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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화 — 보낸 사람의 이름

Author: 운디네J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1-04 23:10:29

“따님이요?”

나리가 되물었다. 나는 적어두었던 의뢰 내용을 다시 봤다. 남편이 생전에 주문했다는 말 아래에 딸의 이름을 쓸 칸을 만들었다.

“처음 주문하신 건 남편분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따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지금 장부를 봐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받는 분과 함께 방문하겠습니다. 변경 기록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꽃집 주인은 시간을 정해줬다. 나리는 통화를 끊고 의뢰인에게 연락했다. 여자는 아직 근처라며 돌아오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의뢰서를 접지 않고 책상 위에 두었다.

“남편분 주문이 끝났는데 딸이 연장한 걸까요?”

“그럴 수도 있죠.”

나리가 대답했다.

“확인하기 전에는 그렇게 말씀드리지 말아요.”

나는 펜을 내려놨다. 재민의 집에서 자신 있게 하려다 삼켰던 말이 떠올랐다. 나리는 내 표정을 보더니 가방을 챙겼다.

“찬오 씨가 물어봐요. 나는 옆에서 적을게요.”

그녀는 내가 아예 질문을 놓아버리게 하지는 않았다.

꽃집은 큰길에서 골목 하나를 들어간 곳에 있었다. 문 앞의 물통에 가지들이 꽂혀 있었다. 여자는 꽃다발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주인에게 먼저 사과했다.

“아까는 제가 말을 너무 급하게 해서.”

“아니에요. 저도 따님하고 한 얘기만 생각했어요.”

주인이 작업대를 비웠다. 꽃다발을 내려놓으려던 여자의 손을 보고 포장지째 받을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잎을 밟지 않게 발을 옮겼다.

주문서는 파일 두 권에 나뉘어 있었다. 주인이 오래된 쪽을 먼저 펼쳤다.

“남편분은 여기 처음 오셨을 때 꽃 이름을 하나도 모르셨어요.”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장미는 알았을걸요.”

“그것도 물어보셨어요. 가시 빼면 죽느냐고.”

여자가 웃었다. 주인도 웃으며 종이를 꺼냈다. 나는 주문서가 젖지 않게 비어 있는 쟁반을 옆으로 옮겼다.

결혼기념일 배송. 동일한 수령인. 카드 문구 보관.

처음 주문은 세 번의 배송이었다. 첫 번째 날짜는 남편이 살아 있던 해였다. 이후 두 번을 더 보내도록 적혀 있었다.

“저는 죽고 나서부터 세 번 받았는데요.”

여자가 말했다. 주인은 다른 파일을 펼쳤다.

“이번 건 이쪽이에요.”

새 종이에는 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날짜는 올해 초였다. 배송할 주소와 꽃의 구성을 이전 주문과 같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여자는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읽었다.

“이번 것부터는 딸이 시킨 거네요.”

“네. 제가 처음 전화하셨을 때 이것부터 설명했어야 했는데.”

주인이 고개를 숙였다.

“전에 남편분이 따로 남긴 부탁이 있어서, 제가 그걸 먼저 말씀드렸어요.”

나는 펜을 들었다.

“어떤 부탁입니까?”

주인은 첫 주문서 뒷면을 펼쳤다. 짧은 메모 아래 남편의 서명이 있었다. 고인의 글씨가 남아 있는 종이가 내 앞까지 왔다. 나는 손을 뻗다가 장갑 낀 손가락을 접었다.

주인이 메모를 읽었다.

“꽃 종류는 바뀌어도 되지만, 아내한테 직접 물어보고 바꿔달라고 하셨어요.”

여자는 한동안 메모를 봤다. 그러다 카드가 달린 꽃다발을 돌렸다. 이번에도 같은 꽃이었다.

“나는 이 꽃 이름도 모르는데.”

그녀가 꽃잎을 건드렸다. 주인은 이름을 알려줬지만 여자는 따라 하지 않았다.

“제 딸은 이게 제가 좋아하는 꽃인 줄 알아요. 집에 사진이 있으니까.”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묻자 여자는 고개를 기울였다.

“싫지는 않죠. 처음 받았을 때 좋았으니까 사진도 찍었고.”

그녀는 주문서의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

“그날 남편이 비를 쫄딱 맞고 왔어요. 꽃은 품 안에 넣고. 포장지는 멀쩡한데 사람이 물에 빠진 쥐라서 웃었어요.”

나는 비에 젖었던 내 소매를 봤다. 나리의 펜이 잠깐 멈췄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먼저 종이로 시선을 내렸다.

여자는 남편의 서명이 있는 종이를 사진으로 남겨도 되는지 물었다. 주인이 그러라고 하자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을 누르던 손이 멈췄다. 딸에게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

엄마가 싫으면 취소해. 내가 괜한 짓 했네.

여자는 전화기를 뒤집었다.

“이래요.”

그녀가 작게 말했다.

나리는 주인에게 두 주문의 남은 배송 여부를 확인했다. 고인이 맡긴 주문은 모두 이행됐고, 딸의 이번 주문 뒤로는 확정된 배송이 없었다. 주인은 다음 기념일에 연락을 달라는 메모를 지우겠다고 했다.

“그건 딸하고 이야기해보세요. 저는 제 앞으로 보내지 말라는 거예요.”

여자가 말했다.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분명했다.

주인은 수령인의 거절 의사를 적고 읽어줬다. 나리는 확인한 내용을 의뢰서에 옮겼다. 여자는 그 종이를 받고도 꽃을 들지 않았다.

“딸한테 전화해도 될까요? 여기서.”

주인이 작업대 반대쪽으로 물러났다. 여자는 전화기를 세워놓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는 자리를 비우려고 나리를 봤지만 여자가 손을 들어 붙잡았다.

“들어주세요. 제가 또 알겠다고 할까 봐.”

전화가 연결됐다.

“엄마, 이제 됐어? 취소하면 되잖아.”

“이번 건 네가 샀더라.”

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왜 말을 안 했어?”

“아빠가 보낸 걸로 받으면 좋을 줄 알았지.”

여자는 꽃다발의 카드를 떼었다. 끈이 잘 풀리지 않아 주인이 작은 가위를 건넸다. 그녀는 가위로 자르지 않고 끝까지 손으로 매듭을 풀었다.

“너한테 고맙다고 할 걸 아빠 사진 보고 했잖아.”

딸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는 떼어낸 카드를 작업대에 놓았다. 손글씨가 복사된 면이 위로 향했다.

여자는 눈을 감았다가 전화기를 봤다.

“앞으로 네가 주면 네 이름으로 줘.”

“엄마는 아빠 생각 안 나?”

여자의 손이 멈췄다. 나리는 펜을 내려놨다.

“나지.”

여자가 말했다.

“그런데 네 전화 받는 동안에는 네 생각을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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