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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스칼렛 플레임
“음식? 이번에는 또 뭔데? 산토끼 자궁이야? 아니면 고환인가? 그게 사람이 먹을 거 아니잖아!”

차선우의 어머니는 늘 내게 기괴하고 효과도 없는 민간요법 음식을 보내주려고 한다. 하나같이 역겹고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몇 년간 나는 이를 악물고 먹어야 했고 그럼에도 아이를 못 낳는다고 어머님께 구박을 들었다.

“네가 얼마나 속상할지 알아. 아는데 그래도 엄마 연락처를 차단하면 어떡해?”

나는 더 이상 차선우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이참에 어머님과 나눈 대화 기록을 보여주었다.

[애도 못 낳는 게 여자야? 전에 겨우 임신했다가 애 떨어졌지. 쓸모없는 년.]

그랬다. 사실 차선우와 결혼한 직후, 나는 자연 임신을 했었다.

하지만 7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아이가 갑자기 심정지가 되어 결국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

그때 차선우의 어머니는 원망 섞인 말들을 내게 수없이 늘어놓았다.

그동안 차선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그는 지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도 내 엄마잖아. 네가 좀 더 이해해 드려야지.”

“뭐라고? 그럼 지난 몇 년간 내가 당한 서러움은 누가 이해해주는데? 첫아이를 잃었던 그 날이 내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너도 잘 알잖아!”

차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유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혹시 네가 뭘 잘못 먹었거나 아니면 사용하던 화장품 때문이었을지도...”

나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제야 차선우도 자신이 실언했음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했다.

첫 임신이었던 만큼 나는 누구보다 조심스러웠다.

아이를 잃고 나서 한동안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때 차선우는 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됐다.

이 남자는 유산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모든 책임을 내게 떠넘겨야만 본인의 외도를 합리화할 구실이 생기니까.

이후 사흘 동안 차선우는 줄곧 집에 머물며 나를 챙겼다.

짐 정리를 하다가 그만 그에게 들켜버렸다. 이 남자는 바짝 긴장하며 내게 물었다.

“어디 가? 왜 갑자기 짐을 싸고 있어?”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들어서 정리하고 새것으로 바꾸려고.”

차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 사흘 동안 민채원의 SNS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었다.

차선우가 주문한 아기용품, 최고급 산후조리, 전문 임산부 식단까지...

그는 피드마다 하트를 눌렀고 나는 조용히 증거를 모았다.

이제 떠나기까지 이틀이 남았다.

나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차선우는 내 남동생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나는 동생과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랐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나는 미성년자이었다.

그때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해왔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생 또한 늘 나를 따랐고 누가 나를 괴롭히면 가장 먼저 달려와서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내가 결혼하던 날, 동생은 나를 배웅하며 엉엉 울었다.

“누나, 매형이 속상하게 하면 바로 이혼해. 내가 평생 누나 먹여 살릴게.”

차선우의 외도를 알았을 때, 나는 가장 먼저 동생에게 달려가 울며 하소연하고 싶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동생이 욱하는 마음에 일을 크게 벌일까 두려워 이 사실을 숨겼었다.

하나뿐인 동생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니 나로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떠나기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고 다음엔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결국 우리는 자주 가지는 않지만, 경치는 기막히게 좋은 별장 앞에 모여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나와 동생의 사이는 여전히 끈끈했다.

동생은 차선우와 경쟁이라도 하듯 고기를 굽고 내 입에 넣어주기 바빴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차선우는 안심한 듯 말했다.

“너희 누나 드디어 웃네.”

이에 남동생이 콧방귀를 뀌었다.

“매형 또 우리 누나 속상하게 하면 그땐 내가 누나 데려갈 거예요. 평생 찾지 못하게 숨겨둘 거라고요!”

차선우가 속절없이 웃었다.

“내가 어찌 감히 너희 누나 속상하게 하겠어?”

“술 다 떨어졌네요. 같이 술 가지러 저장고에 가요.”

동생은 차선우와 함께 술을 가지러 갔다.

그때 민채원이 내게 위치 정보를 보내주었는데 마침 그녀도 이곳에 있었다.

나는 동생이 충동적으로 굴까 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황급히 그들을 따라나섰는데 코앞에 도착해 보니 팽팽하게 맞선 장면은 펼쳐지지 않았다.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웃고 떠들었다.

민채원이 팔을 들어 차선우의 목을 감쌌고 내 동생은 옆에서 욱하긴커녕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나 날려댔다.

“매형, 두 분은 그럼 일 보세요. 저는 술 가지러 다녀올게요.”

나는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연합해서 내 심장에 가장 치명적인 비수를 꽂다니!

방금 차선우에게 경고장을 날렸던 동생을 되새기자 그저 모든 게 우스꽝스러웠다.

이번에는 동생이 나를 데리고 떠날 필요가 없게 됐다.

내일이 지나면 두 남자는 영원히 나를 못 찾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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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반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었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곁에는 어느덧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사람이 한 명 생겼다.그사이 한번 귀국해서 차선우와 이혼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이 인간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날 통화 이후 놀랍게도 이혼에 동의했다.더욱이 그는 이혼 합의서를 다시 작성하며 대부분 재산을 내게 넘겨주었다.돈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서명이 담긴 서류에 내 이름 석 자를 적었다.차선우를 만난 날, 그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앙상하게 뼈만 남을 지경이었다.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게 뻔하지만 이제 더는 나랑 무관한 일이었다.내 곁에 선 서도겸을 본 순간, 차선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이제 내게도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본인은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그럼에도 마지막으로 나를 붙잡으려 했다. 그때 서도겸이 내 앞에 나서며 그를 막았다.한편 나는 귀국한 참에 동생을 보러 갔다.그가 민채원을 밀쳐 산모와 아이 모두 죽게 만들었고 결국 고의 살인죄로 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남동생은 유리창 너머로 나를 보자마자 흥분해서 달려들었다.전화를 받으니 동생의 흐느낌이 들려왔다.“누나...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제 여기서 달게 벌 받고 살아. 용서해달라는 말은 안 할게. 다만 앞으로도 나를 동생으로 기억해주고... 가끔이라도 면회 와주면 안 될까?”어쨌거나 내가 손수 키운 동생이었기에 차선우에게 했던 것처럼 냉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앞으로 오랫동안 여행을 다닐 거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러 올게.”이혼을 마치자 서도겸은 나보다 더 기뻐했다.“우리 은지 드디어 이혼했네! 나도 이제 정식으로 대시할 수 있는 건가?”그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고 나 역시 그 모습에 전염된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다시 반년이 흘렀다. 나는 천천히 서도겸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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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집에는 가정부만 보일 뿐 안은지의 그림자도 찾기 힘들었다.“은지는요?”당황한 차선우의 외침에 가정부가 놀라 되물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사모님 외출하셨는데 여태껏 안 돌아오셨어요. 아 참, 도련님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뒀다고 하셨어요.”안은지가 마련한 서프라이즈는 아기방에 있었다.그곳은 차선우가 안은지와 함께 첫 아이를 기다리며 손수 꾸몄던 공간이었다.하지만 아기가 떠난 후, 안은지는 차마 그 방에 들어서지 못했고 결국 여태껏 방치되었다.차선우는 단번에 탁자 위에 놓인 봉투를 발견했다.무심코 지나치려다 정리함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쏟아져 나온 수십 개의 주사기가 바닥을 굴렀다.몇 년간 그가 모아온 주사기들, 안은지가 겪었던 고통이 모두 자신 때문임을 잊지 않으려고, 평생토록 그녀에게 잘해주리라 다짐하며 수집했던 것들이었다.차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일주일 전 날짜가 찍힌 초음파 사진이 들어있었다.그는 숨이 점점 가빠지고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안은지가 임신을 하다니!그녀가 이토록 화를 내고 자신을 피하려 한 것까지 전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이 아이는 차선우와 안은지가 무려 5년이나 간절히 기다려온 선물이었다.차선우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했지만, 여전히 수신음만 들릴 뿐이었다.그는 메시지를 보내고 또 보냈다.사과하는 내용, 변명하는 내용, 애원하는 내용까지...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일관된 침묵이었다.차선우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갈 때쯤,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방금 왜 전화 끊었어? 이미 언론에 다 얘기해놨으니 은지한테 촬영 협조하라고 해. 채원이는 당분간 집에만 있고 더는 얼굴 내비치지 않을게. 조용히 이 고비만 넘기면 돼.”“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말아요! 저 이제 은지 속상하게 할 생각 없어요!”차선우의 어머니는 잠시 굳어졌다.“걔가 애를 못 낳으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우리가 계속 아이가 안 생기는 게 결국 다 엄마 때문인 건 잊었어요?”차선우는 처음으로 어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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