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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Author: Yoonseu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0 21:21:04

유라는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따뜻한 죽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뜨거운 온기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참았던 서러움이 더 진하게 밀려왔지만, 유라는 묵묵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진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거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스케줄 표를 집어 들고 흐릿한 눈으로 일정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스케줄 표의 월요일 에는 며칠 전 제멋대로 파토를 냈던 유태희와의 촬영 스케줄이 다시 잡혀 있었고, 다음날에는 곧바로 강원도에서 진행되는 1박 2일간의 야외 촬영 일정이 빽빽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그 빡빡한 강원도 출장날 오전에 브랜드 CF 촬영 시간까지 교묘하게 겹쳐 있는 상태였다. 살인적인 일정에 도진은 피로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젖은 머리칼을 뒤로 거칠게 쓸어 넘겼다.

허기만 겨우 채운 채 죽을 반 정도 비운 유라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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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수 없는   173화

    유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도진이 서늘한 음성으로 단호하게 말을 끊어냈다.“너를 이렇게 망가뜨린 그 자식을 지금 용서하겠다는 거야? 이유라, 너 자칫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어. 그런데 용서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도진의 목소리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젖어 거칠게 튀어나왔다. 그의 핏발 선 눈동자에는 유라를 향한 걱정과 억눌린 감정이 아슬아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유라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도현 오빠 아버님도 그렇고, 도현 오빠도 제 학창 시절엔 분명 고마운 분들이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분들이 완전히 망가지는 건 저도 원치 않고…… 무엇보다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도 받았어요.”유라는 굳어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진의 손등 위에 조용히 제 손을 포갰다.“그리고 제가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 어쨌든 오빠 에게까지 수사가 미치게 될 거예요.”유라는 도진의 손을 꼭 쥐며 나지막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가뜩이나 연이어 터진 안 좋은 기사들 때문에 힘든데 저 때문에 또다시 곤욕을 치르고 힘들어하는 모습…… 저, 더 이상은 정말 보기 싫고 힘들어요.....”“난 내가 가진 거 다 잃어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도진의 눈빛에 짙은 분노가 아른거렸다,“너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이도현 그 자식은 물론이고, 옆에서 도운 놈들까지…… 난 절대로 그냥 안 둬. 전부 다 빠짐없이 대가 치르게 만들 거야.”도진의 단호한 태도와 눈빛을 확인한 유라는 결국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설득하고 달래 보아도, 한 번 뜻을 굳힌 도진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뒤로도 유라가 몇 번이고 그를 설득하려 애썼지만, 도진의 뜻은 굳건했다.그렇게 도진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획사 대표와의 약속대로 남아 있던 모든 스케줄을 차질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고 마무리 지었다.그 끝을 향해 달리는 동안, 도진의 마음

  • 돌이킬수 없는   172화

    “유라 학생……?”보육원 시절, 아이들과 자신에게 가식 없는 미소로 따뜻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인자한 목소리. 국내 최고 대형 병원의 병원장이이자, 이도현의 아버지인 그의 목소리였다.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연락에 유라는 당황스러움으로 굳어버려 선뜻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수화기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그 묵직한 정적을 깨고 다시 한번 도현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유라 학생, 나 도현이 아빠예요. 듣고 있나요?”유라는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대답을 건넸다.“네…… 안녕하세요.”수화기 넘어 유라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도현의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정중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구나…… 다름 아니라, 우리 도현이가 유라 학생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들었어요...”여전히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자상하고 신사적인 말투였다.“아비 된 마음으로 우리 도현이의 잘못된 행동은 내가 엄하게 꾸짖고, 다시는 유라 학생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확실히 조치 할테니. 그러니 부디 이번 한 번만 우리 도현이를 용서해 줄 수 없겠어요?”유라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도현의 아버지에게는 사실 감사한 마음이 컸던 탓이다. 과거 보육원 봉사활동을 오며 시설에 아낌없는 금전적 지원을

  • 돌이킬수 없는   171화

    게다가 사건은 끝난 게 아닌,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저 유라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가 잠시 지연되고 있었을 뿐. 만약 조사 과정에서 유라의 입을 통해 이상한 말이라도 터져 나오는 날엔, 제 아들이 쌓아 올린 커리어와 가문의 명예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처박힐 게 뻔했다.도현의 부모는 식은땀이 흐르는 손을 쥐어짜며 깊은 초조함에 휩싸였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아들이 망가지는 걸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도현의 아버지가 도현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두꺼운 암막 커튼마저 치지 않아 어둠이 짙게 깔린 집안, 거실 한복판에는 도현이 술에 취해 쓰러지듯 잠들어 있었다. 며칠 새 살이 쏙 빠진 그의 차가운 인상은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철컥-’아버지가 거칠게 커튼을 젖히자,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온 눈부신 햇살에 도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붉게 충혈된 눈에 차가운 표정의 아버지가 담기자, 도현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소파에 기대앉았다.“……왜 오셨어요.”“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너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아버지는 참아왔던 분통을 터뜨리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도현은 초점 없는 눈으로 초라한 술병들을 바라볼 뿐이었다.“아버지가 신경 쓰실 일 아니에요.”“뭐?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 지금 이 얘기가 조금이라도 밖으로 새어 나가서 잘못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리 병원 이미지 나락 가는 건 한순간이야! 네 인생도 끝이고!”병원과 가문의 명예를 먼저 들먹이는 아버지의 호통에 도현의 눈매가 차갑게 일그러졌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낮게 읊조렸다.“……제 뒤 캐셨어요?”“지금 그게 중요해?! 이도현, 너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망가진 거야! 대체 뭣 때문에…… 그깟 여자애 하나 때문에 이 미친 짓을 벌인 거냐고!”“....”“내가 너를 보육원 봉사활동에 데려가는 게 아니었는데…….”도현의 아버지 입에서 짙은 후회가 섞인 한숨이 털썩 새어 나왔다.“처음부터 그

  • 돌이킬수 없는   170화

    “……알겠어요.”피해를 최소한의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대표의 지극히 현실적인 설득에 도진도 마침내 나지막이 응했다.어쨌든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생계와 노력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전화를 끊은 도진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그리고는 소파 한쪽 구석에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는 유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자신과 진심으로 사랑해서 품게 된 소중한 생명이었건만, 유라는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온통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위축된 모습이 도진의 가슴을 또 한 번 시리게 만들었다.도진은 유라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었다.“이유라.”유라를 담아내는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깊고 다정한 온기만이 남아 있었다.“네가 죄인처럼 굴 이유 단 하나도 없어. 이건 우리가 사랑해서 생긴 가장 축복받아야 할 일이야.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하지만…… 이 시기에……”유라가 여전히 근심 어린 얼굴로 입을 열려 하자, 도진은 그녀의 말을 부드럽게 잘라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 아니야. 온전히 내 몫이지.”도진의 커다란 손이 유라의 뺨을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뱃속에 있는 아이, 내 아이기도 해. 내가 전부 감내해야 할 일이야.”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도진의 눈빛에는 유라를 향한 깊은 미안함과 단단한 책임감이 서려 있었다.“밥 먹자.”도진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계속 토하느라 빈속이잖아. 먹고 싶은 거 없어?”유라가 여전히 입맛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 가만히 고개를 저어 보이자, 도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말을 이어갔다.“생각 없어도 먹어야지. 아까 병원에서 선생님 이야기 못 들었어? 영양 불균형이 심하다고 했잖아.“너를 위해서,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조금은 먹어야 해.”말을 마친 도진은 주방으로 향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 돌이킬수 없는   169화

    주치의의 긴 설명이 끝나고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도진은 단 한마디 입을 열지 않았다.슬픔과 미안함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유라는 꾹 눌러 참았다. 차마 도진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조차 나지 않아, 유라는 병원을 나서는 내내 숙인 고개를 끝내 들지 못했다.차에 올라탄 도진의 반응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도진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그의 차가운 옆모습은 낯설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도진의 차가운 옆모습에 유라는 가녀린 몸을 더욱 말아 웅크렸다.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어두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유라의 손가락 끝이 불안하게 마구 짓눌렸다.차 안을 짓눌러 오는 이 무거운 침묵이 마치 마지막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도진은 유라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냉수를 컵 가득 따라 한 번에 들이켰다.차갑게 굳어 있는 그의 등 뒤에서, 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옷자락을 꼭 쥔 채 참아왔던 목소리를 내어놓았다.“…… 이 아이로 발목 잡을 생각 전혀 없어요.”차가운 정적 속에서 유라의 떨리는 음성이 서글프게 울려 퍼졌다.“제가…… 제가 떠날게요.”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물컵을 내려놓는 도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식탁 위에 '탁' 소리를 내며 놓인 유리컵 주변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이유라.”낮게 가라앉은 도진의 목소리가 펜트하우스의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천천히 몸을 돌려 유라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참아왔던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넌 정말…… 나한테 비밀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이야기하기로 했잖아!”억눌렸던 도진의 소리가 결국 거칠게 터져 나왔다. 화가 잔뜩 난 그의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울분, 그리고 속을 태우던 애타는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도대체 이렇게 큰 일을 나한테

  • 돌이킬수 없는   16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적막을 깨고 벨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숨을 헐떡이는 매니저가 서 있었다. 도진의 성화에 못 이겨 겨우 외투를 걸친 유라는 차마 떼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차는 도로를 내달려 순식간에 병원 앞에 도착했다. 도진의 전담 주치의가 기다리고 있는 프라이빗 진료실로 안내받은 유라는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술을 짓씹으며 검사실로 들어섰다.하지만 첫 검사부터 커다란 난관이 찾아왔다.기본 검사를 마친 뒤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준비하던 방사선사가 유라를 향해 무심하게 물었다.“이유라 씨, 혹시 임신 가능성 있으신가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유라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듯 굳어버렸다. 입술만 벙긋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유라를 보며,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혹시라도 임신 가능성이 있으시면 배를 가리고 촬영해야 해서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실까요?”“네……”유라의 입술 사이로 들릴 듯 말 듯한 대답이 새어 나왔다. 자신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갈까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하는 동안, 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옷자락을 꼭 쥐며 나지막이 물었다.“저기…… 혹시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보호자에게 비밀로 해주실 수 있나요?”갑작스러운 부탁에 간호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유라를 바라보았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유명 연예인 도진과 어떤 관계인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듯했지만,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답했다.“음, 그건 저희 쪽에서 임의로 숨겨드리기는 어려워요. 검사가 다 끝나고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실 때 직접 말씀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자, 찍습니다. 숨 크게 들이마시고 참으세요.”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흉부 엑스레이 촬영은 금세 끝이 났다. 이어 피검사를 비롯해 각종 검사를 차례로 마친 유라는 옷을 갈아입고 검사실 밖으로 나왔다.아침부터 빈속이었던 데다 긴장 속에 여러 검사를 치르

  • 돌이킬수 없는   7화

    “그 꼴로 나가면 감기 걸려요. 옷이라도 말리고 가야죠.”“아뇨, 괜찮습니다!….”“숙녀분을 이런 모습으로 보낼 순 없죠. 들어와요.”김건의 커다란 손이 유라의 가느다란 손목을 낚아챘다. 거절할 틈도 없이 거실로 이끌려 들어온 유라는 전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보고 경악했다. 물에 젖은 하얀 티셔츠는 속옷 라인까지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웅크리는 유라를 보며 김건이 낮게 웃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도진의 방으로 들어가 검은색 티셔츠 한 장을 들고 나왔다.“우선 이걸로 갈아입어요. 미녀분이 감기 걸

  • 돌이킬수 없는   5화

    “신세 많았어요, 오빠. 연락드릴게요.”유라가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적막한 집안에 무겁게 울렸다. 혼자 남은 도현은 유라가 누워 있던 온기가 남은 침대를 바라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금방 다시 오게 될 거야, 유라야. 내 품 말고는 네가 숨 쉴 곳 따윈 없을 테니까.”택시 안에서 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김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툭, 하고 전화가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로 소름 끼치도록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도진 씨? 죄송합니다! 제가 첫날부터 술을

  • 돌이킬수 없는   4화

    [다시 현재 도현의 방]자책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유라를 내려다보던 도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날 밤 김도진이 제게 뱉었던 소유욕 어린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유라를 그 지옥 같은 놈의 곁에 둘 수는 없었다.도현은 침대 옆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앉으며 낮게 읊조렸다.“거기 그만두고 우리 병원으로 와. 너 일할 자리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니까.”순간 유라의 마음이 세차게 흔들렸다. 시급 두 배의 꿈의 직장이라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이런 꼴이 되었으니 겁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보육원

  • 돌이킬수 없는   6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라는 로봇 청소기를 서둘러 가동시키고, 부엌에 널브러진 술병들을 정리했다. 이어 화장실 청소를 위해 뜨거운 물을 벽면에 세차게 뿌리던 중, 수압을 이기지 못한 샤워기 헤드가 제멋대로 돌아가며 유라의 온몸을 정면으로 덮쳤다.“아앗! 정말 되는 일이 없네, 진짜……!”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어버렸다. 이유라는 젖어 축축해진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고, 대충 화장실 정리를 마무리했다. 뚝뚝 물이 떨어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티셔츠 끝단을 잡아 물기를 짜냈지만, 얇고 하얀 면 티셔츠는 이미 제 기능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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