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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Author: 홍피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5 15:44:29

이재가 그를 봤다. 태혁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애매하면 무조건 나한테 전화해요.”

“…….”

“혼자 판단하지 말고.”

말투는 부탁보다 지시에 가까웠다. 평소였다면 싫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알았어요.”

태혁은 그제야 차에서 내렸다. 이재는 그가 자기 차 쪽으로 걸어가는 걸 잠깐 보고 있다가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회사 신입 하나가 번호를 물어보려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걸 모르던 자신이 겁을 먹었다. 그리고 강태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뿐이었다.

무서운 순간 그가 생각난 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십 년 전에도 가장 무서웠던 순간의 끝에 강태혁이 있었으니까.

그건 설명할 수 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다.

전화를 건 걸 후회하지 않았다. 달려오겠다는 말을 듣고도 싫지 않았고. 정말 나타난 얼굴을 봤을 때는. 조금 안심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생긴다면... 아마 다시 전화할 것 같았다.

강태혁은 이재가 내려준 자리에서 몇 걸음 걸어 자기 차 앞에 섰다. 건물 입구 한쪽에 비스듬히 붙어 있는 검은 세단. 주차선은 없었다. 불법 주차였다.

형사가 불법 주차라니. 급하게 올라오느라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처박아둔 결과였다. 태혁은 운전석 문을 열면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이재의 차는 이미 진입로 끝을 돌아 사라진 뒤였다.

―안 타요?

차 있는 데까지 태워주겠다는 뜻이었다. 바로 위라고 말했으면서 결국 얻어탔다. 태혁은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 휴대폰을 거치대에 올리려다 잠시 멈췄다.

통화 기록 맨 위에 이름이 남아 있었다.

윤이재.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한건 처음이었다.

―숨이…….

그 목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손 하나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 순간 이재는 십 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태혁은 화면을 끄고 휴대폰을 거치대에 꽂았다.

로비에서 이재를 만났을 때는 상태만 봤다. 다친 곳이 있는지. 호흡은 돌아왔는지. 혼자 운전해도 되는지.

그게 전부였다.

적어도 그때는.

그런데 지금 와서 이상하게 다른 게 남았다.

조금 전 운전석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얼굴. 겁을 먹은 뒤라 평소보다 더 창백했을 것이다. 그래도 유난히 희었다. 검은 머리 아래로 드러난 작은 얼굴은 아무 말 없이 있으면 꽤 여린 인상이었다. 눈 밑에 작게 찍힌 점 하나까지 눈에 들어올 만큼.

그러다 눈을 들면 인상이 달라졌다.

―진짜 재수 없어.

그 말을 할 때도 얼굴은 여전히 희었는데 눈에는 제법 힘이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운전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것까지는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사람 얼굴을 왜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지.

태혁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시동을 걸었다. 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박준호였다.

“왜.”

―팀장님, 어디세요?

“가는 중.”

―아까 전화했는데 안 받으셔서요.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습니다.

“용건만.”

준호는 익숙하다는 듯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피해자 쪽 CCTV 추가 확보했습니다. 통화기록도 왔고요.

“자료 정리해둬.”

―지금 들어오십니까?

“어.”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었다. 태혁은 차를 출발시켰다.

***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열한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야간 근무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퇴근한 뒤였다. 준호가 태혁의 자리 옆에서 종이컵을 들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오셨습니까.”

태혁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

“영상.”

“여기 있습니다.”

모니터에는 첫 번째 사건 당일 CCTV가 떠 있었다. 오후 두 시 십칠 분.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화질이 좋지 않았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태혁이 재생 속도를 낮췄다. 남자는 피해자의 집으로 곧장 향하지 않았다. 골목 입구에서 한 번 멈췄다.

주변을 훑고. 건너편 건물을 올려다봤다. 다시 걷는다.

“앞쪽 카메라는.”

“상가 CCTV 받아왔습니다.”

“같이 띄워.”

준호가 두 번째 영상을 열었다. 십이 분 전. 같은 체격의 남자가 화면 끝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골목으로 들어왔다.

태혁이 영상을 멈췄다.

“여기부터 다시.”

영상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골목을 지나며 집들을 살폈다. 창문. 공동현관. 주차된 차량. 어느 한 곳에 눈에 띄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십여 분 뒤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검침원 차림이었다.

준호가 말했다.

“사전에 동선 확인한 걸까요.”

“가능성은 있지.”

“두 번째 사건도 같은 식으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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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정한 지옥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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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정한 지옥   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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