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내 이름표는 식탁 맨 끝에 놓여 있었다.
건우의 오른쪽에는 최명희, 왼쪽에는 백나리. 법적 아내인 내 자리는 수행비서와 문에서 가장 가까운 말석 사이였다.
“자리 잘못 놓인 것 같네요.”
내가 이름표를 들자 명희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정한 자리야.”
“오늘 가족 조찬이라고 들었는데요.”
명희는 루미에르를 맡은 나리가 건우 옆에 앉아야 한다며 내 공식 직함이 없다는 점을 들먹였다.
나리가 난처한 얼굴을 흉내 냈다.
“형님, 제가 끝으로 갈까요?”
그러면서도 의자를 당긴 손은 놓지 않았다.
“앉아. 회의 늦어진다.”
건우의 한마디에 나리는 바로 앉았다. 나는 그의 맞은편 끝자리에 앉았다. 여섯 걸음 남짓한 식탁이 이상하리만큼 길었다.
직원이 수프를 놓자 명희가 곧바로 말했다.
“은채야, 어제 나리한테 사과해.”
“제가 뭘 사과하죠?”
“기자들 앞에서 목걸이를 낚아챘다며. 재단 얼굴에 먹칠할 뻔했잖아.”
“제 어머니 물건인지 확인한 겁니다.”
명희는 증거도 없이 남의 물건을 탐내는 건 천박하다며, 내 배경까지 끌어내려 비웃었다.
은수저가 접시를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나는 나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잠금장치 안쪽의 J.A.가 누군지 설명해 봐요.”
“오래된 장신구니까 전 주인 이니셜이겠죠.”
“전 주인 이름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모르면서 십칠 년 전부터 당신 것이라고 했어요?”
나리의 입술이 잠깐 굳었다. 명희가 대신 냅킨을 탁 내려놓았다.
“지금 애를 심문하니?”
“확인하는 겁니다.”
“사과부터 해.”
나는 건우를 봤다. 그는 태블릿에 뜬 긴급 자금 보고서를 읽는 척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긴 침묵 끝에 그가 화면을 껐다.
“나리도 당황했을 거야. 어머니 말씀대로 한마디 하고 끝내.”
“내가 틀렸다는 뜻이네.”
“그런 뜻이 아니라, 오늘 브랜드사 임원들이 와. 집안에서 잡음 난 것처럼 보이면 안 돼.”
“또 회사 때문이야?”
“이번 한 번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오히려 마음이 조용해졌다. 어제 내 손목을 잡았던 사람도, 오늘 내 자리를 치운 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
나는 나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행사장에서 불편하게 한 점은 유감이에요. 하지만 목걸이 소유권은 확인할 겁니다.”
“그게 사과니?”
“제가 하지 않은 잘못까지 인정하는 건 사과가 아니라 허위 진술이니까요.”
명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네 어미도 끝까지 말대꾸를 하더니.”
내 손가락이 수프 스푼 위에서 멎었다.
“제 어머니를 아셨어요?”
“루미에르관 망친 직원 이름쯤은 기억하지. 횡령하고 창고에 불까지 낸.”
“화재 원인은 전기 합선으로 종결됐습니다.”
“밖에선 그렇게들 알지.”
명희는 여유롭게 물을 마셨다. 건우가 낮게 제지했다.
“어머니, 그 얘긴 그만하시죠.”
그는 내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나리가 준비한 발표 순서를 확인했다.
“나리, 열 시 회의 명단 봤어?”
“네. 오빠 옆에서 제가 직접 브리핑할게요.”
나리가 준비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상위 고객 이탈률, 층별 체류 시간, 재개장 뒤 예상 객단가. 전부 내가 지난주 건우에게 보낸 분석이었다.
“20대 고객 체류 시간을 왜 18분 늘릴 수 있죠?”
내가 묻자 나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감성적인 공간을 만들 거니까요.”
“어떤 공간이 체류와 구매를 연결해요?”
“그런 세부 내용은 회의에서 설명할게요.”
“지금 보고하는 사람이 모르는데 회의에 가면 알게 돼요?”
명희가 내 말을 끊었다.
“나리는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야. 숫자나 들여다보는 네가 가르치려 들지 마.”
건우는 수치가 내 것임을 알면서도 나리의 보고서에 승인 표시를 했다. 그의 손끝에서 내 일이 한 번 더 다른 이름으로 넘어갔다.
나리는 내 쪽으로 문서를 밀었다.
“형님은 회의실에 안 오셔도 돼요. 실무 초대 명단에서 빠지셨거든요.”
종이 위에는 참석자 좌석과 역할이 인쇄돼 있었다. 내가 만든 고객 동선 분석을 발표하는 회의인데 내 이름만 없었다.
자리보다 더 선명한 건 그들이 정한 우선순위와 내 침묵의 값이었다.
나는 종이를 접지 않고 사진으로 남겼다. 이메일함을 열어 전날 수정된 초대 명단도 저장했다. 최초 버전에는 내 이름이 있었고, 최종 버전에서만 삭제돼 있었다. 수정자는 전략실 공용 계정이었다.
“그걸 왜 찍니?”
명희가 물었다.
“기억이 자꾸 다르게 정리돼서요.”
“가족끼리 뭘 그렇게 기록해?”
“가족이라면 기록할 일이 없어야겠죠.”
나는 아침을 먹지 않고 일어났다. 건우가 뒤늦게 내 손을 붙잡았다.
“은채야. 저녁엔 일찍 갈게.”
“무슨 날인데?”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제였던 결혼기념일을 그는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나는 손을 빼고 회의실 맞은편 작은 대기실로 갔다. 문틈 너머에서 나리가 내 분석표를 자기 언어인 양 읽었다.
내 노트에 두 번째 사건명을 적었다.
‘말석_삭제된 초대_전략실 계정.’
잠시 뒤 회의실 안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리고 나리의 화면에,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내 루미에르 수익표가 떠올랐다.
“계약을 공개하면 직원들이 채무자로 찍힙니다.”정복순은 상환명세를 내놓지 않았다. 네 번째 핀이 급해도 나는 그의 금고를 대신 열 수 없었다.“이름은 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빚의 근거는 봐야 해요.”“서 대표에게는 서버가 먼저겠지.”“서버 때문에 당신 빚을 대신 갚아 주면, 핀을 산 사람이 나로 바뀔 뿐입니다.”그는 한참 뒤 낡은 장부를 밀었다. 스무 직원이 받은 돈은 월급 석 달치였는데, 명세에는 공방 설비대출과 해외교육비까지 붙어 있었다.“내가 도장 찍은 사람처럼 보이겠죠.”“도장 원본부터 봅니다. 기억으로 죄를 정하지 않아요.”“그때 사장님이 살려 준 건 맞아요.”“살려 준 일과 거짓 채무는 따로 기록하겠습니다.”“이 기계는 어디 있습니까?”“산 적 없소.”“교육은요?”“여권도 없는 애들이 절반이었지.”아틀라스가 존재하지 않는 지출을 선급금으로 만들고 정복순에게 연대보증을 씌운 것이었다. 이자도 미납원금이 아니라 허위 설비가격 전체에 붙었다.설비 송장은 서로 다른 기계 스무 대에 같은 제조번호를 썼다.대금 수취인은 장비회사가 아니라 M-0 중간계좌였다. 빼앗은 0.8퍼센트가 가짜 대출의 원금으로 다시 등장했다.“서명은 선생님 것이 맞습니까?”“첫 장만. 뒤의 보증목록은 나중에 붙었소.”“그 사실을 법정에서 말할 수 있습니까?”“애들 이름을 지켜 준다면.”나는 직원 이름 대신 입사번호를 쓰고, 각자에게 자기 자료 공개범위를 고르게 했다. 모두가 같은 피해자로 묶인다고 같은 선택을 강요할 수 없었다.열두 명은 익명 진술에 동의했고 다섯 명은 공개진술을 택했다. 퇴직한 세 명은 연락이 닿을 때까지 증거목록에서 분리했다.오미선은 공개진술을 골랐다.“숨는 게 싫어서가 아닙니다. 뒤에 들어온 직원들이 자기 빚이라고 믿을까 봐요.”“언론 인터뷰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법정에서 송장만 설명하겠습니다.”그가 정한 선을 신청서에 그대로 적었다.“전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소송합니까?”“정복순 선생님의 보증계약부터 무
“배를 띄우겠습니다.”조사관이 해상좌표를 보자마자 말했다. 나는 선박 확보 요청서부터 멈췄다.“그 점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배라면 조류나 접안기록이 남아야 합니다.”“바다 한가운데 찍혔습니다.”“지도에 바다로 표시된 것과 법적으로 바다인 건 다릅니다.”좌표는 십칠 년 동안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항만청의 옛 도면을 겹치자 지금 지도에서 지워진 사각형 부지가 나타났다.매립 허가는 취소됐지만 보세창고의 임시지번은 폐기되지 않았다.운영사는 그 틈을 이용해 해상설비로 세금 신고를 하고 육상창고로 전기를 공급받았다.어느 관청도 자기 관할 전체로 보지 않은 자리였다.“자유무역항 보세구역입니다.”매립공사가 중단되면서 육지주소를 받지 못한 창고였다. 세관 전산은 선박용 해상좌표로 관리했고 민간지도에는 물로만 표시됐다.“창고가 있습니까?”“외벽만 있는 것으로 신고돼 있습니다.”“서버가 있다면 신고 위반이네요.”나는 드론이나 원격침입으로 먼저 확인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불법 접속 한 번이면 상대는 우리가 원장을 조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세관 보전명령을 받습니다.”“영장이 나오는 동안 옮길 겁니다.”“출입구는 하나고 반출에는 세관봉인이 필요해요. 봉인기록부터 잠그면 됩니다.”재하는 긴급신청서에 위조표, 명의도용, 무단수수료를 전부 쓰지 않았다.창고와 직접 연결된 중계장비·보험증권·통관번호만 붙였다.“범죄를 크게 써야 법원이 움직이지 않습니까?”“큰 이야기보다 이 창고를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정확해야 합니다.”세관은 창고 문을 봉인하고 관리자에게 서버 전원을 유지하라고 명령했다.전원을 끄면 저장장치가 자동삭제되는 구조일 수 있었다.봉인은 현장 문에만 붙이지 않았다.전력회사에는 차단금지, 항만에는 선박접안 보류, 통신사에는 회선변경 보전이 각각 내려갔다.문 하나를 지켜도 데이터가 다른 길로 빠지면 소용없었다.현장 화면이 연결됐다. 녹슨 외벽 안에는 빈 화물칸과 냉각설비가 있었고, 중앙에 검은 랙 일곱 개가 원형으로 서 있었다
“멈추세요. 저 벽부터 부수면 증거도 같이 부서집니다.”철거업자가 망치를 내렸다. 문도 경첩도 없는 이중벽 앞에서 현지 수사관은 영장 시간이 끝나 간다고 재촉했다.“서버가 작동 중이라면서요. 늦으면 또 옮깁니다.”“작은 구멍으로 전력선과 공기부터 확인해요. 저장장치 위치를 모르고 치면 상대가 바라던 사고가 됩니다.”아미나는 빈 염료 선반을 등지고 섰다. 자기 공방 벽을 열어 달라고 서명했지만 손끝은 굳어 있었다.“내가 모른다는 말, 지금도 믿습니까?”“믿음으로 영장을 집행하지 않습니다. 공사계약과 전력 납부자가 당신이 아니라는 사실로 범위를 정했어요.”“안에서 내 이름이 나오면요?”“당신에게 먼저 확인할 기회를 줍니다. 그렇다고 기록을 지우지는 않고요.”기술자는 내시경 카메라가 들어갈 만큼만 벽을 뚫었다.화면에는 서버 선반 대신 손바닥만 한 통신중계기와 잘린 광섬유가 보였다.“본체가 없습니다.”“언제 빠져나갔죠?”“먼지는 그대로입니다. 애초에 여기에는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열은 중계기가 밤새 받은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었다.이곳은 병렬서버가 아니라 다른 서버의 신호를 아틀라스망으로 밀어 넣는 문이었다.기술자는 장비를 꺼내지 않고 벽 안에서 복제했다.나사 머리마다 봉인번호를 붙이고, 카메라 시각과 현지 공증인의 시계를 한 화면에 담았다.나중에 장비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처음 발견된 자리 자체를 증거로 남겼다.중계기에는 문서 내용이 없었다.대신 언제 어느 문이 신호를 받아 다음 문으로 넘겼는지 적힌 봉투정보가 남아 있었다.내용이 비어 있어도 길은 지워지지 않았다.수사관이 아미나를 돌아봤다.“공방 회선으로 십 년간 접속됐습니다.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까?”“회선요금은 아틀라스가 냈고 장비는 봉인된 벽 안에 있었습니다.” 내가 답했다.“대표님이 진술할 일이 아닙니다.”“그래서 문서번호만 말했습니다. 결론은 수사관님이 쓰세요.”아미나는 내 뒤에 숨지 않았다.“내가 공사 동의서에 서명한 건 맞습니다. 화재
“죽은 비서가 로그인한 게 아닙니다.”엘레나는 M-0 접속값을 다시 보며 말했다. 이름은 비서 계정이지만 비밀번호는 한 사람이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그럼 무엇이 열었죠?”“일곱 개 물리 핀의 조각값입니다.”각 핀의 홈을 읽으면 짧은 숫자 두 자리가 나왔다. 일곱 값을 정해진 순서로 합쳐야 관리자키가 완성됐다.순서는 도시의 크기나 가입일이 아니었다. 서지안이 기록한 첫 수선의 날짜를 따라야 했다.아틀라스는 그 순서를 알아내려고 장인의 과거 작업기록을 모은 듯했다.“핀 하나를 바꾸면 비밀번호 전체가 달라집니까?”“네. 그래서 사카이 핀이 돌아온 뒤 M-0가 급히 접속한 겁니다.”진짜 핀의 값이 새로 등록되면 복제키가 무효가 될 수 있었다. 상대는 마지막으로 서버를 옮기려 했다.“진짜 핀은 아직 세 개뿐입니다.”“누군가 복제품으로 별도 열쇠를 만든 겁니다.”차유리가 훔친 모조품처럼 외형을 베낀 핀들이 있었다.진짜 원장에서는 깊이가 달라 거부됐지만, 원장 밖 병렬서버는 그 복제품을 정답으로 등록해 뒀다.병렬서버는 정식 원장보다 몇 초 먼저 상태값을 만들었다. 아틀라스 시스템은 그 빠른 값을 최신 정보로 받아들였다.거짓말을 진실보다 먼저 도착시키는 것만으로 인증을 빼앗았다.“우리가 정식 원장을 빠르게 만들면 됩니까?”“속도경쟁을 하면 또 중앙서버가 필요합니다.”“그럼 어떻게 막죠?”“여러 도시가 같은 값을 확인해야 최신으로 인정하도록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병렬서버가 무엇을 바꿉니까?”“장인의 생사, 채무, 표결 상태를 먼저 바꾼 뒤 아틀라스 원장에 정상 확인값처럼 보냅니다.”마테오가 죽었다는 값도, 아미나가 찬성했다는 표도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다.원장은 거짓을 만든 것이 아니라 거짓을 인증한 마지막 문이었다.병렬원장에는 장인의 채무등급까지 있었다.실제 상환보다 ‘협조적·비협조적’이라는 내부평가가 먼저 금리와 표결권을 바꿨다.아미나는 독점안에 반대해 위험등급이 올랐고, 마테오는 핀 반환을 거부한 날 사망처리 준비가
“내가 열여덟 살에 해외회사를 세웠다고요?”유령법인 설립일은 내가 국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이었다. 공증장부에는 내가 취리히 사무실에 직접 출석했다고 적혀 있었다.“출입국 기록은요?”“그해 해외 체류가 없습니다.”“대리설립 가능성은?”“문서에는 본인 출석이라고 돼 있습니다.”내 이름과 생년월일은 진짜였지만 주소는 첫 결혼 뒤 살던 태림 본가였다. 설립 시점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 주소였다.“종이 나이는요?”“십오 년 이상 됐지만 정확한 연도는 어렵습니다.”“잉크층 순서를 보면 주소가 나중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같은 인쇄라 위조본 전체가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이 정도면 명의도용이 분명합니다.”“그래도 내가 주인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신고부터 하죠.”법인을 내 것으로 인정하면 펀드와 장인 채권까지 내 지배 아래 들어올 수 있었다. 누군가 그 반응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었다.아크 이사회 일부는 어차피 내 이름이면 권리를 행사해 채권부터 회수하자고 했다.“명의도용 피해자가 재산을 가져도 됩니까?”“실질자금이 대표님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그 가능성을 내가 판단하면 안 됩니다.”“주인을 못 찾으면 채권이 공중에 뜹니다.”“그래서 독립관리인을 세우는 겁니다.”나는 명의도용 신고와 함께 자산보전만 신청했다. 소유권 행사는 하지 않고 독립관리인이 장인 상환자료와 무단수수료를 분리하게 했다.아미나는 직접 맡지 않고 도시들이 새로 선출하게 했다.“왜 아미나가 아닙니까?”“그도 채무 당사자라 이해충돌이 있습니다.”“동결하면 채무자들이 상환할 계좌가 없습니다.”“법원 공탁계좌를 열어 주세요. 연체로 처리되지 않게.”장인들이 돈을 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표를 잃지 않도록 임시규칙도 세웠다.유령법인 서류에는 여권사본이 붙어 있었다. 사진은 열여덟 살의 나였지만 발급번호는 십 년 뒤 여권 것이었다.사진 가장자리에는 유성장학재단 접수도장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누군가 재단 문서를 복사한 뒤
“MERIDIAN ZERO가 누구입니까?”아틀라스는 외부 청산서비스의 오래된 명칭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사업자등록도 책임자도 없었다.“십칠 년 동안 돈을 받았는데 주인이 없다고요?”로랑은 관행이라고 했다.“국제결제에는 중간비용이 듭니다.”“계약서에 없는 0.8퍼센트도 관행입니까?”“회원들이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알리지 않았으니 문제 삼을 수 없었겠죠.”회계사들은 M-0 자금흐름을 연도별로 복원했다.처음에는 스위스 프랑, 다음은 유로, 이후에는 달러와 디지털 정산포인트로 형태가 바뀌었다.통화가 바뀔 때마다 잔액 일부가 사라졌다.환전수수료로 적혔지만 같은 날 반대방향 거래에서는 수수료가 없었다. 돈의 흔적을 짧게 끊기 위한 왕복거래였다.“최종 잔액은 얼마입니까?”“보이는 것만 계산해도 원금의 열한 배입니다.”“왜 원금보다 큽니까?”“떼어 간 수수료를 선급금 펀드에 빌려 주고 이자를 받았습니다.”장인의 돈으로 장인에게 빚을 만들고, 그 빚으로 표를 잡은 순환이었다.금액은 거래마다 작았지만 십칠 년을 합치면 장인 선급금 총액보다 컸다.수익자에게 지급할 돈에서 떼고, 그 돈을 다시 장인에게 빌려준 셈이었다.한 원로 위원은 오래된 거래까지 돌려주면 아틀라스가 파산한다고 경고했다.“파산을 피하려고 무단수수료를 정당화합니까?”“회원 전체가 피해를 봅니다.”“먼저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 확정하고 상환방식을 논의하죠.”대신 현재 수수료를 즉시 중지하고 새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했다.과거분은 독립보전계좌에 동결해 협의 전 누구도 쓰지 못하게 했다.“아틀라스 회계에는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외부 청산비입니다.”“청산계약 원본은요?”“보존기간이 지났습니다.”하지만 지급은 지금도 이어졌다. 현재 계약 없이 돈만 움직인다는 설명은 맞지 않았다.아틀라스는 긴급이사회에서 M-0를 ‘시스템 공공재’라고 새로 규정하려 했다.과거 근거가 없으니 오늘 규정을 만들어 소급하려는 시도였다.엘레나는 수탁관리인 자격으로 반대했고, 아미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