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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Author: 인가연
설령 아이가 없더라도 신시아는 이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중에 언니가 좋은 집안에 시집갈 수도 있잖아요!”

정다슬은 답답한 나머지 신시아가 하씨 가문과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한편 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팽팽한 압박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할머니, 다슬 씨. 저는 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부디 제 입장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권미희는 그녀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신시아를 바라보았다.

“알았어. 네 뜻이 확고하다면 이 일은... 더 이상 언급 안 할게.”

그재야 신시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네 할아버지 생신 연회는 꼭 참석하렴. 다슬이 친구로서 말이다.”

권미희는 신시아가 정씨 가문과 가까워질수록 하씨 가문으로 시집갈 희망이 커질 것이라고 여겼다.

이제 막 손녀로 삼을 제안을 거부했는데 생신연회까지 거절한다면 권미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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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2화

    모녀는 휴게실을 나와 연회장으로 직행했다.그 시각, 연회장은 한창 열기로 달아올랐다. 정태석과 권미희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 인사를 받았다.정재형은 짧은 소감을 밝히고는 기현주에게 마이크를 넘겼다.진한 레드 드레스를 차려입은 기현주는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오늘은 우리 정씨 가문에 겹경사가 있는 날입니다. 아버님의 생신 연회를 빌려 기쁜 소식 하나 더 전할까 합니다. 바로 우리 우진이와 유라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는 8월 26일로 정해졌어요. 그날 여러분 모두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순식간에 연회장이 떠들썩해지고 여기저기서 축하의 박수와 덕담이 쏟아져 나왔다.정우진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속속 그와 잔을 부딪쳤다.“정 대표님, 축하드려요!”“축하합니다!”정우진은 손에 든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귀족적인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눈매까지 닿지 않은 채 차갑게 멈춰 있었다.“감사합니다.”이 광경을 본 은유라가 연회장 입구에서 손연경을 붙잡았다.“됐어요, 엄마. 묻지 마세요.”손연경은 억울함에 이를 갈았다.“그냥 넘어가면 어떡해? 저 늙은이들이 시아 그년만 소중히 여기고 너는 안중에도 없잖아! 아이 문제도 그렇고 결혼하기 전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해!”그녀는 은유라를 끌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다만 은유라는 끈질기게 엄마를 막아섰다.“나한텐 우진 오빠랑 결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씨 가문에 망신을 주면 우리 결혼도 끝장이라고요!”그제야 손연경도 조금 진정이 됐다.그녀는 단상 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껏 치켜세워지고 있는 기현주를 응시했다.“하긴, 네 시어머니도 체면을 중시하니 이따 연회 끝나거든 다시 가서 물어볼게.”은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올려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엄마, 나 화장 안 번졌죠?”“완벽해! 우리 딸 제일 예뻐.”손연경은 흘러내린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곧이어 은유라는 허리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1화

    “어머님.”은유라는 조용히 쉴 곳을 찾으려다가 기현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우진이 바쁘잖아요. 엄마로서 이해해 줘야죠. 게다가 유라는 현주 씨가 잘 보살피면 되는 걸요 뭐. 나도 뭐라 안 하는데 왜 아들한테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요?”옆에서 손연경이 맞장구를 쳤다. 서로의 자식을 치켜세우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사모님들도 덩달아 웃으며 거들었다. 별안간 기현주와 손연경을 향한 찬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은유라는 그저 형식적으로 몇 마디 대꾸할 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기현주와 손연경에게 아부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시선은 자꾸만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정우진에게로 향했다.바로 그때,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하선재의 의미심장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선재는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자 잔을 들어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은유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예 못 본 척하면서 말이다.“유라야, 왜 그래?”손연경은 이 자리에 오기 전, 오늘이 정태석의 생신 연회임을 수없이 강조했다.하여 은유라는 신시아의 임신 소식 때문에 속이 뒤틀렸지만, 겉으로는 항상 웃음을 유지해야 했다.그나저나 멀쩡했던 얼굴이 정태석을 만나고 내려온 직후부터 눈에 띄게 굳어졌다. ‘나 뭔 일 있어요’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일 기세였다.“아니에요, 아무것도.”은유라가 고개를 저었다.“유라야, 위층 올라가서 엄마 물건 좀 가져다줄래?”그때 손연경이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다.“삼 층 휴게실에 엄마 휴대폰을 놓고 온 것 같구나.”“네, 알겠어요.”은유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현주에게 말했다.“어머님, 저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기현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얼른 다녀오렴.”연회장을 벗어난 은유라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하선재가 술잔을 들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은유라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닫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0화

    권미희는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 상황을 넘기려 했다.“선물까지 사 왔어? 할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시겠네. 얼른 열어볼까?”정태석도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닫고 권미희의 장단에 맞췄다.“그래, 어디 봐봐.”그는 선물을 받아들고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뜯었다.한편 은유라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곁에 선 정우진의 눈치를 살폈다.“앉아.”정우진이 얇은 입술 사이로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정태석이 이름을 잘못 부른 걸 정말 못 들은 건지 아니면 권미희처럼 모르는 척 덮어주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은유라의 가슴속은 그야말로 뒤집힐 듯한 통증으로 일렁였다.신시아가 전까지 눈엣가시였다면 이제는 아예 살을 파고드는 가시가 되어버렸다.심장 한가운데 박혀서 건드리지 않아도 은근히 찌릿하게 저려오는 그런 고통스러운 가시 말이다.“할아버지, 할머니, 시아 언니...”휴게실의 정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다슬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시아의 이름을 부르며 성큼성큼 들어오던 그녀는 안에 은유라가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입꾹닫 모드로 변했다.방 안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너는 애가 왜 이렇게 부산스러운 거니?”권미희가 손녀에게 눈짓을 주었다.“어서 와서 유라가 가져온 선물 좀 풀어보렴.”정다슬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키며 ‘네’ 하고는 정태석의 곁으로 다가가 선물 상자를 풀기 시작했다.은유라가 준비한 선물은 수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다기 세트였다.푸른 바탕에 금색 가루를 뿌린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한눈에도 값비싼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정태석에게 가장 넘쳐나는 것이 바로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이런 종류의, 심지어 이것보다 더 비싼 다기들은 집에 차고 넘쳤다.그럼에도 어르신은 예의를 갖춰 말했다.“유라 안목이 참 좋네.”“집에 가서 예쁘게 진열해 둬야겠어요.”권미희도 싱글벙글하며 맞장구쳤다.은유라의 속은 쓰렸지만, 얼굴에는 억지웃음을 띄웠다.“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다슬아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79화

    하선재는 요사스러운 미남형 얼굴에 비굴할 정도로 살가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하 대표님.”신시아가 손을 빼내며 냉랭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시죠?”하선재가 멋쩍게 웃었다.“아니, 그냥 사과라도 좀 할까 해서. 물론 나도 그 당시에는 방관자이긴 했지만 나름 신 비서 편을 들어줬잖아. 은유라 일도 따지고 보면 다 내가...”“고마워요.”신시아는 그의 말을 자르며 아래층으로 두어 계단 내려가 거리를 벌렸다.“만약 고맙다는 말로 퉁치는 게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앞으로는 저 안 도와주셔도 돼요.”고맙다는 말 외에 그녀가 하선재에게 줄 수 있는 ‘보답’ 따위는 없으니까.하선재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뼈를 알아차리고는 더욱 민망해졌다.“내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게 좀 비겁하긴 했지. 그래도 세상 살다 보면 구경할 거리는 다 챙겨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저기 신 비서! 잠깐만 있어 봐.”하선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시아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좀 천천히 가. 조심해야지...”신시아가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에 하선재는 가슴이 다 철렁했다.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주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선재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호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신시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진심이었다.나중에라도 다른 방식으로 제대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하선재 씨! 시아 언니한테 또 무슨 짓 하려는 거예요?”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다슬이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하선재에게 쏘아붙였다.남자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넌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시아 언니 괴롭히면 그땐 내가 가만 안 둬요!”정다슬은 두 사람의 일에 참견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신시아의 편을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언니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선재 씨가 계속 언니 괴롭히면 그건 우리 집안을 적으로 돌리는 거나 다름없다고요!”하선재는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78화

    신시아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우윳빛처럼 뽀얀 얼굴에 혈기가 조금씩 가시더니 이내 창백해졌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결혼식은 언제예요?”“넉 달 뒤, 팔구월쯤.”정다슬은 기현주에게 흘려듣듯 들었던 터라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다.팔월 말에서 구월 초라니, 공교롭게도 신시아의 출산 예정일과 겹치는 시기였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정태석과 권미희의 대화에 맞장구를 쳤다.잠시 후, 정태석에게 인사를 하러 온 손님들이 삼삼오오 들어왔다.신시아는 그 틈을 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막 아래층으로 내려섰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정우진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몸에 딱 떨어지는 검은색 오뜨 꾸뛰르 슈트를 입은 남자는 훤칠하고 탄탄한 체격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다.손에는 핑크색 파우치가 들려 있었는데 아마도 은유라의 가방인 듯싶었다.다만 정작 그 주인인 은유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대표님.”신시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정우진은 찰나의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버건디 컬러 드레스가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투명하게 비추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그 자체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이목구비가 빛을 발했다.가늘게 휜 눈매에는 은은한 고혹미와 순수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었는데 상반된 두 매력이 그녀의 얼굴 위에서는 위화감 없이 어우러졌다.정우진의 눈동자가 서서히 짙게 가라앉았다.한편 신시아는 그가 자신의 등장을 못마땅해한다고 여겼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할아버지께 선물만 전해드리고 막 돌아가던 참이었어요.”“이왕 온 김에 할아버지랑 식사라도 하고 가.”정우진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두 분이 너를 기다리시는데 굳이 분위기 깨지 말고.”신시아는 수 초간 침묵하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는 또 볼일이 있어서요.”그녀가 몸을 돌려 밖으로 향하던 찰나였다.정우진의 곁을 스쳐 지날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77화

    손연경은 급히 발걸음을 옮겨 딸의 뒤를 쫓았다.“유라야, 엄마 여기 있잖아. 엄마가 뒤봐줄 테니 신시아 같은 애는 신경 쓸 거 없어!”...신시아와 정다슬은 드레스 쇼핑을 마치고 정태석을 위한 선물까지 골랐다.점심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헤어지고 난 뒤 신시아의 마음은 영 개운치 않았다.은유라와 손연경 모녀를 마주친 이후로 그녀의 신경은 온통 곤두서 있었다.정다슬이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말했다.“언니랑 우리 오빠는 이미 과거일 뿐이잖아요. 지금은 서로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려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언니 편이니 아무 걱정 말아요.”“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라 다슬 씨네 집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신시아가 차분하게 덧붙였다.“은유라가 언젠가 정씨 가문 사람이 될 텐데 제가 끼어들면 괜히 불편해질 거잖아요.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정다슬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래도 할머니 소원인데 할아버지 생신 연회에 꼭 참석해주셔야 해요. 약속한 거잖아요.”“약속한 건 당연히 지키죠. 꼭 가요.”신시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정다슬에게 부탁했다.“하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가 또 있다면 저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는 할머니께 잘 좀 말씀드려줘요.”“네?”정다슬은 금세 시무룩해졌다.“곧 내 생일인데 언니도 초대하고 싶었단 말이에요.”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다슬 씨 생일은 생일대로 즐겁게 보내고 우린 나중에 따로 만나서 밥 먹어요. 그때 제대로 축하해 줄게요.”신시아는 정다슬이 내미는 그 순수한 마음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정다슬은 비로소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씨 가문과 엮이는 자리에 신시아를 억지로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정태석의 생신 연회 당일.경원 호텔 전체를 대관한 성대한 연회는 신시아가 도착했을 무렵, 아직 시작 전이었다.입구에서 기다리던 정다슬이 신시아를 맞이해 2층 휴게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00화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는 순간, 정우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 신시아의 모습이 새겨졌다.그녀는 엘리베이터 한가운데 서서 상자를 안고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 깊은 곳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아, 백영의 정상적인 내부 인사이동이었군요. 그럼 저희는 더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방태우는 상황을 눈치채고, 신시아가 급하게 발령을 받아 떠나는 것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또 정우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보고, 체면이 깎인 탓이라 짐작하며 현성월과 함께 화제를 돌렸다.“여보, 아까 은유라 씨랑 경원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7화

    게다가 김지원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오히려 신시아보다 더 격하게 반응할 게 뻔했다.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신시아는 놀랄 만큼 차분했다.그녀는 그저 ‘판결’을 기다릴 뿐이었다.주말 오전 10시, 신시아는 정확히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이미 이사들은 모두 도착해 있었다.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들어가 주석 자리 옆에 서서 모두의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정우진은 검은 모직 코트를 입고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는 기름을 바른 듯 반듯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다리를 꼬고 앉은 그는 방태우와의 협력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화

    신시아는 보육원 출신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케이스였다. 우수한 성적 덕분에 국내 최고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고 그곳에서 정우진을 만났다.수많은 부잣집 도련님들 사이에서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그녀의 시선을 단번에 장악한 사람이 바로 정우진이었다.신시아는 지난 2년간의 결혼 생활과 밤마다 나누었던 그 뜨겁던 순간들만으로 평생을 버틸 추억이라 치부하려 했다.그런데 하필 배 속에 아이가 생겨버렸다.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차마 지울 수는 없었다.정우진이 아이를 빼앗아갈까 봐 두려우면서도 한편으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화

    깊은 밤, 신시아가 갓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드디어 엄마 되었어요. 우리 첫째랍니다!]피드를 올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반년 전에 이혼한 전남편 정우진이 집 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정우진의 침울한 얼굴이 비좁은 방 안의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신시아는 문고리를 더 세게 잡았다.“무슨 일이에요?”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번쩍이는 새 구두가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빛바랜 꽃무늬 장판 위를 밟자 그 위화감이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듯했다.그가 이곳을 찾은 것이 처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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