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리오라는 좀 어때?”
타라가 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걱정과 슬픔이 어려 있었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애드리언을 맞이했다.
애드리언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타라가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미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훨씬 괜찮아졌어. 카라가 달래 줬고, 지금은 리오라가 카라랑 같이 자고 있어.”
타라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긴장이 풀린 듯 그녀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계속 당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어.”
“억지로 리오라 방에 찾아가지는 않았어.”
“괜히 나 때문에 그 아이가 더 무서워할까 봐 걱정됐거든.”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는 깊은 슬픔과 커다란 후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미안해, 애드리언.”
“난 정말 리오라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했어.”
사실 애드리언은 화를 내려고 했다.
조금 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타라가 리오라의 손을 때리던 모습.
평소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말투.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던 그 눈빛.
하지만 지금 눈앞의 타라를 보는 순간,
그 모든 감정은 그대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축 처진 어깨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눈은 울어서 붉게 부어 있었고,
조금 전처럼 단호한 기색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무언가 달라졌다.
하지만 그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걱정해야 하는 것인지,
애드리언은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한 걸음 다가와 타라를 더욱 자세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그냥 응석을 부린 것뿐이야. 내일이면 다 잊을 거야.”
타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애드리언... 내 잘못이야.”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단순한 죄책감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억누르는 사람처럼.
“그러면 안 됐어.”
“나조차도 오늘의 내가 낯설 정도였으니까.”
애드리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타라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은... 오늘 사고를 당했어.”
“뭐?!”
애드리언은 깜짝 놀라 몸을 곧게 세웠다.
“왜 이제야 말한 거야?”
그는 이전보다 훨씬 자세히 타라의 상처를 살폈다.
“진작 말했어야지—”
“난 정말 괜찮아, 여보.”
타라는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애드리언이 자신의 손을 잡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사고가 났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정말 무서웠어.”
애드리언은 타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데?”
“그 차가 너무 빨리 달려왔어.”
“아무 생각도 할 틈이 없었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뿐이었어.”
“만약 내가 살아남지 못하면 어떡하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떠나 버리면 어떡하지...”
애드리언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화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타라는 이런 두려움을 쉽게 드러내는 여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침착했고,
차분했으며,
다루기 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이제 그만 생각해.”
그가 마침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넌 무사했고 지금도 괜찮잖아.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에는 여전히 짙은 슬픔이 남아 있었다.
“알아.”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게 다르게 느껴져.”
“모든 걸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아.”
“아마 그래서 감정이 흔들렸던 거겠지.”
“그리고 리오라한테도...”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애써 참아 왔던 흐느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애드리언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조심스럽게 타라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넌 그냥 너무 지친 거야.”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잖아.”
“응...”
타라는 부정하지 않았다.
“자.”
애드리언이 말했다.
“이제 자. 쉬어야 해.”
타라는 얼굴을 들어 잠시 애드리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나랑 같이 있어 줄래?”
애드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이면 돼.”
타라가 서둘러 덧붙였다.
“오늘 밤만큼은... 혼자 있고 싶지 않아.”
그 부탁은 소박했다.
평소라면 애드리언은 타라의 그런 응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달랐다.
그는 곧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인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타라는 몸을 조금 옆으로 옮겨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 주었다.
애드리언은 침대 반대편에 누웠다.
평소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였다.
방 안의 조명은 은은하게 어두워졌고,
따뜻하고 잔잔한 빛만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 후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타라는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 있었고,
애드리언은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어떤 스침도 없었다.
“애드리언.”
침묵을 깨며 타라가 입을 열었다.
“왜?”
“우리 결혼기념일이 얼마 안 남았지?”
“이번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기념 파티를 준비해 놨어.”
애드리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타라는 옅게 미소 지었다.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그녀는 몸을 살짝 돌려 애드리언을 바라보았다.
“네오 그룹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바쁘겠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훨씬 가볍고,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애드리언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큰 프로젝트니까.”
“걸린 것도 많고, 너도 이번 프로젝트에 큰 기여를 했잖아, 타라.”
“알아.”
타라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이렇게까지 이끌어 온 건 당신이야.”
“난 그저 당신을 도왔을 뿐이고, 당신의 최종 결정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애드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애시본의 이름은 더 크게 알려질 거야.”
타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이름도 함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애드리언.”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는 거겠지.”
애드리언은 옅게 미소 지었다.
“그게 내 역할이니까.”
타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누구나 그런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녀는 몇 초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당신이 자랑스러워.”
애드리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만족감마저 스며들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조금 풀었다.
“다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야.”
타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무언가를 신중하게 고민하는 사람처럼.
“이번 결혼기념일 선물 하나 부탁해도 될까?”
애드리언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뭔데?”
타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읽기 어려운 눈빛으로 애드리언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 난 당신에게 정말 무언가를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진심으로 의미 있는 선물도 받아 본 적이 없고.”
애드리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격 때문이라는 뜻은 아니야.”
타라가 서둘러 덧붙였다.
“그저... 당신의 삶 속에서 내가 정말 한 부분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줄 무언가를 갖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애드리언이 물었다.
“뭘 원하는데?”
타라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당신 명의의 부동산 하나를 갖고 싶어.”
애드리언은 잠시 말이 없었다.
“부동산?”
그가 되물었다.
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심에 있는 그 아파트.”
애드리언은 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부탁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들어줄 수 없는 부탁도 아니었다.
그는 옅게 미소 지었다.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처리해 두지.”
타라의 표정이 달라졌다.
진심으로 기쁜 듯한 빛이 눈동자에 번졌다.
적어도 애드리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마치 그가 자신에게 엄청난 것을 베풀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애드리언이 카라에게 준 것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고마워, 애드리언.”
타라는 조금 다가와 그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정말 기뻐.”
애드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다.
'저 여자에게 이 정도는 줘도 나쁠 건 없겠지.'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정말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애드리언 님?”
전화기 너머에서 변호사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애드리언은 서재에 서 있었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는 업무용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댄 자세였다.
“그래.”
그가 짧게 대답했다.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해.”
“하지만... 작은 자산이 아닙니다.”
“알고 있어.”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변호사는 여전히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애드리언은 옅게 웃었다.
“선물이야.”
“타라 부인께 말씀이십니까?”
“그래.”
잠시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변호사가 대답했다.
“내일 아침이면 골든 팰리스 아파트의 소유권은 타라 애시본 부인 명의로 이전될 예정입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애드리언은 잠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선물.
그 단어는 너무도 가볍게 느껴졌다.
그에게는 고급 아파트 한두 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를 타라에게 내주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이면에서,
애드리언은 한 가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나면...
타라는 더 이상 이곳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오늘 엄마 정말 예뻐.”타라는 작게 웃었다. 아이의 순수한 칭찬은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어떤 찬사보다도 훨씬 소중하게 느껴졌다.“정말?”리오라는 확신에 차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응.”리오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타라의 드레스에 새겨진 자수 디테일을 유심히 살폈다.“벨 이야기 기억나. 알지?”“물론이지.”타라는 리오라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값비싼 드레스 자락이 바닥에 살짝 닿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작은 소녀와 시선을 맞췄다.“고마워.”사실 타라의 마음 한편에는 연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애드리안과 카라를 이 집에서 내보낸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리오라의 안부를 전혀 묻지 않았다. 마치 그 작은 소녀가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네오 그룹의 최대 규모 프로젝트 준공식 날이 마침내 찾아왔다.오늘 밤, 꽤나 명망 있는 연회가 애시본 빌딩의 메인 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홀의 각종 준비는 어젯밤부터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한편 본사 행정 업무는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아침부터 타라의 집무실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렸고,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번갈아 그녀의 방을 드나들었다. 그동안 법무팀과 수사관들은 아직 진행 중인 수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추가 서류를 요청하기 위해 몇 차례나 다시 찾아왔다.가끔 타라는 지친 얼굴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의자에 기대앉아 몸을 이완시키며 지나치게 피곤해지지 않도록 애썼다. 뱃속의 아기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나올 때 의사가 당부했던 말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오늘과 지난 며칠간 그녀가 겪고 있는 이 모든 분주함은 아마 앞으로 한 달 정도 이어질 터였다. 그들을 덮친 폭풍이 지나간 후에도 회사의 안정성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타라는 버텨야 했다.“조금만 더.”타라는 애써 허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 그때 길버트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자, 그녀는 다시 업무 화면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던 카라도 천천히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금 빛을 되찾은 눈으로 고급스러운 검은색 초대장을 바라보았다.“그럼……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란 뜻이야?”아드리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의미심장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야.”“너무 자신만만하구나.”레너드가 그들 사이에 피어오른 기쁨을 끊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아드리안의 야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에,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그럴지도 모르지.”아드리안의 입꼬리가 다시 살짝 올라갔다.“하지만 내일 밤이면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향할 거야. 언론, 투자자들, 주주들…… 심지어 지금 내 몰락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까지.”그는 승리를 상상하며 그 리듬을 세기라도 하듯 초대장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검은색 차가 도시 상업 지구의 한쪽 모퉁이에 자리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건물은 깔끔하고 제법 편안해 보였지만, 그동안 발몽 가문이 단골처럼 이용해 온 고급 호텔들과는 확연히 달랐다.레너드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건물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십 년 동안 그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5성급 호텔에 묵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하룻밤 머물 곳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지출 하나하나를 따져야 했다.헬레나가 코를 찡그린 채 차에서 내려 건물 외관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정말 여기서 묵을 거예요?”그녀가 따지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그저 침묵한 채 트렁크에서 중간 크기의 여행 가방을 꺼냈고, 카라는 굳은 표정으로 여전히 분노가 남아 있는 얼굴로 호텔 간판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자동 유리문을 지나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이 호텔 로비가 우리 집 거실보다도 작잖아.”헬레나가 리셉션 데스크에서 줄을 서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카라가 쏘아붙였다.“세상에! 나한테 너 같은 자매가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아, 타라!”타라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카라가 전화 너머로 자신의 남은 감정과 기력을 모두 쏟아내도록 내버려 두었다.“지금 어디야! 내가 정말 거칠게 나오기 전에—”“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내 일이야. 그리고 지금, 네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로 나한테 화내는 건 다 끝났어?”타라가 지극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너!!!”“다 소리쳤으면.”타라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이제 네가 내 말을 들을 차례야.”전화기 너머에서 카라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격하
다음 날, 애쉬본 그룹은 사내 거의 모든 부서를 뒤흔든 충격적인 감사로 인해 잠시 미뤄졌던 업무가 다시 시작되면서 분주함으로 가득 찼다. 아침부터 빅터의 집무실은 좀처럼 한산해질 틈이 없었다. 애쉬본 그룹의 CEO가 상당히 복잡한 법적 문제에 휘말린 탓에, 빅터는 직접 나서 수많은 보고서와 승인 사항을 검토하며 자신이 십여 년에 걸쳐 일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었다.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서둘러 처리해야 할 보고서를 내밀었고, 법무팀과 수사관들도 번갈아 찾아와 아드리안 사건의 자료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서류를 요청했다.타라 역시 숨 돌릴 틈조차 거의 없었다.그녀의 책상 위에는 몇 개의 서류철이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일부는 곧 준공식을 앞둔 네오 그룹과의 협력 사업에 관한 보고서였고, 나머지는 현재 수사 중인 자금 흐름과 관련된 회사 자산이 더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요청한 재무 자료였다.가끔 빅터가 그녀의 집무실로 들어와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중요한 서류에 서명했다. 때로는 이미 진행 중인 몇몇 프로젝트와 관련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 둘이 오랫동안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점심은 먹었어?”늦은 오후, 빅터가 다시 타라의 집무실로 들어오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