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해 오셨는지 물어봤어요?”나리가 묻자 재민은 고개를 저었다.“잊었어요.”그는 휴대전화를 엎으려다 멈췄다. 주인은 빈 종이컵을 하나 가져왔고, 재민은 컵 가장자리만 눌렀다. 어머니 휴대전화는 집에 있다고 했다.기타는 가게에 두고 돌아왔다. 재민이 현관에 열쇠를 꽂는 동안 나리는 내 팔꿈치에 손을 댔다.“계단 내려갈 때부터 얼굴이 하얘요.”“처음 가본 곳인데 아는 것 같아서요.”나리는 열린 현관 안을 봤다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이 일 끝나고 얘기해요. 혼자 운전해서 가지 말고.”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녀가 손을 떼자 소매에 눌렸던 자리가 느껴졌다.어머니의 휴대전화는 충전기 옆에 있었다. 재민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화면이 열리자 사진 속 어린 자신을 잠시 들여다봤다. 그는 녹음 목록을 찾았지만 병원에서 한 녹음은 없었다.“파일이 있으면 다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재민은 충전선을 다시 꽂았다. 내가 의료 서류를 모으려 하자 그가 손을 내밀었다.“아까 그 종이, 한 번만 더 볼게요.”그는 진료 날짜와 문자 날짜를 맞춰 보았다. 상담은 끝나지 않았고, 추가 검사가 남아 있었다. 봉투에는 어머니가 직접 적은 질문도 들어 있었다. 수술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일은 언제 다시 할 수 있는지. 답을 적는 자리는 비어 있었다.“수술비 얘기한 적 있어요. 나중에 얼마가 들지 몰라 모아놓겠다고.”재민이 서랍에서 다른 통장을 찾았다. 은행 봉투에 수술비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잔액을 본 그가 장식장 쪽으로 걸어왔다.“이 돈도 없어진 줄 알았어요.”그는 통장 두 권을 나란히 놓았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보내던 계좌에는 적금에서 옮긴 돈이 남아 있었다. 기타 대금을 보낸 계좌에는 반찬 가게에서 받은 급여가 찍혀 있었다.“제가 여기까진 안 봤어요. 같은 이름으로 계속 나간 것만 보고.”숫자를 따라가던 그의 손가락이 떨어졌다.나는 통장을 더 넘기지 않았다. 재민이 펼쳐놓은 두 쪽만 확인한 뒤 그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가 받쳐 들다가 종이 모
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