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착각이겠지?’
착각일 것이다. 선우는 자신의 남자친구였고 항상 은성에게 충실했다. 잘생긴 얼굴, 뛰어난 운동실력, 무던한 성격, 좋은 집안 모든 이들이 탐낼만한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한번도 이성문제로 은성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사귀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분명히 착각일 것이다. 그래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문을 지나 기계적으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몸이 확 끌어당겨지더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은성을 끌어당긴 사람은 선우였다.
“박선우! 깜짝 놀랐어.”
“이렇게 안 하면 네가 나를 안 봐주잖아.”
다시 입이 나왔다. 그것이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팔을 높이 뻗어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짝 컬이 들어간 머리가 손가락에 부드럽게 감겨들었다.
“아직도 귀엽네. 우리 선우.”
“이래도 귀여워?”
끈적한 목소리가 귀가에 들러붙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은성을 벽으로 몰면서 몸을 붙였다. 그녀가 인상을 썼다.
“여기 밖이야.”
“알아.”
단 한마디였지만 거칠어진 숨소리에는 흥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1년전부터 계속 봐왔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기에 선우와의 스킨십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손을 잡기도 하고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에도 흥분은 고사하고 설렘조차도 묻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때 선우가 고백했다.
“은성아. 좋아해. 사귀자.”
그렇게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손을 잡으면 가슴이 간질거렸고, 가벼운 입맞춤에도 심장이 터질듯이 뛰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수순인것처럼 짙은 키스가 찾아왔다. 선우는 모든 순간에 키스하고 싶어했다. 설레여서, 좋아서, 속상해서, 서운해서 각각의 이유들로 말이다. 귓가에 대고 선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 할거야.”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선우의 입술이 닿았다. 밀어내려는 것도 잠시 은성은 입술도 움직였다. 그러나 밖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이는 다문 채였다. 그녀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듯 그는 부드럽게 머금었다. 그녀가 마음을 놓은 키스에 집중하려는 그 순간 그의 혀가 침범해 들어왔다.
“으…”
은성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선우는 기어코 혀를 얽혀들어가기 시작했다.
‘밖이라서 이러면 안되는데… 지나가다가 누가 볼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은성은 선우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그가 주는 쾌감이 너무나 달콤했다. 결국 은성은 더 강하게 그를 끌어당겼다.
호흡이 섞여들어가면서 키스는 더욱 깊어졌다. 혀가 서로 마찰하는 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가 몸을 더 밀착시켰다. 몸집을 키운 아래가 느껴졌다. 강한 신호에 화들짝 놀라 밀어냈고 선우가 힘없이 밀려났다. 그가 상처받은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내가 싫어?”
“아직 너무 빨라…..”
선우의 입술이 불퉁하게 입술이 나왔다.
“…알았어. 네가 싫다면 안해.”
자신을 존중해주는 선우가 좋아서 은성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가 포옹을 조르는 아이처럼 양팔을 올렸다.
“대신에 안아줘.”
은성은 달려가 품에 안겼다. 따듯한 체온이 약간의 불안감마저 가져갔다.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꼭 껴안았다.
*
부엌으로 들어선 은성은 마주치는 고용인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선우와 은성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선우의 어머니이자 한성그룹의 회장인 선희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이 집에 살았을만큼 익숙한 공간임에도 본채에 들어오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부엌으로 들어서자 은성의 어머니인 경자가 다과상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은성아. 얼른 와. 이거 서재로 들고 들어가.”
“회장님 또 선우 서재로 부르셨어?”
“응.”
얕은 한숨을 쉬면서 다과상을 들고 서재로 향했다. 서재 앞에서서 심호흡을 하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대기업의 회장이라기에는 다소 낭랑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은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서재로 들어갔다. 방금 들어섰음에도 서재의 어색한 공기가 숨막히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의 등장과 함께 그 공기는 부드러워졌다.
“은성아!”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선우가 벌떡 일어나 다과상을 받았다.
“이리줘.”
“괜찮은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다과상을 가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선희가 그런 선우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거 반의 반만이라도 엄마한테 해봐.”
“글쎄요. 제가 잘해줄 여자는 한명뿐이라서요.”
“허!”
선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이 은성을 향했다. 불편했던 분위기를 풀어준 것을 고맙다는 듯 은성을 향하는 시선이 따듯했다.
입주 가정부 딸과 자신의 아들의 로맨스를 반가워할 고용주는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보통 모자 관계와는 달랐다. 선우가 이 집에 들어온 것이 여섯살 때였다. 또한 당시 그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선희를 싫어했다. 이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 그 곁에서 있던 사람이 은성이었다. 가까이서 하나하나 다 챙겨주었다. 선희도 직접 챙겨주고 싶어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약간의 접촉만으로도 선우의 몸이 이상 반응을 뱉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할 일들을 은성에게 부탁하곤 했다. 부득이하게 오늘처럼 대면해야하는 상황이 생길때면 은성을 등장시켜 불편한 분위기를 풀었다. 다과상이라는 핑계로 분위기를 풀었으니 해야 할일은 다 한 셈이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나가려는 때 선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성아. 할 말이 있어. 잠깐 앉아볼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애초에 은성은 약속한 기간 동안만 일을 그만둔 것이었다. 곁에 계속 있기로 했지만 그건 일과는 별개의 문제였다.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일을 찾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의 생활에 취해 그러한 것들을 잊어버렸다.“그렇지... 일 찾아야지...”“내가 일을 안 했으면 좋겠어?”그렇다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의 생활이 그에게는 더없이 좋지만 그녀에게도 그럴지는 알 수 없었다. 서로 만으로 가득차 있는 생활을 답답해할 수도 있었다.“그런 건 아니야...”“솔직하게 말해봐.”부드러운 은성의 미소가 선우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였다.“응. 안 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나도 이렇게 사는 거 좋아.”선우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였다.“그럼 계속 이렇게 살면 안돼?”“그런데 이렇게만 살고 싶진 않아. 사회생활을 하는 한은성도 있었으면 좋겠어.”선우에게 사회생활 따위는 필요 없었다. 한성그룹 후계자라는 대단해 보이는 명함도 싫었다. 그는 오직 은성만을 원했다.하지만 은성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걸 강요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가 원하는 일이라면 그가 잘 뒷받침을
“싫어. 오늘 안해도 아침에 또 할 생각 아니야?”“…”당연히 그럴 생각이였기에 입이 다물어졌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선우가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꺼져 있었다. 아까 꺼두고 켜지 않았기에 꺼져있는 것이 당연했다. 울리는 건 은성의 핸드폰이었다. 그녀가 발신인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했다.“응. 도희야.”“언니. 이사님하고 같이 있어?”수화기 너머 까칠한 목소리에는 피로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선우는 도희의 목소리가 어떤지는 관심이 없었다.‘강도희 은성이의 관심을 뺏어가다니…!’은성한테 거부당한 직후라서 더 불만이 컸다. 뭐 사실 그녀와 감정이 어떻든 간에 누군가 끼어드는 게 싫었다. 감정이 좋을 때는 좋아서, 안 좋을 때는 안 좋아서 누가 끼어드는 게 싫다. 아무래도 더 일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도희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그럼 핸드폰 좀 켜라고 말해줄래? 회장님이 자꾸 전화하셔서 미치겠어.”“회,회장님이 전화하셨어?”“응. 이사님한테 전화하셨는데 처음에는 이사님이 통화거절했고 두번째 걸었을 때는 아예 꺼버렸다. 회장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어… 아까는 이사실로 직접 오셨단 말야.”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은성이 날카롭게 선우를 노려봤다. 그는 사고친 강아지처럼 딴청을 피웠다. 그녀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알았어. 내가 바로 연락하게 할게.”“언니. 고마워. 흐으윽….”도희가 흐느껴 울기까지 하자 은성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선우는 속으로 도희를 욕했다.&n
“또 하게..?”“싫어...?”선우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은성이라고 싫은 건 아니었다.“싫은게 아니라... 요새 너무 자주 하는 거 같아서.”24시간 붙어있고 어디를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관계를 가지기가 너무 편했다.둘 다 성관계를 꽤 오랜 시간 가지지 않아서인지 욕구 쌓여있기도 해서 꽤 많이 관계를 가졌다. 많이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기도 하니 걱정이 됐다.“자주라니 그렇지 않아. 우리는 붙어 있는 시간이 길잖아. 그러니까 자주하는 게 아니야.”붙어있는 시간이 길면 자주 관계해도 된다는 기적의 논리가 어디서 나오는건지 은성은 퍽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감정이 채 갈무리되기도 전에 선우가 다시 입을 맞췄다.“하아...”입맞춤은 빠르게 깊어졌고, 선우의 아래도 몸집을 부풀렸다. 한시라도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은성이 준비가 되어야 했다. 그녀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자극했다.“으읏…!”아까의 여운이 남은 탓인지 몸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은성의 목덜미를 자극하면서 바지와 팬티를 내리는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선희에게 온 전화였다. 그는 발신인을 뻔히 보았으면서도 통화거절을 눌렀다. 발신인을 보지 못한 은성이 물었다.“누구야?”“스팸이야.”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성그룹의 회장의 전화가 순식간에 스팸으로 전
4년동안 조금 더 높이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공부를 하고 어렵게 취직을 했다.중소기업에 다니면서 회사를 다녀오면 힘들어서 뻗어버리는 삶, 그것이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해서 얻은 전부였다.선우를 생각하면 이가 아득바득 갈렸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닿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니 유라는 눈 앞에 이 사람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별장에서 일이 있었어요.”대략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했다. 처음에는 무감하던 경범이 조금씩 흥미를 드러냈다. 어떤식으로 일을 벌일지도 말했다. 끝까지 듣고 나서 그가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맡은 건 선우를 끌어들이는 건가?”“네. 맞아요.”사장 자리에 그냥 있었던 건 아닌지 이해가 빨랐다. 담배 연기를 뱉어내면서 경범이 물었다.“내가 박선우를 끌어들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한성그룹 김선희 회장님하고 약혼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그 말에 경범은 조금 신난 얼굴로 물었다.“그걸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군.”“네. 그 일로 박선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아요.”동식이 거론되자마자 경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인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불쾌했다. 외모, 학벌, 재력 무엇하나 모자른 것이 없이 자란 그였다. 하지만 선희는 동식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그래서 그걸로 뭐 어쩌자는 건가.”“박선우의 정신을 흔들어야죠.”유라가 설명을 이어갔다. 끝까지 들은 경범이 눈을 가늘
“하!”그 말투가 제법 당돌했다. 그것이 도리어 경범의 구미를 당겼다. 한성그룹 후계자를 건드린 건데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했다.“한시간내로 디자이어 호텔 스위트룸으로 와.”그 한마디를 남기고 경범은 뚝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가져가라는 듯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을 가져가는 실장의 안색이 어두웠다. 그걸 봤음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물었다.“박선우 대학교 동창이라고 했지?”“네. 같은 고등학교도 나왔다고 합니다. 최유라가 일방적으로 박선우를 좋아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대진 물산 기억하십니까?”“기억하지.”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냐오냐는 듯 경범이 의아하게 물었다.“최성훈 회장의 딸입니다.”“아, 그래. 대진 물산이 망할 때 한성에서 개입하지 않았나?”“그런 정황이 있었습니다.”흥미롭다는 듯 경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저 관심을 구걸하는 미친 인간이 아니라 공동의 적이 있다면 만나볼 가치가 충분하다. 구미가 확 당겼다. 실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정말 만나실 생각이십니까?”“만나지 못할 게 뭐야. 김선희가 나를 이렇게 엿먹인 판에.”이제 다시 경범이 원하는 위치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냥 있기는 억울했다. 그러니 선희에게 돌려줄 것이다. 한성그룹 회장을 건드리는 건 어렵다. 하지만 후계자인 그 아들을 건
“응. 버리지 않아.”은성이 살포시 입맞췄다. 그 답이 너무나 달아서 선우는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다시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었다.*호텔 스위트룸, 창가에 선 경범이 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이고 창밖에 펼쳐진 서울의 풍경을 바라봤다. 깊게 연기를 들이 마시고 뱉었다. 그럼에도 가슴의 답답함을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김선희,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래.’자동차 디자인 유출로 인해 경범은 물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사실상 좌천이다. 한성그룹과 다르게 태양그룹은 아직도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았다.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선희와 다르게 아직도 그는 회장 자리를 놓고 형제들과 경쟁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디자인 유출은 뼈 아픈 실책이었다. 사실상 이제 그는 후계구도에서 제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 모든 일을 벌인 사람은 선희였다. 선우를 건드렸다는 별 거 아닌 이유에서였다. 그게 경범을 가장 화나게 만들었다.‘그 따위 잡종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엄연히 선희는 결혼을 해서 선우를 낳았다. 그는 사생아가 아니었으며 선희가 인정하는 자식이다. 하지만 경범의 눈에는 그저 신분 낮은 남자와의 불장난으로 세상에 나온 잡종일 뿐이다.선우를 보면 어울리지도 않게 선희의 곁을 차지하고 있던 그 천한 놈이 떠올라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데 선우를 약간 건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후계자 자리가 날아갈 줄은 몰랐다. 다시 한번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면서 물었다.&ld
“내 말 안 들려?”“들었어.”“근데 왜 답을 안해?”“답을 왜 해야하는데.”선우가 걸음을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라오는 유라와 몸이 닿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메스꺼움을 느껴 구토를 했다.“우욱…!”“괜찮아…?”놀란 유라가 다가서려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진정이 되고 나서 그는 무미건조하게 응시했다.“오늘 같은 일 다시는 없었으면 해. 반에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하거든.”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유라가 소리쳤다.“거짓말! 너 나 좋아하잖아.”선우가 멈칫했다. 그
“네가 가면 나도 가.”“내가 안 가면?”“나도 안가.”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피식 웃었다.“그런게 어딨어.”“여기 있어.”고집 부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회사 물려받으려면 유학 다녀와야하는 거 아니야?”“너랑 떨어지면서까지 가야할 정도로 회사가 의미있지 않아.”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그럼 유학 가고 싶어?”“응. 가고 싶어.”선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왔다.“왜 가고 싶은데?”“같이 유학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잖아.”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네.”긴장한 은성이 무슨 일이냐는 듯 선우를 봤다. 선우는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선희도 찻잔을 향해 손을 뻗었고 아주 잠시 손이 닿았다.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것처럼 손을 황급하게 거둬드린 그가 구토를 했다.“우욱…!”스치는 접촉에도 그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선우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은성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선희의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세상에 불편한 모자 사이는 많았지만 잠깐 손이 닿는 접촉만으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한성그
은성은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비밀번호만 누르면 방문을 열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방은 안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이 방은 특이하게도 밖에 번호키가 있어 안에서는 문을 열고 나올 수 없었다.비밀번호는 자신의 생일이라서 잊어버릴 수가 없었지만 손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 그 안에는 그녀의 남자친구인 선우와 유라가 있을 것이다. 바람 현장을 잡으러 온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최음제를 선우에게 먹이고 유라와 이 방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은성이었다. 그럼에도 확인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