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선은 곧바로 일어나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잠이나 자라 했잖니? 왜 또 내려왔어? 우리가 시끄러워서 깨운 거야?”유지태도 거들어 말했다.“푹 쉬어야지. 네 사촌 언니가 막 돌아왔거든. 지금 별장 얘기하고 있었어.”조백림은 무심히 유정을 바라보았고, 입꼬리에 비웃음이 살짝 걸렸다. 이 집안의 편애는 정말이지 누구나 알아볼 정도였다.유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괜찮아요. 원래 자다가 깼어요.”신희는 조심스럽게 백림의 앞으로 다가왔다. 분홍빛 입술을 꼭 다물고, 눈매에는 착하고 순진한 표정을 띠었다.“사장님, 다 제 잘못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제 몸 때문에 그 별장을 사주고 싶었던 것뿐이에요.”백림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유정을 대신해서, 당신의 철없음을 용서하죠.”신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곧 신희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제 잘못이에요. 몸이 약해서 늘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쳐요.”신희는 고개를 돌려 유지태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그 별장 저 필요 없어요. 언니를 억지로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유정은 냉소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결국은 자신이 못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반박할 틈도 없이 백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엔, 마치 유정이가 일부러 신희 씨를 괴롭히는 것처럼 들리네요. 명백히 신희 씨가 유정이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데요.”“좋아하는 걸 뺏지 못한다고 감정에 호소하다니, 몸이 약하면 남의 물건을 빼앗아도 되는 건가요? 우리 유정이가 건강한 게 죄라도 된다는 건가요?”유정은 우리 유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려 백림을 바라보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당당히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유정은 백림의 당당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감동했다.자신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유신희는 멍하니 백림을 바라보다가
역시나, 할아버지가 약간만 압박을 가하자, 유정의 아버지인 유탁준은 곧 유정에게 설득을 시작했다.“유정아, 그 별장을 산다고 해도 너는 어차피 거기서 살지 않고, 집에 계속 있을 거잖아. 그러니 신희한테 양보하자. 네가 언니니까, 동생을 좀 배려해 줘야지.”유정은 유탁준 얼굴에 어려운 기색이 드리운 것을 보며, 속이 상하고 또 서운했다. 조금은 억지를 부리듯 말했다.“누가 안 산다고 했어요? 저는 정말로 좋아서 산 거예요.”“그 자리에 있는 별장은 정말 구하기 힘들어서, 오래전부터 사람을 시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버지도 제일 잘 아시잖아요.”유정의 아버지 유탁준은 차분히 설득을 이어갔다.“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결국 물건일 뿐이야. 가족 간의 정에는 견줄 수 없어. 유정아, 넌 원래 마음도 넓고 대범해서, 늘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였잖니.”유정은 입술을 꽉 깨물고, 어머니 서은혜를 바라보았다. 혹시 어머니라도 자기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서은혜는 조용히 눈짓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보하라는 신호였다.마치 유정 혼자만 고집을 부리는 철없는 아이가 된 듯했다. 모든 어른의 따가운 시선이 유정을 향했다.“조백림 사장님!”현관 쪽에서 도우미가 다소 놀라며 정중히 인사했다. 유정은 고개를 돌려보았고, 뜻밖에도 백림이 유씨 저택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유정은 백림이 이미 떠난 줄 알았다.“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백림은 베이지색 캐주얼 차림에,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을 풍기며 들어섰다. 길고 곧은 체구가 마치 한 줄기 청량한 바람처럼 유씨 집안의 무거운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다.유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탁준조차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백림아,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냐?”백림은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유정에게 건넸다.“유정이랑 함께 강성에서 돌아왔어요. 아까 급히 들어가느라 제가 준 걸 두고 가서요.”백림이 건네는 것은 고급스러운 보석함이었다. 백림은 유정을
유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유정은 조백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백림은 유씨 집안을 둘러보았다. 거실 불이 아직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같이 들어가 줄까?”“괜찮아, 고마워.”유정은 담담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백림은 유정의 고집 센 성격을 알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유정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도우미가 다가와 유정의 짐을 받아들었다.“아가씨, 돌아오셨군요. 어르신께서 아직 주무시지 않고 아가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유정은 속으로 싸늘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담담히 대답했다. 유씨 집안의 장남, 유정의 큰아버지는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결혼도 못 하고 세상을 떠났다.그 사건 이후 유정의 조부모는 큰 슬픔에 잠겼고, 엄격한 규칙을 세웠다. 자신들이 살아 있는 동안, 유씨 집안의 둘째, 셋째 집안은 사업 수익을 나눌 수는 있어도, 분가할 수는 없었다. 모두 함께 본가에 살아야 했다.오늘, 유정이 구입한 별장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유정의 조부모는 유정의 부모조차 쉬게 하지 않고 붙잡아두었다. 유정이 돌아와 직접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게 한 것이다.그래서 유정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유신희만 방으로 돌아가 쉬었을 뿐,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유정의 어머니 서은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부른다고 장시간 차를 탔는데, 힘들지 않았니?”그러나 숙모 지엄화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유정이는 세상을 넓게 보고 왔잖아요. 조씨 집안과 약혼한 건 역시 다르네요. 만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겠죠?”유정은 숙모의 비꼬는 듯한 말투를 듣고 싶지 않아,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그 별장은 이미 계약금을 넣었어요. 양보할 생각 없어요.”지엄화는 고개를 돌려 유정의 부모를 바라보았다. 유정의 할아버지 유지태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 말했다.“유정
유정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히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소희 한테만 조용히 인사하려고 했어. 급히 처리할 일이 생겨서 지금 돌아가야 해.”조백림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급한 일이야?”유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림은 시계를 한번 보고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유정은 서둘러 말했다.“괜찮아. 파티도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 임구택 사장님, 장시원 사장님 그분들이랑 같이 있어. 저는 혼자 가도 괜찮으니까.”백림은 술을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눈빛은 맑고 투명했으며, 오히려 더욱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유정의 캐리어를 받아 들며 말했다.“혼자 보내는 건 걱정돼서 안 돼.”유정은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스스로 완벽한 약혼자라는 이미지를 세우려 한다면, 자신은 그저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백림의 운전기사가 백림의 차를 몰고 함께 강성으로 향했다.가는 도중, 유정은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며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말했잖아요.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요.”백림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낮게 묶은 머리칼 사이로 몇 가닥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눈가를 가렸다. 희미한 눈빛에는 분노와, 또 어딘가 억울한 감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는 무슨 말을 계속하는 듯했으나, 유정은 옆모습을 굳히고 이를 악물며 참아냈다.“우리는 늘 참고 양보했어요. 이번 한 번만, 아버지가 강하게 나가주시면 안 돼요?”“맞아요. 오늘 밤에 바로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저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누구도 저 대신 결정하지 마세요.”“이만 끊을게요.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요.”전화를 끊은 유정에게 백림이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러나 유정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집안일을 굳이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백림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며
밖에서는 축포와 불꽃놀이가 터지며, 동시에 주례자의 혼인이 성사되었다는 선언이 울려 퍼졌다. 뜰에서는 서인과 시야가 이끄는 사람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진언 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백년해로하시길 기원해요!”“영원히 하나가 되어, 귀한 아기를 빨리 얻으시길 바라요!”환호성과 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와, 하늘을 뒤흔들고 가슴을 울렸다. 홀 안 역시 환호와 축하로 떠들썩했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가 강재석과 도경수에게 인사를 올렸다.신부 들러리들은 강아심을 보호하며 측문을 통해 후원에 마련된 방으로 향했다. 아심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마침 강시언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시언의 짙은 눈동자에는 빛이 넘실거려 찬란하게 빛났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찰나, 천 마디 말이 오간 듯한 깊은 교감이 전해졌다.오랜 시간 쌓아온 믿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아심은 그 눈빛만으로도 시언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아심은 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은 뒤, 고개를 돌려 잠시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린 아심은 세 번째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어 시언과 함께 하객들에게 술을 돌리러 나섰다.세 번째 예복은 특수제작한 머메이드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정교한 자수와 클래식한 디자인이 어우러져, 아심의 우아한 허리선을 완벽하게 드러내면서도 고결하고 단아한 기품을 살려주었다.시언은 아심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잠시 숨을 멈췄다. 그는 그녀의 모든 아름다운 모습을 이미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주는 아심이었다.시언은 발걸음을 옮겨 아심을 향해 다가갔다. 아심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여린 마음을 지키는 것은, 시언이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속에 새긴 평생의 사명이었다.강씨 집안의 경사는 무려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강씨 저택에서부터 별장에 이르기까지, 술자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매일 파티가 열리며 이 기쁨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결혼
도우미가 연꿀차를 가져오자, 소희는 아심에게 조금이라도 마시라고 권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오늘 하루 종일 이어진 일정은 꽤나 고될 터였다. 그리고 성연희는 옆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심아, 정말 너무 예뻐!”아심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나 꽤 긴장돼.”연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긴장할 게 뭐가 있어? 신랑이 도망가겠어? 너만 보면 신랑은 다리에 힘도 못 줄걸?”아심은 맑고 깨끗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는 오히려 내가 신랑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릴까봐 걱정이야.”이에 연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괜찮아. 우리 다 이해해!”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바로 강시언이었으니. 모두 웃고 떠들며 준비하는 동안, 아심은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수정하며 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오전 10시 10분.강씨 저택의 고풍스러운 정원은 비취색 기와와 처마, 정교하게 조각된 대들보와 화려한 단청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온통 여러가지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넓고 높은 벽 한가운데에는 시언과 아심의 결혼을 알리는가 걸려 있었고, 강재석은 짙은 자주색 한복을 입고 정정한 모습으로 도경수와 함께 센터에 앉아 있었다.오늘 강씨 집안에서는 혼례가 열렸다. 온 도시가 축하 분위기로 가득했고, 이곳에 초대받아 온 이들은 하나같이 권세와 명망을 지닌 인물들이었다.소희가 아심을 위해 준비한 복장은 화려한 액세서리와 하늘을 수놓은 비단 예복이었다.시간이 다가오고, 검은색 비단에 금실로 무늬를 수놓은 긴 예복을 입은 시언이 아심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들어섰다.아심은 붉은 혼례복을 차려입고, 흑발을 올려 가채를 썼다. 그 눈동자는 맑은 달빛처럼 빛났고,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도 그녀의 눈썹 위 붉은 점 하나만 못할 정도로 빛났다.두 사람이 등장하자, 떠들썩하던 공간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 숙연한 자세로 둘을 바라보며 혼례 시작을 기다렸다.주례자는 강씨 집안의 어른이었고, 온화하고 품격 있는 모습으로 두 신랑신부를
도도희는 두 사람의 손을 꼭 맞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시언아, 아심이가 배 속에 있었을 때, 장난처럼 네게 잘 챙겨달라고 했었지. 이제 진짜로 너에게 우리 아이를 맡기는 거야.”“앞으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백년해로하길 바랄게.”강시언은 단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반드시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게요.”도도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넌 지금까지 한 번도 네 말에 실망시킨 적 없었어. 이번에도 나는 믿을게. 두 사람 모두 축복해.”“고마워요, 엄마.”아심이 부드럽게 웃자, 시언도 진심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고마워요, 장모님.”그 한마디에 도도희는 말없이 눈물이 고였다. 시언이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도도희는 마음 깊이 그 진심을 느꼈다.“좋은 날을 놓치면 안 되지. 강재석 양반이 그런 건 아주 중요하게 여기니까.”도경수가 웃으며 말했다.“가자꾸나.”시언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아심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가을 햇살이 아심의 웨딩드레스를 비추었고, 드레스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별빛처럼 반짝이며 눈부신 광채를 뿜었다.시언은 마치 별을 베고 해를 쫓는 사람처럼 그녀 곁에 다가와, 온몸으로 그녀에게 빛을 안겼다.아심은 시언의 손을 꼭 쥐었다. 그 따뜻한 손바닥의 온기 속에 지금 이 순간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아심은 정말로 시언과 결혼하게 된 것이다. 시언은 아심의 손을 잡고 붉은 러너 위를 걸었다.수많은 하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아심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고, 두 사람의 결혼식 장소로 향했다.그 시각, 소희와 성연희 두 임산부는 집에서 TV 앞에 앉아 강재석과 함께 운성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었다.아심과 시언이 계단 아래로 함께 내려오는 순간,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심은 사랑을 향해 걸어가는 아프로디테처럼 눈부시고 화려했다.연희는 흥분해서 소희의 손을 꼭 붙잡았다.“소희야, 아심이 진짜 예쁘다. 나도 저런 드레스 입을래!”그 순간 맞은편에 앉아있던 명성이 미간
“그러니까 역시 내가 제일 똑똑하죠!”10월 10일, 강시언과 강아심의 결혼식. 길일에 모든 것이 길하고 아름답기만 한 날이었다.결혼식은 강성과 운성 두 도시를 잇는 대규모 행사로 기획되었고,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시언은 도씨 집안 저택 맞은편의 정원을 사들여, 한 달 만에 개인 헬리패드를 완공시켰다.오전 8시 정각, 맑고 푸른 하늘 아래, 10대의 개인 전용기가 흰 구름을 가르며 강성 하늘 위로 들어섰고, 오색찬란한 연막이 몇 리에 걸쳐 하늘에 펼쳐졌다.그 모습은 마치 운성과 강성을 이어주는 무지개다리 같았고, 밝은 햇살 아래 그 화려하고도 장엄한 장면은 결혼식장을 지켜보던 하객들과 강성 시민들을 모두 숨죽이게 했다.아심에게 있어서 오늘은 운명처럼 기다려 온 사람, 평생을 바쳐 기다린 그 사람이 마침내 자신을 데리러 오는 날이었다.그 시각, 강아심은 도씨 저택의 정원 양옥 2층 발코니에 서서 비행기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용기들이 구름을 뚫고 빛을 쏟아내는 장면은, 아심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담겨 있었다. 아직 그를 보기도 전에,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 사람의 모습으로 가득했다.강성 시민 모두가 주목한 결혼식.지난번 임씨 저택의 혼례가 운성에서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운성 강씨 집안이 강성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또 하나의 세기의 결혼식이었다.비행기가 착륙하자, 시언은 검은 수트를 입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가을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휘날렸고, 강한 햇빛이 그를 비추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단정한 기품을 내뿜었다.검은 복장과 위장 바지를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시언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일제히 자세를 정비하며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백년해로라고 수 놓인 레드카펫은 도씨 저택 입구까지 곧게 깔려 있었고, 하객들은 모두 문 앞까지 나와 줄지어 서 있었다.오늘 이 결혼식에 초청된 이들은 하나같이 재력과 권력을 갖춘 이들이었고, 대규모 행사에 익숙한 사람들이었지만
정원에서 성연희는 나른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표정만은 억울한 기색이었다.“내가 뭐가 이성적이지 않다는 거야?”소희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네 남편이 아이를 신경 쓰는 건, 그 아이가 네 뱃속에 있기 때문이야. 아이는 엄마로 인해 더 귀해지는 거니까.”연희는 또렷한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말하니까, 좀 납득되는 것 같기도 하고.”소희는 이어 말했다.“연희야, 네가 계속 막무가내로 행동하다가 아이에게 무슨 일 생기면 제일 후회하고 괴로워할 사람도 너잖아.”“네 남편은 그런 일을 미리 막으려고 그러는 거야. 너한테 후회할 기회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연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철이 없는 거지?”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없이 웃었는데, 그건 네가 잘 알 거라는 표정이었다. 연희는 소희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같은 임산부인데, 넌 어쩜 그렇게 침착하냐?”소희는 레몬티를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이미 포기했거든. 반항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지.”그 말에 연희는 박장대소했다. 잠시 후 연희는 말했다.“여기 오기 전에 도경수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어. 아심이 웨딩드레스도 봤는데, 진짜 눈이 확 트이더라.”소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초안은 내가 그렸고, 뒤는 화영이 덕분이야.”“아심이랑 너무 잘 어울리더라.” 연희는 감탄했다.“도도희 이모도 이미 돌아왔고, 이번에 학생들도 많이 초대해서 집이 아주 활기차더라고.”“할아버지는 원래 북적이는 걸 좋아하니까 이번엔 정말 신났지!”소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도착하기 전날까지도 아심이는 계속 일하고 있었어.”“진짜 일중독이야!”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이에 소희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원래 아주 대단한 사람이야. 오빠 앞에서만 좀 부드러워지는 거고.”“유진아!”연희가 갑자기 유진을 불렀다. 유진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정원으로 뛰어왔다. 운성은 따뜻해서 이마가 약간 벌게진 채였다.“언니!”유진이 해맑게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