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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hor: 윤서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5 17:42:36

“네가 가면 나도 가.”

“내가 안 가면?”

“나도 안가.”

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런게 어딨어.”

“여기 있어.”

고집 부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

“회사 물려받으려면 유학 다녀와야하는 거 아니야?”

“너랑 떨어지면서까지 가야할 정도로 회사가 의미있지 않아.”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유학 가고 싶어?”

“응. 가고 싶어.”

선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왔다.

“왜 가고 싶은데?”

“같이 유학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잖아.”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은성이 헛웃었다.

“우리 지금도 충분히 붙어있어. 같은 집, 같은 학교, 같은 학원에 있잖아. 심지어 등하교도 같이 하는데?”

말이 이어질수록 선우의 입이 조금씩 나왔다.

“같은 집에 살아도 너는 별채에 있어. 집에서 이렇게 맨날 둘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학교에서는 다른 애들하고 다 같이 있어. 학원도 마찬가지잖아. 이게 어떻게 붙어있는 거야? 설마 은성이 너는 나랑 더 붙어있고 싶지 않아?”

“그럴리가… 붙어있고 싶어. 나도.”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은성도 그렇게 느끼진 못했다. 붙어있어도 고3이었고 온전히 둘이서만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데이트를 하러 자주 나갈 수 있었지만 고3이 되고부터는 선우의 방에 들어오는 것 외에는 둘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정말 붙어있고 싶어? 공부하는데 정신 팔린 거 같던데.”

“정말 같이 있고 싶어.”

“그럼 왜 같이 공부 안 해?”

선우가 조르듯 은성의 옷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얼굴을 살피는 모습이 그간 궁금했는데 참아온 모양이다. 은성은 부드럽게 선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같이 공부하면 신경이 다 너한테로 가. 어떻게 공부에 집중해?”

그 한마디에 그의 입꼬리에 춤을 췄다.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

은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여 그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정말 좋아. 사랑해.”

대답을 기다리듯 그녀가 지그시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나 눈동자가 떨릴 뿐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쓴 웃음이 그녀의 입가에 떠올랐다. 그러나 깊은 애정을 표현하듯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선우는 달려들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천천히 음미했다. 은성이 자신을 먼저 원할 때마다 가슴 깊숙한 곳까지 저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을 노래 음미하고 싶었다. 하지만 갈구하는 욕망은 그가 어떻게 할틈없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몸을 일으켜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 깔리게 만들었다.

“박선우, 놀랐잖아.”

“미안해.”

달뜬 호흡을 뱉어내며 그가 입술을 삼켰다. 부드러운 키스가 격렬하게 변한 건 순간이었다. 입술로 서로를 탐하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조금만 더 천천히…”

애원하는 듯한 은성의 목소리가 선우는 더 달아오르게 했다. 상기된 뺨과 무언가에 홀린듯 초점에 흐려진 눈빛이 이런 그녀의 모습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참아왔던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손이 그도 모르게 셔츠 안을 파고 들었다. 키스에 너무 집중한 탓에 그녀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손이 가슴에 닿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밀어냈다.

“아직… 준비가 안됐어.”

“준비는… 대체 언제 되는거야?”

그의 침울한 반응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학 가고… 그때 생각하자.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네가 날 원하지 않는 거 같아서 싫어.”

“알았어…”

은성이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은성은 책상에 앉았다.

“한은성 공부나 하자.”

하지만 공부에 조금도 집중할 수 없었다. 계속 아까 침울한 선우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톡 보내볼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연락을 하면 그는 별채로 찾아올 것이고 다시 진한 키스가 이어질 것이다. 그 이후에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컸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너무 명확했다. 평소 그는 절제력이 컸다. 정해진 양만큼은 밥을 먹고, 해야하는 운동을 귀찮아도 꾸준히 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독 스킨십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같이 공부를 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같이 있으면 그녀가 공부에 집중을 못하기도 했지만 둘이 있으면 분위기가 그런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정확히는 그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은성이라고 스킨십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 어떻게 싫을 수가 있겠는가. 그와 관계를 맺는 꿈을 여러 번 꾸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은 순간에 그녀는 항상 도망쳤다. 고등학생이어서, 공부에 집중해야할 고3이어서는 명목상의 이유일뿐 진짜 이유는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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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아닌데… 보면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말에 은성은 미간을 좁혔다. 선우가 저렇게 말하는 것 보니 검은 노트때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거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무슨 여자 연예인 사진이라도 넣어놨어?”“내가 무슨 여자 연예인 사진을 넣어 놔!”모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선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은성이 아기를 눈짓하면서 말했다.“작게 말해. 아이 깨겠어.”“알았어… 미안해.”“그럼 뭔데?”은성의 물음에도 선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눈빛으로 채근하자 마지못해서 그는 입을 열었다.“혼인관계증명서…”“응?”귀를 의심했다. 혼인 관계증명서라니 자신이 맞게 들은건지 의아했다.“혼인관계를 증명하는 서류, 그걸 말하는 거야?”“응…”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선우는 시선을 피했다. 은성은 자기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이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혼인관계증명서를 왜 파일에 넣어둔거야?”“중요하니까… 못 믿겠어?”“못 믿는 게 아니라…”못 믿는 게 아니었다. 다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혼인 관계 증명서를 왜 파일에 보관하는 건지 말이다.“내일 강 대리한테 가져오라고 할게.”부끄러운 것을 들킨 사람처럼 선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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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하고 잔인한 나의 세계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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