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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책임지지 못할 감정의 예고]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7 00:05:08

 꿈속? 아니 기억? 

 현신은 지금 이탈리아에 있는 빅토리아 국제 요원 양성기관에 있다.

 Rrr Rrr Rrr

 이곳에서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는 항상 이렇게 예비 알람이 울렸다. 

 “코드명 에스! 서둘러!”

 “시온아, 로마에 그냥 눌러앉을까? 피자랑 파스타 너무 좋아. 후식도 젤라또라서 좋다.”

 꿈인 것을 아는데, 왜 이리 생생한지. 현신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쉿! 에스. 본명 말하지마.”

 “윽. 알았어.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출신도 다 비밀이라니.”

 “우린 요원이잖아. 참, 이번 미션만 끝나면 포인트 다 채우는 거지? 그럼 도망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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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색 구역을 몇 번이고 훑었지만 현신은 흔적조차 잡히지 않았다.헬기 안, 계영의 심장은 피가 바짝 타들어가다 못해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었다.바람이 조금이라도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시선. 계영은 기괴할 만큼 침착한 태도로 헬기 창밖을 내려다보며 산 전체를 부감했다.마 실장은 제 무릎 위에 노트북 두 대를 펴놓고, 연신 새로고침을 누르며 초조하게 계영의 눈치를 살폈다.“이 여자가······또 거짓말을 했어. 내게 온다는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어.”“현신 님의 거짓말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마 실장은 연신 다른 노트북을 두드리며 현신을 추적하고, 한규련과 정보를 주고받았다.저 벼랑 밑 어디엔가 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 있을 거라 생각하자, 계영의 분노와 절망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현신은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재주가 있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언제나 죽음을 삶의 옆자리에 두고 살아가던 여자. 그럼에도 제 삶의 마지막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에 계영은 처절한 허무함을 느꼈다.“늘 지켜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현신 님은 아주 유능한 요원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신 겁니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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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03. 진실 앞에서 심장이 멈추지 않게 하소서

    분노와 절망으로 일그러진 최주현을 내려다보며, 현신은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나도록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할멈······ 한비단은 본래 사람을 살리고 지키기 위한 숭고한 곳이었어.”“그런 훌륭한 곳을 너희 같은 것들이 부수려 들잖아!”억눌러왔던 울분이 현신의 가슴속에서 검붉게 타올랐다.“할멈이 그 한비단을 당신의 추악한 욕망으로 더럽혔어!”“난 그저 그 남자가 이 나라의 꼭대기에 오르길 바랐을 뿐이야! 그가 우두머리가 되어야 이 썩어빠진 세상이 바로 서는 거니까!”최주현은 주먹을 움켜쥔 채 비명에 가까운 광기를 토해냈다.“아니! 그건 세상을 위한 게 아니라, 그저 할멈 당신의 이기적인 탐욕일 뿐이야! 꼴좋네! 평생을 바쳐 믿었던 남자에게 버려지다니!”현신의 눈동자에도 붉은 광기가 일렁였다.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최주현은 발악하며 주변을 에워싼 요원들을 향해 소리쳤다.“안 되겠어! 저년을 당장 포박해! 가계영을 죽이려면 저년을 미끼로 써야 해!”죽어도 홀로 죽겠다는 서늘한 각오를 품은 현신이 요원들과 눈을 맞추었다. 이미 마음이 돌아선 요원들은 주춤거리며 현신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한 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최주현은 제 부모를 죽이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우리가 피 흘려 얻은 대가를 갈취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죄를 짓지 말고 도망치세요!”“시끄러워! 당장 에스를 포박하지 않으면 너희부터 총으로 쏴 버릴 거야!”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악마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았다.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02. 이제는 악마를 마주하게 하소서

    오후 4시가 다다르자, 계영의 저택은 묵직한 정적 속에서 서서히 숨을 죄어오기 시작했다.지난 며칠간 그들은 이 집념의 공간에 모여 사력을 다했다. 오늘 맞이할 한비단의 진짜 흑막, 최주현의 목을 옥죄기 위한 거대한 사냥 작전이었다.“이제 마지막입니다.”“마 실장. 헬기 허가는 떨어졌나? 그리고 한비단 내부 요원들 동향은.”“예. 포섭할 수 있는 인력은 전부 회유하여 우리 쪽 편대로 돌려놓았습니다.”마 실장과 계영은 현신이 사지로 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모든 변수를 점검하고 있었다.“현신, 네 몸에 차고 있는 통신 장치, 그리고 대인 방어 무기와 비상용 소형 폭탄까지 다 너를 지켜주는 것들이니 잊지 마.”“걱정 마세요. 잘 알고 있어요.”현신은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복 안에 모기장처럼 얇은 체인메일(Chainmail) 형태의 특수 섬유 전신 방탄복을 조용히 받아 입었다.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감촉이 도리어 정신을 서늘하게 깨웠다.혼자라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작전이었다. 그러나 제 몸을 미끼로 악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려는 이 사냥은 어지간한 테러 조직을 궤멸시킬 법한 거대한 작전으로 번져 있었다.모든 무장을 갖춘 현신이 침묵을 깨고 계영을 향해 얕은 숨을 내쉬었다.“계영 님. 무사히 잘 다녀올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약속할게요.”“너는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요원이야. 당연히 믿어. 그러니 그 약속, 반드시 지켜.”계영의 거대하고 따스한 손이 현신의 여린 손가락에 조용히 고리를 걸어왔다.단지 이것만으로 온전할 수 있을까. 밀려드는 불안감이 현신의 가슴을 할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1. [프롤로그&의뢰인]

    마지막 임무가 곧 끝이 난다.지긋지긋한 가면을 쓴 생활도, 사선을 넘나들며 시간에 쫓기는 삶도. 더 이상 피를 흘릴 일도, 손에 피를 묻힐 일도 없게 된다. 폐가 터질 듯 숨차게 도망갈 일도 없겠지.그 희망을 품고 문을 연다. 그동안 머물렀던 곳과 다른 세상의 향기가 밀려왔다.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든, 실패해서 영원한 거짓말쟁이로 남아 죽음을 맞이하든 어쨌든 오늘이면 끝이 난다.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마지막 미션. 곧 시작이다. *** 1년 전, 2월의 마지막 날.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을 검은 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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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그래도 규련이하고 궁금해하던 참이야.전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가계영의 절친이자 종합병원 레지던트인 김강무다. 명문 의료가 집안의 김강무와 재벌 3세 한규련은 계영과 함께 ‘라ON’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도시의 추악한 이면을 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해온 유일한 이해자들이었다.“라ON 애들, 요즘도 한비단 미션 하러 다니나?”-너도 그랬으면서 새삼스럽긴.가계영 역시 금수저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악인들에게 희생되는 비극을 겪으며 세계가 무너지는 고통을 맛보았다. 하지만 김강무와 한규련의 지원 속에 요원으로 거듭났고, 제 손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3. [그 도시의 남과 여]

    독일 출신이자 이탈리아 대 부호 엘에프는 집요하게 동양인 여인의 유두를 비틀어 올리며 숨결을 앗아갔다. 그리고 갑자기 힘을 빼고 피부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여성은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면서 몸을 돌리려던 그때, 그는 이내 여성의 허리를 잡더니 피스톤질에 속도를 가했다.“하······!”남성은 다시 여성의 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번에는 엉덩이를 한번 거칠게 잡아 쥐었다. 그리고···.찰싹! 찰싹!한 대, 두 대. 그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여성에게서는 “앗! 읏!” 짧은 비명을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 [본능의 경고: 위험한 남자]

    이 남자.적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롭지만 비틀린 웃음을 짓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우 차가웠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를 풍겼다. 검은 머리의 검은 눈, 그리고 검은색 슈트까지 입은 그는 한 마리의 굶주린 재규어처럼 번득여댔다.그때, 남자는 현신의 뒷머리를 낚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겨우 그의 손목을 잡고 공격을 저지시킨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현신을 돌리려고 했으나, 반대로 발목을 차이면서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한 방 공격했다.휙!그 순간 쿵-, 현신의 관자놀이가 책상에 내리찍히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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