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 질문에 타라는 다시 침묵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무릎 위에 놓여 있는 갈색 서류철로 향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류들이 평범한 종이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지난 5년의 삶에 짊어진 모든 무게가 이제 그곳에 담겨 있는 것처럼.
타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전에는…….”
목소리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그저 나를 속인 아
택시 문이 평소보다 조금 더 세게 닫혔다. 운전기사는 룸미러로 잠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승객의 분노로 가득한 얼굴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도심의 아리에스 공원으로 가 주세요." 카라가 짧게 말했다.차가 다시 출발하며 학교를 빠져나갔다.가는 내내 카라는 가슴속에서 계속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억누르기라도 하듯 두 팔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쓸수록, 몇 분 전의 일이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반복해서 떠올랐다.리오라는 울면서 타라의 몸 뒤에 숨어 있었다. 게다가 카라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어찌나 경계심이 가득했던지. 무엇보다 짜증 나는 것은 리오라가 자신을 따라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자신을 거부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리오라는 자신과 무척 가까웠는데.카라가 올 때마다 그 어린아이는 달려와 자신을 맞이했다. 특히 카라가 비싼 선물을 가져왔을 때는 더 그랬다. 타라처럼 이것저것 규칙을 들이대며 많은 것을 금지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난 카라 엄마랑 안 갈 거야. 나... 난 타라 엄마랑 같이 집에 갈래."울
리오라는 타라를 여전히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이 여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릴까 봐 두려운 것처럼. 작은 손은 타라의 옷을 꽉 움켜쥔 채, 그동안 엄마라고 불러온 여자의 어깨에 작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카라는 두 사람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타라와 리오라 사이를 번갈아 오갔다. 잠시, 자신의 딸이 자신에게 다가올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카라의 얼굴이 굳어졌다.“리오라.”카라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불렀다.“엄마가 데리러 왔어. 엄마 안 보고 싶었어? 엄마는 리오라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어린아이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카라와 시선이 마주친 것도 잠시, 리오라는 다시 타라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싫어.”짧은 대답에 카라의 미소가 굳어버렸다.“어서 가자, 우리 아가.”카라는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타라와 리오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질문에 타라는 다시 침묵했다.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무릎 위에 놓여 있는 갈색 서류철로 향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류들이 평범한 종이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지난 5년의 삶에 짊어진 모든 무게가 이제 그곳에 담겨 있는 것처럼.타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전에는…….”목소리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그저 나를 속인 아드리안이 대가를 치르길 바랐어.”타라는 옅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조금의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내 것이어야 했던 것들을 되찾았어. 그 사람의 자리. 권한. 그동안 쌓아온 사람들의 신뢰.”타라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그때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비비안은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들었다.“그런데 지금은&h
차가 천천히 애쉬본 그룹을 떠났다. 차 안에는 너무도 깊은 침묵이 내려앉아 있어 평소보다 차량의 엔진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타라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은 비비안이 건네준 갈색 서류철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에 너무 세게 힘을 준 탓에 서류철 모서리가 구겨지기 시작했다.그 안에는 불과 몇 분 전, 그녀의 세상과 지금껏 이어온 결혼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문서들의 사본이 들어 있었다.혼인증명서, 병원 기록, 이제야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행정 서류들, 그리고 비비안이 신뢰하는 사람이 진행한 조사 보고서까지. 모든 자료가 서로 맞물리며 지난 5년 동안 그녀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그동안 타라는 아드리안이 위조된 혼인증명서로 자신을 속였다고만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그 배신만으로도 충분히 무너질 만큼 큰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비비안의 설명을 듣고 어젯밤 수집된 모든 증거를 직접 확인한 후에야, 타라는 아드리안의 거짓말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결혼만이 아니었다. 카라가 이미 그들의 결혼 생활에 먼저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만도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고 믿었던 모든 결정조차 사실은 아드리안의 계획 속에서 미리 계산되어 있었던 것이다.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팠다.타라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흘러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방금 읽었던 문서들이 한 장씩 떠올랐다.그곳에 적힌 날짜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위한 문서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문서가 그저 자신이 진실을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사람이라는 사실만 증명하고 있었다.지금 혼자였다면……어쩌면 이미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비명을 질렀을지도
그날 밤, 비비안은 빌라에 머물지 않았다. 빅터가 몇 번이나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도시에서 머물고 있던 호텔로 돌아가기를 택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그녀는 짧게 말한 뒤 집을 나섰다.빅터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그는 여동생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비안이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녀가 탄 차가 한산해지기 시작한 밤거리를 가르며 달렸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일렁였지만, 비비안은 그것을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 빌라를 떠난 순간부터 그녀의 생각은 계속 한 이름으로 돌아갔다.카라.그 여자의 고백은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게다가 비비안이 카라의 이름을 꺼냈을 때, 빅터는 조금의 놀라움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빠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다만 비비안은 빅터가 아드리안의 결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캐묻지 않았다.그리고 비비안 역시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곧바로 믿어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추측이나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었다.차가 호텔 앞에 멈췄지만, 비비안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지 않았다. 로비로 들어서며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움이 필요해.”수화기 너머에서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무엇을 조사하면 됩니까?”“전부.”비비안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아드리안 애쉬본의 관계.”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특히 발몽 가문과 카라.”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그들의 관계를 전부 원해.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결혼에 관한 것. 회사 이력. 찾을 수 있는 건 전부.”“기한이 있습니까?”비비안은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내일 아침.”통화가 종료됐다.그날 밤, 비비안은 거의 잠들지 못했다.그녀는 호텔 방 창가에 홀로 앉아 있었고, 곁에는 천천히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물론이지.” 타라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 하실 게 있으세요, 이모?”“지금은 아니야.”짧은 대답에 타라는 더욱 의아해졌다.비비안은 오히려 방 안쪽으로 더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여전히 서류 더미로 가득한 업무용 책상을 훑다가, 미처 치우지 못한 도시락 두 개에 멈췄다. 로즈메리와 버터 향이 아직 은은하게 방 안에 감돌고 있었다.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너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네.”그 말에 타라는 반사적으로 빅터를 바라봤다가 다시 비비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인지 이모의 입에서 이런 단순한 말이 나오자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비안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빅터가 자신의 커피잔을 옆으로 밀었다.“저희는 그냥 점심을 먹었을 뿐입니다.”비비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그녀의 시선이 다시 타라에게 향했다.“내가 말하는 건…… 너희 관계야.”타라는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듯 작게 웃었다.“별거 아니에요, 이모.”“정말?”“네.”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저희가 일을 이야기하면서 점심을 자주 같이 먹긴 해요. 가끔 오늘처럼 둘이서만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길버트 씨와 함께하고, 가끔은 고객을 만나면서 식사를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그냥 습관이 됐어요.”타라가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게다가 아빠는 일하고 있으면 밥 먹는 걸 자주 잊으시니까요.”빅터가 타라를 힐끗 바라봤다.“너도 그렇잖아.”타라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서로 챙겨주는 거예요.”비비안은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방 한가운데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평소처럼 차분한 눈빛이었기에, 타라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욱 짐작하기 어려웠다.잠시 후, 비비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나저나.”그녀가 타라를 바라봤다.“새 직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