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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꽃미소
이경은 침대 위로 내던져졌다. 고개를 돌려 윤세현을 바라보자 그의 눈에는 차가운 기색과 함께 조롱이 깃들어 있었다.

“어쩌시렵니까? 제가 그 귀하신 서영 현주를 때렸다고 저한테 복수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대답 없이 이경의 얼굴을 흘끗 보던 윤세현은 곧장 시선을 그녀의 다리로 내렸다.

붉은 혼례복 아래 곧고 하얀 두 다리는 더욱 눈에 띄었고 방금 전만 해도 두려움에 떨던 이경이었으나 지금은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는 눈빛으로 윤세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게 네 취향이냐?”

이서영을 때린 걸 두고 하는 말이란 걸 짐작한 이경은 눈썹에 오만한 빛을 머금고 맞받아쳤다.

“그래서 어쩌시겠습니까?”

남의 지아비를 탐내는 여인에게 뺨 한 대쯤은 오히려 약한 벌이라고 생각했던 이경은 얼굴을 망가뜨려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심정이었다.

막 구공주의 몸에 깃들어 아직 이 남자를 진짜 지아비라 느끼진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이 혼인 첫날밤이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했다. 적어도 구공주라는 신분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며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세현의 눈빛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구공주를 두고 방탕하다 손가락질했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그 모든 소문이 거짓임을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도 이경이 보여준 당돌함에 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윤세현이 침상 곁에 서서 그림자처럼 이경을 가리자 방 안의 불빛은 그의 몸에 막혀 금세 어두워졌다.

이경은 손바닥에 힘을 주며 도망칠 기회를 엿보았지만 그 순간 발목이 잡혀 그대로 끌려오고 말았다.

그는 이경의 손을 머리 위로 눌러 고정시키고 온몸으로 그녀를 눌러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당장 놓으십시오!”

원래는 이렇게까지 가까이 다가갈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법이었고 상대가 적이었다면 이쯤에서 목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인은 자신의 새 신부였다.

윤세현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가쁘게 오르내리는 이경의 숨결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겁을 먹을 때도 있구나?”

겉으론 담담해 보였던 이경도 그가 힘을 더하는 순간 심장이 저릿하게 움찔거렸다.

지금은 이 남자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이경은 머리 장식에서 비녀 하나를 슬쩍 빼내 손에 숨겼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이경이 꽃처럼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제가 겁이 나는 건, 괜히 실수해서 세자 저하를 제 손으로 죽일까 봐서지요.”

“이런 실력으로?”

윤세현은 피식 비웃고는 이경이 움켜쥐고 있던 비녀를 순식간에 빼앗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벽 쪽으로 내던졌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비녀는 산산조각이 났다.

이 남자의 힘이 이토록 셀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이경은 잠시 입을 다문 채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이경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두 다리를 들어 그의 허벅지에 감았다.

그녀의 다리가 뱀처럼 그의 허리를 감으며 두 사람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심장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사람을 죽이는 데 무공만 필요한 건 아니지요.”

촉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이경은 은근하게 목덜미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세자 저하, 벌써 몸이 속마음을 다 들켜버리셨습니다.”

그 순간, 윤세현은 이경을 힘껏 놓아주었고 그의 손끝이 미끄러지면서 이경의 다리도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까지 저를 밀어내는 걸 보니 혹시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할까 두려우신 겁니까?”

잠깐 스쳐 간 그의 초조한 표정을 이경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천천히 윤세현의 가슴에서 허리 아래로 내려갔고 다리를 꼬아 앉은 채 방 안에서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현대에서 온 이경에게 이런 노출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윤세현의 시선이 점점 굳어졌다. 이 여인의 행동이 정말 대담하고 당돌하다고 느끼는 와중에도 정작 그를 더 불편하게 만든 건 방금 전 자신이 잠시 흔들렸던 그 한순간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니 이경의 얼굴에는 여전히 비웃음이 스며 있었다.

그제야 윤세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을 거라 믿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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