여자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뒤로 난처한 표정의 경비원이 따라 들어왔다.“서 팀장님, 이분이 한유진 씨의 어머니라고 하시며, 꼭 팀장님을 만나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들어오셔서요.”여자는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서은영 팀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유진이는 아직 어려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을 겁니다. 그저 절박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에요.”“팀장님 댁은 돈도 있고 힘도 있잖아요. 제발 어린 여자아이의 인생까지 망가뜨리지는 말아 주세요.”나는 아무 말 없이 한유진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내 동생은 이제 막 대학교 1학년이 된 신입생이었다.나이로만 보면 오히려 은혁이 이 여자의 딸보다도 더 어렸다.한유진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내 동생을 고발하고 성폭행범으로 몰아갈 때, 과연 그 일이 내 동생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한유진의 어머니는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 내 쪽으로 다가왔다.“유진이는 원래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은 아이예요. 그저 성공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려던 건 아니었어요.”“아버지도 유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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