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네 얼굴이 누구 것인지 거울에게 물어.”
바이렌이 에이슬라를 방 안으로 밀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정면 거울 속 왕비가 웃었다.
에이슬라는 웃지 않았다.
검은 수의를 입은 수십 명의 네르시아가 벽마다 서 있었다.
대부분은 놀란 얼굴로 에이슬라를 따라 보고 있었다.
정면의 얼굴만 입꼬리를 올린 채였다.
“지금 웃었습니까?”
문밖에서 바이렌이 답했다.
“네르시아는 이 방에서 혼잣말을 자주 했지.”
“제가 아니라 거울에게 물었습니다.”
잠금쇠가 하나 닫혔다.
“거울이 답하면 이름부터 물어.”
두 번째 잠금쇠.
“다음에 문을 열 때도 네가 누군지 모르면, 두 심장을 모두 확인하겠다.”
세 번째 잠금쇠가 잠겼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에이슬라는 정면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반사된 왕비의 입은 다시 다물려 있었다. 웃음도 사라졌다.
착각일 수 있었다.
흰 황혼은 치사량보다 적게 흡수되면 기억과 감각을 흔든다.
지금 보는 것이 독에 의한 환각일 가능성부터 배제해야 했다.
에이슬라는 오른손을 들었다.
거울 속 오른손이 올라갔다.
왼손을 들었다.
수십 개의 왼손이 따라왔다.
손을 내리자 정면 거울의 손만 허공에 남았다.
에이슬라는 숨을 멈췄다.
한 박자 뒤에야 반사된 손이 내려갔다.
“늦었어.”
이번에는 소리가 났다.
아주 작았다. 유리 안쪽에서 입술이 맞부딪히는 소리였다.
에이슬라는 거울에 다가갔다.
“누가 늦었다는 겁니까?”
모든 반사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면 거울만 눈동자가 아래로 움직였다.
목을 보라는 뜻이었다.
에이슬라는 수의의 깃을 벌렸다.
바이렌의 검이 누른 자국 아래로 검은 선이 번지고 있었다.
단순한 멍이 아니었다.
선은 목 오른쪽에서 시작해 쇄골을 감고, 오른쪽 갈비뼈 아래로 내려갔다.
두 번째 박동이 있는 자리였다.
한 번.
검은 선이 수축했다.
두 번.
피부 아래에서 가지 하나가 뻗어 왼쪽 심장을 향했다.
에이슬라는 손가락으로 선을 눌렀다. 독맥은 손끝을 피하듯 옆으로 움직였다.
“흰 황혼이 아직 남아 있어.”
거울 속 왕비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슬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반사가 먼저 움직였다.
“독이 아니라는 겁니까?”
왕비가 자기 목을 양손으로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현실의 에이슬라에게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당신이 네르시아입니까?”
왕비의 입이 열렸다.
[ 나. ]
그 한 글자를 만들고 멈췄다.
“이 몸의 주인?”
왕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슬라의 오른쪽 박동이 세게 울렸다.
동시에 거울 속 네르시아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당신 심장입니까?”
네르시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심장이 아니었다.
한 몸 안에서 두 영혼이 각자의 맥을 붙들고 있었다.
에이슬라는 거울에 손을 댔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네르시아의 손바닥이 맞닿았다.
닿은 순간 낯선 기억이 손목을 타고 밀려왔다.
뒤집힌 은잔.
목을 붙잡는 시녀.
바닥에 떨어진 검은 백합.
누군가 억지로 벌린 입.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린 목소리.
[ 삼켜. ]
에이슬라는 손을 떼었다.
기억도 함께 끊겼다.
“누가 독을 먹였습니까?”
네르시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이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 번째 음절에 닿기 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목의 검은 독맥이 입술까지 올라왔다.
거울 안에서만 선명한 맥이었다.
말하지 못하게 막는 봉인.
누군가 네르시아의 영혼에까지 독을 남겼다.
“입으로 말할 수 없으면 써요.”
에이슬라는 거울에 맺힌 습기를 손끝으로 모았다.
네르시아도 안쪽에서 손가락을 들었다.
에이슬라가 첫 글자를 썼다.
[ 오. ]
네르시아가 그 위에 선 하나를 더 그었다.
[ 왕. ]
“왕이 먹였다는 뜻입니까?”
네르시아가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검은 선이 턱까지 번졌다.
에이슬라는 글자를 지우고 다시 썼다.
[ 오스. ]
네르시아의 손가락이 멈췄다.
[ 오스테론. ]
에이슬라가 마지막 글자를 쓰려는 순간 거울 표면에 금이 갔다.
쾅.
네르시아가 안쪽에서 손바닥을 내리쳤다.
금이 손가락 사이로 퍼졌다.
바이렌은 거울이 하나라도 깨지면 안에 있는 것을 왕비로 보지 않겠다고 했다.
에이슬라는 손을 거뒀다.
“오스테론이 맞습니까?”
네르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에이슬라의 뒤를 보았다.
거울 속에서만 보이는 방의 구석.
검은 수의 아래로 무언가 움직였다.
에이슬라가 돌아보려 하자 네르시아가 다시 유리를 쳤다.
[ 돌아보지 마. ]
입모양이 분명했다.
오른쪽 박동이 빠르게 뛰었다.
에이슬라의 왼쪽 심장도 따라 빨라졌다.
그녀는 거울만 바라본 채 물었다.
“이 방에 우리 말고 누가 있습니까?”
네르시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에이슬라는 눈을 감았다가 바로 떴다.
모든 반사가 함께 눈을 떴다.
정면의 네르시아만 눈을 감고 있었다.
한 박자 뒤, 그녀가 눈을 떴다.
에이슬라가 아닌 뒤쪽의 무언가를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 도망쳐. ]
[네 이름으로 사랑해.]거울 조각에 남은 문장이 빛처럼 흐려졌다.에이슬라는 손가락으로 유리 가장자리를 붙잡았다.“네르시아.”[응.]“당신이 사라지면 이 몸은 어떻게 돼요?”[네가 살아.]“그걸 묻는 게 아니에요.”에이슬라는 금이 간 유리 위에 이마를 댔다.“당신은 어디로 가요?”네르시아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뒤늦게 미소를 지었다.왕비의 초상화에도, 악녀의 기록에도 남지 않았던 편안한 얼굴이었다.[이름을 잃지 않는 곳.]유리 안쪽의 손바닥이 에이슬라의 손과 겹쳤다.[내 죄도 남겨.]“남길게요.”[내가 구하지 못한 아이들도.]“끝까지 찾을게요.”[바이렌에게는 내가 미안했다고 하지 마.]“직접 말해요.”에이슬라는 뒤를 돌아봤다.바이렌은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다가오지도,떠나지도 않은 채 두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주고 있었다.그가 거울 앞에 무릎을 꿇었다.네르시아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당신을 죽이고 싶었던 날도 있었어.]바이렌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알고 있다.”[살아달라고 빌었던 날도.]“그건 몰랐군.”[모르는 게 너무 많았지.]“그래.”바이렌은 변명하지 않았다.“그래서 네 죄도, 내가 외면한 일도 전부 다시 기록하겠다.”네르시아가 웃었다.[이번에는 결론부터 쓰지 마.]“약속하지.”그 순간 유리 안쪽에 아침빛이 번졌다.네르시아의 형체가 손끝부터 흩어졌다.에이슬라는 붙잡으려 했지만 손바닥에는 차가운 유리만 남았다.[살아, 에이슬라.]마지막 글자가 사라졌다.가슴 안에서 두 번 울리던 박동이 하나로 줄었다.아프지 않았다.다만 오랫동안 함께 살던 사람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것처럼, 한쪽이 텅 비었다.에이슬라는 그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잘 가요, 네르시아.”성교회가 무너진 뒤 왕궁은 석 달 동안 잠들지 못했다.에이슬라의 옛 육신은 성교회 지하에서 수습됐다.오스테론이 남긴 검은 흔적을 지운 뒤, 왕실 약제사 에이슬라 모렌의 이름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나를 살릴지, 첫 번째 아이를 죽일지.”오스테론의 웃음이 아렌의 얼굴 위로 번졌다.에이슬라는 유리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둘 다 아니에요.”“아직도 선택을 피하는군.”“당신이 내놓은 답 중에서 고르지 않겠다는 뜻이에요.”아렌의 오른손이 목을 움켜쥐었다. 작은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었다.오스테론이 아이의 몸으로 스스로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바이렌이 검을 들어 유리관의 잠금 장치를 겨눴다.“깨뜨리면 아이가 버틸 수 있나?”“검은 액체부터 빼야 해요.”에이슬라는 유리관 아래에 연결된 관을 살폈다. 검은 액체는 심장 박동에 맞춰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빠른 박동 하나와 느린 박동 하나.아렌과 오스테론의 심장이 아직 완전히 겹치지 않았다.에이슬라는 거울 조각을 유리관에 붙였다.네르시아가 안쪽에서 아렌을 바라봤다.[내가 끌어낼게.]“그러면 당신이 위험해요.”[내 몸에 들어온 적이 있어.]네르시아의 손가락이 오스테론을 가리켰다.[길을 알아.]에이슬라는 고개를 저었다.“혼자 하지 않아요.”오스테론이 아렌의 입으로 비웃었다.“둘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 달라질 것 같으냐.”“우리는 당신처럼 다른 사람을 지우지 않아요.”에이슬라는 유리관 아래의 배출구를 열었다.검은 액체가 빠져나오자 아렌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오스테론이 아이의 손을 들어 배출구를 막으려 했다.“아렌!”에이슬라가 유리를 내리쳤다.“네 몸이야. 손을 내려.”손이 중간에서 멎었다.“네 이름을 다시 말해.”아렌의 입술이 움직였다.“아…… 렌.”오스테론의 목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입 다물어라.”“누가 네 이름을 알려줬지?”“아무도…….”“그럼 네가 정한 거야?”아렌의 새끼손가락이 유리를 긁었다.“꿈에서…… 들었어요.”“누구 목소리였어?”아렌의 눈동자가 에이슬라를 향했다.“제 목소리요.”두 박동의 간격이 벌어졌다.오스테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이름은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이름에는 당신 허락이 필요 없어요.”에이슬라는 청낭초
“내가 이 몸에서 죽으면, 첫 번째가 눈을 뜰 테니까.”오스테론이 차지한 에이슬라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검은 피가 코와 입에서 쏟아졌다. 손끝부터 빠르게 굳어가고 있었다.에이슬라는 반사적으로 다가갔지만 바이렌이 팔을 붙잡았다.“이미 죽은 몸이에요.”입으로 말하면서도 시선은 자신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오스테론이 아니었다면 저 몸은 평생 자신의 것이었을 육신이었다. 약초를 빻고 아이들의 열을 짚었던 손, 흰 황혼을 삼킨 뒤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했던 몸.그 입술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다.“일곱 번째.”오스테론의 목소리가 끊기는 순간, 에이슬라의 육신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성교회 방향에서 종이 울렸다.한 번.긴 침묵 뒤에 두 번째 종이 이어졌다.세이라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지하 봉인을 여는 종입니다.”바이렌이 타론에게 명령했다.“구조한 아이들을 왕비궁으로 옮겨라. 나머지는 성교회로 간다.”“폐하께서 직접 가시면 위험합니다.”“그래서 간다. 오스테론이 왕궁까지 뿌리를 내렸다면 내 병력도 전부 믿을 수 없어.”에이슬라는 장부와 해독제를 챙겼다.네르시아가 거울 조각에 모습을 드러냈다.[첫 번째를 죽이면 끝나.]에이슬라는 조각을 천으로 감쌌다.“그 아이도 피해자예요.”[오스테론이 들어가면 모두 죽어.]“그렇다고 아이를 먼저 죽이지는 않아요.”네르시아의 표정이 굳었다.[망설이면 늦어.]“늦지 않게 다른 방법을 찾을 겁니다.”성교회 정문은 열려 있었다.안에는 사제도 경비도 보이지 않았다. 복도 양쪽의 촛불만 지하로 향하는 길을 밝히고 있었다.누군가 그들이 오기를 기다린 흔적이었다.타론이 앞장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지하에는 흰 문 일곱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앞선 여섯 개는 이미 열려 있었고, 안에는 빈 침대와 끊어진 가죽끈만 남아 있었다.마지막 문에는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1.]세이라가 검은 열쇠를 넣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오스테론의 피가 필요합니다.”에이슬라는 작은 병을 꺼냈다.
“왕궁 아래에 있는 아이들은 전부 죽는다.”오스테론의 말이 끝나자 바닥 틈에서 흰 연기가 솟구쳤다.스물아홉 번째가 기침하며 장부를 끌어안았다. 세이라가 아이의 코와 입을 소매로 막았다.“젖은 천을 준비해요!”에이슬라는 약장으로 달려가 해독액을 물통에 쏟았다. 타론과 유렌이 천을 적셔 아이들의 얼굴을 감쌌다.바이렌은 오스테론의 목덜미를 눌렀다.“멈추는 방법을 말해라.”“이미 늦었다.”오스테론은 에이슬라의 얼굴로 웃었다.“두 심장이 하나가 된 순간, 지하의 문은 전부 잠겼다. 약이 퍼지고 나면 열어도 시체밖에 없을 거다.”에이슬라는 가슴을 짚었다.두 박동이 완전히 같은 간격으로 뛰고 있었다.약장 유리문 안에서 네르시아가 손을 들었다.[나를 밀어내.]“싫어요.”[내가 나가면 멈춰.]“나간다는 게 사라진다는 뜻이잖아요.”네르시아가 대답하지 못했다.바이렌이 에이슬라의 어깨를 붙잡았다.“다른 방법을 찾아.”“시간이 없어요.”바닥 아래에서 둔탁한 충격음이 연달아 울렸다.첫 번째 잠금 장치가 닫힌 소리였다.오스테론이 말했다.“다섯 번 더 울리면 끝이다.”두 번째 충격음이 올라왔다.에이슬라는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네르시아, 내 말을 들어요.”유리 안쪽의 자주색 눈이 흔들렸다.“당신이 사라지면 두 심장은 하나가 되는 게 아니에요. 하나만 남는 거예요.”[아이들이 죽어.]“그러니까 함께 뛰지 말자는 거예요.”네르시아의 손끝이 멎었다.“당신은 네르시아로 뛰고, 나는 에이슬라로 뛸 거예요. 같은 몸에 있어도 같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요.”세 번째 충격음이 울렸다.에이슬라는 눈을 감았다.스승의 약방에서 처음 약초를 빻던 날을 떠올렸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고, 창밖에는 봄비가 내렸다. 그 기억에는 네르시아가 없었다.심장 하나가 빨라졌다.거울 속 네르시아는 북문을 바라봤다.불이 붙은 마차, 열리지 않던 문, 칼을 들고 달려가던 자신의 발을 기억했다.다른 박동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두 심장의 간격이 처음으로 어긋
“돌려받으러 왔다. 네가 훔쳐 간 내 왕비를.”에이슬라의 얼굴로 오스테론이 웃었다.바이렌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뻗었다. 오스테론은 피하지 않고 맨손으로 검날을 붙잡았다.손바닥이 찢어졌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상처 가장자리만 검게 변하며 말라붙었다.에이슬라는 자신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 몸에서 나가요.”“네가 먼저 돌려놓아야지.”오스테론의 시선이 네르시아의 몸을 훑었다.“그 몸은 네 것이 아니다.”“내 몸도 당신 것이 아니에요.”“내가 만들고 길렀다. 어떤 약을 먹일지, 무엇을 배우게 할지, 어느 환자를 만나게 할지까지 전부 내가 정했어.”오스테론이 피 묻지 않은 손을 들어 보였다.“이 손이 사람을 살리는 법을 익힌 것도 나를 담기 위해서였다.”“사람을 살린 건 나예요.”“내가 준 지식으로.”“아이들을 실험체로 만든 지식이겠죠.”에이슬라가 한 걸음 다가서자 바이렌이 팔을 뻗어 막았다.오스테론이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이번에는 왕의 뒤에 숨는구나.”“숨는 게 아니라 함께 서 있는 겁니다.”바이렌의 검끝이 오스테론의 목에 닿았다.“그 몸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면 벤다.”“베어라.”오스테론이 목을 내밀었다.“이 여자의 몸이 죽어도 상관없다면.”바이렌의 검이 멎었다.오스테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소매에서 작은 은침을 꺼냈다.에이슬라가 외쳤다.“오른손목을 쳐요!”바이렌이 검등으로 손목을 내리쳤다. 은침이 바닥을 굴렀다.타론이 뒤에서 오스테론의 팔을 꺾었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몸을 틀어 타론을 밀쳐냈다.동작은 에이슬라가 알던 자신의 몸에서 나올 수 없는 힘이었다.하지만 오른쪽 발목이 늦었다.에이슬라는 그 차이를 알아봤다.“몸이 당신을 거부하고 있군요.”오스테론의 표정이 굳었다.“상처에서 피가 나오지 않고, 관절이 움직임을 따라오지 않아요. 영혼이 자리 잡은 게 아니라 시체를 억지로 움직이는 거예요.”“그래도 충분하다.”“아니요. 오래 버티지 못해요.”에이슬라는
제60화. 내 얼굴로 웃었다[그가 기다린 것은, 에이슬라가 이 몸에서 깨어나는 날이다.]장부의 문장을 읽는 순간, 벽에 꽂힌 약병들이 일제히 기울었다.세이라가 스물아홉 번째를 끌어안았다.“엎드리십시오!”“깨지는 병부터 막아야 해요.”에이슬라는 장부를 아이의 품에 밀어 넣고 벽으로 달려갔다.약병을 받치는 금속대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었다. 어느 병이 먼저 깨져도 나머지가 따라 떨어지는 구조였다.병 속 액체는 투명했지만 바닥의 검은 가루와 섞이면 흰 황혼의 증기가 만들어질 터였다.“세이라, 등잔을 꺼요.”세이라가 소매로 불꽃을 덮었다.어둠이 내려앉자 병 표면에 희미한 얼굴이 떠올랐다.네르시아였다.그녀가 다급히 손가락을 움직였다.왼쪽.세 번째.에이슬라는 벽돌을 더듬었다. 세 번째 벽돌만 가장자리에 손때가 묻어 있었다.그것을 밀자 바닥 아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곧 벽 틈에서 물이 쏟아져 검은 가루를 쓸어갔다.첫 번째 약병이 바닥에 떨어졌다.유리가 깨지며 달콤하고 서늘한 냄새가 퍼졌지만, 액체는 물에 희석돼 연기를 만들지 못했다.“밧줄을 내려라!”천장 너머로 바이렌의 목소리가 울렸다.스물아홉 번째가 밧줄을 붙잡자 세이라가 아이의 허리를 단단히 묶었다.“먼저 올라가.”“장부는요?”“네가 들고 가야 해.”아이는 장부를 품에 안고 위로 끌려 올라갔다.에이슬라는 남은 병들을 확인했다. 금속대의 움직임이 멈췄지만 언제 다시 작동할지 알 수 없었다.세이라가 밧줄을 잡으며 말했다.“왕비님부터 올라가십시오.”“당신이 먼저 가요.”“저를 아직 믿으십니까?”“아니요.”에이슬라는 세이라의 허리에 밧줄을 묶었다.“그래서 살아서 조사받으라는 거예요.”세이라가 위로 올라간 뒤 에이슬라가 마지막으로 밧줄을 잡았다.위에서 바이렌이 직접 그녀의 팔을 붙잡아 끌어올렸다.에이슬라의 발이 기도실 바닥에 닿자 바이렌은 손을 놓지 않았다.“다친 곳은?”“없어요.”“확실한가.”“네. 아이부터 봐요.”스물아홉 번째는 장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