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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동운
주빈은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웅크렸고 박효섭은 조심스럽게 문가로 걸어갔다.

그는 한 손으로 문고리를 조용히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기봉을 꽉 쥐었다.

‘하나, 둘, 셋!’

박효섭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리고 곧 익숙하면서도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났다.

안개 속에 서 있던 사람이 손을 뻗으려는데 박효섭이 전기봉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쿵!

거대한 몸이 쓰러지더니 곧이어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 사람은 바로 사감이었다.

박효섭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주빈을 업고 일기장과 지도를 챙긴 뒤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형, 방으로 돌아가야 해요! 교칙에 따르면 흰 옷을 입은 아저씨는 방 안에 있는 아이를 잡을 수 없어요!”

박효섭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 뒤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사감이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두 사람의 뒤를 바짝 따랐다.

뚜벅뚜벅.

육중한 발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동시에 빨라졌다.

계단 난간에서 끊임없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떨림이 느껴졌다.

“형, 이러다가 따라잡히겠어요!”

박효섭은 두려움에 떠는 주빈을 위로해 줄 틈이 없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전등이 깜빡이며 공포감을 조성하더니 이내 탁탁 소리와 함께 전등이 연이어 깨지기 시작했고, 겁에 질린 주빈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뒤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모습이 보이려는 순간, 박효섭이 손을 뻗어 난간을 잡은 뒤 몸을 뒤집었다.

쿵.

두 사람은 4층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개 또한 점점 더 가까워졌다.

“넌 누구야? 넌 누구냐고!”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벌게진 눈에 험악한 표정을 한 남자가 안개 속에서 툭 튀어나왔고 이어 낫을 휘둘러 주빈을 공격하려고 했다.

“형!”

두려움에 찬 비명이 들리는 순간, 박효섭은 소리를 지르며 주빈을 앞으로 던졌다.

“주빈아, 가서 문 열어!”

스위치를 누른 후 뒤에 있던 사감을 향해 전기봉을 힘껏 휘두르자 전류가 흐르는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가 튀었다.

전기봉이 피로 물든 낫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전류가 낫을 통해 상대방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 살이 타는 듯한 탄내가 났다.

철컥.

이때 문이 열렸고 박효섭은 자신의 머리로 상대방의 얼굴을 세게 들이받았다.

사감은 고통스러워하면서 문드러진 얼굴을 감싸 쥔 채 몇 걸음 물러섰고, 박효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감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어라?”

박효섭은 순간 멈칫했다.

왜 갑자기 힘이 이렇게 강해진 걸까?

박효섭은 이내 깨달았다.

그가 입고 있는 ‘정원사의 작업복’은 단순히 위장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그의 힘과 능력치까지 끌어올려 주었다.

그래서 박효섭이 전기봉을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깨달은 박효섭은 이를 악물었다.

‘끝까지 가야지.’

사감이 일어나기 전에 박효섭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사감의 눈에 전기봉을 찔러넣었다.

피가 튀는 가운데 사감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면서 낫으로 박효섭을 공격했다.

극심한 통증과 젖어서 질척해진 옷의 감각을 통해 박효섭은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지금이 바로 끝장을 볼 기회였다.

퍽!

박효섭은 전기봉을 뽑아내는 동시에 그것을 곤봉처럼 휘둘러 낫을 들고 있던 사감의 팔을 부러뜨렸다.

“너는 누구야? 대체 누구냐고!”

사감이 광기 어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는 박효섭의 힘에 저항하기 벅차 보였다.

사감은 낫을 마구 휘두르며 박효섭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젠장, 죽어!”

박효섭은 두 팔을 교차했다. 힘을 많이 준 건지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퍽.

퍽.

퍽.

박효섭은 전기봉으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계속해서 때렸다.

다친 곳은 매우 아팠고 피도 많이 흘렀다.

그럼에도 박효섭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건지 테스트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조리 풀었다.

그러다 갑자기 안내음이 들려왔다.

[인턴 회원 박효섭 님, 기이 생물체 사감을 처치하여 보상으로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총 포인트는 -2입니다.]

[‘정원사의 작업복’의 손상도는 10%입니다.]

정신을 차린 박효섭은 사감이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급속히 썩어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박효섭 본인도 꽤 많이 다쳤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박효섭은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양은수 등 사람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박효섭은 곧바로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었는데 놀랍게도 상처가 보이지 않고 몸도 원래 그대로였다.

다만 작업복이 너덜너덜하게 되었을 뿐이다.

박효섭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 양은수가 돌아왔다.

양은수는 다른 두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주빈과 서원은 옆에 앉아 있었고, 박효섭은 지도와 일기장을 꺼내 그동안 발생한 일들을 서술했다.

“알겠어.”

“내일 같이 뒷마당으로 가보자.”

그런데 이때 주빈이 몰래 박효섭의 팔을 잡아당겼고 박효섭은 그 점을 알아채고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얘기를 계속 이어가면서 주빈의 시선을 따라 문가를 바라보았다.

문 아래 틈으로 아주 미묘한 그림자가 보였다.

양은수도 그 점을 눈치채고 빠르게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안개조차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두컴컴한 긴 복도뿐이었다.

잠시 후, 장민석과 후드티 남자도 돌아왔다.

장민석은 그저 유정금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만 했고 후드티 남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효섭과 양은수는 둘의 반응을 보고 서로 다른 표정을 지었는데 양은수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허점을 찾으려 했다.

박효섭은 장민석과 후드티 남자 뒤에 서 있는 아이에게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어떠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 아이는 주빈, 서원과 친하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효섭은 두 아이가 입을 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기진맥진한 박효섭은 티 나지 않게 한쪽 손을 베개 아래로 넣어 주사기를 움켜쥐었고 잠시 뒤 천천히 잠이 들었다.

어쩌면 겨우 유지되고 있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지도 몰랐다.

...

잠을 자고 있던 박효섭은 팔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자 본능적으로 눈을 번쩍 뜨며 베개 아래서 주사기를 꺼냈다.

양은수는 재빨리 그를 막은 뒤 조용히 하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박효섭은 몸을 일으켰다.

장민석과 후드티 남자는 아직 자고 있었다.

박효섭과 양은수는 눈빛을 주고받은 뒤 주빈과 서원을 데리고 조용히 일어났다.

방 안의 시계는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복도.

“유정금은 죽었어. 점잖은 척 연기하던 장민석도 이제는 서서히 허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유정금이 어쩌다 죽었는지를 알게 되었거나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서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어진 걸지도 몰라.”

양은수의 분석을 들으며 박효섭은 주빈의 손을 잡았다.

“장민석은 아마 유정금을 내 곁에 둔 순간부터 유정금이 죽을 거라는 걸 알았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정보를 얻은 거겠지.”

두 사람은 상의하면서 지도를 보며 기숙사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은 3, 4미터 높이의 철제 난간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녹슬고 망가진 커다란 간판이 난간 위쪽에 걸려 있었다.

간판에는 뒷마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검은색으로 써진 그 글씨는 어딘가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박효섭은 본능적으로 옆을 보았다.

지도 속 원래 초등학교 기숙사가 있어야 할 위치는 현재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박효섭은 사감이 준 열쇠를 꺼내 녹슨 자물쇠에 꽂았다.

끼이익.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박효섭과 양은수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가장 처음 느껴진 건 코를 찌르는 듯한 축축한 흙냄새와 흰 옷을 입은 아저씨에게서 났던 특유의 향기였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박효섭은 ‘정원사의 작업복’을 입어 전기봉을 든 흰 옷을 입은 아저씨로 위장한 상태였다.

앞선 추론에 따르면 흰 옷을 입은 남성들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전기봉과 낫을 들었던 그 두 명이 전부일지도 몰랐고, 만약 그보다 더 많다면... 뒷마당에 한 명 더 있을지도 몰랐다.

난간 문을 닫자 높이 자란 나무들로 이루어진 작은 숲이 보였다.

곧게 뻗은 나무줄기는 새까맸고 가지 쪽은 버드나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가지마다 끝부분에 동그란 붉은 열매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바로 그 열매에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양은수가 열매를 하나 따서 박효섭에게 건넸다.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손바닥이 끈적해졌다. 그리고 곧 열매 내부의 모습을 본 박효섭과 양은수는 충격을 받았다.

과육은 매우 부드러웠는데 일반적인 열매가 아니라 육류처럼 보였다.

그리고 씨앗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호두 크기의 작은 머리가 들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머리에서 신경처럼 보이는 것들이 가득 뻗어 나와 과육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양은수가 경악했다.

박효섭은 고개를 저은 뒤 열매를 옆에 버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2층 건물을 바라봤다.

건물은 크지 않았고 벽면은 문드러진 것이 아주 오랫동안 방치된 폐건물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주빈과 서원을 데리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똑똑똑.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문에 달린 자물쇠를 본 박효섭은 양은수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사감이 줬던 열쇠를 꽂았다.

딸깍.

두터운 문이 열렸다.

눈앞에 보이는 방 안의 모습에 두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실험실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유리 기구와 관이나 플라스크, 집게 등 각종 도구들이 방 안에 가득했다.

그리고 벽에 걸린 매우 큰 칠판에는 여러 가지 수식과 방정식, 그리고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설마... 이곳이 배양액을 제작하는 곳인 걸까?”

양은수는 박효섭을 바라봤다.

“장비와 서류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곳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어떻게 찾아내지?”

박효섭은 말없이 ‘목숨처럼 중요한 재물’을 발동해 1층에서 가치 있는 물건 몇 가지를 찾아냈다.

첫 번째는 서랍 속에 있던 수첩 한 권이고 두 번째는 알 수 없는 라벨이 붙은 CD이며 세 번째는 한 권의 그림책이었다.

양은수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확신하는 거...”

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박효섭이 수첩을 펼치자 첫 페이지에 붉은색으로 쓰인 글씨가 보였다.

[해윤 벌집 배양 계획.]

[신청자: 심영민(보건교사), 최수민(교감).]

[승인자: 유준영(교장).]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자 아이들의 사진과 신상 기록이 보였다.

그중 차이점이 있다면 일부 아이들의 이름이 붉은색 또는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걸 보자 보건실 복도에서 보았던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된 방 번호가 떠올랐다.

박효섭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설마… 방 번호와 학생들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선별되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박효섭은 빠르게 뒷부분의 내용을 확인했고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에서 익숙한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아이는 다름 아닌 주빈이었다.

그러나 주빈의 사진 아래에는 빨간색도 검은색도 아닌 기이한 물음표 하나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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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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