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이태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만족의 육신 수련법은 우선 천지 만물을 관상하고 혈자리를 개척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수사의 단전처럼 모든 혈자리에 강렬한 기혈과 힘을 저장하는 방법이었어.”이태호는 사색에 잠기면서 중얼거렸다. 이 공법은 꽤 교묘해서 그가 개척한 천지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다만 천지법은 일반 수사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관상법은 육신만 수련하는 수사들이 사용하는 것이다.성자 경지 때, 365개 혈자리를 모두 뚫는 것과 유사했다.이태호는 관상법의 구결을 묵묵히 외웠다.구결을 달달 외운 후,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관상’하기 시작했다.이태호가 관상한 대상은 사나운 흉수가 아니고 용이나 봉과 같은 토템도 아니었다.그가 관상한 대상은 자신이었다.시간이 흐르면서 이태호가 관상한 자신의 혈자리에 갑자기 살아있는 듯한 소인(小人)이 나타났다.이태호와 거의 똑같이 생긴 소인이었다. 다만 소인의 몸에서 발산한 기운은 내공의 파동이 아니라 강렬한 기혈이었다.이태호가 성자 경지 때 모든 혈자리를 뚫었기에 관상법을 신속하게 수련할 수 있었다. 혈자리 1개 완성, 혈자리 10개, 혈자리 100개...이틀 만에 이태호는 온몸의 혈자리들에 대한 관상을 완성하였다. 모든 혈자리에 미니 버전의 이태호가 들어 있으며 각각 팽배한 기혈을 내뿜었다.이때, 이태호의 몸에서 뿜어낸 기혈은 너무 왕성해서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평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맨손으로 공간을 찢을 수 있었다.그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365개 혈자리에 각각 소인이 나타난 후, 자기의 내공이 단번에 급증했고 육신도 최상급 영보보다 더 단단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주먹을 가볍게 쥐자,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덮는 듯한 강력한 힘이 몸에서 솟구쳐 나왔다. 눈앞의 공간은 마치 이 기세를 감당하지 못한 듯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으로 붕괴되었고 넓은 공간 틈새를 만들어냈다. 이 정경을 본 이태호는 기쁨을 주체할
대제사장의 말이 끝나자, 손에서 현광이 나타났다.현광은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고 광장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떨어졌다.방금 호천비에 주먹을 내리친 이태호는 갑자기 자기 앞에 둥둥 떠 있으며 현광을 발산한 하얀 옥간을 보고 의아해했다.이때, 대제사장 백운산의 신식이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젊은이, 이것은 우리 만족의 근본 공법 태허관상법이네. 오늘 자네의 육신이 이렇게 강한 걸 보고 이것을 선물로 주겠네. 수련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야.]이태호는 백운산의 말을 듣고 흠칫 놀라워했다.태허관상법에 대해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은 만족의 뿌리라 할 수 있는데 외부인이 절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만족의 대제사장이 자신을 이렇게 중시할 줄이야.만족의 육신을 수련하는 법문은 창란 세계에서도 유명하였다.9대 성지에 만족보다 강한 육신을 수련할 수 있는 공법이 없었다.정신을 차린 이태호는 손을 들어 조심스레 옥간을 받은 후 성산이 있는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선배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제가 비승할 수 있다면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성산에 있는 대제사장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식을 거두었다.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 파편을 통해 만족의 미래가 이태호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선뜻 태허관상법을 내놓은 것이었다.한편으로, 이태호의 옆에 있는 만족 소주 백가민은 이태호 앞에 떠 있는 옥간을 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관상법이 아닌가?!’만족 소주로서 그는 당연히 만족의 근본 공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대제사장이 이렇게 중요한 공법을 이태호에게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의 마음에서 놀라움과 노여운 파도가 일어났고 이태호를 바라보는 눈빛도 무거워졌고 경외심이 어려 있다.‘노조님께서 이태호를 이렇게 중히 여기시다니! 설마 우리 만족의 미래가 이태호와 관련이 있단 말인가?!’백가민은 놀라운 마음을 진정시켰고 이태호를 향해 깍듯한 미소를 지었다.“이 도우는 역시
팽배한 기혈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면서 빛기둥으로 되어 광활한 대지를 비추었다.이런 천지의 이상 현상하에, 사람들은 작은 황금색 글자가 호천비 위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이태호: 8급 성왕, 30만 현황의 힘]광장 주변에서 원래 이태호를 얕잡아 보았던 만족 수사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수군거렸다. “대박! 30만 현황의 힘이라니!”“저 녀석은 대체 어떻게 한 거지?”“대제사장님과 만왕님의 바로 아래에 있다니. 만족 수사 중, 같은 경지에서 이태호를 이길 자가 없을걸.”“우리 만족의 수사도 아닌데 육신의 힘이 왜 이렇게 강할 수가 있죠?”“어머나, 30만 현황의 힘이라니. 한 오리의 현황의 기운이 태산처럼 무겁고 백 리나 되는 대지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데.”“...”광장 주변에 있는 만족 수사들은 호천비에 새로 나타난 글을 보고 발칵 뒤집어졌다.만족은 과거 청제를 따르는 추종자의 후예로서 족내에서 힘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전히 상고 시대의 특성이 남아 있다.흔히 소, 호랑이, 코끼리, 용, 진룡, 현황 등을 단위로 하였다. 여기서 소는 신우(神牛)를 말하는 데 한 마리당 만근의 힘을 나타난다.호랑이는 백호(白虎)를 말하는데 창란 세계에서 보기 흔한 흉수로서 10만 근의 힘을 가지고 있다.코끼리는 창란 세계의 예전에 있는 흉수로서 만황지상(蠻荒之象)은 백만 근의 힘을 가지고 있다.용은 교룡(蛟龍)이며 억만 근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현황은 힘의 최고 단위이다. 한 오리 현황의 기운은 태산처럼 무겁고 산을 무너뜨릴 수 있다.성자급 수사는 돌파하려면 온몸의 혈자리를 뚫고 법력을 모아야 했다.이에 비해 만족 수사는 육신의 힘이 한 오리 현황의 기운과 맞먹으면 성자 경지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성자 경지의 힘은 현황의 기운 1~10,000을 가리킨다. 성왕 경지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10만 현황의 힘을 넘지 않았다.그러나 이태호는 8급 성왕 경지에 불과한데 30만 현황의 힘을 가졌으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 놀라지
원래 인산인해를 이뤘던 광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수많은 혈기왕성한 만족 수사들은 이태호를 훑어보았다.잠시 후에, 주변이 다시 웅성해졌다.“이태호? 설마 동해 비경에서 4대 성자를 처치했다는 천교?”“흥. 내공이 아무리 강해도 뭐 어때? 호천비는 육신의 힘을 측정하는 거야. 저 사람은 여리여리하게 생겨서 아마 백만 명 안에도 들지 못할걸?”“하하, 그 정도는 아니지.”“법력을 수련한 놈이 왜 호천비로 측정하려고 하냐? 스스로 모욕을 당하는 거잖아.”“...”백가민도 주변에 있는 만족 수사들의 논의를 듣고 속으로 기뻐했다.이태호가 만족 왕성에 온 후, 백가민은 이태호와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지금은 그의 등만 볼 수밖에 없었다.반년 전에 성공 전장에 있을 때, 그는 7급 성자로서 창란 세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천교였다.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자기는 4급 성왕 경지로 돌파했으나 이태호는 파죽지세로 빠르게 성장해서 8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지금의 이태호는 성황급 수사라도 얕볼 수 없고 심지어 그의 아버지 백가운도 예의를 갖추고 대하였다.이는 백가민으로 하여금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지게 하였다.원래 그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 이태호와 연장생을 데리고 왕성을 구경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태호가 육신의 힘을 측정하고 싶을 줄이야.그래서 백가민은 불시에 불쾌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육신의 힘과 법력은 달랐다.이태호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육신의 힘이 육신만 수련한 만족 수사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백가민은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기는 듯한 묘한 미소를 지었다.연장생은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짓는 백가민을 보고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이태호의 육신이 얼마나 강한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태호의 육신은 태고 진룡보다 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상급 영보에 견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만족 수사 중에서도 최정상 등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이런 생각에 백가운은 다급히 거절하였다.“대제사장님, 조금 전에 태일성지와 협력하라는 말씀은 제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상법은 우리 만족의 뿌리입니다. 외부로 유출되면 앞으로 우리 만족이 어떻게 창란 세게에서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관상법은 만족의 근본 공법이다. 각 대성지처럼 공법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그것을 배운 자를 제거하거나 종문으로 들여야 했다. 절대로 그 공법을 배우는 제삼자가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백가운은 만족의 왕으로서 개인이 아닌 수천수만 명의 만족 수사들을 위해 심사숙고해야 했다.대제사장은 따져 드는 백가운을 보자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내 마음을 정했으니 두고 보거라. 우리 만족에게 이익만 있고 해로움이 없을 것이네.”이에 백가운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으나 대제사장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한편으로, 만족 소주 백가민의 안내를 받은 이태호와 연장생은 바로 만족 왕성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왕성 안에 있는 가게에서 호객 소리가 들려왔고 만족인의 복장이 특이한 것 외에 전반적으로 동해성처럼 번화했고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이윽고 이태호 일행은 왕성 중앙의 광장에 도착했다.이때,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많은 사람은 한 비석을 둘러싸면서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조용히 세워진 검은 비석을 바라보았다. 높이가 백 장에 달한 비석은 산처럼 우뚝 솟았고 웅장한 기운을 내뿜었다.비석 위에 한 줄의 이름이 새겨 있다.[백운산: 100만 현황의 힘][백가운: 50만 현황의 힘][백가민: 4급 성왕, 4만 현황의 힘][...]백가민은 웃으면 소개하였다.“이 도우, 연 선배님, 앞에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만족 수사의 호천비(昊天碑)입니다. 예전에 청제님께서 특별히 우리 만족 선조를 위해 세운 육신의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비석입니다.”이에 이태호는 이 비석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그는 처음으로 만족의 유래에 대해 듣는 것인데 청제와 관련이 있을
이태호와 연장생이 떠난 후, 백가운은 그제야 다급히 물었다.“대제사장님, 어찌 바로 협력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백운산은 백가운의 화난 모양을 보고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만족의 이익을 간과했다고 원망하는 거냐?”원래 얼굴에 노기가 가득했던 백가운은 대제사장의 말을 듣고 이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흥.”대제사장은 코웃음을 치고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태일성지에게 요구를 제기하지 않는 건 내가 시간의 흐름에서 우리 만족의 미래가 이태호에게 걸려 있는 것을 엿보았기 때문이네.”이 말을 들은 백가운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뭐라고요?”만족의 왕으로서 그는 대제사장의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대제사장 백운산은 만족의 유일한 반선 노조로서 각 대성지의 노조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선 경지에 이른 강자들은 천지의 규칙과 연결을 맺었기에 실력이 뛰어난 강자는 운명의 인과 관계마저 엿볼 수 있다.대리국 황실 강씨 가문에 가장 유명한 천자 망기술이란 신통이 있는데 창란 세계에서 최고의 운명 신통이라 할 수 있다.만족에 이런 신통이 없으나 만족이 수련한 토템의 법으로 천지와 연결하는 것은 옛날 인족의 가장 정통적인 수련 법문이었다. 최고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래의 파편을 엿볼 수 있다.백가운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지어 자신의 힘차게 쿵쿵 뛰는 심장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만족의 희망이 이태호에게 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은 그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그러나 대제사장은 거짓말을 한 것 같지 않기에 백가운은 곧바로 이 소식을 받아들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대제사장님, 그렇다면 이태호가 꼭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백가운은 흥분하면서도 놀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지금 이태호는 8급 성자 경지에 불과한데 신선으로 비승되기는커녕 성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