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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9화 — 죽은 남편의 꽃

Author: 운디네J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4 23:10:01

“죽은 남편이 보내는 꽃을 그만 받고 싶어요.”

여자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젖은 손바닥을 치마에 문질렀다. 포장지 아래로 물이 새고 있었다. 나리가 받침을 가져오는 동안 나는 꽃을 받아 들었다.

“꽃집에 말씀은 해보셨습니까?”

“했죠. 딸한테도 했고.”

여자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둘 다 남편이 얼마나 생각해서 준비한 건데 그러느냐네요.”

문밖에서 남자가 서류 가방을 고쳐 들었다. 어제 전화했던 모임의 반환 담당자였다. 그는 여자에게 앉으시라고 권한 뒤 우리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제가 먼저 설명을 드렸어야 했는데.”

“제 얘기는 제가 할게요.”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입을 다물고 옆 의자를 당겼다.

꽃에서는 단 냄새가 났다. 나는 새 장갑을 끼고 포장지 끝을 접었다. 나리가 가져온 쟁반에 물이 고였다. 여자는 그걸 보고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제가 닦을게요.”

“괜찮습니다. 물이에요.”

나리가 행주로 식탁을 훔쳤다. 여자는 손수건을 접지 못하고 들고 있었다. 손수건 귀퉁이에 작은 꽃이 수놓여 있었다.

반환 담당자가 서류를 펼쳤다. 옛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은퇴한 뒤에도 회비를 걷어 병원에 가는 사람을 돕고 물건을 맡아줬는데, 이제 정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이사 간 분들도 있고요. 창고를 계속 빌릴 수가 없어서.”

그가 목록을 내밀었다. 보관한 날짜는 제각각이었다. 몇 년 전 맡긴 의자 옆에 지난달 들어온 서류 상자가 적혀 있었다.

나리가 목록을 읽고 물었다.

“주인분들 연락처는 확인하셨어요?”

“아는 데까지는요. 모르는 건 표시해놨습니다.”

“그분들께 확인하고 진행할게요. 모임에서 맡고 있다고 모두 처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꽃다발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우리 집 건 이것부터 해주세요.”

줄기에 매달린 카드가 흔들렸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는 인쇄 문구 아래 손글씨가 복사되어 있었다.

올해도 내 마누라 해줘서 고맙소.

꽃잎 하나가 떨어져 젖은 포장지에 붙었다.

여자는 카드를 뒤집었다.

“남편이 직접 쓴 거예요. 살아 있을 때.”

나는 카드를 만지지 않고 물었다.

“매년 오는 겁니까?”

“세 번째예요. 남편 가고 나서.”

“비용은 미리 내셨고요?”

“그렇대요. 얼마인지는 저는 몰라요.”

여자가 손수건을 가방에 넣었다. 나는 의뢰서에서 반환과 처분 항목 사이에 펜을 멈췄다. 이미 받은 꽃을 가져가달라는 건지, 앞으로의 배송을 멈춰달라는 건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앞으로 안 오게 해주면 돼요. 이건 제가 가져가고.”

“남은 주문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나리가 꽃집 이름을 적었다. 여자는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우리를 번갈아 봤다.

“남편하고 사이 나빴냐고 안 물어요?”

“말씀하고 싶으시면 듣겠습니다.”

여자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택배차가 멈췄다가 떠났다. 꽃집 전화번호를 찾던 나리가 펜을 내려놨다.

“좋았어요.”

여자가 말했다.

“돈은 없었어도 웃고 살았어요. 이 사람이 장을 보면 꼭 필요 없는 걸 사왔는데, 제가 그거 갖고 뭐라 하면 당신 웃길 값이라고 그랬어요.”

그녀는 꽃 한 송이를 바로 세웠다.

“병원에서도 그랬고.”

반환 담당자는 가방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여자는 그를 보며 웃었다.

“마지막에 면도해달라고 한 거 기억해요? 저승 가서도 수염 꼬질꼬질하면 문전박대당한다고.”

남자가 웃다가 입술을 눌렀다.

“저한테는 형수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다고 했습니다.”

“거짓말도 참 부지런히 했지.”

여자는 웃는 얼굴로 꽃을 봤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던 입을 닫았다. 웃음이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잘 보내줬어요. 손도 잡았고. 하고 싶은 말도 했고.”

그녀가 손가락을 폈다.

“그런데 이게 오면 그날로 돌아가요. 저는 장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살고 있었는데, 현관에 이게 있으면 다시 병원이에요.”

나리가 뒤집힌 카드를 보았다.

“이 말씀을 꽃집에도 하셨어요?”

“딸이 같이 있을 때 했어요.”

여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또 딸이네요.”

그녀는 통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곧 작아졌다.

“응. 여기 왔어. 꽃 버리는 거 아니야.”

나는 접수 용지를 돌려놓았다. 나리는 물기 묻은 포장지 아래 마른 종이를 받쳤다. 전화기 너머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의 대답은 들렸다.

“네 아버지 잊는다는 얘기가 아니잖아.”

여자는 말을 더 하려다가 멈췄다. 대답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결국 알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딸한테는 참 못 이겨요.”

반환 담당자가 일어서며 꽃집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다. 여자는 고맙다고 했지만 꽃다발을 들고 일어서지는 않았다.

나리가 물었다.

“따님 허락이 있어야 말씀하실 수 있는 건가요?”

여자가 나리를 봤다.

“꽃을 받는 분은 어머님이잖아요. 먼저 원하시는 걸 적어주세요.”

나리가 펜을 건넸다. 여자는 배송 중단이라는 말을 쓰다 멈췄다. 펜 끝이 종이에 조그만 점을 남겼다.

“제가 너무한 건 아니죠?”

나는 괜찮다는 말부터 하려다 나리를 봤다. 그녀는 여자의 손이 움직일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

“주문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여자는 남은 글자를 적었다. 꽃을 안고 나서는 뒷모습에 포장지가 바스락거렸다.

서류를 챙기던 나리가 내게 말했다.

“저녁 약속, 오늘로 당길 수 있어요?”

나는 달력을 보지도 않고 된다고 했다. 나리가 웃었다.

“메뉴는 내가 고를게요.”

대답하려는데 꽃집에서 회신이 왔다. 나리가 스피커를 켰다.

“그 주문은 따님이 계속해달라고 하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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