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시연아, 오늘 저녁에 경매가 있는데 네가 함께 가줘야겠어. 넌 아직 대외적으로 내 아내야. 함께 경매에 참석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강시연은 고객의 정보를 보다가 진수혁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나 오늘 저녁 시간 없어요. 다른 사람 찾아봐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진수혁에게 여자 파트너가 부족할 리 없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함께 가려는 여자가 수두룩할 것이다. 스크레라도 포함해서.진수혁은 끊어진 전화를 보면서 화를 내지 않다. 그는 강시연이 성질을 부리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화를 낸다는 건 아직 그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으니 아예 그를 무시하는 것보다 나았다.그리고 바로 스크레라에게 오늘 밤 경매에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있다고 문자를 보냈다.오후 1시,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시연 선배, 한 대표님께서 볼일이 있다고 찾아오셨어요.”‘정훈 씨?’강시연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사무실에 들어온 한정훈은 그녀가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것을 보고 준수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시연 씨가 지금 저보다 더 바쁜 것 같아요.”한정훈이 놀리자 강시연은 유유히 고개를 들며 피식 웃었다.“일이 너무 많이 쌓여서 어쩔 수 없어요. 매일 진료해야 하는 환자가 너무 많아요. 근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아니면 밥이라도 사주실 건가요?”그녀는 몸을 뒤로 기대고 웃는 얼굴로 한정훈을 보았다.“오늘 밤 성문의 한 부지가 경매에 나올 예정이에요. 전 오늘 경매의 여자 파트너로 시연 씨를 초대하러 왔어요. 물론 시연 씨가 이 영광을 저에게 주실진 모르겠지만.”한정훈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강시연을 마주 보고 있었으며 아주 조화로운 화면이었다.‘경매? 진수혁이 나를 초대하려던 게 파티였나? 아니면 경매였나?’강시연은 한동안 생각이 나지 않았다.한정훈은 그녀가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아직 임신 중이고 매일 일이 이렇게 바쁜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대표님은 시연 씨와 감정을 더 쌓아야 해요. 그럼 대표님에 대한 시연 씨의 사랑은 분명 다시 타오를 수 있을 거예요.”소년 시절부터 좋아하던 사람이고 게다가 그동안 많은 오해가 풀렸다.이제 두 사람은 단둘이 지내며 그 좋은 추억들을 떠올려야 했다.‘잠깐! 대표님과 시연 씨가 결혼한 후로 좋은 추억이 있었던가?’진수혁은 유태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확실히 다시 감정을 키워야 했다.하야섬에서 세 식구는 아주 재미있게 놀았다. 스크레라가 굳이 그와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지금도 하야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제가 먼저 대표님께 전화하지 않으면 저한테 연락하지 않으실 거죠?”스크레라는 자신의 허리를 비틀며 들어와 선글라스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진수혁을 바라보았다.이 소리를 들은 진수혁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요즘 스크레라는 항상 그에게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졸랐다.그리고 화상 회의를 할 때 스크레라의 아버지는 진수혁이 스크레라에게 경영 문제를 이해하도록 지도해 주기를 바랐다.하지만 매일 같이 붙어 다니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다. 강시연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진 대표님, 요즘은 제가 제약업에 관심이 많아요. 화민국은 어떤 제약업에 투자하고 발전하기에 적합한지 좀 봐주세요.”스크레라는 진수혁 앞에 서류를 내려놓았고 진수혁은 서류를 들고 자세히 보았다.“천일제약이 꽤 괜찮아요. 재무 보고서든 다른 분야든 모두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요. 투자와 장기적인 발전을 원한다면 천일제약이 가장 적합해요.”진수혁은 서류를 내려놓고 스크레라를 올려다보았다.“스크레라 씨네 기업은 제약업에 참여하지 않은 거로 아는데 왜 갑자기 관심을 가지는 거죠?”스크레라는 애교스럽게 말했다.“요즘 아빠가 꽤 많은 용돈을 주셨거든요. 제 능력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서 아빠를 흡족하게 만들고 싶어요. 제가 요 며칠 동안 주식시장을 둘러봤더니 강성에서는 제약 사업이 꽤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강시연과 진수혁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강시연은 인정사정없이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진수혁은 그 문을 응시했다. 조만간 스크레라와의 계약 절차가 끝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스크레라도 해외로 돌아갈 것이다.때가 되면 강시연과 며칠 시간을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잘 회복할 것이다.다음 날, 스크레라는 강성 감옥에 왔다.심하은은 앞에 있는 낯선 얼굴의 여자를 의아해하며 보았다. 그녀는 이 외국 여자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상대방이 무슨 일로 그녀를 찾아왔는지도 몰랐다.두 사람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심하은은 의혹스러운 듯 스크레라를 보며 물었다.“날 만나러 왔어요?”“안녕하세요, 심하은 씨. 저는 스크레라고 해요. 진수혁의 글로벌 프로젝트 파트너죠. 하은 씨에 대해 조사해 봤어요. 솔직히 전 당신이 맘에 들어요. 어쨌든 진수혁이 당신을 7년 넘게 쫓아다니게 만든 거잖아요.”스크레라는 웃으며 심하은을 바라보았다. 심하은의 자료를 보고 나서 그녀의 수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알았다.심하은은 이 말을 듣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죠?”“난 진수혁을 좋아해요. 그 남자 옆에 있고 싶고요. 우리는 서로에게 최고의 결혼 상대죠. 우리가 결혼할 수 있다면 환상의 조합이 될 거고 우리보다 더 잘 어울리는 부부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심하은은 눈을 희번덕이며 속으로 욕했다.‘이 여자 미친 거 아니야? 진수혁을 좋아하면 가서 꼬시면 될 거지 난 왜 찾아온 거야?’“가서 정신과 검사를 받아 보지 그래요? 당신이 진수혁을 좋아하는 게 나랑 뭔 상관이에요?”심하은이 전화기를 놓으려는데 스크레라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리고 하은 씨가 원한다면 내가 이곳을 떠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요.”스크레라는 웃을 듯 말 듯했고 그 눈에는 온통 계산으로 가득 찼다.이 말을 들은 심하은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스크레라를 쳐다보았다.
“우리 뭐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왜 변호사님이 사는 곳에 왔죠?”강시연은 의혹스러워하며 황민수를 바라보았다.지금 이 시간에 성인 남녀가 한방을 쓰다니, 소문이 나면 오해의 여지가 충분했다.“제가 직접 요리해서 시연 씨에게 대접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 시간에 문을 연 곳은 대부분 포장마차예요. 위생적으로도 그렇고 또 기름진 음식이라 시연 씨에게 대접하기가 그래서요.”황민수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안은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이었다.그는 강시연에게 거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주스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런 다음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들어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두 시간 만에 세 가지 음식과 국 하나가 완성되었다.강시연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소송 때문에 바삐 사시는 분들은 요리를 안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변호사님의 요리 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네요?”“로펌에 있는 많은 변호사들이 식사를 해야 해요. 작은 소송들은 대부분 직원이 맡고 어려운 소송에만 저를 참여시키니 저는 평소에 시간이 나면 직접 요리를 하는 편이에요.”황민수의 이 말은 반 진담이었지만 그가 요리할 줄 아는 건 사실이었다. 외국 음식은 기름과 설탕이 많으니 직접 요리하지 않으면 고지혈증이나 비만에 걸리기 쉬웠다.강시연은 음식을 맛보더니 확실히 맛있었다. 요리의 내공이 느껴졌다.밥을 먹은 후, 황민수는 강시연을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해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는 건 옳지 않았다.강씨 가문 저택에 돌아온 강시연은 차 문 옆에 기대어 있는 진수혁을 보고 순간 표정이 식어버렸다.“시연아, 왜 이제야 왔어. 너무 힘들면 일하러 가지 않아도 돼. 내 능력으로 충분히 널 책임질 수 있어.”진수혁은 그녀의 초췌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임신 중인 그녀가 여전히 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으니 분명 힘들 것이다.“내 일에는 상관 말고 수혁 씨 일이나 잘 돌봐요. 그리고 이혼 문제는 될수록 빨리 해결해줘요. 계속
한정훈은 강요하지 않았고 강시연에게 몸을 잘 돌보라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섰다. 떠나기 전에 황민수를 힐끗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강시연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떻게 벌써 깨어났어요?”그녀의 최면은 문제가 없었으니 황민수가 몇 시간 동안 잠을 자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했으니 말이다.최면에 걸린 후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게 되니 적어도 몇 시간은 필요했다.그러나 그녀가 떠난 지 몇 분 만에 황민수는 정신을 차렸다. 도대체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까?“전에도 혹시 심리 상담사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자주 최면에 의존해야 잠이 드는 편인가요?”황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시간만 나면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 최면을 받고 몇 시간 동안 쉬었어요.”강시연은 그제야 문제점을 발견했다. 경상적인 최면으로 인해 황민수는 얕은 체면에 대한 면역이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잠들어도 몇 분이면 깼다.“그럼 제가 다시 최면을 걸죠. 이번에는 깊은 최면을 걸 테니 더 오래 휴식할 수 있을 거예요. 변호사님 상태가 심각한 편이라 앞으로 자주 치료를 받아야 해요.”“그럼 시연 씨 말대로 자주 치료받으러 올게요. 하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시연 씨를 찾아와도 될까요?”강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황민수는 그녀의 고객이었다. 최면을 받으러 찾으러 오는 건 당연히 문제가 없었다.고객에게는 무조건 100%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그날 밤, 강시연이 일을 끝내자 황민수가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다.“시연 씨는 여태까지 일하느라 밥도 못 드셨죠? 제가 오늘 받은 은혜를 갚는 의미에서 밥 살게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잤어요. 그동안 수면 문제로 인해 업무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연 씨처럼 뛰어난 심리 상담사가 치료해주시니 곧 완쾌할 수 있을 것 같네요.”강시연은 그에게 깊은 최면을 걸었고 그는 정말로 잠들었다. 방금 깨어난 그는 온몸이 상쾌하고 편
진수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한 대표님은 자기 일부터 잘 챙기시죠. 남 일에 괜히 참견하지 마시고...”“진 대표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달콤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수혁의 얼굴은 마치 먹물이 떨어진 듯 급격히 어두워졌다.유태오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짜증이 났다. 자기 개인 일정까지 스크레라한테 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생각하며 순간 그는 유태오의 연말 보너스를 삭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야 유태오가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스크레라는 허리를 살짝 흔들며 들어왔다.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강시연을 보자 놀란 척하며 말했다.“강시연 씨가 심리 상담사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러워요. 저는 그저 아빠의 사랑만 받고 하루 종일 쇼핑만 하는 철부지 딸이에요. 이제야 겨우 일을 맡게 됐는데 아직 진 대표님과 계약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했어요.”“두 분이 업무 이야기를 하셔야 한다면 전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강시연은 냉담하게 말했다.한정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을 보탰다.“진 대표님, 방금 시연 씨도 말씀하셨잖아요. 여긴 심리 상담소예요. 업무 이야기는 다른 데서 하시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시면 곤란해요.”진수혁은 강시연의 팔을 잡았다.무언가 설명하려던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황민수가 졸린 눈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눈앞의 상황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심리 문제 있는 사람이 꽤 많네요.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진수혁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혹시 시연아, 이 사람하고 계속 이혼 얘기하는 거야?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나는 절대 너와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그때 한민주도 다가왔다.양팔을 꼬고 진수혁을 노골적으로 째려보며 말했다.“진수혁 씨, 진짜 웃겨요. 내 것도 놓치기 싫고 다른 사람 것도 탐나나 봐요? 시연 언니랑 잘 살 생각이 없으면 왜 이혼은 안 하는 건데요? 혹시 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