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는 사람들을 헤치고 조군익과 하은지 앞으로 나아갔다.엄수아를 보자 하은지는 겁먹은 표정으로 조군익의 뒤에 숨었다.“수아야, 제발 때리지 마... 흑흑.”조군익은 하은지를 감싸며 엄수아를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엄수아, 또 뭘 하려는 거냐?”엄수아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하은지, 너 나한테 맞는 게 그렇게 무서워? 너도 상간녀는 맞아도 싸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상간녀?주변 학생들은 숨을 들이쉬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엄수아는 왜 하은지를 상간녀라고 하는 거지?”“엄수아랑 조군익은 무슨 관계야?”
모두가 하은지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녀를 보는 시선이 음흉해졌다.하은지는 엄수아가 이렇게 빨리 극복하고 역공을 해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사람들을 헤치고 도망쳤다.“은지야!”조군익이 뒤쫓아 갔다.그는 하은지의 가는 팔을 붙잡았다.“은지야, 화났어?”하은지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조군익,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 사람들이 우리를 손가락질해.”조군익은 하은지를 품에 안았다.“아니, 남들 시선 신경 쓰지 마. 은지야, 너 나 좋아해?”늘 연약하고 순진한 척하던 하은지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내일 조군익은 엄수아 면전에서 망신 줄 게 뻔해.”세경대의 남신과 여신,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비틀며 차갑게 웃었다. 요 며칠 하은지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데에는 분명 지유나의 부추김이 있었을 것이다. 엄수아를 겨냥한 짓이 분명했다. 내일 엄수아를 망신 주겠다고?누가 누구를 망신 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지서현은 기숙사로 돌아왔다. 엄수아는 진세윤의 검은색 재킷을 들고 외출하려던 참이었다.“수아야, 잠깐만.”지서현이 엄수아를 불러 세웠다.진세윤의 재킷을 드
엄수아는 손을 들어 똑똑 문을 두드렸다.곧 문이 열렸지만 진세윤이 아니라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여자아이는 엄수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언니, 누구 찾으세요?”엄수아는 교복 차림의 소녀를 보고 진세윤의 여동생 진나래라고 짐작했다. 진나래는 조금 마른 체형이었지만 높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와 깔끔한 차림새, 그리고 밝게 빛나는 눈이 당차고 활기찬 인상을 주었다. 진세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엄수아는 첫눈에 진나래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안녕. 난 엄수아라고 해. 네 오빠 세윤이랑 같은 학교
진세윤은 정말 그녀가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달랐다. 사촌 오빠, 아버지, 조군익... 그들은 집에 일하는 가정부들이 많아서 요리를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진세윤은 요리를 했다.그것도 꽤 잘하는 것 같았다. 금세 집 안에 맛있는 탕수육 냄새가 진동했다.참 공교롭게도 엄수아도 진나래처럼 탕수육을 좋아했다.탕수육은 엄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곧 진세윤은 먹음직스러운 탕수육을 식탁에 내놓았다. 맛있는 냄새와 보기 좋은 색깔의 탕수육, 그리고 담백한 애호박 볶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엄수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엄수아도 당연히 남자의 욕설을 들었다. 그녀는 진세윤을 바라보았다.진세윤의 차가운 얼굴은 가로등 불빛 아래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의 얼굴에는 소년의 풋풋함이 남아 있었다.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자신과 같은 스무 살, 이제 겨우 대학교 1학년이었다.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고 말이 없었다. 엄수아가 입을 열었다.“저기...”말을 채 잇기도 전에 어깨를 감싸던 팔이 떨어져 나가더니 진세윤이 차갑게 말했다.“너, 이거 두고 갔어.”그는 그녀가 들고 간 선물을 가져온 것이다.“아니야. 이건 아주머
‘만약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면 그 여자친구에게도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 줄까? 어머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엄수아는 자신이 계속 진세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빨개졌다.‘내가 왜 이러지?’...엄수아는 밤새 잠을 설쳤고 다음 날 학교도 늦게 도착했다.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곳곳에 꽃과 풍선으로 장식되어 있었다.조군익은 커다란 장미꽃 다발을 들고 하은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은지야,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사랑하게 되었어. 내 여자친구가 돼줄래?”예쁜 원피스
지유나가 고개를 들어보니 지서현이었다. 지서현이 온 것이다.지유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가 기다리던 지서현이 드디어 왔다.지서현이 엄수아 곁으로 다가오자 엄수아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아, 저것들은 정말 비열하고 뻔뻔해.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어!”“수아야, 나 다 알아.”지서현은 엄수아에게 진정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지유나는 웃으며 말했다.“서현아. 마침 잘 왔어. 네 친구 엄수아가 조군익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 말을 믿어?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너도 엄수아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엄수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렸다.하은지는 어이가 없었다.그때, 조군익이 성큼성큼 다가와 엄수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수아야, 너 진짜 진세윤 좋아하는 거야?”엄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조군익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진세윤을 좋아할 수가 있어? 나 약 올리려고 그러는 거지? 수아 너도 밀당하는구나? 내 관심 끌려고?”엄수아는 어이가 없었다.“군익아, 잘 들어. 너랑 나는 이미 끝났어. 어렸을 때니까 네가 날 이용하고 양다리 걸친 거, 그래, 넘어가 줄게. 사실 나도 너한
엄수아는 잠시 멍해졌다. 그녀의 머리핀은 숙모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양지혜는 웃으며 말했다.“넌 760만 원짜리 샤넬 머리핀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니지만 진세윤은 그 돈 벌려면 한참 걸릴걸? 그런데도 너희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엄수아는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우리가 어울리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어쨌든 너랑 진세윤은 안 어울려!”“너!”그때 진세윤이 양지혜에게 말했다.“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세 번 말하게 하지 마.”양지혜는 진세윤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진세윤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에게 향하자,
진세윤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놓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엄수아는 콧속이 뜨거운 것을 느꼈다. 손으로 만져 보니 손가락에 피가 묻어 있었다.“앗, 코피 나!”엄수아는 놀라서 소리쳤다.진세윤은 그녀를 흘끗 보았다. 코피가 나고 있었다.그는 휴지를 두 장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고개 들고 있어. 금방 멈출 거야.”엄수아는 휴지를 받아 들고 고개를 들었다.“왜 코피가 나는 거지?”진세윤은 대답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몹시 추웠지만 그의 주변에 감돌던 달콤한 소녀의
엄수아는 또박또박 말했다. 네가 내 몸을 다 봤다고.그녀를 보며 말했다.“못 봤어.”“아직도 거짓말해? 방금 봤잖아?”진세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봤다. 그는 눈이 멀쩡했으니까.엄수아의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은 홍조로 뒤덮였다. 방금 일을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지서현인 줄 알았는데 그가 서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방금 뭘 봤고 뭘 들었어?”엄수아가 물었다.진세윤은 침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수아는 그가 자신을 무시하고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싫었다.“벙어리야?”진세윤은 말했다.“D컵이 되고 싶다고
탈의실에서 엄수아는 새 옷을 꺼내 들고 등을 돌린 채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서현이가 벌써 왔나?'엄수아가 말했다.“들어와.”탈의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지서현이 아니라 진세윤이었다.진세윤이 온 것이다.진세윤은 탈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엄수아를 보았다.엄수아는 교복 치마를 입고 위에는 새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는데 가느다란 두 팔을 뒤로 돌려 브래지어 훅을 채우고 있었다. 진세윤은 순간 당황했다. 노크를 하고 들어왔는데 이런 모습
곧 구경하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다.“큰일 났다! 여기 싸움 났어!”양지혜는 그 말에 덜컥 겁이 났다. 학교에서 싸움을 하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너무 아팠다.양지혜는 엄수아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다른 여학생들이 엄수아를 에워싸고 공격했지만 엄수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양지혜만 계속 때렸다.양지혜는 온몸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그녀는 엄수아를 밀치며 소리쳤다.“엄수아, 너 가만 안 둬! 내가 사람 데려올 거야!”그 말을 남기고 양지혜는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도망쳤다.엄수아도 상처를 입었고 옷도 찢어졌다. 엄수아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진세윤 아빠가 마약상이라던데?”양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진세윤은 마약상 아들이야. 게다가 엄마는 눈이 안 보이고 중학생 여동생도 하나 있는데 집안 형편이 말도 아니래. 그런데 마약상 아버지, 눈먼 어머니, 공부하는 여동생, 망가진 진세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내 도전 의식을 자극하더라. 하하.”양지혜와 주변 여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진세윤의 가정을 비웃고 있었다.엄수아는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예쁜 눈으로 양지혜 일행을 쏘아보았다.“그만 좀 웃으시죠?”엄수아의 갑작스
하승민은 답장하라고 명령했다.지서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누군데 명령하는 거지? 회사 사장인가?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지서현은 다시 한번 무시했다.운전석에 앉은 소문익이 웃으며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랑 이혼은 했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네. 하 대표 그 녀석이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은 것 아니야?”지서현이 대답했다.“글쎄요.”소문익이 말을 이었다.“매장에서 내가 네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하 대표 눈빛이 내 손을 잘라버릴 듯하던데. 서현아, 네 가짜 남자친구 노릇하는 것도 쉬
지동욱과 강미화는 예비 사위 C 신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예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 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지예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C 신?”하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라고?’지예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만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지예슬은 곧바로 카톡을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