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타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리오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놀랍지도 않았다. 타라는 조만간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와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카라가 부모님 앞에서 타라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왜 이제야 온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 타라는 오히려 그들이 더 일찍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두 분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수석 집사가 말했다.
“
“그래!”카라가 쏘아붙였다.“세상에! 나한테 너 같은 자매가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아, 타라!”타라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카라가 전화 너머로 자신의 남은 감정과 기력을 모두 쏟아내도록 내버려 두었다.“지금 어디야! 내가 정말 거칠게 나오기 전에—”“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내 일이야. 그리고 지금, 네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로 나한테 화내는 건 다 끝났어?”타라가 지극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너!!!”“다 소리쳤으면.”타라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이제 네가 내 말을 들을 차례야.”전화기 너머에서 카라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격하
다음 날, 애쉬본 그룹은 사내 거의 모든 부서를 뒤흔든 충격적인 감사로 인해 잠시 미뤄졌던 업무가 다시 시작되면서 분주함으로 가득 찼다. 아침부터 빅터의 집무실은 좀처럼 한산해질 틈이 없었다. 애쉬본 그룹의 CEO가 상당히 복잡한 법적 문제에 휘말린 탓에, 빅터는 직접 나서 수많은 보고서와 승인 사항을 검토하며 자신이 십여 년에 걸쳐 일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었다.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서둘러 처리해야 할 보고서를 내밀었고, 법무팀과 수사관들도 번갈아 찾아와 아드리안 사건의 자료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서류를 요청했다.타라 역시 숨 돌릴 틈조차 거의 없었다.그녀의 책상 위에는 몇 개의 서류철이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일부는 곧 준공식을 앞둔 네오 그룹과의 협력 사업에 관한 보고서였고, 나머지는 현재 수사 중인 자금 흐름과 관련된 회사 자산이 더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요청한 재무 자료였다.가끔 빅터가 그녀의 집무실로 들어와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중요한 서류에 서명했다. 때로는 이미 진행 중인 몇몇 프로젝트와 관련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 둘이 오랫동안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점심은 먹었어?”늦은 오후, 빅터가 다시 타라의 집무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요란하게 진동하면서 산산이 흩어졌다. 디지털 화면에 지미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드리안은 지체 없이 초록색 통화 버튼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논의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미의 목소리에는 망설임과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바로 본론부터 말해, 지미.”지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보고를 이어갔다.“방금 법무팀에 있는 우리 쪽 사람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받았습니다.”아드리안이 미간을 좁혔다.“무슨 정보인데?”“현재 카라 아가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지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다음에 할 말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하는 듯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레너드는 집으로 향하는 내내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조금 전 헬레나가 전화로 전해 준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운전기사에게 차를 더 빨리 몰아 집에 서둘러 도착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그의 집은 도심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수십 년 동안 발몽 가문의 영광을 상징해 온 호화 주택가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레너드는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집 안의 불빛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평소 굳게 닫혀 있던 철제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법원 집행관’이라고 적힌 차량 한 대가 마당을 가로질러 주차되어 있었고, 제복을 입은 몇몇 직원들은 건물 외부 곳곳을 빠짐없이 기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레너드는 지팡이 머리 부분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조금 전 법률 사무실에 있을 때부터 가슴을 짓누르던 불길한 예감이 이제는 완전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차 문이 열리자마자 헬레나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그에게 달려왔다. 중년 여인의 화장은 눈물에 젖어 엉망으로 무너져 있었고, 오후부터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린 탓에 눈꺼풀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여보…….”
아드리안은 그 말의 진실을 깨닫고 침묵했다.변호사의 날카로운 분석이 끝난 뒤 다시 침묵이 찾아온 가운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레너드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나무 표면 위에서 진동했다. 화면에는 헬레나의 이름이 떠 있었다.레너드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몇 초 듣기도 전에 그의 표정이 서서히 긴장하고 창백하게 변했다.“뭐?”아내가 전해 온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알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레너드는 전화를 끊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다.그는 곧바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나 지금 집에 가야 해.”그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긴급한 상황임을 알아챈 R&H의 선임 변호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됐는지 똑똑히 말해 봐, 아드리안.” 레너드가 경고하듯 말했다.조사관실에 들어온 뒤로 그들은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레너드의 날카로운 시선은 계속 아드리안을 향하고 있었다. 단순히 아드리안이 연루된 사건에 자신까지 휘말렸다는 것만으로 마음속에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카라의 칭얼거림과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딸의 울음소리 때문이기도 했다.“알고 있어.” 아드리안이 짧게 대꾸했다.밤이 더욱 깊어진 가운데, 두 사람의 발걸음이 R&H 로펌의 프라이빗 회의실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갓 내린 커피 향이 가득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긴 테이블 위에는 사건 기록 사본과 외부 감사 결과 보고서,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법무팀이 확보한 여러 중요 서류가 담긴 두꺼운 파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서류 더미 중 어느 하나도 아드리안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의 시선은 이미 테이블 끝에 먼저 자리를 잡은 레너드에게 향해 있었다. 방금 전 경고를 한 뒤로 중년의 남자는 아드리안을 외면하고 있었다. 마치 아드리안이 저지른 잘못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