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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잊지만 마

Author: 실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3 09:23:31

125화. 잊지만 마

서연은 이를 악물었다.

절대안에 더 깊이 힘을 밀어 넣는 순간 머릿속을 날카로운 것이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서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비녀의 기억이 월아만의 것이 아님이 느껴졌다. 민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

“조금만 더…….”

서연이 비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 차갑게 식어가던 손끝으로 따뜻한 온기가 흘러들었다.

단의 단단한 손가락이 서연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빈틈없이 맞물렸다.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서연이 이 기억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주고 있었다.

“연, 무리하지 마라.”

“멈출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돼요. 그러면…….”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잠시 침묵하던 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를 말려도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기다리지. 힘들면 내 손을 잡아. 네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있을 테니까.”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맞잡은 손의 온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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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125화. 잊지만 마

    125화. 잊지만 마서연은 이를 악물었다.절대안에 더 깊이 힘을 밀어 넣는 순간 머릿속을 날카로운 것이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럼에도 서연은 물러서지 않았다.비녀의 기억이 월아만의 것이 아님이 느껴졌다. 민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조금만 더…….”서연이 비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그때 차갑게 식어가던 손끝으로 따뜻한 온기가 흘러들었다.단의 단단한 손가락이 서연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빈틈없이 맞물렸다.힘을 보태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서연이 이 기억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주고 있었다.“연, 무리하지 마라.”“멈출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돼요. 그러면…….”끝내 말을 잇지 못한 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잠시 침묵하던 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를 말려도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기다리지. 힘들면 내 손을 잡아. 네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있을 테니까.”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맞잡은 손의 온기만큼은 선명했다.“아직은 괜찮아요. 단 씨…… 고마워요.”“잊지만 마. 내가 여기 있다는 것.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있다는 것까지.”서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슴 한가운데가 따뜻해졌다.“단 씨. 지금 조금 멋있는 거 알아요?”“진실을 말하는 것을 보니 기운을 차린 것 같군.”서연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이제부터 다시 집중할 거니까 말 걸지 마세요.”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맞잡은 손에 다시 한번 힘을 주었다.그것이면 충분했다.머리는 여전히 깨질 듯 아팠지만 조금 전까지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던 어둠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서연이 다시 절대안에 집중했다.황금빛이 어둠 속에서 번져나갔다. 가느다란 실금 하나가 어둠을 가르더니 점점 길어졌다.쩌적.갈라진 틈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월아의 기억 뒤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넓은 과거장 안에 수많은 선비가 고개를 숙인 채 붓을 움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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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122화. 월아의 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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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121화. 마음이 남아요

    121화. 마음이 남아요서연의 질문에 최미자가 고개를 들었다.“말해야 알아요? 아니, 나한테 진실을 말해줄까?”“…….”“내가 이미 다 들었는데. 나한테는 거짓말을 하는걸.”그녀가 옥비녀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이게 알려줘요. 남편이 하는 거짓말을. 다른 여자들과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비녀가요?”“그래요. 그이가 화장실에서 다른 여자랑 통화하는 것도 들려주고, 회사에서 젊은 여자하고 웃는 것도 보여줘. 내가 없을 때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다 말해줘요.”최미자의 눈에 확신이 번졌다.“처음에는 나도 안 믿었어요. 삼십 년을 산 사람인데 설마 그럴까 싶었지. 그런데 한 번 듣고 나니까 모든 게 보이더라고. 늦게 들어오는 것도,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 것도, 여자 직원이 전화하는 것도 전부 이유가 있었던 거야.”“예전에는 어떠셨는데요?”“그때는 내가 바보였으니까. 보고도 알지 못했었지.”“아니요, 사모님. 그때는 믿음이 더 강했던 거예요.”서연은 그녀를 바라보다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의심은 원래 그런 것이었다.한 번 답을 정해 놓으면 세상의 모든 일이 그 답을 증명하기 시작한다.“사모님.”서연이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갔다.“그 비녀를 잠깐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최미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왜요?”“제가 감정사니까요. 사모님이 들은 것이 정말 이 비녀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싫어요.”그녀는 옥비녀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이건 내 거예요. 아무도 못 가져가.”“가져가려는 게 아니에요.”“다들 그렇게 말해!”최미자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치솟았다.“남편도 그랬어요. 당신이 걱정돼서 그런다고, 병원에 한 번 가보자고. 그게 무슨 뜻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나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려는 거잖아. 그래야 자기가 바람피운 게 아니라 내가 의심이 많아서 이혼하는 게 되니까!”검은 기운이 한꺼번에 짙어졌다.단이 앞으로 움직이려 하자 서연이 손을 살짝 들었다.적어도 아직은 괜찮다는 표

  •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120화. 최미자의 비녀

    120화. 최미자의 비녀단의 손이 자연스럽게 서연의 손등을 덮었다.“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해. 네가 해야 할 건 하나뿐이야. 그 여자가 아니라 물건을 봐.”“사람이 아니라요?”“둘 다 봐도 돼. 하지만 네 눈에 보이는 걸 의심하지는 마. 네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그건 이유가 있는 거니까.”서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단의 눈을 잠시 마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열심히 볼게요.”“그래.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문이 열리는 순간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코끝을 찡그렸다.고급스러운 꽃향기가 먼저 느껴졌다. 그런데 그 아래에 비릿하고 눅눅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오래도록 물을 갈지 않은 꽃병 속에서 꽃줄기가 썩어가는 듯한 냄새였다.루나의 표정도 미세하게 굳었다.단이 낮게 말했다.“있군.”인터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루나 씨?”“네, 사모님. 말씀드렸던 물건을 가지고 왔습니다.”“그런데 사람이 셋이네요.”목소리에는 이미 경계심이 가득했다.“말씀드렸던 감정사와 물건의 소유자입니다. 직접 거래 여부를 결정하려면 두 분 모두 필요합니다.”“남자도 있다고는 안 했잖아요.”단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서연이 얼른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참으라는 뜻이었다.경계하는 최 여사의 말에 루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불편하시면 저희가 돌아가겠습니다. 애초에 판매 목적으로 내놓은 물건도 아니니까요.”아무런 반응 없이 십여 초쯤 지나 철컥, 잠금장치가 풀렸다.“……들어오세요.”집 안은 대낮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거대한 통창을 암막 커튼이 가리고 있었고, 넓은 거실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었다. 고가의 그림과 조각품, 대리석 바닥이 눈에 들어왔지만 서연의 시선은 곧 거실 한가운데 붉은 소파로 향했다.사진 속에서 보았던 화려하고 당당한 중년 여성은 어디에도 없었다.헝클어진 머리와 창백한 얼굴, 며칠 제대로 잠들지 못한 듯 퀭한 눈만 남아 있었다.그녀의 손에는 너무도 소중해 한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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