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장하늘은 자신의 분석 데이터가 담긴 패드를 꺼내 들며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경기 도중 전자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에게 기억시킬 것들이 있어 그는 미리 안내를 시작했다.
“자, 여러분. 일단 오늘 만나게 될 팀에 절대 주자를 안 내보낼 각오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다들 내뱉는 우렁찬 손뼉 소리가 더그아웃을 꽉 메웠다.
“오늘 상대 팀은 전원 우타자입니다. 1루 2루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타자가 당겨 치면 좌익수 쪽으로 타구가 많이 갈 겁니다. 서정우! 괜찮아?”
그러자 서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자신이 선발 투수였기에 막중한 책임감이 크다며 대답을 건넸다.
“내가 만약 오늘 시원찮으면 바로 유환이 들어와 줘. 그리고 슬슬 나머지 1학년 벤치 멤버도 무대 경험 쌓는 게 안 낫겠어?&rdqu
장하늘은 자신의 분석 데이터가 담긴 패드를 꺼내 들며 힘주어 말했다.실제로 경기 도중 전자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에게 기억시킬 것들이 있어 그는 미리 안내를 시작했다.“자, 여러분. 일단 오늘 만나게 될 팀에 절대 주자를 안 내보낼 각오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그러자 다들 내뱉는 우렁찬 손뼉 소리가 더그아웃을 꽉 메웠다.“오늘 상대 팀은 전원 우타자입니다. 1루 2루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타자가 당겨 치면 좌익수 쪽으로 타구가 많이 갈 겁니다. 서정우! 괜찮아?”그러자 서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자신이 선발 투수였기에 막중한 책임감이 크다며 대답을 건넸다.“내가 만약 오늘 시원찮으면 바로 유환이 들어와 줘. 그리고 슬슬 나머지 1학년 벤치 멤버도 무대 경험 쌓는 게 안 낫겠어?”그건 맞는 말이었다. 혹시 이 중에서 누구라도 부상을 당하면 다른 선수로 본선을 치러야 했기에, 후일을 도모하는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자 최우현이 장하늘을 보더니, 허락을 구하듯이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좋아, 아예 타순 두 번 돌 때까지 만만하다 싶으면 육상부 수준으로 발이 빠른 녀석들을 대주자로 내보낼 거다.”“네, 좋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견 없으십니까?”그러자 유경호가 손을 번쩍 올렸다. 유환을 보면서 배시시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오늘 5회까지만 우리가 버틸게. 마무리는 유환이 네가 해야지? 그래야 콜드게임 빨리 끝나지.”그러자 장하늘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럼 다시 원래대로 타순 조정 하시죠. 다들 어떻습니까?”그러
말도 안 되는 궤변의 향연이었지만, 장하늘의 로브를 부드럽게 젖히며 파고드는 달콤한 입맞춤에 이내 사고는 마비되었다.유환은 장하늘의 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붉은 흔적을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 마치 내일이면 사라질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그의 손길은 집요하고도 뜨거웠다.결국 장하늘은 침대 위에 엎드린 채 허리를 휘며 그를 받아냈다. 등을 타고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유환의 뜨거운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따갑게 달아올랐다.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울릴 때마다 장하늘의 발가락 끝이 하얗게 말려 들어갔다.“유환아, 아흑······! 조금만······ 진짜 조금만 해, 알겠지······?”유환은 장하늘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움켜쥐며, 애달픈 아래를 다독이듯 깊숙이 파고들었다.“자중할게. 진짜 이게 마지막이야. 네가 이렇게 예쁜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참는 게 더 고문이란 말이야.”귓가를 간지럽히는 젖은 숨소리에는 노골적인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달콤한 말폭탄을 투척하는 유환 때문에 장하늘은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실소를 흘렸다.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에너지가 소진되기는커녕 더 펄펄 뛰는 저 짐승 같은 체력을 어찌 당해낼까.참는 게 고통이라니. 녀석은 내일 장하늘이 수비에 가담할 필요조차 없게 본인이 다 해결하겠다며, 잘게 떨리는 살결 위로 쉼 없이 입을 맞추었다. 쇄골을 타고 미끄러지는 입술과 피부를 녹일 듯한 열기. 이 흔적들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장하늘의 영혼에는 영원히 박제될 것만 같았다.
유환이 선전포고를 하듯 그리 말하자, 장하늘은 속내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뭘 저리도 당당하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지. 유환의 포식자 같은 눈빛만 봐도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도 남을 분위기였다.“뭐? 방까지 바꿨다고?”장하늘은 당황해 눈을 크게 떴지만, 유환은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현신이 준 간식 봉투를 장하늘의 손에 꽉 쥐여주었다.“많이 먹어두고 기운 좀 비축해 놔. 오늘 밤에 제대로 힘을 쓰려면.”유환의 노골적인 속삭임에 장하늘의 얼굴 위로 열기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너무 행복해 미칠 것 같은 기분은 어찌 되지 않아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4월의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바닷바람에 실려 온 짠 내음과 노을이 섞여 드는 강릉 T 호텔의 레스토랑. 통창 너머로 부서지는 파도가 인상적인 그곳에서, 내일 있을 경기를 앞둔 S대 ‘마구마구’ 동아리 부원들은 모처럼의 사치를 누리고 있었다.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비용 걱정 없이 마주한 식탁 위엔 싱싱한 해산물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다.장하늘은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이 역시도 지금 S대 야구부가 성적을 제대로 내니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었다.유환은 능숙한 손길로 회 접시를 장하늘의 앞으로 밀어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이게 맛있네."장하늘은 활기찬 팀원들의 모습과 제 곁을 지키는 유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뉘엿뉘엿 저무는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붉은 화석처럼 굳어가는 풍경.그 옆에는 자신을 집어삼킬 듯 뜨겁게 갈구하는 유환이 있고, 그들의 승전보는 세상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미래를 꿰뚫어 보는 듯한 서정우의 감각은 조기범과는 또 다른 결의 영민함을 풍겼다.유경호는 홈플레이트에 앉아 더그아웃에 있는 장하늘과 유환을 슬쩍 곁눈질했다. 저들은 이제 야구 천재를 넘어선 '괴물'이라는 수식어도 부족해 보였다.비록 아마추어 동아리 팀이라 해도, 엘리트 선수들로 구성된 명문 팀들을 상대로 이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조금 전까지 마운드를 지켰던 유환은 상대 팀에게 17점을 뽑아내는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비록 투구 수 조절을 위해 4이닝 만에 내려왔지만, 그대로 두었다면 A대학을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을 기세였다. 유경호는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담아 서정우에게 은밀한 신호를 보냈다.[우리도 저 괴물들처럼 퍼펙트로 가자.]입 모양을 읽은 서정우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잔뜩 위축된 기색으로 배트를 휘두르며 유경호와 서정우를 번갈아 살폈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이니만큼 초구는 지켜보겠다는 심산이 빤히 보였다.“하아··· 너희는 좋겠다. 우린 완전히 망했어.”타자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한때 엘리트 야구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던 이들이 S대를 부러워하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선수들 실력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분위기가 너무 죽어 있네.”유경호의 툭 던진 말에 타자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유경호는 서정우의 장기인 예리한 체인지업을 주문했다.퍽—!칼날 같은 제구였다. 공은 유경호가 의도한 궤적을 그리며 미트 정중앙에 빨려 들어갔다. 경쾌한 포구음이 경기장에 울려
뜨겁게 한바탕 주차장에서 열꽃을 피운 장하늘과 유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라운드로 향하게 되었다.그리고 라인업이 전광판에 공개되자 우레 같은 함성이 경기장을 채웠다.『1번 타자 - 장하늘 (포수)』『2번 타자 - 최우현 (3루수)』『3번 타자 - 유환 (투수)』『4번 타자 - 유경호 (우익수)』『5번 타자 - 서정우 (유격수)』···『9번 타자 - 김강무 (좌익수)』오늘도 S대는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최적의 타순을 구성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관중석에서는 경악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었다.“와, 대박! S대 타선 완전히 불붙었는데?”“1회 초, 원아웃인데 벌써 하위 타선까지 한 바퀴 다 돌았어!”보통 대학 야구를 사람들이 이리 보러 오지는 않을 텐데.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잠실 보조경기장은 구름 관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금 전 장하늘과 뜨겁게 열기를 쏟아낸 덕분인지, 유환의 몸에는 넘치는 활력이 가득 차 있었다.터질 듯한 함성과 더그아웃을 감싸는 승리의 기운 때문인지 유환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리적 이점 덕분에 수업이 없는 S대 학생들도 대거 몰려와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1회임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은 이미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 같은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아! 또 이기겠다! 오늘 이기면 우리 본선 진출이야. 8강 확정이라고! 하하!”홈을 밟고 들어온 최우현은 전광판의 스코어를 확인하며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1회 초임에도 점수차는 벌써 5점으로 벌어져 있었다.“선배님, 당연히 이기죠.
한국 야구의 성지라 불리는 잠실 주경기장을 지나 보조경기장에 도착하는 동안, 장하늘의 머릿속은 수천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졌다.과거의 생에서 자신 또한 저 드넓은 그라운드를 누볐던 기억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보조경기장은 주경기장에서 도보로 10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주차장에 차를 세운 유환은 짐을 꺼내기도 전에 장하늘의 어깨를 붙잡으며 짐짓 고개를 가로저었다.“유환아, 일단 내려서 미리 몸부터 풀자.”장하늘의 재촉에도 유환은 주변을 슬쩍 훑어보더니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그래, 몸 풀어야지. 근데 내가 좀 급해서 말이야.”아직 S대 부원들은 도착하지 않았고 주변은 한적했다. 대체 뭐가 급하다는 건지 의아해할 틈도 없이, 유환은 안전벨트를 풀고 장하늘 쪽으로 상체를 훅 기울였다. 그 부산스러운 움직임 끝에 유환이 갑자기 장하늘의 입술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차 안의 공기는 단숨에 뜨거운 열기로 치환되었다.“읍!”예상치 못한 기습이었지만, 장하늘은 녀석의 키스를 밀어낼 재간이 없었다.거부할 수가 없었기에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녀석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를 받아들였다.숨이 막힐 듯한 신음이 좁은 차 안을 울렸고, 녀석을 갈구하는 본능이 입가에 맴돌았다.함께 오는 길에 보았던 벚꽃 잎들이 차창 밖으로 안개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 분홍빛 꽃비에 물든 유환의 옆얼굴을 보며, 장하늘은 다시 한번 이 기적 같은 삶에 감사를 느꼈다. 자신의 생에서 가장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 바로 눈앞의 유환이었다.하얀 꽃잎이 흩날리는 잠실벌에서 나누는 입맞춤은 심장을 수런거리게 만들었다. 유환이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애틋함이 밀려왔다. 장하늘은 유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