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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ผู้แต่ง: 유월

프롤로그. 멸종한 마물을 주웠습니다

ผู้เขียน: 유월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09 07:12:06

세레나 브리엘은 자신의 연구실이 폐쇄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책상 위에 놓인 유리병부터 붙잡았다.

정확히는 유리병 안에 든 검은 털 한 올이었다.

“폐쇄라고요?”

“그래.”

왕립 마물생태연구소 제3연구동, 고대마물생태학 연구실.

온갖 마물의 뼈와 발톱, 털, 비늘이 유리 진열장에 빼곡히 들어찬 방 한가운데서 연구소 부소장 베르트랑은 더없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달부터 제3연구동의 예산이 전면 삭감된다. 그중에서도 네 연구실은 우선 폐쇄 대상이야.”

세레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운 유리병을 불빛에 비춰 보았다. 오래전에 북부 동굴에서 발견된 털이었다. 마력 반응도 거의 남지 않았고, 일반 설표의 것인지 아르젠 설표의 것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표본.

그래도 세레나는 그 털 한 올을 얻기 위해 두 달 동안 북부 산맥을 뒤졌다.

절벽에서 미끄러져 왼쪽 손목을 접질렸고,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어 사흘을 굶었으며, 발견한 털이 곰의 것이 아니냐는 동료 연구원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모질 구조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렇게 모은 것이었다.

그녀의 지난 칠 년이.

“이유는요?”

세레나가 물었다.

베르트랑이 미간을 문질렀다.

“성과 부족.”

“지난해에 북부 마물 서식분포도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알아.”

“아르젠계 마물의 발톱 화석에서 기존 분류법과 다른 마력 침착 구조도 발견했고요.”

“그것도 안다.”

“그럼 성과 부족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데요.”

“세레나.”

“마물생태연구소인데 마물을 연구한 게 성과가 아니라면 뭘 해야 성과입니까?”

베르트랑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면 충분했다.

세레나는 시선을 내렸다.

황실은 지난해부터 마도병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었다. 생태 연구보다 당장 전쟁에 쓸 수 있는 마법이 중요해졌고, 그중에서도 멸종한 마물을 뒤쫓는 세레나의 연구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아르젠 설표.

삼백 년 전 북부에서 멸종한 것으로 기록된 고대 마물.

검은 털, 은빛 반점, 인간에 가까운 지능.

오래된 기록마다 모습과 습성이 조금씩 달랐고, 제대로 된 표본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학계 일부에서는 애초에 실재하지 않았던 전설 속 생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세레나는 그 주장 때문에 일곱 번이나 논쟁했고, 세 번은 공식 토론회였으며, 한 번은 토론 상대가 울었다.

울린 건 아니었다.

논문 오류를 열두 군데 지적했을 뿐이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뭐가?”

“정리 기간.”

베르트랑이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는군.”

“안 받아들였습니다.”

“그럼?”

세레나는 유리병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한 달이면 북부 한 번은 더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베르트랑의 얼굴이 굳었다.

“세레나.”

“마침 에른하르트 산맥 서쪽에서 이상한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안 돼.”

“지난주에 받은 보고입니다. 성체 설표보다 두 배 가까이 크고, 발톱 간격이—”

“세레나 브리엘.”

부소장이 그녀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세레나는 입을 다물었다.

“북부는 지금 폭설 기간이야. 게다가 에른하르트 대공령 경계 안쪽이다. 허가도 제대로 안 나왔잖아.”

“임시 조사 허가는 받았습니다.”

“언제?”

“어제요.”

“…….”

“원래 이번 주에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베르트랑의 눈가가 떨렸다.

“넌 연구실 폐쇄 통보를 받기도 전에 북부에 갈 준비부터 해 둔 거냐?”

“정확히는 폐쇄 통보가 올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습니다.”

“그게 그 말이다.”

세레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베르트랑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 그렇게까지 아르젠 설표에 집착하는 거냐?”

그 질문은 익숙했다.

학술원 시절에도 들었고, 연구소에 들어온 뒤에도 수없이 들었다.

아무도 살아 있는 개체를 본 적 없는데.

멸종한 지 삼백 년이나 됐는데.

그게 정말 존재했다는 증거도 부족한데.

왜.

세레나는 책상 한쪽에 세워 둔 낡은 연구노트를 바라보았다.

갈색 가죽 표지가 닳아 모서리가 희게 벗겨진 노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스승이 남긴 것이었다.

로웬 브리엘 교수.

그녀에게 처음 아르젠 설표에 대해 알려 준 사람.

‘기록이 이상하면 기록을 의심해라, 세레나.’

어린 세레나가 물었었다.

‘마물이 아니라요?’

‘생물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

‘그럼 기록한 사람이 거짓말한 거예요?’

그때 스승은 웃었다.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세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니까요.”

“뭐?”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요.”

베르트랑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열흘.”

“네?”

“열흘만 다녀와. 그 이상은 안 돼.”

세레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

“대신 조건이 있다.”

“말씀하세요.”

“폭설 경보 뜨면 바로 철수. 혼자 깊은 산 들어가지 말 것. 대공가에서 돌아가라 하면 군말 없이 돌아올 것.”

“예.”

“그리고.”

베르트랑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살아 있는 마물이라고 아무거나 주워 오지 마.”

세레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건 장담 못 합니다.”

“세레나.”

“다친 개체면 치료는 해야죠.”

“그 말을 할 줄 알았다.”

⸻

북부의 눈은 왕도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왕도의 눈은 지붕과 정원을 희게 덮고, 아이들이 뭉쳐 던지며, 연인들이 손을 잡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에른하르트의 눈은 사람을 죽였다.

한 번 길을 잃으면 방향 감각을 앗아가고, 발목까지 빠진 눈이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람은 얼굴을 때렸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세레나는 털모자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분명 이쪽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침엽수림이었다.

뒤에서는 그녀가 고용한 현지 길잡이 요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연구원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요.”

“아까도 조금만 더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감이요.”

“연구원도 감으로 연구합니까?”

“안 합니다.”

세레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확인하려는 겁니다.”

장갑 낀 손으로 눈을 걷어내자 희미한 자국이 나타났다.

발자국.

요한도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크다.

보통 설표의 앞발보다 훨씬 컸다. 눈 때문에 형태가 조금 뭉개졌지만 발가락 수와 패드의 배열은 고양잇과 마물과 유사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깊이가 일정하지 않네요.”

세레나가 중얼거렸다.

요한이 어깨를 움츠렸다.

“다쳤다는 뜻입니까?”

“아마도요.”

왼쪽 앞발의 자국이 유독 깊었다. 몇 걸음마다 보폭도 흔들렸다.

세레나는 손가락으로 눈을 조금 더 헤쳤다.

그리고 멈췄다.

하얀 눈 아래 작은 얼룩이 있었다.

검붉은색.

피였다.

“연구원님.”

“쉿.”

세레나는 장갑을 벗고 손끝에 피를 조금 묻혔다.

차갑다.

하지만 완전히 얼지는 않았다.

“얼마 안 됐어요.”

요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더더욱 돌아가야 합니다. 저 크기의 마물이 부상당한 상태라면 더 위험해요.”

“바로 그래서 따라가야 해요.”

“왜요?”

세레나는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요한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세레나는 이미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발자국은 숲 안쪽으로 이어졌다.

바람에 지워지기 전에 찾아야 했다.

아르젠 설표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저 정도 크기의 미확인 마물이 북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사 가치는 충분했다. 부상을 입었다면 더더욱 생태 행동이 달라질 수 있었다.

세레나는 허리춤의 채집 가방을 확인했다.

응급 약품, 마력 측정기, 붕대, 소독약, 간이 진정제.

물론 저만한 마물에게 진정제가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었다.

요한이 뒤에서 투덜거리며 따라왔다.

“전 왕도 사람들은 다 겁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저도 겁 많아요.”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요.”

“무서워요.”

세레나는 나뭇가지 아래를 숙여 지나가며 말했다.

“모르는 건 원래 무섭거든요.”

“그럼 왜 계속 갑니까?”

“알면 덜 무서우니까요.”

요한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세레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발자국이 갑자기 끊겼다.

정확히는 눈밭에서 사라졌다.

세레나는 멈춰 섰다.

“이상하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

눈.

바위.

그리고—

바위 아래로 이어진 검은 자국.

피였다.

이번에는 한두 방울이 아니었다.

세레나의 얼굴에서 기색이 사라졌다.

“요한.”

“예.”

“뒤에 계세요.”

“제가 그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물이 공격하면 도망가세요.”

“연구원님은요?”

“저는 상태를 봐야죠.”

“이 미친…….”

요한은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낮고 거친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공기가 떨렸다.

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위 뒤.

눈 그늘 아래에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림자인 줄 알았다.

너무 컸다.

몸을 웅크린 상태인데도 일반 설표의 두 배 가까이 되어 보였다. 검은 털은 눈과 피에 젖어 있었고, 옆구리에는 길게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세레나는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물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검은 귀.

희미한 은빛 무늬.

창백할 정도로 푸른 회색 눈동자.

세레나의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기록이 동시에 펼쳐졌다.

「털색은 밤처럼 검으며 달빛 아래 은빛 반점이 떠오른다.」

「성체는 일반 설표보다 몸집이 두 배에 이른다.」

「눈은 회색 혹은 은청색.」

「발톱은 검으며 마력 반응 시 푸른빛을 띤다.」

말이 안 됐다.

삼백 년 전에 멸종했다.

수없이 찾아도 발견하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존재 여부 자체를 의심했다.

그런데.

있었다.

세레나의 눈앞에.

살아 있었다.

“연구원님.”

요한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게…… 뭡니까?”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설표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쿵.

앞발 하나가 눈 위로 미끄러졌다.

거대한 몸이 다시 쓰러졌다.

그 순간 세레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갔다.

“연구원님!”

“괜찮아요.”

“뭐가 괜찮습니까!”

설표의 이빨이 드러났다.

크르르.

경고였다.

이 이상 접근하면 물겠다는 뜻.

세레나는 멈췄다.

거리는 다섯 걸음 정도.

장갑을 벗었다.

천천히 두 손을 보였다.

“안 건드릴게.”

요한이 뒤에서 속삭였다.

“마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습니까?”

“기록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되어 있어요.”

“기록이 틀렸으면요?”

“그럼 제가 물리겠죠.”

“…….”

“그래서 뒤에 계시라고 했잖아요.”

설표의 눈이 세레나를 따라 움직였다.

이상할 만큼 또렷한 눈이었다.

야생 마물이 다친 상태에서 보이는 혼란도, 공포도 아니었다.

오히려—

짜증.

세레나는 잠깐 눈을 깜빡였다.

설표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감히 가까이 오느냐’고 말하는 얼굴.

이상했다.

“굉장히 기분 나빠 보이는데.”

요한이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요. 저 말고 이쪽이요.”

세레나는 설표를 가리켰다.

“표정이 있어요.”

“설표에게 표정을 읽으시는 겁니까?”

“고양잇과 마물의 귀와 수염 방향은 감정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금 설명하실 때가 아닙니다.”

맞는 말이었다.

세레나는 다시 설표를 바라봤다.

옆구리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출혈량이 많았다.

이대로 두면 위험했다.

“치료해야 합니다.”

요한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결국 그 말씀 하실 줄 알았습니다.”

세레나는 가방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마력 진정제가 아니라 냄새가 강한 진통 약초였다.

병마개를 열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냄새 알아?”

설표의 코끝이 움직였다.

세레나의 눈이 빛났다.

반응했다.

“좋아.”

그녀가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설표가 으르렁거렸다.

“알아. 싫지.”

또 한 걸음.

“하지만 상처가 깊어.”

설표의 귀가 뒤로 눕는다.

“물어도 돼.”

요한이 멀리서 절규했다.

“안 됩니다!”

세레나는 못 들은 척했다.

“대신 치료는 하게 해 줘.”

설표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레나가 마지막 한 걸음을 좁혔다.

손을 뻗었다.

검은 털에 닿기 직전.

설표의 머리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콱.

이빨이 세레나의 손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

요한이 비명을 삼켰다.

세레나도 숨을 멈췄다.

그러나 물지는 않았다.

커다란 이빨 사이에 손목이 들어와 있을 뿐이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뼈가 부러질 거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이 들어오지 않았다.

세레나는 천천히 설표를 바라봤다.

회색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안 물었네.”

설표의 눈이 가늘어졌다.

“착하네.”

으르릉.

“그 말은 싫어?”

으르르릉.

세레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어.”

그리고 남은 손으로 설표의 머리를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

검은 털 아래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열이 심했다.

“열도 있네.”

설표가 움찔했다.

세레나는 머리에서 목으로 손을 옮겼다.

털을 갈라 피부 상태를 살폈다.

놀랍게도 설표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보다 경계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이상하네.”

“뭐가요?”

“맥박이 너무 빨라요.”

“다쳐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것도 있는데…….”

세레나는 설표의 가슴 쪽에 손을 가져갔다.

두꺼운 털 아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크고 강했다.

그런데.

세레나의 손끝이 멈췄다.

심장 주변으로 아주 미세한 마력 파동이 돌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물과 달랐다.

마물의 마력핵은 보통 심장이나 복부 안쪽에 하나의 덩어리 형태로 자리한다.

하지만 이건.

마치 심장을 감싸는 고리처럼—

“설마.”

세레나는 거의 숨도 쉬지 못했다.

옛 문헌에 단 한 번 등장했던 기록.

‘심장 주위를 순환하는 이중 마력핵.’

학계에서는 기록자의 오류라고 결론 내렸다.

세레나만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르젠…….”

입술이 떨렸다.

“아르젠 설표.”

요한이 굳었다.

“그게 그 멸종했다는……?”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눈앞이 뜨거워졌다.

칠 년.

아니.

스승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따지면 십오 년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물을 찾았다.

아무도 믿지 않는 기록을 붙들었다.

그 시간 끝에.

진짜가 있었다.

살아 있었다.

“찾았다.”

세레나가 속삭였다.

설표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세레나는 눈을 반짝이며 설표를 내려다봤다.

“내 논문.”

설표가 으르렁거렸다.

세레나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아니.”

잠깐 고민했다.

“미안해. 살아 있는 생명체한테 논문이라고 하면 안 되지.”

설표가 여전히 그녀를 노려봤다.

세레나는 진지하게 정정했다.

“내 연구 대상.”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것도 싫어?”

대답 대신 꼬리가 눈 위를 탁 쳤다.

그 순간 세레나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길고 굵은 검은 꼬리.

문헌상 아르젠 설표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였다.

일반 설표에 비해 길고, 꼬리 끝부분에 은빛 고리무늬가 존재한다고—

있었다.

눈에 젖은 털 사이로 희미한 은빛 무늬가 보였다.

세레나는 홀린 듯 손을 뻗었다.

“꼬리도 확인해야 하는데.”

요한이 외쳤다.

“그건 나중에 하십시오!”

이미 늦었다.

세레나의 손가락이 검은 꼬리를 감쌌다.

부드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세상에.”

그녀가 감탄했다.

“촉감까지 기록이랑—”

그 순간이었다.

설표의 몸이 딱 굳었다.

세레나는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

설표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동공이 가늘게 줄어들었다.

조금 전까지 흐릿하던 회색 눈에 갑자기 또렷한 의식이 돌아왔다.

그리고 세레나는 몰랐다.

자신이 발견한 것이 단순한 멸종 마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검은 설표의 이름이 라시엘 에른하르트이며, 북부 전역에서 누구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에른하르트 대공이라는 것도.

무엇보다—

태어나 삼십일 년 동안 누구에게도 꼬리를 잡혀 본 적 없는 라시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차갑게 돌아온 의식 속에서 라시엘 에른하르트는 자신의 꼬리를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사람을 물어도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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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어요.”「뭔데?」“세라가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셨죠?”「응.」“혹시 세라가 당신에게 남긴 다른 말이 있습니까?”아래에서 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그러다.「하나 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슨 말입니까?”「문을 열기 전에 대답을 들으라고 했어.」“누구의 대답이요?”「안에 있는 사람.」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해합니다.”「아니.」아래의 목소리가 조금 선명해졌다.「문 안에 있는 사람 말고.」세레나의 손이 멈췄다.“그럼.”「문을 열려는 사람.」잠시 침묵.「그 사람한테도 물으라고 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엇을요?”「정말 열고 싶은지.」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문 안의 사람이 나가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하다.그러나 문을 여는 사람에게도 선택이 필요하다.그 행위가 위험하다면.문을 여는 사람 역시 자기 의사와 책임을 알아야 한다.“세라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압니까?”「응.」“무엇입니까?”「옛날에는 문을 여는 사람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대.」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야 했고, 문을 열고 나면 그 안에서 나온 걸 책임져야 했대.」BRIEL.KALT.HOLDER.OBSERVER.역할.권한.의무.그 모든 것과 연결되는 말이었다.세레나는 천천히 물었다.“그러니까 문을 여는 사람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까?”「응.」그 존재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열쇠가 있다고 해서 열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세레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기록했다.다음 날 아침, 세레나는 마티아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심박 안정.체온 35.8도.KALT 유지선 반응은 전날보다 낮았다.다만 기억 연속성은 여전히 불안정했다.“오늘은 실제 분리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마티아스가 고개를 들었다.“왜?”“어제 경계 고정 회로를 조사할 때 당신의 접근키가 자동으로 반응했어요.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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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가 옆에서 말했다.『그런데 240년 전 도면에 이상한 표시가 있어요.』작은 원형 문양이었다.원 안에 짧은 선 두 개.세레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자신이 예전에 본 표본 기록을 떠올렸다.검은 유리 같은 마력석.은빛 선.그리고 외부 마력을 받으면 같은 파형을 약화 없이 전달하던 구조.“렌, 7번 표본장의 검은 유리 표본과 비교해 주세요.”『응.』두 문양이 겹쳐졌다.형태 유사도 92.1%.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중계 장치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시엘이 물었다.“그럼 그 방 아래에서 수도 연구소까지 신호를 보냈다는 건가?”“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결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어요.”세레나는 세린에게 말했다.“지금은 공간을 열지 말고, 별관의 마력관 사용 기록만 확인해 주세요. 특히 제가 북부에 온 뒤부터요.”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기록이 나타났다.세레나가 북부에 도착한 날.동쪽 별관 마력관 사용량이 평소보다 3.8% 증가했다.그날 밤.검은 설표를 침대에 눕힌 직후.사용량이 다시 증가했다.그리고 라시엘이 인간으로 돌아온 새벽.별관 아래에서 아주 짧은 신호가 발생했다.「BOUNDARY RESPONSE DETECTED」세레나의 손이 멈췄다.“당시 저는 별관 아래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라시엘이 그녀를 바라봤다.“나도 몰랐다.”“그렇다면 그때 신호가 발생한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렌이 과거 기록을 더 확대했다.신호 발생 시각.라시엘의 인간형 복귀 시각과 거의 일치했다.그러나 정확히 같은 시각은 아니었다.경계 반응이 먼저 발생했고.그로부터 11초 뒤.라시엘의 형태가 안정됐다.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11초.”라시엘이 물었다.“그게 중요한가?”“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전하가 돌아온 결과로 신호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순서가 반대예요.”그녀는 곧바로 다른 가능성을 적었다.별관 아래의 경계 기록이 라시엘의 변화를 도왔을 수도 있다.라시엘이 변하기 직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대공의 침실 아래에는 누군가의 대답이 남아 있습니다

    북부 대공성 동쪽 별관의 지하에는 공식 도면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있었다.정확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록된 공간이었다.세레나는 NODE XII에서 전달받은 좌표를 세 번 확인한 뒤 북부 대공성의 건축 도면을 불러왔다. 동쪽 별관은 약 240년 전 증축됐고, 그 아래 지반은 자연 암반으로 표시돼 있었다. 지하실도, 배수로도, 비밀 통로도 없었다. 그러나 607년 전 관찰자 세라의 마지막 경계 흔적은 분명히 그 암반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더 이상한 점은 그 신호가 현재도 활성 상태라는 사실이었다.“렌, ACTIVE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부터 확인해 주세요.”『경계 기록이 지금도 응답하고 있다는 뜻이야.』“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응답하는 겁니까?”『그건 몰라.』“독립 자기 인식은요?”『아직 확인 못 했어.』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기록 장치가 자동으로 응답해도 시스템에는 ACTIVE라고 표시될 수 있었다. 누군가 그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고, 과거의 신호가 다른 회로를 통해 반복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 세라가 살아 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라시엘은 화면에 나타난 별관 도면을 한동안 바라봤다.“그 방이라면 기억한다.”세레나가 그를 돌아봤다.“제가 까망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사용했던 방이죠?”“그래.”“전하가 사람으로 돌아온 뒤 제 침대에 누워 계셔서 제가 굉장히 놀랐던 곳이기도 하고요.”라시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놀랐던 정도였나?”“제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혼란 중 하나였습니다.”“그런데 날 쫓아내지는 않았지.”“환자였으니까요.”“그 뒤에도.”세레나는 그를 잠시 바라봤다.“그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죠.”“어떻게?”“환자가 자꾸 연구원의 허리를 잡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으니까요.”옆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카른이 손에 든 금속 고리를 떨어뜨렸다.챙그랑.세레나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카른 경, 괜찮습니까?”“예. 아주 괜찮습니다.”“안색이 좋지 않은데요.”“연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문을 열기 전에 물어야 할 것

    「누가 나를 여기 넣었는지부터 알려 줘.」NODE XII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올라온 문장은 짧았지만, 세레나는 그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찾아낸 기록은 대부분 누군가를 살리거나 되돌리겠다는 명목으로 작성돼 있었다. FIRST HEART를 복원한다는 명령도, 아르젠-1에서 사람을 꺼내겠다는 시도도, 오래된 역할을 후임자에게 넘기려던 규칙도 모두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일을 당한 사람이 무엇을 원했는지는 언제나 가장 나중에 확인됐다.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야 했다.세레나는 측정기를 내려놓고 닫힌 문을 향해 자세를 바로 했다.“질문을 들었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가 가진 기록만으로는 누가 당신을 이곳에 넣었는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모른다고?」“네. 당시 사용된 권한은 확인했지만 실제로 명령을 내린 사람과 당신을 옮긴 사람이 같은지도 모릅니다.”「그럼 왜 왔어?」세레나는 잠깐 생각했다. 처음 이곳에 온 이유는 최종 거부권을 확인하고, 루시안의 상태를 살피고, 마티아스가 NODE XII를 떠나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COMPANION HEART XII의 마지막 반응을 추적하는 목적도 있었다. 이 아래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은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처음부터 당신을 찾으러 온 건 아닙니다. 이곳의 오래된 권한과 경계 기록을 조사하러 왔다가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그럼 나를 꺼내러 온 것도 아니네.」“네.”「……이상하군.」“무엇이요?”「여기 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꺼내겠다고 했는데.」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이전에 누군가 찾아왔습니까?”「여러 번.」“직접 만났습니까?”「아니.」“대화는요?”「나를 꺼내면 모두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어.」세레나는 즉시 렌을 바라봤다. 렌은 이미 NODE XII의 오래된 출입 기록을 검색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고개를 젓자 탐색 범위를 바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니라, 누가 이 존재를 어떤 목적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남의 문을 열 수는 없습니다

    세레나는 화면에 떠오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처음에는 번역 오류를 의심했고, 두 번째에는 앞뒤 문장이 빠졌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조금 전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세라는 아르젠-1로 돌아가고 싶었다.그것은 기록에 남아 있는 사실이었다.그러나 세라가 돌아가기 위해 AMENDMENT 04를 잠갔다는 것은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었다.“렌, 마지막 문장은 그대로 두고 승인 범위를 보여 주세요.”『승인 범위?』“세라가 무엇을 원했는지와 실제로 어떤 명령에 동의했는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방금 나온 건 승인 사유에 첨부된 문장이지, 실행 명령 전체가 아니잖아요.”렌의 빛이 잠시 흔들렸다.『맞아.』세레나는 관찰일지를 펼쳤다. 조금 전까지 자신도 세라가 스스로 만든 안전장치를 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록이 실제로 증명하는 건 그보다 좁았다. 세라의 이름으로 된 관찰자 인증이 있었고, 그 인증을 이용해 AMENDMENT 04가 잠겼으며, 세라가 아르젠-1로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을 남겼다는 것뿐이었다.“당사자가 원한 것과 시스템이 실행한 일이 같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라시엘이 옆에서 물었다.“그럼 세라가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건가?”“그럴 수도 있고, 일부에만 동의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잠그는 데 동의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어요. 지금은 어느 쪽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NODE XII 아래에서 전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세라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세레나는 닫힌 문을 바라봤다.“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그 사람이 얼마나 화냈는지 봤으니까. 아르젠-1에서 나왔을 때도, 자기 동의 없이 꺼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았을 때도, 다시는 누구에게도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도 내가 옆에 있었어.”“그렇군요.”“그러니까 세라가 그 규칙을 없앴을 리 없어.”세레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차분히 대답했다.“그 기억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라가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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