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은 걸음을 멈추고 지유나를 돌아보았다.지유나 역시 최음향을 흡입했는지 더워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하승민을 유혹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윤희가 다시 말했다.“지금 유나에게는 하 대표님이 필요해요. 그러니 유나를 두고 안 가실 거죠?”하승민은 지유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지유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와 하승민의 품에 안겼다.지해준과 이윤희는 만족스러운 눈빛을 교환하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지유나의 어깨끈이 오른쪽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왔
지서현은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전화가 온 것이다.발신자를 확인한 지서현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하승민이었다.‘하승민이 전화를 하다니. 왜 갑자기 전화를 걸었을까? 유나와 함께 있었던 게 아니었나?’지서현은 그가 무슨 용건으로 전화했는지 알 수 없어서 받지 않았다.한참 동안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더니 결국 조용해졌다.지서현은 침대에 누웠다. 밤은 깊었지만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는데 똑똑하고 누군가
지서현은 거절했다.“안 돼요!”그녀는 그를 힘껏 밀어냈다. 그때 지서현은 실수로 그의 왼손을 쳤다. “스읍.”그러자 하승민은 아픔을 참지 못하고 신음했다.지서현은 깜짝 놀라 멈췄다.“왜 그래요?”하승민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지서현, 나 손 아파.”그는 왼손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지서현은 그의 왼손이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3바늘이나 꿰맸다는 사실은 몰랐다. 실밥은 제거되었지만 그의 손바닥에는 마치 애벌레처럼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복도에는 두 사람뿐이었고 머리 위로는 희미하고 부드러운 조명이
지서현은 잠이 오지 않았다. 곧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다시 들렸다. 또 누군가 찾아왔다.‘이번에는 누구일까?’지서현은 병실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조현우가 서 있었다.“사모님.”지서현은 밖으로 나가 물었다.“조현우 씨, 무슨 일이에요?”조현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지 씨 저택에서 약에 취하셨습니다. 그린 타운으로 가서 대표님을 좀 돌봐 주세요.”“깨끗한 여자애를 찾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는 안 갈 거예요.”지서현은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사모님!”조현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대표
하승민은 시선을 들었다.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지서현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물었다.“뭐 하러 왔어? 누가 오라고 했지?”지서현은 거실로 들어와 그의 앞에 섰다.“조 비서!”하승민은 사람을 불렀다.“조 비서, 내가 준비하라고 한 사람은? 왜 아직 안 와?”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지서현도 말이 없었다.하승민은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잡아당기며 지서현에게 말했다.“나가!”지서현은 아름다운 속눈썹을 드리우며 그를 보았다“그럼 정말 가요.”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지서현의 몸은 굳었고 곧바로 몸부림치며 소리쳤다.“승민 씨, 안 돼요!”하승민은 그녀를 끌어안아 소파에 눕히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그녀는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하승민은 격렬한 자극을 견디지 못했다. 실수로 꽃병을 넘어뜨렸고 신문과 잡지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곧 지서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마는 소파 윗부분에 부딪혔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녀 위에 있던 남자의 몸도 굳었고 검은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아직도...처음이야?”
하승민은 깨어나지 않았으니 그녀에게 대답해 줄 수 없었다.그때 지서현의 휴대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전화가 온 것이다.유지안에게서 온 전화였다.지서현이 전화를 받자 유지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여보세요, 서현아. 지금 어디야? 빨리 숙소로 돌아와 봐. 수아가 사고를 당했어!”‘뭐라고? 수아가 사고를 당했다고?’지서현은 전화를 끊고 하승민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온 뒤, 바닥의 옷을 주워 입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지서현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조용히
“사모님께서 병실에 들어가신 후, 대표님의 지시대로 깨끗한 처녀를 찾아 보냈습니다.”그 여자가 바로 유지안이었다.하승민은 표정 없이 말했다.“알았어.”하승민은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했다.차가운 물줄기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는 눈을 감고 몸을 씻었다.그의 몸에는 몇 개의 할퀸 자국이 있었고 어깨에는 깊은 이빨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이 모두 지서현이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어젯밤은 단지 꿈이었다.그는 춘몽을 꾸었다. 지서현과 함께 있는 꿈을.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고 그는 그녀의 친구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