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신입직원 연수 과정에 참여 중인 인턴 한유진은 태풍이 몰아치던 밤, 부서 단톡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태풍으로 아파트가 침수되고 있는데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며, 내 남동생인 은혁이에게 근처 호텔까지 태워다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전생의 나는 결국 그 부탁을 들어주며 은혁이를 한유진에게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한유진은 찢어진 브래지어를 움켜쥔 채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내 남동생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발했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은혁이는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학교에서 정학 처분까지 받았다. 우리 가족도 무너졌다. 가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어머니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반면 한유진은 쏟아지는 동정 여론을 등에 업고, 우리 가족에게서 13억 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며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에도 성공했다. 심지어는 내게 돌아올 승진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나 비웃듯 말했다. “서은영 씨,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전부 당신 덕분이에요. 그날 당신이 은혁 씨를 보내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겠죠.”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부서 단톡방에는 전생과 똑같은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집이 침수되고 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디로도 갈 수가 없어요.’ ‘은영 씨, 혹시 동생분이 근처 호텔까지만 태워다줄 수 있을까요?’ 나는 차 키를 집어 들고 나가려는 은혁의 손을 즉시 붙잡으며, 부서 단체 채팅방에 답장을 보냈다. “은혁이는 가지 않을 거예요. 주소를 보내세요. 제가 직접 긴급구조대와 시 재난대응팀에 연락하겠습니다.”
View More“직원 다섯 명이 서은혁 씨의 사진을 외부 단톡방에 공유했고, 또 다른 두 명은 옥상 주차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틱톡에 올렸습니다.”나는 파일을 열어봤다.영상 속에서 은혁의 얼굴은 따로 잘려 있었고, 그 옆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충격적인 빨간색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재벌가 후계자, 여성 인턴사원 성폭행.][서씨 집안의 금지옥엽, 여성을 건물에서 뛰어내리게 몰아붙이다.]나는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세게 말아 쥐었다. 전생에서 내 동생은 이보다 훨씬 더 잔혹한 온라인 악성 여론과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그래도 이번에는 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전에 막아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 여자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뒤로 난처한 표정의 경비원이 따라 들어왔다.“서 팀장님, 이분이 한유진 씨의 어머니라고 하시며, 꼭 팀장님을 만나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들어오셔서요.”여자는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서은영 팀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유진이는 아직 어려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을 겁니다. 그저 절박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에요.”“팀장님 댁은 돈도 있고 힘도 있잖아요. 제발 어린 여자아이의 인생까지 망가뜨리지는 말아 주세요.”나는 아무 말 없이 한유진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내 동생은 이제 막 대학교 1학년이 된 신입생이었다.나이로만 보면 오히려 은혁이 이 여자의 딸보다도 더 어렸다.한유진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내 동생을 고발하고 성폭행범으로 몰아갈 때, 과연 그 일이 내 동생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는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한유진의 어머니는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 내 쪽으로 다가왔다.“유진이는 원래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은 아이예요. 그저 성공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려던 건 아니었어요.”“아버지도 유진이
“오늘 경찰을 부른 행동은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어요.”내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요?”“한유진 씨가 옥상 주차장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고, 수십 명의 직원이 제 동생을 성폭행범이라고 몰아붙일 때는 그게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습니까?”“그런데 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을 불렀더니, 갑자기 제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되는 건가요? 아,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유진 씨를 이 회사에 추천한 분이 바로 이사님이었던 것 같은데요.”회장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 이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서은영 팀장의 대응은 매우 적절했습니다. 한유진 씨의 후보 자격은 즉시 박탈합니다. 강도윤 씨는 직무 정지 조치하며, 경찰 수사와 회사 내부 조사 모두에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오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서은영 씨 가족에게 개인적인 합의를 강요한 직원들 역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원 직무 정지 조치하겠습니다.”막 회의실에 들어온 직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중 한 명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그때 회의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법무팀 직원들이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서은영 팀장님, 한유진 씨의 회사 컴퓨터에서 복구한 메시지입니다. 한유진 씨와 강도윤 씨는 처음부터 모든 일을 미리 상의하고 계획했습니다. 목적은 이 사건을 대대적인 공개 스캔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나는 법무팀 직원이 건넨 서류를 받아 들었다.그 안에는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을 출력한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서씨 집안에는 아들이 하나야. 네가 할 일은 옥상에 올라가는 것뿐이야. 그러면 그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줄 거야.][그럼 그 자리는요?][서은영만 밀려나면 그 자리는 네 거지.]회장이 비서에게 관련된 모든 대화 기록을 추출하라고 지시하자, 법무팀은 그 즉시 사건 관련 파일을 만들었다.모든 메시지와 시간 기록, 스크린샷, 그리고 현장 영상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
강도윤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미쳤군.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인턴 주제에 지금 감히 나를 모함하는 겁니까?”한유진이 차갑게 웃었다.“아, 이제야 제가 고작 인턴이라는 게 생각나세요? 저를 품에 안고 계실 때는 그런 생각 안 하셨던 것 같은데요.”경찰관이 앞으로 나섰다.“그만하세요. 두 분 모두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강도윤은 계속해서 협조를 거부하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니까요. 우린 그저 평범한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일 뿐이라니까요.”그러자 한유진이 갑자기 강도윤에게 달려들어 강도윤의 얼굴을 할퀴며 말했다.“개소리하지 마! 이 모든 게 당신이 계획한 거잖아.”한유진의 손톱이 강도윤의 뺨을 긁고 지나가며 여러 개의 피 묻은 상처를 남겼다.그때 주차장 입구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 법무팀과 이사회 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비서는 서류철 하나를 손에 들고, 표정이 심각하게 굳은 채로 곧장 강도윤 앞으로 다가갔다.“강도윤 부장님. 회장님의 지시로 지금 즉시 직무 정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회사 역시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예정입니다.”강도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무슨 근거로?”비서가 강도윤에게 서류를 건넸다.“회사 측은 부장님께서 권한을 남용하고,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 선발 과정을 조작했으며,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한유진 씨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증거는 부장님의 회사 컴퓨터에서 발견됐습니다.”강도윤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한유진과 강도윤이 경찰에 연행되고 난 뒤, 옥상 주차장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조금 전까지 가장 큰 소리로 떠들어대던 남자 직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급하게 휴대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내가 힐끗 그쪽을 바라보자, 그 직원은 단체방에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지우고 있었다.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감히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이건 당신 마음대로 시작했다가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그때 강도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경찰관님, 한유진 씨는 지금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옥상 주차장 난간 끝에 서 있었어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우선 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받게 하고, 진술은 그 후에 받는 게 어떻겠습니까?”나는 고개를 돌려 강도윤을 바라봤다.“강도윤 씨는 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거죠?”강도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서은영 씨,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저는 제 직원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유진 씨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요?”나는 경찰관을 바라보며 말했다.“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유진 씨가 살던 아파트 건물 밖에 설치된 CCTV 영상입니다.”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에 찍힌 시간은 어젯밤 11시 26분이었다.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정말로 검은색 지프 한 대가 아파트 입구 앞에 멈춰 섰다.한유진이 우산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걸음걸이는 안정적이었다.어딘가에 고립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당황한 기색도 전혀 없었다.차 문이 열리며,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우산을 들어 한유진이 비에 맞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카메라에 그 남자의 옆모습이 잡히는 순간, 사람들 속 누군가가 숨을 들이켰다.“잠깐만... 저 사람 강도윤 씨 아니야?”강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영상이 흐릿하잖아요.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마세요.”내가 영상의 재생 바를 앞으로 옮기자, 영상은 계속 재생됐다.남자가 한유진을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한유진은 차에 타기 직전 몸을 숙여 그 남자에게 키스했다.서은혁이 즉시 소리쳤다.“한유진 씨, 저 사람이 당신이 어젯밤 데리러 왔다고 했던 그 사람인가요? 나는 당신을 거의 알지도 못해요. 회사 팀 행사에서 한 번 마주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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