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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uthor: Major_Canis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0 14:15:38

이번 저녁 식사는 타라의 예상대로 카라도 함께했다.

평소라면 타라는 언니의 방문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했다.

부모님까지 함께 찾아오면 집안은 한층 더 활기를 띠곤 했다.

비록 대화의 중심은 거의 언제나 한 사람뿐이었지만.

카라는 이렇다.

카라는 저렇다.

자랑스러운 카라.

그리고 타라는?

그저 곁을 채우는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일들이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무 조건 없이 가족을 사랑했다.

오늘이 오기 전까지는.

카라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모든 진실을 숨겨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로 오늘까지는.

“애드리언, 당신이 좋아하는 소고기 수프를 끓였어. 먼저 맛볼래?”

카라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세심한 배려로 가득했다.

그녀는 국자를 손에 든 채 조리대 앞에 서서,

형부에게 보일 법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다정한 미소를 띠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그녀를 바라보던 애드리언은 망설임 없이 옅게 미소 지었다.

“물론이지.”

그는 카라에게 다가가 몸을 살짝 숙인 뒤,

그녀가 내민 수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었다.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정말 맛있네, 카라.”

애드리언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칭찬했다.

“넌 정말 사람 입맛을 사로잡는 데 재주가 있어.”

그러고는 타라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도 언니한테 많이 좀 배웠으면 좋겠어.”

타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는, 모든 것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었다.

직접 우린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제야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시선,

의미를 감춘 미소,

그리고 단순한 형부와 처제 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

젠장.

왜 이 모든 게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걸까?

잠시 후, 복도 쪽에서 종종거리는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환한 얼굴의 리오라가 머리가 조금 헝클어진 채 뛰어왔다.

식탁을 보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는 곧바로 시선을 카라에게 돌렸다.

“카라 엄마, 오늘 밤 아빠한테 뭘 만들어 줬어?”

리오라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리오라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카라를 '엄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그리고 카라는 그 호칭을 조금도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카라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여기 있단다, 우리 아가.”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수프를 만들었지.”

리오라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타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타라 엄마는 뭐 만들었어?”

단순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 식탁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타라는 아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엄마는 오늘 요리 안 했어.”

리오라는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왜?”

“시간이 없었어.”

리오라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을 살짝 밀었다.

카라가 만든 수프는 리오라를 위해서도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그냥 이 수프 먹어, 리오라.”

“싫어!”

리오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난 타라 엄마가 만든 달걀 오믈렛 먹을래.”

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

“지금!”

평소의 타라였다면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달랬을 것이다.

최대한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숟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럼 먹지 마.”

카라와 애드리언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투는 너무도 담담했고,

리오라를 달래려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카라는 작게 웃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리오라, 그러면 안 되지.”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카라 엄마가 정말 열심히 만들었잖아. 먹어 봐. 정말 맛있단다.”

“하지만 난 타라 엄마가 만든 오믈렛 먹고 싶단 말이야.”

리오라가 투정을 부렸다.

“리오라.”

애드리언이 아이를 불렀다.

하지만 그가 더 말하기도 전에 타라가 훨씬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있는 걸 먹어, 리오라.”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게다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카라 엄마가 만든 거잖아.”

리오라는 못마땅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마지못해 숟가락으로 수프를 휘저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저녁 식사는 다시 평소처럼 이어졌다.

애드리언은 가볍게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할 얘기가 하나 있어.”

타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숟가락으로 수프를 저으며,

곁눈질로 맞은편에 있는 두 사람,

카라와 자신의 남편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네오 그룹 프로젝트가 점점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가고 있어. 전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야.”

애드리언은 카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카라가 내 곁에서 직접 일을 도와줄 필요가 있어. 그래야 이동도 편하고 중요한 고객들과의 미팅도 훨씬 수월하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당분간 카라는 이 집에서 지낼 거야.”

타라의 숟가락이 잠시 멈췄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식사를 이어 갔다.

아무런 반응도,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카라를 당황스럽고 의아하게 만들었다.

“애드리언... 난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난 카라 엄마가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

갑자기 리오라가 말을 끊었다.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향했다.

“카라 엄마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 가는 거 싫어!”

“리오라, 아가...”

카라가 아이를 달래려 했지만,

리오라는 이미 의자 위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카라 엄마 가지 마, 아빠!”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더니 손으로 눈앞의 그릇을 홱 쓸어 버렸다.

수프가 쏟아져 따뜻한 국물이 식탁 위로 튀었고,

숟가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오라!”

애드리언이 소리쳤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과 고함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때,

타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오라.”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 모든 소리가 멎었다.

리오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앉아.”

타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지만,

그 안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리오라는 천천히 다시 의자에 앉았다.

타라는 침착하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

그녀는 아이의 바로 앞에 멈춰 서서,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는 눈으로 리오라를 바라보았다.

“누가 너한테 이렇게 행동하라고 가르쳤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음식을 엎고, 식탁에서 소리를 지르고, 너를 위해 요리해 준 사람을 존중하지도 않고.”

리오라는 겁에 질린 눈으로 타라를 올려다보았다.

“대답 못 하겠어?”

“아... 아무도 안 그랬어요, 타라 엄마.”

타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 내밀어.”

리오라는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아이는 조용히 손을 식탁 가장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타라는 식탁 한가운데 놓여 있던 젓가락을 집어,

재빨리 그 손바닥을 내리쳤다.

몇 차례.

세게 때린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아이가 움찔할 만큼은 충분했다.

리오라는 놀람과 통증에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타라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난 너에게 그런 행동을 가르친 적 없어.”

타라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

리오라의 울음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타라의 행동에 카라와 애드리언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더 오래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카라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오라에게 달려갔다.

당황한 얼굴로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만해, 타라. 리오라도 충분히 반성했을 거야.”

“카라 엄마!”

리오라가 더욱 서럽게 울부짖었다.

“아파! 손이 아파! 타라 엄마는 나빠!”

“괜찮아, 우리 아가.”

카라는 리오라를 달래며 타라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충격이 역력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카라는 리오라를 안아 들어 올려 그대로 위층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모습을 감춘 뒤에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거실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애드리언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타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타라.”

애드리언이 조용히 말했다.

타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몇 초 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천천히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이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안해.”

그녀가 낮게 말했다.

“난 그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

목소리가 떨렸다.

“너무 엄하게 굴었어. 좀 더 참았어야 했는데.”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난... 엄마로서 실패했어.”

눈물을 닦아 내는 그녀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타라.”

애드리언이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타라는 그 부름을 무시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난 그 아이의 양엄마로서 실패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 리오라가 친엄마와 함께 자랐다면 저렇게까지 제멋대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아니, 아니야.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애드리언은 다가와 타라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거센 거부를 받았다.

“가까이 오지 마, 애드리언.”

타라가 단호하게 경고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싫다는 기색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평소의 타라라면 언제나 애드리언의 곁에 있으려고 애썼다.

오히려 거리를 두려 했던 쪽은 늘 애드리언이었다.

그런데...

왜 오늘 밤만큼은 모든 것이 이렇게 달라진 걸까.

“먼저 방에 올라갈게.”

타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걸어갔다.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향하자,

그녀는 흘러내리던 눈물을 재빨리 닦아 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린 리오라를 벌한 것을 후회하는 듯했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옅은 미소였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미소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더 이상 타라는 예전의 타라가 아니었다.

그동안은 그들이 짜 놓은 판 위에서 움직여 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이 직접 규칙을 정할 차례였다.

'너희가 그렇게 태연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나도 끝까지 맞춰 주지.'

'각오해, 애드리언.'

'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리고 사랑하는 내 언니.'

'너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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