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내려와 봐. 옆 상가에 아이스크림 가게 또 있거든. 가서 하나 더 사줄게. 대신 작은 거밖에 안 돼...”김지원이 다가와 신시아의 시야를 가리며 차창을 톡톡 두드렸다.다만 그녀가 좀처럼 내리지 않자 아예 문을 열고 밖으로 끌어내렸다.신시아는 갑작스러운 힘에 밀려 차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김지원을 지나쳐 조금 전 그 장소에 고정되었다.아파트 구석 나무 그늘에 정우진이 서 있던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예전에 그가 이곳으로 자신을 데리러 왔던 때가 생각났다.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 서리가 내려앉은 날,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그녀가 내려오길 기다리던 정우진의 모습.찰나의 환영처럼 그날의 잔상이 지금과 겹쳐 보였다.하지만 그늘에 서 있던 그 형체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빽빽한 나뭇잎 때문에 드리워진 그림자만이 그 자리를 어둡게 메우고 있었다.정우진은 없었다. 그 어디에도...“어이, 뭘 그렇게 봐?”김지원이 멍하니 한곳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이에 신시아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방금 뭐라 그랬어?”“상가 가서 아이스크림 사준다고.”김지원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나무 쪽을 힐끗 보았다.“됐어. 배고파. 가서 밥이나 먹자.”신시아는 얼른 차에 타라는 듯 손짓하고는 먼저 허리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다.김지원이 조수석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향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무 그늘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꽤 오래된 듯 굵직한 나무, 그 뒤편으로 검은 옷자락이 살짝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차 문을 열려던 동작을 잠시 멈췄다.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함을 되찾고 차에 올라탔다.“가자.”그녀가 차를 몰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갈 때, 백미러를 통해 나무 쪽을 다시 확인했다.코너를 돌 때, 나무 뒤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똑똑히 보였다.탄탄하고 다부진 체격의 정우진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한 손에는 검은 양복 상의를 들고 있었고 다른
주변을 살피던 신시아가 조심스레 문틈을 열었다.“짜잔!”그때 김지원이 고개를 쑥 들이밀고 손에는 아이스크림 두 개가 들려 있었다.“먹을래?”“어떻게 왔어?”신시아가 문을 활짝 열며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었다.“전에는 못 먹게 했잖아.”“가끔 한 번 먹는 건 괜찮아.”김지원은 안으로 들어와 신시아의 캐리어를 끌었다.“배부른 임산부 혼자 짐 싸게 두는 게 말이 돼? 얼른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김지원의 재촉에 신시아는 신발을 갈아신고는 아이스크림을 든 채 뒤따라 내려갔다.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눈웃음을 지었다.“빈이랑 낮잠 한숨 자고 났더니 기운이 펄펄 나네. 이따 밥부터 먹으러 갈까?”김지원이 가방을 트렁크에 싣는 사이, 신시아는 새 아이스크림 포장을 뜯어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아니, 빈이가 너 안 보이면 또 칭얼거릴걸.”“시터 이모님이 차 안에서 보고 계셔.”김지원이 뒷좌석을 힐끗 가리켰다.창문 너머로는 내부가 잘 안 보이지만 그럼에도 신시아는 어렴풋이 누군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다 먹고 타. 우리 빈이 입맛 다시게 하지 말고.”김지원은 짐을 다 정리하고는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신시아도 서둘러 먹어치웠다.“이따 어디 가?”“우리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한 식당이 하나 있는데 분위기가 꽤 괜찮더라. 거기 가보자.”김지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덧붙였다.“나중에 여기 떠나면 맛집들 다 그리워질 거야.”떠난다는 말에 신시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우진은 여태껏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마침 정우진이었다.신시아는 아이스크림을 김지원에게 넘기며 ‘쉿’하는 시늉을 했다.“네, 대표님.”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꼿꼿이 세웠다.수화기 너머로는 정적만이 흘렀다.몇 초를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신시아는 끊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정우진은 날렵한 턱선을 드러내고 있었고 테이블 끝을 짚은 손등 위로는 힘줄이 불거졌다. 손가락 끝은 아직 찻물에 젖어 축축한 상태였다.“방금 만난 사람 누구야?”박도영은 그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어머, 깜빡했네! 네 비서였지. 들어와서 인사라도 시킬 걸 그랬어.”정우진의 숨이 턱 막히고 살짝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한순간에 팽팽하게 굳어졌다.‘신시아? 임신 22주에 태아 발육이 작은 편이라고? 게다가 후기에는 부부관계를 조심하라니!’임신과 관련된 지식이라곤 전무했던 정우진에게 방금 들은 대화는 모든 게 생소했다.신시아의 목소리 외에 익숙한 점을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하도 낯서니까 순간 저 여자가 신시아가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다.그저 목소리만 비슷할 뿐이라고. 하지만 그토록 익숙한 목소리를 어떻게 잘못 들을 수 있겠는가.“업무 때문에 곧 지방으로 내려간다더라고. 오늘은 진료 기록 찾으러 온 거야.”박도영은 정우진의 찻잔을 바로 세우며 차를 따랐다.“시아 씨 남편은 본 적 있어? 전에 몇 번 검진 받으러 왔는데 남편이 같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누가 보면 싱글맘인 줄 알겠어.”은근히 떠보는 듯한 말들이 정우진의 심장을 쿵쿵 내리쳤다.남자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적막한 공간이 그의 마음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정우진은 벌떡 일어나 재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멀어지는 발소리가 묵직하고 규칙적으로 이어지다 이내 자취를 감췄다.한편 박도영은 그가 앉았던 자리를 멍하니 응시했다.‘내 실수를 만회하는 건 여기까지가 최선이야.’찻집을 나온 신시아는 택시에 올라타고 나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박도영이 했던 말들을 찬찬히 되새겨 보니 하나같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기묘했다.반쯤 열려 있던 문, 그 안에서 들려온 달그락거리는 소리.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심란해질 따름이었다.돌아가는 길, 그녀는 김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박도영과 나눈 대화를 요약해서 털어놓은 것이다.“별생
다실은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안쪽 방 문은 반쯤 열린 상태였다.박도영은 바깥쪽 방 사각 테이블 앞에 앉아 능숙하게 차를 우렸다.“안녕하세요.”신시아가 안으로 들어섰다.“오셨네요, 시아 씨. 멀리까지 와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박도영은 손짓으로 신시아에게 앉으라고 권했다.한편 진료 기록이 안 보이자 그녀는 깍듯이 물었다.“바쁘신데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진료 기록 좀 주시겠어요?”“죄송해요. 차에 두고 와서 이미 점원을 시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박도영은 콧등의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맞은편 자리의 찻잔에 차를 다시 채웠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 그리고 이 차는 임산부가 마셔도 되니 안심하세요. 마침 드릴 말씀도 좀 있고요.”반쯤 열린 문 안쪽에서 별안간 잔잔한 소음이 새어 나왔다.‘안에 누구 있나? 박 선생님이 부른 사람이겠지.’생각을 마친 신시아는 미간을 살짝 구겼지만 끝내 자리에 앉았다.“고마워요.”“시아 씨, 벌써 임신 22주 차네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앞으로 저한테 진료를 받지 않으신다 해도 몇 마디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막달로 갈수록 주의해야 할 게 많거든요.”박도영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꼼꼼하게 일러주었다.“현재 태아 발육이 조금 작은 편이에요. 후기로 갈수록 영양 섭취에 신경 쓰고 무리하지 마세요. 가능하다면 일을 잠시 멈추고 온전히 태교에만 전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런 말들은 신시아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어쩌면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게 어색할까 봐 별것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양이었다.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선생님.”“임신 후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을 하나 더 말씀드릴게요.”박도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참 후에야 찻잔을 내려놓았다.“시아 씨 남편분은 뵌 적이 없습니다만 젊으신 걸 보니 아마 그분도 혈기왕성할 테지요. 임신 후기에는 절대 부부관계를 갖지 마세요.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임신 후
정우진은 문을 열고 나가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사내자식이 뭘 그렇게 유난이야? 날 속일 배짱이 있다면 네 목숨으로 갚으면 그만이지.”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은 그 목소리엔 형제처럼 지내온 세월에 대한 확신이 묻어났다.박도영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바로 그것이었다.정우진이 사라지자 박도영은 의자에 다시 몸을 기댄 채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깊게 가라앉았다.‘은유라, 이제 시작이야. 어디 한번 두고 봐.’...주말을 하루 앞둔 날, 신시아는 박도영에게 메시지를 받았는데 내일 교외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그 사람이 너를 불러냈다고?”김지원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침대에서 펄쩍 뛸 지경이었다.“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나야 애 낳은 몸이라 그렇다 쳐도 너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신시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김지원의 머리를 톡 찔렀다.“진료 기록 전해주려고 그러는 거야.”김지원은 이마를 문지르곤 알겠다고 답한 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그 사람이 무슨 꿍꿍이를 부릴까 봐 겁나? 그럼 내가 같이 가줄까?”“딱히 무섭진 않아.”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다만 좀 궁금해서. 병원 간호사한테 맡겨두면 내가 찾아가면 될 일을 굳이 왜 그렇게 먼 곳에서 보자는 건지.”직감적으로 박도영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느껴졌지만 도무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이 안 갔다.“설마 널 잡아먹기라도 하겠어?”김지원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인어처럼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신시아를 바라봤다.“같이 가줄게. 감히 너한테 몹쓸 짓 하면 내가 대신 막아줘야지.”신시아는 피식 웃었다. 박도영이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할 거라곤 상상이 안 갔으니까.오히려 그녀 자신이 박도영을 덮칠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일단 물어는 볼게.”그녀는 박도영에게 물음표를 하나 보냈다.[내일 쉬는 날인데 실수로 시아 씨 진료 기록을 집에 가져와 버렸어요. 며칠 뒤에 휴가라 병원에 가져다 놓을 시간이 없네요. 번거
은유라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설마 나... 박도영한테 속은 거야?’“자, 누우세요. 긴장할 것 없어요. 그냥 간단한 검사예요.”외국인 의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은유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무심코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안에 텅 비어 있었다.가방은 정우진에게 두고 왔고 휴대폰도 그 안에 있었다.박도영에게 전화라도 걸어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은유라 씨, 긴장 푸셔도 됩니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외국인 의사가 침대를 툭툭 치며 말했다.“일단 누우시죠. 밖에 다른 환자들도 기다리고 있어요.”은유라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검사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배 살짝 들어 올리세요.”외국인 의사가 검사 기구를 세팅하며 그녀가 굳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금 재촉했다.은유라는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입을 뗐다.“저기... 죄송한데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요. 도영이한테 할 말이 있는데 대신 전화 좀 걸어주실 수 있나요?”“검사 끝나고 위층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의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은유라를 빤히 쳐다보며 눈썹을 까닥였고 서두르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이에 은유라는 떨리는 손길로 옷을 천천히 걷어 올렸다.“그냥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주세요. 딱 한 마디면 돼요.”마스크를 쓴 외국인 의사의 푸르스름한 눈동자에 찰나의 짜증이 스쳤다.“은유라 씨, 지금 진료 중입니다.”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 없다는 명백한 거절이었다.은유라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옷을 걷어 올렸다.배 위로 서늘한 공기가 닿았고 뒤이어 차가운 기계의 감촉이 온몸으로 퍼지며 한기를 더했다.“지금...”외국인 의사가 입을 열기 바쁘게 안쪽 문 너머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박도영이 검사실에 나타났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외국인 의사에게 말했다.“교수님, 연구실 쪽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계속 전화를 드려도 안 받으셔서
정다슬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현주가 방을 나가자마자 그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한편, 은유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하던 정우진과 서로 밀착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잔상이 신시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보지나 말걸...’돌아오는 길에서 신시아는 찬 밤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편의점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이어진 며칠 동안 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 임박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정작 신시아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직서에 대한 아
신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패딩 자락을 끌어당겨 아직 평평한 배를 가렸다.“했어요 출근. 올해는 유독 추위를 타네요. 나이를 먹었나 봐요.”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제 노트북이 필요하신가요? 그럼 차에서 가져올게요.”“내 거 써.”정우진이 노트북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잠금 화면에 남녀의 뒷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띄워져 있었다.신시아는 한눈에 알아봤다. 남자는 정우진이고 여자의 실루엣을 보아 은유라와 닮아 있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곧장 파일을 열어 기계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기 시작
거실에 있던 몇 사람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정우진의 어머니 기현주가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왔다.쉰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그녀의 몸매는 30대처럼 완벽하게 관리되어 있었다.그녀는 빨간 숄 하나만 어깨에 걸친 채 영하 10도에 달하는 바깥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을 맞으러 나섰다.눈이 부시던 헤드라이트가 꺼지자 신시아는 비로소 정우진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은유라를 똑똑히 보게 됐다.평소 신시아 앞에서는 고고하게 거리만 두던 기현주가 은유라에게는 제 팔짱을 흔쾌히 내어주고 있었다.정우진은 입가에
은유라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임정현은 한창 비행기 티켓을 예매 중이었다.“오빠는요? 비행기 티켓은 왜 예매해요?”“휴식실에 계세요. 지사에 급한 일이 생겨 대표님께서 급히 출국하셔야 합니다.”임정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은유라가 가방에서 여권을 꺼냈다.“내 것도 같이 예매해줘요. 따라갈 테니까.”“네?”임정현이 당황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에 은유라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대꾸했다.“왜요? 우진 오빠한테 직접 확인이라도 받으라고요?”지난 반년, 정우진이 가는 곳엔 늘 은유라가 있었다.임정현은 씁쓸하게 그녀의 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