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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독점욕의 변주곡]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30 00:44:31

유환은 오늘따라 심사가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어제, 아무리 공식 훈련이 없는 날이라 해도 정말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장하늘의 태도가 못내 괘씸해 속이 뒤틀렸다.

그리고 오늘 오후, 장하늘은 넋이 나간 듯한 몰골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평소보다 유독 핼쑥해 보이는 안색에 유환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아팠던 건가? 그래서 어제 나오지 못한 건가? 숙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녀석이 말했던 그 지병이 악화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어떤 중병이든 술을 그렇게 들이붓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텐데. 녀석이 정말 시한부라면 약을 달고 살아야 할 텐데, 술을 마시면 약도 못 먹지 않나? 유환은 이 상황이 심각한 결함처럼 느껴져 초조해졌다.

배팅 연습을 하고 피칭 기계에 몸을 맡기면서도, 유환의 시선은 집요하게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장하늘에게 머물렀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미트를 든 채 그라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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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5. [유예된 행복과 서늘한 침묵]

    다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한정식집에서의 회동은 그룹의 미래를 운운하며 밤이 늦어서야 끝이 났다.유환은 고민을 안고 죽집에 들러 전복죽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장하늘이 먼저 돌아가지 않았을까. 몸도 안 좋은데 쉬고 있다면 전화 안 하는 게 낫지 싶어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을 때, 장하늘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유환은 입꼬리를 올리게 되었다.거실로 들어서니 소파에서 고양이처럼 웅크린 채 깊이 잠든 장하늘이 보였다. 유환이 조심스레 흔들어 깨워보려 했으나, 장하늘은 그저 고개만 살짝 비틀 뿐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빼곡하게 필기된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자신이 올 때까지 지루한 공부를 하며 기다린 걸까.“예쁘네, 장하늘.”낮게 읊조린 유환이 입고 있던 슈트 재킷의 단추를 풀어 내렸다. 재킷을 소파 너머로 던지듯 벗어놓은 그는 장하늘의 가늘고 좁은 어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웅크린 채 잠든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해 심장이 아릿하게 철렁거렸다.녀석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기다려준 것은 기특했으나, 왜 저리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한 건지 속상함이 앞섰다. 침대에서 편히 자도 좋았을 텐데.‘남의 집이라 미안해서 그랬겠지.’아무리 깊은 관계라 한들, 제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유환은 장하늘이 그 긴 시간 동안 저를 기다리려 애쓰며 펼쳐놓았을 책과 노트들을 보며 기특함을 느꼈다.“장하늘, 팔 저려. 침실 들어가서 자야지.”유환은 속삭이며 커프스버튼을 풀고 타이를 느슨하 끌어내렸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장하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토록 좁은 등과 가냘픈 신체를 가진 녀석이, 어떻게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4. [두 세계를 잇는 단 하나의 진심]

    오피스텔을 방문한 이들은 유환의 본가에서 급파된 전용 기사와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두 명이었다.장하늘은 녀석이 그토록 바쁘고 중요한 일정 중에도 자신을 위해 억지로 시간을 쪼개 달려와 주었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자,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유환은 잠시 입술을 떼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장하늘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무언가 억눌린 듯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장하늘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젖은 머리카락을 다정한 손길로 넘겨주더니, 그 자리에 아주 짧고도 소중하게 입을 맞췄다. 여전히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이었지만, 그 서늘한 피부 너머로 전해지는 지독한 온기에 장하늘은 심장이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다녀올게. 허튼 생각 하지 말고 쉬고 있어.”장하늘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로브를 단단히 여미며,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래, 조심히 잘 다녀와.”어쩌다 보니 집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그를 배웅하게 된 상황에 민망함이 밀려왔다. 유환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더니 턱으로 주방 쪽을 가리켰다.“냉장고에 있는 거라도 좀 챙겨 먹고.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말은 참 쉽게 한다고 생각하며, 장하늘의 입술 사이로 작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끄덕이자 유환은 그제야 미련을 털어내듯 몸을 돌렸다. 현관으로 향하면서도 그는 못내 아쉬운 듯 집요한 시선으로 미소를 남겼다.쿵····.묵직한 현관문이 닫히고 녀석의 존재감이 사라지자마자, 장하늘은 긴장이 풀린 듯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정말 어쩌면 좋을까. 장하늘은 두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홧홧한 열기에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속삭이듯 고백을 뱉어냈다.“미안한데, 행복하네.”그는 바보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유환의 진한 체향이 깊게 배어 있는 소파 위로 풀썩 몸을 눕혔다.***유환은 부름에 따라 가봤더니 어느 고급 한정식 집으로 향하게 되어 황당함을 느꼈다.겨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3. [가장 낯설고도 치명적인 구원]

    분노인지, 아니면 생경한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번들거리는 유환의 눈동자가 차가운 수액 바늘이 꽂힌 장하늘의 창백한 손등에 고정되었다.장하늘은 유환의 빈틈없는 슈트 차림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유환이 정장을 입은 모습은 그간 TV 광고나 잡지 화보 속에서나 박제된 이미지처럼 봐왔을 뿐,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실물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평소의 편안한 캐주얼 차림도 충분히 위협적일 만큼 잘생겼으나, 몸의 곡선을 따라 유려하게 감긴 슈트 차림은 심장이 요동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어떻게···· 여기까지····.”유환은 190cm에 육박하는 긴 다리를 우아하면서도 급하게 움직여 장하늘이 누워 있는 낡은 병상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와, 놀라라. 유환이 너, 설마 장하늘 걱정돼서 여기까지 그 차림으로 달려온 거야?”옆에 있던 유경호가 경악 섞인 목소리로 물었으나 유환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서늘한 눈빛으로 장하늘의 안색을 낱낱이 살필 뿐이었다. 서정우 역시 쭈뼛거리며 유환의 흉흉한 기색을 살피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 아까 통화하다가 장하늘이 쓰러져서 의무실 갔다고 내가 무심결에 말하긴 했는데···· 진짜 올 줄은 몰랐네?”역시, 서정우의 연락을 받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달려온 모양이었다.그래도 그렇지, 저런 차림새라면 분명 가문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자리에 있었을 텐데.“유환아, 나 진짜 괜찮으니까 어서 돌아가.”장하늘은 미안함이 앞서 서둘러 그의 등을 떠밀었으나, 유환의 기세는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2. [부서질 듯 위태로운 나에게]

    일요일 늦은 저녁.장하늘은 내심 유환과 함께 돌아가기를 기대했지만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다.연습이 한창이던 도중, 집안에 일이 생겼다며 그를 마중 본가 사람들로 인해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흐지부지 헤어지게 되었다.장하늘은 오늘 연습 내내 유환의 태도가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다. 녀석은 이닝 중간중간 매니저 현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기세가 흡사 무언가를 심문하는 듯이 위압적이었다가도 이내 안도한 듯 표정이 풀리는 등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처럼 심했다.특히 현신이 불치병을 극복하고 시한부의 삶을 이겨냈다는 사실에 대해, 유환은 지나칠 정도로 집요하고도 절박한 관심을 보였다.그 바람에 오늘은 유환과 별로 대화도 나누지 못했고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대신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자, 장하늘은 서정우와 함께 남은 장비들을 챙기며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맞이했다.“정우야, 요즘 표정 진짜 좋아 보인다. 연애하는 티가 팍팍 나던데?”장하늘의 장난 섞인 말에 서정우는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저 멀리서 무거운 배트 가방을 정리 중인 유경호를 향해 아련한 시선을 던졌다.“정말 행복해. 물론 끝이 정해진 만남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해.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미련이 남지 않게 말이야.”유경호 역시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출신이라 들었다. 지금이야 학생이라는 신분 뒤에 숨어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머지않아 가문의 미래를 위해 원치 않는 정략결혼 상대를 만나거나 야구를 접어야 할 때가 올 터였다.그리고 남남 커플을 향한 세상의 차가운 멸시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1. [내 인생에 네가 기적]

    장하늘은 화들짝 놀라 화끈거리는 뺨을 손등으로 연신 문질러 댔다.“유환아, 제발 농담 좀 하지 마.”볼멘소리를 내뱉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은 말간 안도감으로 채워졌다. 다행이었다.최근 느껴졌던 그 기묘하고도 서늘한 거리감이 결코 자신에 대한 흥미가 식었거나, 소리 소문 없이 이별을 준비하는 전조 증상이 아님을 확인했으니까. 장하늘은 유환의 눈을 피해 남몰래 긴 숨을 내쉬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그러나 장하늘의 핀잔에도 유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은 장하늘의 어깨를 지그시 내리누르더니, 거침없는 손길로 허리를 낚아채 제 품 안으로 사정없이 끌어당겼다.유환의 손길은 평소보다 훨씬 더 크고 단단했으며, 장하늘의 몸은 거부할 수 없는 자석에 이끌리듯 순식간에 녀석의 탄탄한 가슴팍에 빈틈없이 밀착되었다. 코끝을 스치는 유환의 진한 체향에 정신이 아득해졌다.“농담 아닌데. 사귀는 데 뭐 어때.”부끄러움은 오롯이 장하늘의 몫이었지만, 그 당당한 선언이 싫지만은 않았다. 사실 장하늘도 이 벅찬 사랑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혈기 왕성한 성인들이 서로를 탐하고 열망하는 것이 무슨 천덕꾸러기 같은 문제가 되겠는가.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서정우와 유경호도 아직 돌아가지 않고 세상에 둘밖에 존재하는 듯 꽁냥거리는 모습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서정우가 바닥에 엎드려 끙끙대며 스트레칭을 하면, 유경호가 다정하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거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다정히 쓰다듬었다. 둘 사이는 멀리서 봐도 달콤한 기류가 넘실거렸고, 서정우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이 가득 걸려 있었다.“유환아, 그래도 나랑 사귀면 주변에서 수군댈 텐데···· 정말 괜찮겠어?”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40. [제구할 수 없는 욕망]

    그날 밤이 깊었다.학교에서 늦은 시각까지 이어진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마친 유환은 장하늘을 차에 태웠다. 모두가 떠나간 고요한 주차장, 가로등 불빛조차 비껴간 어둠 속에서 차 안의 공기는 장하늘의 비누향이 퍼지는 순간 순식간에 기름이라도 끼얹은 듯 달아올랐다.유환은 참지 못하고 장하늘의 가늘고 하얀 뒷덜미를 거칠게 휘어잡았다. 그대로 입술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녀석의 여린 숨결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방금 양치질도 마친 유환의 입안에서는 서늘하고 상쾌한 민트 향이 났고, 장하늘의 입술에서도 그와 닮은 잔향이 배어 나와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했다.유환은 장하늘의 허리를 부서질 듯 단단히 감싸 안으며 조수석 깊숙이 제 몸을 기울였다. 부드럽고 말캉한 혀가 장하늘의 입안을 집요하게 훑으며 파고들자, 녀석도 기다렸다는 듯 유환의 목을 끌어안으며 뜨겁게 화답했다.‘미치겠네, 정말. 참을 수 있을까.’이대로라면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 유환은 신음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마침 토요일 밤이었고, 내일은 눈을 떴을 때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상관없는 일요일이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집으로 장하늘을 끌고 가 침대 위에 던져놓고 싶었고, 녀석을 곱게 재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유환의 큰 손이 천천히 장하늘의 얇은 티셔츠 밑단 사이로 거침없이 침입했다. 매끄럽고 납작한 배를 지나 허리선을 따라 훑어 올라가는 손길에 장하늘의 몸이 잘게 떨었다. 가슴팍의 굴곡을 노골적으로 더듬던 유환의 손가락 끝에, 잔뜩 긴장해 귀엽게 솟아오른 돌기가 감질나게 걸렸다.“읏······.”그 애처로운 신음에 유환은 '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녀석의 쇄골 근처에 얼굴을 묻었다. 샤워를 마친 뒤라 두 사람의 몸에서는 싱그럽고 청량한 향이 농밀하게 뒤섞여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정말, 미치겠군.”장하늘은 그냥, 존재 자체가 예뻤다. 아직 씻고 난 물기가 덜 마른 머리카락도 자극이 되었다. 유환은 오늘도 이 녀석에게 속절없이 휘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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