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59 화

Author: 동그라미
버스에서 내리자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고 임슬기는 몸을 웅크리며 옷깃을 여몄다. 비에 젖은 옷이 축축하게 달라붙어 바람이 스칠 때마다 몸이 떨렸다.

이곳은 오정태의 고향이었다. 임슬기는 이곳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지만 밤이 되니 길이 낯설었다.

홀로 빗속을 헤매던 끝에 겨우 오정태의 집을 찾아냈다.

창문 너머로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걸 본 임슬기는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아주머니, 저 슬기예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십여 초가 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0 화

    임슬기는 순간 얼어붙었다.“집사님이 뭔가 남기셨다고요? 아주머니, 그거 혹시 아빠가 남긴 거예요?”“그래. 가시기 전에 불안하다고 일부러 따로 보관해 두셨어.”주인화는 한숨을 내쉬었다.“슬기야, 넌 자책할 필요 없어. 그이가 떠나기 전에 직접 점을 쳐 봤는데 이번에 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니, 결국 그대로 됐잖아.”“집사님... 집사님은 살해당했어요. 저를 찾으러 명인시에 오지만 않았어도...”“이건 다 운명이야. 연다인 같은 배은망덕한 애는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야. 그이도 예전에 그 애는 믿을 게 못 된다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1 화

    가장 먼저 임슬기를 발견한 사람은 연다인이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배정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의 품에 고개를 기대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정우야, 사람들이 다 오기 전에 우리 정원에서 잠깐 산책할래? 같이 별 보고 싶어.”어젯밤 크게 다툰 탓인지 배정우는 마뜩잖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임슬기는 문 앞에 서서 두 사람이 정원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 한쪽이 저릿했지만 이내 감정을 다잡고 송재현 쪽으로 향했다.“재현아.”송재현은 그녀를 본 순간 귀신이라도 본 듯 뒷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2 화

    “그래요?”배정우가 코웃음을 쳤다.“하지만 앞으로는 제 아내와 거리를 두셨으면 좋겠네요. 안 그러면 제가 무슨 일을 벌일지 장담 못 합니다.”“배정우, 재현이는 그저 내가 일자리 찾는 걸 도와줬을 뿐이야. 이게 그렇게 심각하게 나올 일이야?”“임슬기, 네 신분을 잊지 마.”그러자 임슬기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내 신분이 뭔데? 넌 애인까지 대동하고 연회에 참석했잖아. 넌 내 입장을 생각해 줬어?”그때 연다인이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슬기야, 이러지 마. 네가 사라졌으니까 정우가 날 찾은 거잖아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3 화

    “배 대표님, 한마디만 해주시죠. 현재 사모님과 이혼할 계획입니까?”기자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두 사람을 다시 포위했다.임슬기는 배정우에게 팔이 잡힌 채 휘청거렸고 결국 그의 품속으로 그대로 넘어졌다.그 순간 배정우는 큰 손으로 임슬기의 허리를 감쌌고 그의 목소리가 임슬기의 머리 위로 들려왔다.“제 아내는 저를 17년 동안이나 사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바람을 필 리가 없죠.”“하지만 방금 송재현 씨께서 직접 인정하셨잖아요. 게다가 2년 전에도 사모님이 외도를 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습니까?”2년 전의 그 기사들은 배정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4 화

    “나 때문에 네 체면이 깎일까 봐 그랬어?”임슬기는 수없이 자신을 설득하려 했다. 배정우가 기자들 앞에서 그녀를 감싼 건 그만큼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배정우가 지키고 싶은 건 그녀가 아니라 그 자신의 체면이란 것을. 한 남자의 자존심일 뿐이었다.“넌 아직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야. 그러니 신분에 맞게 행동해. 그런 천박한 짓은 하지 말고!”“내가 무슨 천박한 짓을 했는데? 어제 내가 왜 도망쳤는지 정말 몰라?”만약 그가 아이를 없애려고 하지 않았다면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임슬기의 말에 배정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5 화

    임슬기는 침대에 누운 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길었다. 아버지의 유서를 읽었고 어머니의 부검 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누명을 썼다.마치 모든 게 어제 일처럼 생생했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손에 쥔 증거로 연다인을 법정에 세우기엔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다.그런데 이때 문득 진승윤이 떠오른 임슬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찾으려 방안을 한참 뒤지다가 겨우 침대와 벽 사이의 틈에서 폰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6 화

    임슬기의 마음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 배정우의 말대로 그녀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복수해야 할 이유만 있을 뿐.하지만 이 아이는 마치 운명처럼 그녀에게 찾아왔다. 거친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아 여전히 그녀 곁에 있었다. 그런 아이를 그녀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그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그러나 배정우는 임슬기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더니 그대로 욕실로 끌고 들어갔다.“씻어!”“이거 놔!”그녀가 격하게 저항하자 배정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를 놓아주고는 욕실에서 나갔다.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167 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수사 착수 자체가 어려울 겁니다.”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임슬기는 고개를 숙인 채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몇 분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만약 지금 시신을 다시 발굴해서 재부검하면요?”그 말에 진승윤은 멈칫하더니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연상한 듯한 표정이었다.“혹시 슬기 씨 어머니...”“네.”어머니의 시신을 다시 꺼낸다는 건 큰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연다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어머니도 자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7 화

    ‘진성한?’임슬기는 얼떨떨했다.“그게 어떻게 너희 아버지랑 관련 있어?”진승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전에 파티장에서 우리 아버지 널 따로 불러냈었지?”“응.”“그 사람, 절대 신사 같은 인물 아니야. 자기 계획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전부 제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야. 넌 그 사람 눈에 발목 잡는 존재였을 뿐이야.”진승윤의 눈빛 속에 이전과는 다른 차가움이 스쳤다.“방해가 된다 싶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없애버려.”이미 직접 전화로 확인하긴 했지만 그 위선적인 인간을 진승윤은 끝내 믿을 수 없었다.임슬기도 진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6 화

    육문주의 발걸음이 멈췄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날 밤, 연다인이 김현정이 마시던 술에 약을 탔어요.”말을 끝낸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배정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그건 그 여자가 직접 인정한 말이에요.”그렇게 말한 육문주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여러 해를 함께한 사이였기에, 그는 이 일에 배정우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임슬기가 그렇게까지 의심하고 원망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그래서 그 역시 배정우를 위해 변명해 줄 생각은 없었다.배정우의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5 화

    배정우는 권민에게 임종현을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지시한 뒤 자리에 남았다.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남자를 바라보던 그는 곁에 놓인 양동이를 들었다.차가운 물 한 통을 그대로 퍼부었다.남자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들자마자 배정우의 핏기 어린 눈빛과 마주쳤다. 그 순간 겁에 질려 온몸을 떨며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뭔가 말하려 입을 벌렸지만, 끝내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배정우는 이 남자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일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칼을 꺼내 남자의 목에 갖다 댔다.“말해. 누가 시킨 거야? 목적이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4 화

    임종현은 그 남자가 당장이라도 끔찍한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아 목이 터질 듯한 절규가 가슴 깊은 데서부터 쏟아져 나왔다.“누나! 임슬기, 정신 차려. 제발 눈 좀 뜨라고!”도저히 버틸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임슬기는 마지막 남은 기운을 다해 오른손을 겨우 들어 임종현에게 신호를 보냈다.무언의 손짓이었다. 마치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임슬기는 힘겹게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입 모양으로 말했다.‘기회 봐서 너라도 도망쳐’임종현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연다인이 했던 말. 임슬기는 임씨 가문의 죄인이라는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3 화

    연다인은 임슬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걸 보곤 그녀가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는 걸 단숨에 눈치챘다.“임슬기, 너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 배정우도 꼭 봤어야 하는데.”임슬기는 고개를 돌려 연다인을 외면했지만 눈물은 마치 연다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듯 흘러내렸다.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임슬기는 울지 않았다.하지만 배정우가 자신의 죽음을 원했다는 걸 들은 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애써 괜찮은 척해봤지만 17년을 사랑한 그 남자가 자신의 원수에게 자길 죽여달라고 했다는 걸 들었을 땐 결국 무너져버리고 말았다.임슬기는 자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2 화

    “혼자 와. 한 시간 줄게. 안 오면 지금 당장 임종현 한쪽 팔부터 박살 낸다.”속으론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종현이를 걸고 도박을 할 순 없었다.임슬기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임종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슬기는 열 번도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계속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뿐이었다.이쯤 되자 임슬기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결국 임슬기는 어쩔 수 없이 강재호를 불러 김현정 곁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강재호는 도착하자마자 급히 나가려는 임슬기를 덥석 붙잡았다.“임슬기 씨, 어디 가세요?”강재호가 보기에도 어딘가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1 화

    “슬기 언니, 매일 내 곁에 있지 않아도 돼요. 주말엔 종현이 데리고 잠깐 놀러 다녀와요.”임슬기는 김현정을 흘낏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자꾸 나 보내려고 하니까 더 마음이 쓰여. 종현이도 이제 중3이라 주말에도 공부하느라 바쁠 거야.”김현정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정말이예요. 슬기 언니, 나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 안 해요.”“밥 먹자, 반찬 다 식겠다.”그 말에 김현정은 고개를 숙이고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임슬기는 몰래 그녀를 흘낏 바라보곤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최근 들어 밤마다 피투성이가 된 김현정이 욕조에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90 화

    아파트.연다인이 막 집에 들어서자마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들뜬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 앞에 선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배정우, 너 여기 왜 왔어?”“내 집인데, 내가 오면 안 돼?”연다인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나는 네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정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네가 김현정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무슨 짓?”연다인은 잽싸게 그의 팔을 감싸며 새침하게 말했다.“배정우, 설마 너도 날 의심해? 날 믿는다고

  • 대표님의 죄 많은 아내   389 화

    배정우는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지금 질투하는 거야?”...질투?임슬기는 한동안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전 같았으면 분명 질투하고 속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차분했다.굳이 말하자면 남은 감정이라곤 혐오뿐이었다.“배정우 씨, 참 재밌네요. 다른 건 몰라도 세상에 두 다리 달린 남자는 널렸어요. 내가 연다인이 남자를 가졌다고 부러워할 이유라도 있어요?”배정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임슬기의 손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끌어당겨 품에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